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인사무서비스 노동조합 조직부장이신 정현철 동지께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어떻게 조직되고 어떻게 투쟁하는지 그 치열한 삶과 눈물과 투쟁과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힘든 연재 요청을 마다않고 청탁에 응해주신 정현철 동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동조합, 민주노총 서울본부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서울의류업노동조합, 민주노총 언론노조 서울경인지역인쇄지부,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동조합 그리고 얼마 전 조직형태를 전환한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역통신산업비정규직지부….
노조의 역사, 상급단체, 조직규모, 조직대상 등에 차이는 있으나 가입 대상을 특정지역으로 하는 초기업 단위 노조 이른바 '지역노조'라 불리는 단위들이다. 더불어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함께 '영세-비정규사업장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모임'에 함께하고 있는 단위들이기도 하다.
자세한 통계자료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전체 노동자 대다수가 100인 미만의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을 하지만 노동조합 조직률은 턱없이 낮다. 회사가 영세하고 노동조합이 없다보니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기본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한 영세사업장에서는 노동조합을 만들기도 힘들고, 유지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이러한 사업장 노동자들을 주 조직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조직이 '지역노조'이다. 또한 이러한 '지역노조'들은 그 의미와 활동의지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서울의 지역노조들은 고립·분산적인 노조활동을 극복하고자 앞서 지역노조연대회의를 결성하여 1996년~1998년에 ‘4인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투쟁’을 주요하게 전개했고, 1998년~1999년에는 진보단체들과 함께 ‘고용보험 전면 적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활동을 전개했었다. 2001년까지 나름대로 꾸준하게 전개되었던 지역노조연대회의 활동은 2001년 후반기 서울지역비정규직연대회의(서비연) 결합으로 이어졌고 서비연은 지금도 전비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서비연이 출범한 이후로 지역노조연대회의만의 독자적인 활동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노조들이 모두 같은 발전전망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다. 서울지역통신산업비정규직지부는 공공연맹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대산별노조의 한축인 전국공공서비스노조에 가입하여 산별노조 건설 흐름에 동참하고 있고, 서울일반노조는 산별노조와 병행 발전하는 가운데 전국단일조직으로서의 일반노조 건설을 목표로 하는 전국지역·업종노동조합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조도 사무금융 산별노조 건설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노동조합 운영위원회에서 확인한 바 있다.
여기서 이 글이 담고 있는 고민과 주장이 시작된다.
우선 지역노조들을 하나로 묶는 '어떤틀'에 대한 고민이다. 필자는 그 '어떤틀'에서 이른바 통합단일노조는 배제하고 논의를 진행시켜 나갈 것이다. 그 이유는 산별노조에 대한 개별 지역노조가 보이고 있는 분명한 차이들이 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더 이상 지역노조들을 묶는 '어떤틀'로 작동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무원칙한 또는 무분별한)산별노조 대세 흐름에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지역노조가 되어서는 안 되고 지역노조만의 고유한 내용과 그것을 실행시키는 조직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이 글에서는 다른 의견과 주장을 펼칠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서비연이 출범한 이후로 지역노조연대회의만의 독자적인 활동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야 하겠다. 그것은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금속 대규모 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와 화물, 건설운송, 학습지 등의 특수고용노동자들 중심으로 비정규직 운동이 전개되었던 과정 속에서 이른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못했다는 점이고 따라서 이 부분을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필자는 그것을 '교육'에서 찾고자 한다. 지역노조연대회의의 아쉬움을 이야기한다면 '5인미만 사업장의 근기법 확대적용',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주제로 하는 공동투쟁을 이야기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미 지역노조연대회의 차원에서 같은 주제와 목표를 걸고 진행했던 사업들이 썩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공통주제를 놓고 그에 따라 기계적으로 벌이는 공동사업이 갖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지역노조들의 조건과 상황이 과거에 비해 악화되었으면 악화되었지 더 나아지지 않은 현실에서 과거와 다름없는 사업방식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안 봐도 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다시 '지역노조'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지역노조'지만 활동방식과 심지어 운영방식도 기존의 '기업별노조'체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언제까지 '지역노조'라는 타이틀을 전가의 보도로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역노조'의 역할을 설정하는 일, '지역노조'의 체계를 확립하는 일, '지역노조'가 '산별노조'와 따로 또 같이 민주노조운동을 끌고 가는 일의 시작은 '지역노조'에 맞는 '교육'체계를 설립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역노조들이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가면서 상호소통하고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또한 자연스럽게 조직을 튼튼히 하는데 일정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서 '지역노조교육네트워크'의 구체적인 위상을 서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필자는 '교육'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올바른 '지역노조'를 만드는 일에 나서보자고 제안하는 것이지 그것이 어떠해야 한다고 자세하게 말하기에는 아직 고민이 부족하다.
다만 일회성, 단발성 교육을 고민하는 단위가 아니라는 것, 서로의 여러 가지 차이를 인정하되 그것이 특별하게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전체가 함께하면서도 단위 노조들의 일정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체계여야 한다는 것 정도는 원칙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