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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위험의 외주화가 죽였다.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즉각 제정하라!

 

 

새해 벽두부터 비정규직 노동자의 중대재해 사망소식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들려왔다.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의 프레스공정 천정크레인 주행모터, 감속기, 휠 베어링 급유 및 유지 보수 작업을 하는 하청업체인 마스타씨스템㈜ 소속의 50대 노동자가 압착기(베일러)에 끼여 숨진 것이다.

재해가 일어났던 1월 3일에는 연휴 마지막 날임에도 전기차 생산라인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시운전 및 청소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재해 노동자는 사고 전날에도 압착기 점검과 청소작업을 수행했는데, 1월 3일 14시 “본사 중역의 시찰이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원청은 재작업을 지시했다.

이처럼 재해 노동자를 비롯한 마스타씨스템 소속 노동자들이 예정에 없던 작업에 긴급 투입되면서 2인1조 작업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당일 안전작업허가서에는 작업인원을 6명으로 보고하고 있는데, 실제 작업에 투입된 인원은 3명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정비․보수 작업 중에는 주전원을 차단하고 끼임 사고 방지를 위해 덮개(방호울)를 설치해야 했지만, 해당 작업은 이러한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무시된 채 이뤄졌다.

 

현장 곳곳에는 언제 어디서나 재발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었다. 비단 이번 사고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재해 노동자가 소속된 마스타씨스템은 현대자동차의 2차 외주하청업체이다. 설비 점검과 보수가 기본업무였지만, 노동자들은 압착기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금속 찌꺼기)을 청소하는 일 또한 수시로 떠안아야 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업무는 1차 사내하청업체의 몫이었고 당시에는 설비 가동을 중지하고 나서 해당 작업을 수행했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조치 없이 수행해야 하는 위험작업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도급비가 없다는 이유로 설비개선 요구를 끝내 묵살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동차공장 내 각종 설비의 정비․보수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프레스공정의 압착기와 컨베이어벨트가 연신 가동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스크랩을 치우거나 급유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는 재해 노동자의 사고경위서에 원청의 지시가 아닌 마스터씨스템 관리자의 관리 소홀로 몰아가 문제를 덮으려 한다. 이는 노동자의 죽음을 개인의 잘못으로 떠넘기고 위험한 작업환경을 사실상 방치하겠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이번 재해는 명백히 현대자동차의 부실한 안전보건관리시스템과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참극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않은 채 생산과 이윤에만 매몰된 현대자동차 원청에 중대재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중대재해가 벌어져도 말단 관리자만 처벌받고 기업이 부담하는 벌금 역시 평균 500만 원 정도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로는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용절감 논리, 생산제일주의를 앞세워 노동자의 생명․안전을 희생시키는 기업을 무겁게 처벌해야만 중대재해의 재발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1월 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은 실질적인 사용자가 처벌받아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누더기법 제정 시도에 맞서 시민사회가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처럼 중대재해를 일으킨 원청기업 법인과 경영책임자, 발주처 등 실질적인 책임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담긴다면, 위험방지 의무와 권한을 가진 이들로 하여금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보다 ‘실질적으로’ 강제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죽음을 깃털처럼 가볍게 여기는 사회의 구조 자체를 이제는 바꾸자. 국회 앞 단식농성 중인 산재피해유가족, 비정규직 노동자, 시민사회 대표자들도 한목소리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원안 훼손 없는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정부여당과 국회는 온전한 법제정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하루 7명, 한해 2,400명이 일터로 나갔다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을 멈출 수 있는 길이다.

 

 

2021년 1월 5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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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정규직 이제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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