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상반기 투쟁을 이끌어나간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이었다. 전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공세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현재 3대 노총(내셔널센터)를 중심으로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본의 『勞動運動』지는 지난 9월의 특집으로 이러한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 사업을 다루고 있다. 이번 '자료'에서는 특집의 수록 글 중 하나를 부분 번역하여 싣는다.
지역노조는 현재 한국에서도 비정규직노동자의 조직화 방안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역노조를 비정규직노동자의 조직화 대안으로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몇가지 곤란이 있다. 이는 크게 두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내셔널센터 혹은 상급단위와의 관계설정의 문제이다. 아래 번역한 일본의 경우를 보면 몇차례의 경험을 거치면서 지역일반노조에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별 가맹도 가능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 경우 예컨대 민주노총의 지역본부 등과 활동과 내용면에서 과연 어떤 차별성을 지닐 수 있는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 같지 않다. 지역본부가 조직대상이나 조직화방안을 혁신함으로서 지역노조를 대신할 여지도 있기때문이다.
둘째, 투쟁조직화의 어려움이다. 노동조합이 힘있는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점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업별이 아닌 지역일반노조의 경우 이러한 거점확보가 가능할 수 있겠는가?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지노위나 노동사무소를 통한 대응이나 캠페인식 투쟁은 가능할 수 있으나 실질적인 힘을 지닐 수 있는 투쟁을 전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투쟁사업장이 한두군데가 아닐 경우 과연 지역일반노조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오히려 기업별노조를 횡으로 연결하는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노동운동단체의 외곽지원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역일반노조는 분명 불안정노동자들의 조직화방안으로 심각하게 고려할 측면을 지니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역'이라는 조직화의 한 단위로서의 아이디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새로운 조직형태나 방안이라는 것은 언제나 실제 투쟁의 경험과 상황 속에서 기초적인 모습이 만들어지는 법이므로 도식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투쟁을 진전하기 위해 어떤 형태가 효율적이며 힘있는 것인가를 사고하는 측면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역노조의 경우 이는 더욱 이러한 착상과 검토가 요구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이현
들어가며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는 노동조합운동에 있어 불변의 과제라 할 수 있다. 맑스는 노동조합에 관한 고전적인 이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자본의 공격에 저항하는데 있어, '자본에 의해 집적되어진 사회적 힘'에 대해 노동자가 지닌 유일한 사회적 힘은 그 수라 할 수 있다"(노동조합-그 과거, 현재, 미래) "그러나 그 수는 단결에 의해 결합되어 지식(필자주: 과학적 사회주의의 이론)에 의해 지도되는 경우에만 중요성을 갖는다"(국제노동자협회창립선언) 오늘날 일본의 노동조합운동에서도 미조직된 불안정취업노동자의 조직화문제가 커다란 과제가 되고 있다. 구조조정 '합리화'에 의해, 한편으로 정규고용노동자가 감소하고 다른한편 파트타임, 파견, 계약사원 등 비정규의 불안정고용노동자가 증대하여 2000년 6월 현재 노동조합조직율은 21.5%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라 할 때, 그것을 어떠한 방법과 조직형태를 통해 진전시킬 것인가. 현재 그 효과적인 방법과 형태의 하나로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 지역노동조합이다.
지역노동조합이란 무엇인가? 그 명칭은 예컨대, 이와테 현(岩手縣) 지역노동조합(약칭:이와테로컬유니온), 아이치(愛知) 지역노동조합 '키즈나'(약칭: 키즈나), 전노련(全勞連) 신주쿠 일반노동조합(약칭: 신주쿠일반)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비록 명칭은 다양하지만, 거기에는 지역노동조합으로서 기본적으로 공통적인 다음과 같은 조직적 성격이 있다. 이는 예컨대 "신주쿠일반은, 실업 중이거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파견 등의 형태로 일하고 있거나, 정규직인 경우를 불문하고 신주쿠구 내에서 일하거나 살고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가입가능한 개인가맹의 노동조합입니다"(가입안내 유인물 중)라고 설명되어진다.
