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자유구역’ - 경제자유구역 ‘법’ 만의 문제가 아니다
◦ 오는 7월이면 경제자유구역법이 시행된다. 재정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법 시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시행령 마련작업을 하고 있고, 4월 안에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을 발족시킬 계획이다. 지난 3월 27일 발표된 '새정부의 경제운용방향'에서는 인천공항, 부산, 광양항 등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민중운동진영의 거센 저항에 부딪쳤던 경제자유구역법이 막상 통과된 이후에는 시행을 눈 앞에 두고도 별다른 저항에 부딪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우선 이미 법이 통과된 마당에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좌절감이 깊이 깔려 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의 문제를 몇몇 예정 지역만의 문제로 사고하거나, 경제자유구역법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개입하면 된다는 발상도 깔려 있다. 작년에 잠시 경제자유구역법에서 노동관련 조항이 삭제될 것이라는 예측이 전해지면서 노동운동진영이 경제자유구역법에 대한 투쟁의 고삐를 놓쳤던 경험을 평가해 보자. 공통적으로 깔려 있는 것은 경제자유구역의 문제를 경제자유구역‘법’의 몇몇 조항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의 문제점은 보다 근본적으로 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구상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2.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구상의 본질과 문제점
◦ ‘경제자유구역’의 문제는 김대중 정권의 ‘동북아비즈니스 중심국가 건설’ 구상을 계승한 노무현정권의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 구상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이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법 철폐투쟁은 단지 하나의 법을 폐지하는 투쟁이 아니라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적 국가전략에 파열구를 내는 투쟁으로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노무현정권이 발표한 동북아중심국가 건설방안은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물류중심지화, 비즈니스거점화, 첨단기술산업 클러스터(집적단지) 조성 등이다. 물류중심지화 계획이란 인천공항, 부산항■광양항 확충을 통해 동북아 중심공항 및 항만으로 개발한다는 것으로, 중장기적으로는 남북철도 연결을 통한 유라시아대륙과의 연계를 추진한다는 구상이 부가된다. 비즈니스거점화 계획이란 각종 기업서비스와 국제금융관련 서비스를 갖춘 기업■금융 비즈니스 센터를 건설하여, 초민족적자본의 동북아지역 지■본사와 금융기관을 유치한다는 것이 그 요체이다. 이를 위해 서울 상암동, 인천, 신부산, 광양 등을 경제자유지역으로 지정하고, 초민족적자본의 활동에 지장이 없는 각종의 경영, 생활환경을 갖추는 것이 일차적이다. 김대중 정권의 동북아비즈니스 중심국가 건설방안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물류■비즈니스 거점화를 이루기 위한 중간단계로서 국내재벌의 첨단기술산업(IT산업)을 경제자유구역에 끌어들여 외자유치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 첨가된 것이다(이른바 “IT=>물류=>금융의 단계적 접근방안”). 이는 재벌 측이 끈질기게 제기해온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의식하고 또한 현실적으로 재벌기업을 매개로 하지 않고 외자유치가 어렵다는 판단에도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역균형발전’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역산업의 고도화”, “경제자유구역의 효과의 인근지역으로의 파급”을 설득하기 위한 방향으로 보인다.
◦ 동북아중심국가 건설구상은 1995년 김영삼 정권의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수립과정에서 논의가 시작되어, 2001년 하반기 재계가 적극 제기한 내용을 2002년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에서 받아들이면서부터 탄력이 붙기 시작하여 2002년 7월 24일 ■동북아비즈니스중심국가 실현방안 발표■, 8월 ■경제특별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안 입법예고■를 거쳐 11월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의 국회 통과로 이어졌다.
