1. 대공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1983년 개설된 서울대공원은 개설된 이래로 20년간 동물들의 분뇨를 치우고,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하루도 문을 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대공원의 쾌적한 환경 뒤에 어떤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었는지를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보이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노동자의 모습을 상상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바로 보이지 않지만 20년의 세월 동안 빠짐없이 일해온 늙은 노동자들이다.
면적 27만평의 서울대공원, 그러나 환경미화원은 고작 51명이다. '청소, 분뇨 및 오물처리, 쓰레기 수거 등' 찾아오는 시민들의 쾌적하고 깨끗한 놀이환경을 위해 환경미화원 1인당 5400평의 면적을 담당하여 청소에 전념을 다해 왔다. 그러다 보니 이들에게는 휴일도 모자라다. 아니 휴일이면 더욱 북적대는 사람들 통해 하루라도 쉴 수 없다. 서울대공원 관리사무소는 5∼60대 연령의 조합원들에게 한 달에 휴일은 불과 2번뿐이다. 아침 7시에 나와, 뼈빠지게 일하는 노동강도를 강요하여 왔다. 그럼에도 한달 월급은 수당, 보너스 다 합쳐도 몽땅, 50만원 남짓 될 뿐이다. 이들은 고달픈 몸과 열악한 임금에도 서울대공원의 아름다운 환경을 책임지고 있다는 보람 하나로 20년이 다되도록 참고, 또 참아가며 묵묵히 일만 해온 순박한 노동자들이었다.
2. 투쟁상황
4월, 투쟁에 돌입하다.
그러다 지난 2003년 4월, 그들은 투쟁을 시작한다. 4월에 있은 용역업체 낙찰에서 낙찰된 대원관리는 지난 2002년 웅비환경(주)이 새 용역업체로 낙찰되기 전까지 15년 동안 대공원과의 청소용역계약을 맺어온 업체였다. 한달 임금 50만원에 연월차, 시간외 근무 등 각종 수당도 없이 월 2회의 휴일로 노동자들을 부려오다 2002년 문제가 불거져 용역계약이 해지된 바 있었다. 대원관리의 횡포는 이뿐만이 아니라 지난 97년에는 고용하지 않은 사람을 고용한 것으로 문서를 위조, 임금을 빼돌려 온 것이 밝혀져 이 회사 이사가 수원지방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빼돌린 임금은 92년부터 99년까지 총 55회, 1억5천1백여 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공원측은 이런 문제 많은 업체를 다시 새 용역 업체로 선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문제제기하자 대공원 청소용역직 전체를 집단해고 했고, 대원관리는 노조에 가입한 사람만을 고용승계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 했다. 이는 서울대공원이 4월 청소용역 계약을 용역회사 웅비환경에서 대원관리로 변경하자는 과정에서 벌어진 노조탄압이었다. 업체만 바뀌었지 대공원에서 십수년간 일해온 50~60대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나 투쟁의 대열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03년 4월 서울대경원 노동자들은 파업을 시작한다.
4월 파업이후의 투쟁의 과정
서울대공원은 업체 변경시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를 조장했으며, 서울시는 공공부문의 민간위탁으로 인해 이러한 비극을 예고했다. 이에 서울대공원 지부는 2003년 여름 한성여객, 한시련 노조 등과 함께 책임 있는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서울시청 시장실 앞 농성 투쟁을 벌이기도 했고, 조합원들은 더운 여름, 가을, 그리고 이 추운 겨울까지도 이겨내고 하루도 빠짐 없이 시청앞 자리를 지켜냈다. 특히나 12월 1일 서울시의회에 대공원 지부의 문제의 상정을 앞두고 이에 조속한 해결을 위해 11월 27일 2시 규탄항의집회를 갖고 지부장 삭발식과 천막농성 설치가 있었지만, 두 번의 연기 끝에 진행된 12월 1일 서울시의회에서는 '서울대공원 부정업체와 관련공무원 처벌'로 안건이 또다시 부결되면서 투쟁은 장기화되기 시작한다.
3. 투쟁의 쟁점
용역계약의 반복갱신의 관행화에 따른 문제점
서울대공원의 경우 애초의 문제는 4월에 용역 재계약이 이루어지면서부터이다. 이러한 용역계약 반복갱신이 경우 국가나 공공시설의 시설관리에 있어서 빈번히 일어나는데, 일찍이 특히 이러한 공공분야의 경우 용역을 통한 외주화가 관행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해당 부서나 부문이 수의계약을 통해 직접 용역계약을 맺어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부정요소 방지를 위한 공개입찰' 등의 원칙을 내세워 조달청에서 용역발주를 일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이러한 공개입찰의 기준 단가 자체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었을 뿐 아니라 '경비절감'을 그 목표로 하는 만큼, 일반 자재나 공사도급 발주의 내용과 형식이 일관되어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국가가 앞장서서 시설관리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저임금상태를 부추겨 주도해 가는 현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에 대해 아무리 문제제기를 한다해도 실질사용자나 용역회사는 스스로 사용자임을 부정하며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노동부나 노동위원회마저 각종 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이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서울대공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조달청은 과거 임금탈취나 부당해고 등으로 대원관리가 노동자들과 갈등을 빚어왔고 퇴직금 미지급 관련 소송이 진행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오직 최저낙찰제만 적용해 대원관리를 선정했다. 대원관리가 노무관리에서 문제투성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조달청이 이를 무시하고 입찰을 제한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해마다 계속되는 용역재계약의 문제는 이들 노동자들의 발목을 붙잡는 꼴이 된다. 아무리 그 해 투쟁을 승리한다해도 다음해에 투쟁은 휴지조각처럼 버려질지 모르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용역 재계약에 문제제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별 업체가 아닌 원사업장을 상대로 투쟁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조달청과 서울대공원이 나서서 책임질 문제다. 결국, 서울대공원 노동자들은 내년 4월을 기다리며 차디찬 겨울을 나게 되었다.
서울시를 상대로 한 서울지역 투쟁사업장 연대투쟁이 갖는 의미
이번 서울대공원 투쟁에 있어서 떠 하나의 의미 있는 일은 서울지역의 투쟁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서울시를 상대로 한 공공부문 투쟁의 문제의식을 이끌어냈다는데 있다. 과거 시설관리를 비롯한 간접고용 노동자 투쟁의 경우 직접적인 원청사업주에 대한 투쟁의 전선을 만들지 못한 경우도 있었지만, 서울대공원의 경우 실질 사업장인 서울대공원과 더 나아가 공공부문으로서 공공기관에 대한 투쟁의 파고를 만들어낸 것은 의미가 있다. 그래서 여름 내내 3개 사업장의 서울시를 상대로 한 투쟁이 의미가 있었던 것이고, 비록 서울시의회에서 부결은 되었지만 서울시라는 공공기관이 이 문제의 책임을 받아 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여러 방면에서의 서울시 압박투쟁은 의미가 있었다.
4. 마치며
어느 때보다 공공부문 사업장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는 어쩌면 안정적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 속에, 공공부문에서의 노동 역시 가속화되는 불안정화에 예외는 아니라는 점과 오히려 공공부문에서 저임금의 양산과 고용불안정화가 더욱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 앞으로 집중취재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사업장에 대한 연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동지들의 많은 관심을 바라며 부족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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