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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규탄한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상시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일부만 적용하고 부당노동행위 조항도 적용하지 않는 근로기준법과 시행령을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근로자 보호의 필요성과 사용자의 법 준수 능력간의 조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는데, 이는 4인 이하 사업장은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이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면 근로기준법을 일부만 적용하거나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것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업장의 영세성과 관리감독의 어려움을 들어 합헌 결정을 내렸던 1999년에서 무려 20년이나 지났지만 헌재의 판결은 한 치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4인이하 사업장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는 임금노동자는 358만 명에 이른다.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10인 이상 사업장 임금의 절반에 불과하며, 사회보험 가입률은 30%를 전후한 낮은 수준이다. 노동조건이 더 나쁘고 열악한 노동자들일수록 정부가 더 많이 권리를 보장해야 하고, 이 노동자들의 보호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노동조건의 최소기준을 정한 근로기준법에서도 이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유로 권리에서 더 배제되고, 그 수가 무려 18%에 이르는 사회가 과연 정상인가.

 

기업의 규모가 작다고 해서 모두가 열악한 노동조건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조건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높은 임대료, 원청의 수탈, 일자리에서 쫓겨나 소상공인이 된 이들의 경쟁체제가 그 원인이다. 영세사업주들이 이런 조건 때문에 근로기준법조차 적용할 수 없을 정도로 한계상황이 되었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 영세사업주를 지원하여 근로기준법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그 피해를 더 어려운 처지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무책임을 정당화했으며,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행정부가 임의로 제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5인 미만 사업장에만 근로기준법 주요 규정을 배제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서, 모든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여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2012년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종사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조건 적용을 배제한 선진국의 입법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확대 적용을 권고했다. 2018년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관련법 적용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제도개선을 위한 테스크포스를 구성”하도록 주문한 바 있다.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멈출 수 없는 흐름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흐름에 역행하는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빌미로 정부의 무책임함이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정부가 가진 행정권력을 통해 지금이라도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한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4인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조항을 확대하라. 특히 연장근로수당과 노동시간에 대한 조항과 부당해고 조항이 적용되지 않음으로써,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삶이 불안정해지는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이 조항들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되도록 고치자. 노동존중은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2019년 4월 17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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