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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4|01|2003
2003년 투쟁의 전망과 과제

:: 2003-02-18   조회: 2419

1. 들어가며

2003년 새정권의 등장과 함께 혹자는 희망을 혹자는 절망을 고민하고 있다. 개혁과 서민의 이미지로 등장한 노무현정권은 이미 선거시기부터 많은 국민들로부터 국민이 만든 대통령으로 그 기대는 팽배해져가고 있고, 여전히도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북한의 핵문제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가운데 경제불황의 조짐들은 빠지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노무현 정권이 가져다 주는 불안한 희망의 근거는 무엇일까. 적어도 노무현정권은 이전에 김대중이 못 다한 개혁적 성과를 더 단단히 갖춰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개혁”과 “특권과 차별의 시정”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이 정권의 움직임은 취임을 한 달여 남겨둔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개혁’ 그 자체로 인식된다. 하지만 현재 노동부에서 내놓은 노동정책을 보면 노무현의 개혁이 허구임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어떤 노동자는 60억이 넘는 가압류에 숨이 막혀 죽어갔고, 어떤 사람들은 200억 대박의 꿈에 부풀어 오늘도 복권 한 장에 인생을 거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땅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인생역전은 있을 수 있을까? 인생역전을 위해 눈돌리는 동안 우리의 권리와 우리의 노동은 부식되어만 가고 있는데 내버려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2003년 우리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2. 정세 전망

(1) 정부 /자본동향

① 노동유연화는 확대하고, 차별은 해소한다

1월 17일 미 상공회의소와의 간담회에서 일찍이 유례 없는 연설을 통해 확인된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은 가속화되는 노동유연화의 선언에 다름없었다. DJ시절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노사정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을 조정하여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기구로 이끌겠다는 것이 그 하나요, 경제자유구역에서 의료와 교육을 외국인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노동권은 지키되 노사분규는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하게 배려하겠다고 한 것이 나머지 하나다.
현시기 정권의 노동정책의 핵심은 ‘노동유연화는 확대하고 차별은 해소한다’ 이다. 노동유연화의 경우 미 상공회의소와의 간담회에서 노무현 당선자가 했던■기업들이 해고를 하기 어려우니까 정규직을 안 받아주고 이에 따라 비정규직이 많아진다■는 말을 통해서도 그 면면을 엿볼 수 있듯이 기업을 유연하지 못하게 한 규제가 역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는 식의 논리로 노동유연화를 확산하겠다는 것이고, 포섭의 전략으로서의 차별해소는 차별시정위원회의 흐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노동유연화의 확대 - 노동부 노동정책
노동부에서 내놓은 노동정책의 경우 노동유연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파견노동의 경우 현재 26개의 파견대상 업종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완화하고, 파견기간도 현재 2년 제한에서 더 확대한다, 단시간 노동자의 경우 초과근로시간에 대해 상한선(12시간)을 설정하여 25%의 할증임금 지급, 특수고용직의 경우 노조가 아닌 단체 결성권을 허용해 근무여건을 개선해 나가는 방안 등 DJ정권시절 노사정위에서 내놓은 개악안을 그대로 내놓고 있다. 게다가 노사정위의 경우 과거 김대중정권 시절의 흐지부지함이 아니라 확실한 기반과 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은 노정, 노사 교섭 속에서 산업별 교섭을 전제로 노사정위 결합에 대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노사정위는 과거 김대중 정권 때의 것과는 달리 불참에 따른 사회적 고립화의 전략을 일정 정도 내포하고 있기에 민주노총의 참여여부는 더욱이 신중한 판단을 요하는 것이다.

노동자 포섭의 전략 - 차별시정위원회
이와 함께 등장한 5대 영역의 차별철폐 방안은 DJ의 국가인권위 건설에 버금가는 차별시정위원회의 설치로 그 본질을 드러낸다. 이는 비정규, 장애, 여성, 외국인 노동자, 학력 등의 차별을 없애겠다는 정권의 훌륭한 선처로 들릴지 모르지만, 작년에 투쟁으로 목소리를 냈던 불안정노동자들의 성과가 일정하게 제도로 편입되는 것이요, 미약하나마 노동운동진영에서 세력을 형성해왔던 흐름의 포섭을 통해 소위 불안정노동(자)층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의 다름 아니다. 이들의 포섭과 더불어 정부와 자본은 정규직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노동운동의 일선을 고립화시켜 추락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낼 것이 뻔하다. 이는 결국 확실한 방식으로 노동의 불안정화를 확대 강화하는 것이다. 이미 과도하게 늘어난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보호’라는 미명 하에 합법적이고 제도적으로 고착화시키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하는 것이고, 정규직에 대해서는 공격을 지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정규직 차별해소로 포장된 비정규직을 확대■제도화하는 동시에,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② 노동법 개정의 흐름