이 글의 주제는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라는 오늘의 문제에 있어, 이러한 지역노동조합은 어떠한 과제와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을 다루고자 한다.
1.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의 흐름-지역노동조합의 위치
지역노동조합은 1980년대에 등장한 비교적 새로운 조직형태이다. 여기서는 먼저 전후(戰後)시기의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의 흐름 속에서 지역노조의 위치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1) 다지라인하의 대량실업과 자유노동조합
역사적으로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는 1949년 다지라인(dodge line)하의 100만 대량실업 발생과 실업자조직의 확대가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 전국각지의 실업자, 일용직 노동자의 "일자리 요꼬세"를 위한 투쟁이 확산되었다. 해고로 직장에서 쫒겨난 노동조합의 전투적 활동가가 다수유입되었고, 더구나 50년 '빨갱이 숙청'(red purge)에 의한 해고자도 가담하여 투쟁의 선두에 섰다.
그 속에서 자유노동조합이 각지에서 조직되어 그 대다수가 전일본토건일반노동조합(全日土建: 건설직과 자유노동자가 결합하여 1949년 6월에 결성)으로 결집하여 있었다. 1952-53년에 전일토건은 직인부가 토건총련(전국토건노동조합총연맹), 자로부(自勞部:자유노동자 담당부서)가 전일자로(全日自勞:전일본자유노동조합)으로 조직의 발전적인 개조를 진전시켜, 해당분야에서 폭넓은 계급적 시야를 갖춘 노동조합으로서 발전하여갔다. 이에 앞서 다지라인 이전의 전후 노동운동에서는 주지하다시피 패전을 계기로 중소기업을 포함하여 노도와 같이 노동조합의 조직화가 이루어졌다. 따라서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가 새롭게 문제되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1949년 6월 현재 노동조합의 조직화율이 전후최고의 55.8%를 기록하고 있었던 것으로부터도 추측해볼 수 있다. (2000년 6월 현재의 조직화율은 21.5%)
2) 일본자본주의의 '이중구조'와 임시공·사외공 문제
1950년대로부터 70년대 전반까지 경제 고도성장기에는 일본자본주의의 이중구조, 노동의 차별적 체계가 만들어져 간다. 이는 첫째, 독점대기업에서 중견기업, 중소·영세기업에 이르는 계열, 하청지배로 이루어진 피라미드형의 기업규모별 임금체계와 둘째, 이러한 종단적 차별노동의 편성과 함께 각 기업계층별로 본공, 임시공, 사외공, 일용직 등 고용형태가 서로 다른 노동의 차별적 편성으로 이루어진다.
다지라인 하의 대량해고와 빨갱이 숙청에 의해 노동운동의 주도권은 산별회의로부터 점령군에 의해 결성되어진 총평으로 옮겨진다. 그러나 총평의 이른바 '닭으로부터 집오리로'의 변신과정을 통해 고용에 있어 '이중구조의 타파'가 그 자체로 의식되어, 중소기업 노동자의 조직화와 임시공의 본공화 요구등이 과제로서 등장하게 되었다.
우선 임시공의 본공화 요구투쟁에 대해 살펴보면 팔?제철현업노동조합(조인부에서 팔?제철지용이 된 임시공들의 노동조합)의 경우와 같이 임시공, 사외공의 전국적 결집을 호소하여 결국 본공화를 쟁취한 경우가 있다. 또한 희망적인 사례로서 미츠비시 나가사키 조선의 경우와 같이 본공조합이 임시공의 본공화를 주요요구로 내세워 투쟁한 경우도 나타났다. 임시공제도는 50년대를 통해 도입되어 60년대에 들어서면 사외공 제도(공장내 청부)가 확산되지만 이러한 무권리의 차별노동에 대해 '기업별노동조합'운동은 거의 효과적인 대응책을 세워내지 못해왔다.
