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 혹시 ‘전노협’을 기억하십니까? 무수한 현장투쟁에서 또 연맹별 선거에서 ‘전노협 정신 계승하자’고 외쳐댔지만 그 정신은 어떻게 구체화됐습니까? 군부독재시절 모진 탄압 속에서도 계급성을 사수하고자 했던 전노협, 천만 노동자의 희망의 불꽃으로 타올랐던 전노협은 ‘노동해방’과 ‘평등사회’를 외쳤습니다. 모진 고난과 역경을 온몸으로 받아 안으며 지난날의 영광과 아쉬움을 간직한 채, 내일을 향해 힘차게 휘날리는 깃발을 일천만 노동자의 가슴에 묻으며 노동해방과 평등사회의 꿈을 민주노총에서 이루겠다고 결의했던 10여 년 전 그리고 오늘.
오늘, 우리는 과연 노동해방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하고 있습니까? 노동해방을 향한 투쟁은 고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큰 공장과 작은 공장,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로 분열되고, 심지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이러저러한 불평등의 염치없는 근거들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다가는 수많은 노동해방열사들의 죽음과 치열한 비타협적 투쟁을 통해 피와 땀으로 쟁취한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마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면한 총파업투쟁에서 승리를 통해, 변질, 실종, 훼손되고 있는 민주노조운동의 비타협적 투쟁노선을 복원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아울러 노학연대, 민중연대의 기풍을 살려내야 되지 않겠습니까? 희미해져 가는 그 노선과 기풍을 우리의 피와 땀, 그리고 목숨을 건 투쟁으로 살려냅시다.
동지들! 우리의 과제를 확인하고 결의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를 둘러싼 이 혹독한 세상을 둘러봅시다.
며칠 전 미국에서는 부시가 재집권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전 세계적 차원의 WTO, FTA 등 각종 협정을 통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제국주의 전쟁으로 압축되는 자본의 공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초국적 금융자본의 세계적 지배구조의 수립은 자본에게는 무제한의 자유, 노동자 민중에게는 기본적 권리마저도 앗아가는 꼴로 다가 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부시의 일성은 남북 민중의 희망과는 반대로, 한반도에 평화가 아닌 전쟁위협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 와중에 노무현 정권은 미국 제국주의의 앞잡이 역할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개혁의 이름으로 노동자 민중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하고 있지 않습니까? 노무현 정권의 본질이 개혁적 자유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반노동자성에 있습니다.
적들은 이토록 빈틈없는 공세를 펼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골리앗투쟁으로 상징되는 현대중공업노조의 제명사태는 민주노조운동이 처한 위기의 한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목입니다. 동지들 가운데, 그 누가 이런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까?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자본의 공세는 지난 15년간 끊임없이 전개돼 왔습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적에게 포섭돼 우리 곁을 떠나가는 수많은 동지들을 보아오지 않았습니까.
아니 보다 분명히 표현한다면 제 발로 동지를 등지고 적들의 품으로 자랑스럽게 향해가는 모습을 보지 않았습니까?
그들을 개인적으로 비난하기에 앞서, 이런 경향의 세력화가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민주노조운동은 공동실천의 기풍은 사라지고, 분파적 활동이 계급적 연대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자본과 정권에 뭇매 맞고 동지들에 치이고 연대보다는 갈라치기에 상처받은 우리 현장은 패배감에 젖어있습니다.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이러다가 민주노조운동의 미래는커녕 희망도 품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자리를 통해 노동계급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악폐를 근본적으로 바꿔내는 비장한 결의를 모아냅시다.
이 틈을 비집고 노무현정권은 비정규 개악안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이것은 노동자계급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 것입니다. 어찌 보면 노무현 정권은 우리 노동자계급 내부를 너무 적나라하게 들여다보고 있기에 이토록 자신 있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판단의 근거에는 첫째,
비타협적 투쟁노선과 대립적 노사관계로 일관해 왔던 민주노조진영이 사회적합의를 노선으로 제시함에 따라 협력적 노사관계가 제도적으로 정착할 단계가 됐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사회적 합의주의의 본질은 국가와 자본이 더 이상 노동자의 적이 아니라 친구라는 뜻입니다. 또 성숙해진 노동운동은 사회적 책임을 지는 동반자로 바뀌어야 한다는 논리인 것입니다.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잠시 달래기 위해 요구를 수용한다고 약속을 하고 그 마저도 지키지 않는 저들이 노동자계급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또 전태일 열사의 정신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실현될 수 있겠습니까?