현재 2월에 예정된 임시국회에서는 주5일제, 공무원 노동자 단결권, 고용허가제 등이 계류될 전망이다. 주5일제와 공무원노조의 경우 이미 작년부터 계속된 흐름의 연장에서 그대로 지속되거나 하나정도는 내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소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주5일제의 경우 노무현 정권에서는 ‘조기 실시, 임기내 정착■의 기조에 충실하고자 취임 전인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길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도 노무현 정권은 노동시간 단축에 관해 노사간 조정의 여지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 사안이 노동계의 투쟁의 자극제로 이어질 경우 새 정부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회기내 처리를 고집하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무원 노조의 경우 정부는 공무원 노조에 단결권을 부여하되 단체교섭권은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단체행동권은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그 중에서도 가장 초미의 문제가 될만한 이주노동자에 관한 노동정책의 경우에는 현행의 산업연수제도 개선과 고용허가제 도입을 말하고 있다. 산업 연수제도와 관련하여서는 인권침해와 노동착취의 온상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는 있지만, 산업연수생제도를 통해 외국인력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청과 그 부속기관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산업자원부 등의 반대로 고용허가제 실시가 번번이 지연돼 왔으며 지금도 중기청과 중기협의 강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실시에 대해서는 노동부와 인수위측이 입장을 같이하고 있는데, 고용허가제가 당초 산업연수생제의 대안이고 외국인력에 대한 관리를 노동부로 일원화하려는 만큼 노동부도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3. 2003년 투쟁의 방향과 과제

앞서 살펴본 대로 노동유연화와 차별해소의 방안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노사정위 위상변화 등으로 노동을 화려하게 포장한 채 그 내면에는 정규직을 무력화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불안정노동을 한층 고착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드러내는 구체적 상황의 개입과 발언 속에서 그 돌파지점을 찾을 수 있는데2003년도 역시 투쟁의 주체와 현실성, 그리고 몇 년째 지속된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핵심 투쟁의 과제로 “경제자유구역법 반대투쟁”을 매개로 한 파견법 철폐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쟁취 투쟁”이 자리잡아야 되고, 이외에 당면 과제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허가제 쟁취”나 “노동자의 파업권 쟁취” 역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어야 한다.

(1)핵심투쟁

① 경제자유구역법 철회와 파견노동 확대저지/ 파견법 철폐의 지속적 요구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의 속에서 불거져 나올 파견노동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경제자유구역법 자체가 야기하는 자본의 외자유치도 문제지만 이로 인한 파견노동의 확대적용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인수위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파견노동에 대해서는 불법파견 사용사업주 처벌을 강화하고 파견대상 업무와 기간에 대해서는 범위를 넓힌다고 하는데 이는 중간착취의 근본원인인 파견노동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간제 노동의 경우 3년을 초과하는 경우 해고제한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파견법이 2년 단위로 주기적인 해고를 낳은 것에 비춰볼 때 또다시 3년 단위의 주기적인 해고를 낳을 것이다.
게다가 현재 파견노동의 경우 파견법에 따른 주기적 해고와 저임금 등으로 그 투쟁의 주체 형성이 무척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여전히도 정권이 강제하는 비정규노동의 문제이기에 투쟁의 주체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문제로 제기되어야 한다. 그러한 투쟁의 연결고리로 지난해 졸속적으로 통과된 경제자유구역법에 대한 철회 투쟁과 그로 인해 가속화될 파견노동의 확대를 막아내고 궁극적으로 파견법 철폐로 나아가야 한다.
이 투쟁은 경제자유구역법 그 자체로도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보여준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고, 더불어 파견법(그것의 확대 기도와 그 존재 자체가)이 파견노동자라는 해당 주체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임을 공표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②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쟁취 투쟁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문제는 올해도 연초 건설운송노동자의 노동자성 부정한 판결을 통해서도 드러났고, 인수위를 통해 일부 직종에 한해 단결권(노조가 아닌 임의단체)을 보장하고 산재보험 적용 등 극히 제한적인 수준만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자에게 노동3권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가장 최소한의 권리인 것이다. 따라서 온전한 노동권으로의 인정이 아니라 일부만의 적용은 조삼모사와 같은 기만적인 정책에 다름 아니다. 이는 끊임없이 특수고용 노동자를 준근로자라는 형식으로 묶어놨던 흐름의 일종일 뿐 대단한 조처도 아닌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쟁취는 다양한 수위로 공격받고 있다. 준근로자로 묶어두거나 노동자라 해도 근기법상의 적용이냐, 노조법상의 적용이냐, 위와 같이 단결권의 보장 등 일부만의 적용이냐 등등 많은 논란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부분적 인정이 아니라 실질적 노동3권 쟁취로 근기법 적용의 현실화를 만들어야 한다. 현실의 투쟁에서는 노동3권의 문제로 국한될 수 있으나, 이것이 준근로자성으로 정리되지 않고, 궁극적으로 근로기준법 쟁취를 향하여 나아가야 할 것이다.