3) 중소기업 오르그 제도와 노동조합
그러나 기업별노동조합운동의 범위 내에 있었지만 1950년대 총평이 전투성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미조직의 중소기업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위해, 총평의 예산과 조합원의 대중투쟁을 통해 '중소오르그제도'가 설치되어 상당한 성과를 올렸던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한 조직화의 결과가 바로 '합동노조'이다. 합동노조는 중소기업의 미조직 노동자를 기업을 넘어 횡단적으로 조직하는 개인가맹의 노동조합으로 지역별로 조직되었다. 더우기 이러한 합동노조 방식은 개인가맹만으로 제한되지 않고 기업별조합으로서의 가입도 허용되었다. 이러한 합동노조 방식을 통한 조직화는 획기적인 것으로서 합동노조의 전국조직인 총평전국일반은 56년 7만2천명, 63년에는 9만6천명으로 증가하였으며 총평전국일반 이외의 합동노조까지 추산하면 15만3천명에 달하는 노동자를 포괄했다.
그러나 그후 6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쳐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 합동노조의 조직화는 순조롭게 지속되지 못했다. 총평 내의 민간단산을 주도하는 대기업노조에서 강력해진 노자협조 조류와 기업의 고용확대에 따라 자동적으로 발생한 조합원의 증가는 총평의 중소오르그제도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켜 그 규모도 축소되었다. 전국일반 역시 60년대와 70년대 조직 내에서 정당과 노동조합의 관계, 정당지지 자유의 문제를 둘러싸고 지방조직의 분열이 증대하여 조직확대의 정체상황이 나타났다.
60년대 중순부터는 합동노조 방식과는 별도로 산업의 테두리를 정해 개인가맹을 원칙으로 하는 산업별 개인가맹에 의한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가 시도되었으나 이것은 성공하지 못하였다. 기업별조합의 조직적 약점을 의식한 나머지 산별중앙조직을 갖지않고 지역노련의 협력도 결여한 채, 기업별조합이 실제로 수행하고 있던 역할을 제대로 평가함없이 기계적으로 산업별개인가맹의 조직원칙을 시도하는 것으로는 자본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의 단결과 교섭력을 확보할 수 없었던 것이다.
4) 일반조합-전건총련(全建總連), 건설일반, 운수일반
그러나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쳐 조직화의 유력한 형태가 다시 확인된다. 지역에서 직업별 조합의 급속한 확대를 기반으로하여 그 전국적 결집을 시도한 전건총련이 있고 또한 건설일반, 전일자로(全日自勞), 운수일반 등의 일반조합이라는 형태로의 조직화활동이 존재한다.
전건총련은 1961년 이래 지역별로 건설직 및 건설노동자의 임금, 공사단가를 인상하고 일용건강보험, 연금, 공제 등의 횡단적 투쟁을 기초로 업종별 지역조직의 전국적 단결을 시도하는 형태를 취하여 경이적인 조직화를 진전시켰다. 이렇게 80년대 도쿄토건은 노동자, 건설직의 거주지로부터 조직을 통해 10만명을 초과하여 도쿄의 건설산업현장노동자의 약 25%, 매장종업원의 약 45%를 조직화하였다. 도쿄, 사이타마, 치바, 카나가와 등 수도권에서는 20만 규모의 조직을 형성하였다.(2000년 6월 현재 전건총련은 70만이다)
건설일반, 전일자로는 공공취로사업의 노동자를 주력으로 하여왔지만, 실업대책의 중단이라는 공격에 대항하여 새로운 조직방침을 확립하였다. 즉 '건설산업을 주축으로 하되 업종중심으로 가는' 전건총련의 경험을 참작하여 업종, 직종부회(部會)를 설치하여, 각 업종부회별로 방침을 갖고 그 나름의 조직화를 전개했다. 이러한 업종, 직종부회는 각각 ①공공건설현장부회 ②종합건설, 설비, 전문공사업부회 ③건축설계부회 ④건설관련3업종부회(건설콘설턴트, 지질조사, 측량) ⑤메인터넌스(maintanence: 관리)부회 ⑥덤프부회 ⑦경쟁부회 ⑧항만, 창고, 운수부회 ⑨사업단부회로 구성된다.