두 번째는, 민주노조운동에 경륜을 가진 상당수가 지배세력 쪽으로 편입됨에 따라 노동운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진단도 있었을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긴 시간 노동운동의 지도자를 자처했던 자들이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98년 파견법 도입 이후 정규직, 비정규직의 분열정책과 계급내부를 대립시키는 데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는 생각 또한 작용했을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은 자신감 속에서 노동자계급을 비정규직으로 재편하여 기본권조차 말살시키고 노예적 삶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지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우리 현장활동가 동지들은 총파업투쟁 결의를 모아냈습니다. 그러나 총파업을 결의한 것이 끝이 아닙니다.
저들이 개악안을 처리한다면 우리는 전면적이고도 강고한 파업투쟁에 돌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무기한 총파업을 결의한 것도 아니고, 투쟁 시기의 문제도 남아있습니다. 또 투쟁의 강도가 4시간이나 하루 총파업에 머무른다면 노동법개악저지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총파업투쟁이 목표가 아니라, 노동법 개악안 저지가 목표이며, 나아가 파견법철폐, 특수고용 노동자성인정과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 분명한 목표임을 확인한다면, 이번 총파업투쟁을 승리하는 투쟁으로 만들기 위한 활동가들의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총파업돌입이후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개악안은 통과 돼 버리고, 노동운동내 개량주의는 더욱 득세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입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총파업투쟁이 유실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손놓고 민주노총 지도부만 비난할 것입니까?
아닙니다. 동지들이 아래로부터 투쟁을 조직해야만 합니다. 분리된 채 진행되고 있는 FTA, 쌀개방, 사립학교법, 공무원노조특별법, 경제특구법, 기업도시관련 등 투쟁현안들 역시 노동법개악 투쟁을 중심에 둔 총자본과 노무현 정권에 대한 강고한 투쟁전선으로 하여 노동자계급의 확고한 투쟁의지를 실천으로 태워냅시다.
이번에 당면한 비정규직 악법저지 총파업과 사회적 합의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은 그 자체로서도 중요하지만, 훼손되고 실종되고 있는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성에 근거한 비타협 투쟁정신을 대중적으로 복원해 내어야 합니다.
이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선배 노동자들이 피와 땀, 그리고 목숨으로 사수해온 우리 노동자계급의 전통입니다. 희미해져 가는 그 전통을 우리 역시 피와 땀, 목숨을 거는 각오로 살려내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운동은 전노협 노동해방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태일 열사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노동해방의 깃발을 쥔 자가 어찌 사회적 합의주의를 말하겠습니까? 불꽃으로 스러져간 전태일을 기억하는 자가 어찌 비정규직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 평등사회를 앞당기자는 우리가 어찌 차별을 인정하겠습니까? 세상을 바꾸자고들 합니다. 아닙니다. 우리는 세상을 뒤집어야 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노동해방세상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더러운 세상은 뒤집어 엎어버려야만 한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동지여러분! 기억하십니까? 지난 1988년, 연세대에서 열린 노동자대회에서 우리는 깃발에 ‘노동해방’을 피로 아로새겼습니다. 그 깃발을 우리는 다시 세워내야 합니다. 우리가 주체가 돼서 전국 곳곳의 현장을 조직합시다. 노동자의 적과 투쟁하면서, 내부의 기회주의와 투쟁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정통성을 재정립하고 노동해방세상을 위한 새로운 운동으로 떨쳐 일어납시다.
동지들이 주체입니다. 동지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 제국주의 전쟁 공세, 노동유연화 공세에 맞서, 민주노조의 깃발 아래 노동해방을 위한 새로운 주체로 나섭시다!
노동해방의 새로운 세상은 분명히 가능합니다. 그렇습니다.
노동해방의 세상은 우리가 있기에 가능합니다.
동지들! 바로 옆의 동지를 믿으며 그 길을 함께 갑시다.
우리의 한 손에는 악법철폐의 깃발을, 또 한 손에는 노동해방의 깃발을 움켜지고 힘차게 투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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