③ 이주노동자의 노동허가제 쟁취 투쟁

정부가 산업연수제 개정과 고용허가제 도입을 말하고 있는데, 합법화해서 통제■관리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고용허가제가 아니라 노동3권과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결국 노동유연화 확대와 차별금지는 양립하기 힘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동시에 내세우는 것은 노동유연화에 더 기여하는 방식으로 차별금지 조치를 부분적, 제한적 수준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④ 노동자의 파업권 쟁취 - 가압류 문제를 통해 본 노동자 배제의 전략들에 반대하기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의 분신으로 더욱 불거져 나온 가압류의 문제는 단순히 어마어마한 재산을 압류한 악랄함만이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전부터 직접적인 공권력의 행사가 아닌 집회금지 가처분, 업무방해 금지, 직권중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왔던 노동자 통제의 신유형이며 더 나아가 노동자의 파업권을 가로막는 시대의 악법들이다.

(2)중장기적 과제

① 기본적인 노동조건으로서의 건강권과 임금투쟁

이러한 핵심적 투쟁의 배치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투쟁의 배치도 중요하다. 이는 이후 투쟁의 주체를 만들 수 있는 조건과 투쟁의 방향을 만들어 간다는 데에 있어서 놓치지 말고 가야할 부분이다. 이미 이전부터 꾸준하게 기본적인 노동의 조건의 문제로 많은 부분에서 제기되었고, 특히 지난해 근골격계 투쟁과 최저임금 현실화의 문제로 드러난 “건강권”과 “임금투쟁”은 여전히도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권의 내용을 마련하고 확대한다는 데에 그 의미를 가진다. 집단 요양투쟁으로 한정되지 않는 폭넓은 건강권 투쟁이 마련되야 하고, 최저임금 투쟁은 주체의 확보와 최저임근에 해당하는 소수의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임금’을 둘러싼 이데올로기 투쟁으로 그 지반을 확대해야 한다.

② 불안정노동 공동투쟁

지난해 2001년 민중복지한마당과 2002년 불안정노동공동투쟁 등으로 일정정도 문제의식이 드러난 불안정노동 공동투쟁은 좀더 면밀한 과제가 부여되었다. 불안정노동의 다양한 주체의 상황에서 정말 진정한 공동의 투쟁의 요구를 더 면밀히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불안정노동 공동투쟁이 주체의 문제로만 환원되지 않고 전체 노동운동의 문제이고, 노동운동의 올바른 진단과 방향 모색에 나아갈 수 있을지가 더 많이 고민되어야 한다.

③ 여성 노동권의 문제

여성노동권의 경우 역시 그러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것이 현실이지만 친여성정책의 운영으로 일정정도는 정권의 전략에 포섭되기도 하고, 다수의 여성들이 무수히 존재하는 일상의 재생산노동 속에서 자신의 노동을 구체적으로 제기하기 어려운 면에서 (그나마 임노동으로 가시화된 노동력도 평가 절하되거나 대부분의 비정규직의 형태로 생존하기 어려운 지극히 불안정한 상태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일정정도는 주체가 형성되기 어렵거나, 주체가 형성되었어도 현재의 노동운동의 구조상 그 실내용을 담보하기 어려운 측면에 있다. 하지만 여성노동의 경우 (비정규직의 형태로 있는)여성이라는 일부 주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과 노동에 따른 재생산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노동운동 전체의 문제로서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할 과제인 것이다.

3. 맺으며

앞서 2002년의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이 전체 노동운동의 과제로 인식되어야 하는 문제의식을 맹아적 수준으로 제기한 시기라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맹아가 이후 투쟁의 과제와 고민을 더욱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였다는 점에서 2002년 투쟁의 의미가 있고, 또한 그 투쟁이 2003년까지 연결되어 있음에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 2003년은 정말로 준비된 투쟁을 목적의식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시기다. 99년, 00년, 01년을 거쳐 형성된 비정규투쟁의 자발적인 흐름만을 목놓고 기다릴 시기가 아니라 직접 투쟁의 의미를 만들고, 투쟁의 내용을 준비하는 가운데 정규직만으로 국한되거나 아니면 비정규직만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운동의 과제를 만들어 나가는 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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