운수일반(전일본운수일반노동조합)은 운수산업을 축으로 하면서도 그것에 인접한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의 노동자도 대상으로 하여 요구의 실정에 응하는 지역별 결집과 함께 업종별, 직종별로도 결집하는 일반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취한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이 조합은 개인가맹을 원칙으로 하지만 반드시 개인가맹만을 고집하지 않고 노동조합의 일괄가맹도 인정하되 단 그 조합이 개인가맹의 지부로 되는 것을 의무로 하는 등 유연한 조직방침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은 지부를 조직단위로 하지만 그 지부는 기업, 사무소 지부, 지역지부, 업종별 지부의 세종류로 나누어진다.
또한 운수일반에서는 업종별부회도 설치되어 있다. 정기노선부회, 트럭부회, 통운·창고부회, 상업부회, 자동차교습소부회 등이 조직되어 각각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5) 파트노동자의 조직화와 지역노동조합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라 할때, 이상에서 본 중소기업노동자, 특정의 업종, 직종 및 전문적 기술노동자와 별개로 비정규고용의 영역 안에 그 다수를 차지하는 파트노동자가 대상으로 떠오른다. 파트노동자는 1960년대 고도성장과 함께 급증, 70년대 후반이래 저성장 시기에도 들어선 다음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1980년 390만명, 1994년 967만명)
파트노동자의 다수는 소매, 상업부문과 음식점, 서비스 부문 등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조직화는 연합산하의 젠센(全纖)동맹, 상업노련, 전노련 산하의 생협노련 등을 중심으로 진전되어 이들의 성과는 주목할만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파트노동자의 조직율은 아직 2%정도에 불과하여 조직화의 과제는 매우 중대하다.
생협노련의 파트노동자 조직율은 전례없는 것으로 90%를 넘으며, 파트노동자 부회로 되어있는 조직상의 한계는 존재하나 각 생협노조, 생협노련의 중요한 구성부분이 되어있으며 전노련의 '파트, 임시노동자연락회'의 주력이기도 하다. 또한 이들은 파트노동자의 지역에 있어서의 업종별 공동행동 등에서도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지역노동조합은 1980년대 초반 새로운 조직화의 형태로 등장하게 된다. 지역노동조합은 일본민주청년동맹 16차 대회(1980년)가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를 지향하는 운동을 제기함으로서 시작되었다. 그것은 '미조직 청년의 조직화는 미조직청년의 요구에 응하여 그 노동조건과 생활향상의 보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계급적 내셔널센터의 확립과 청년의 계급적 결집을 위해서도 불가결의 과제'(1982년 일본민주청년동맹 17차대회 보고)로서 인식되었다.
또한 그 배경에는 1970년대 후반 이래 고도성장이 저성장 시대로 전환한 사정도 있다. 전후 최대의 세계불황(74-75년, 80-83년) 중에 일본경제는 두차례에 걸쳐 감량경영을 진행하였고 또한 ME 합리화를 진척시켜 학졸의 정규채용은 억제되고 청년의 파트, 임시노동자화 경향은 두드러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80년대의 지역노조는 어떤 식으로 발전하였는가? 그리고 21세기 초 미증유의 대실업 시대에 있어, 지역노조에 어떠한 역할이 기대되고 있는가?
4. 새로 결성된 지역노조의 현상과 특질(2) - 노동상담과 조직화, 단체교섭, 리후렛도 등
5. 새로 결성된 지역노조의 현상과 특질(3) - 조직화의 새로운 시도와 원칙적 문제
6. 미조직의 조직화와 지역노조의 현재적 역할
1) 내셔널센터 규모에서의 조직확대의
2) 지역노동조합의 위치와 역할
결론을 대신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