동북아중심국가 구상이 가지고 있는 국가전략의 핵심은 이전 시기의 국가차원의 중화학■수출주도형 발전계획, 산업정책을 포기하는 대신 1980년대 이후 남미의 구조조정프로그램과 동일하게 ‘자본유치형 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한 것이다. “자동차■철강■조선에서 동북아거점으로!”라는 노무현정권의 구호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수출지향형 중공업을 대신하여 동북아 부품 및 중간재 공급기지화, 동북아 R&D 센터화, IT/BT/NT 등의 첨단기술산업 유치, 회계■법률■경영컨설팅■광고업 등 각종 기업서비스업 육성, 동북아 금융중심지화 등의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결국 동북아플랜이 지향하는 것은 싱가포르, 홍콩과 마찬가지로 국내 산업과의 연관성을 상실한 채 초국적자본의 네트워크에 편입된 특정 자본, 특정 지역을 육성하여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인데, 단지 중국과 인접해있다는 지정학적 이점만으로 초국적자본의 동북아거점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할 뿐 아니라, 설령 성공한다 해도 특정 자본, 특정 지역의 성장이 국내 다른 지역■산업으로 확산되지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무현정권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자본운동 및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완화(자유화)와 노동 유연화 전략이 핵심이다. 또한 노무현정권은 금융■외환시장의 수준을 2007년까지 OECD수준 자유화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짧게 잡아도 동북아중심국가 계획이 집중 시행되는 2010년까지 노동자■민중의 권리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이 계속될 뿐 아니라, 한국경제의 불안정성도 한층 더 심화될 것이다.
◦ 김대중 정부는 IMF경제위기 속에서 ‘외자유치’를 경제정책의 잣대로 삼았을 뿐 아니라 기업■금융개방을 통해 초국적자본에 종속되는 것을 경제위기극복의 처방으로 고집해 왔다. 이에 따라 1998년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제정되었고, 외국인이 주식을 10%이상 소유하고 5000만원 이상만 투자하면 ‘외국인투자기업’이 되고 5000만 달러 이상만 투자하면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선정되어 각종 특혜를 누리도록 했다. 이나마도 계속 완화되어 이미 개발이 완료된 산업단지를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하는 경우는 3000만 달러 이상, 관광사업의 경우는 2000만 달러 이상만 투자하면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선정된다.
정권은 ‘외자유치’만이 살 길이라고 선전하지만, 막상 그것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산업자원부가 2001년 잠정 집계한 외국인 직접투자(신고기준)는 3424건, 118억 7천만 달러이다. 수치로만 보면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1997년 이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600억 달러의 외국인투자가 들어왔고, 2001년 말 현재 국내 외국인투자기업수는 1만개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 중에서 공장을 짓고 신규고용을 창출하는 투자는, 한국휴렛팩커드 등의 자본증액 같은 예를 합쳐도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는 헐값에 나온 국내기업을 사거나 지분을 인수하였다가 다시 되파는 주식투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외자유치 가운데는 국내 자금이 해외 조세피난처의 역외펀드를 통해 들어오거나, 외국의 투기자본에 담보를 제공하고 들여오는 사실상 '해외차입'인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외자유치’란 것이 초국적금융자본이나 이에 편입된 국내재벌기업의 투기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투기자본이 아닌 경우에도 신규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장시간노동의 착취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GM의 대우차인수의 예처럼 국내기업을 하청기지화 하거나 극단적인 노동의 불안정화를 추구한다. 심지어는 여수공단의 바스프공장의 예처럼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지정돼 약 1천억의 국세를 감면 받으면서 안전을 무시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독가스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3. 가시화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 그 본질과 문제점
◦ ‘동북아 비즈니스 거점지역’으로서의 경제자유구역은 “기업 경영 및 생활환경을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명목 아래 자본에게 엄청난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 노동자의 기본권리 박탈
- 월차휴가 폐지, 주휴■생리휴가 무급화(법 제17조 제4항)
-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친 전문업종에 관해 파견허용업무■허용기간 확대(법 제17조 제5항)
- 단체행동권 제한(법 제19조)
- 장애인, 고령자 의무고용 회피(법 제17조 제1항)
■ 환경규제에 관한 법률들 면제
- 환경관련법률 34개의 법률에 근거한 인허가를 생략할 수 있게 하여 사실상 규제폐기
- 환경관련부담금 감면
■ 조세징수권의 사실상 포기
- 개발사업자에게 법인세, 소득세, 관세,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 감면(법 제15조 제1항)
- 외국인투자기업의 국세■지방세 감면, 국■공유재산의 임대료 감면
◦ 정부는 경제자유구역법 제정 이전에도 수많은 외국인투자촉진제도를 만들어 왔다. 외국인기업전용단지(1994), 외국인투자지역(1998), 기존의 수출자유지역을 개편한 자유무역지역(2000), 관세자유지역(2000), 제주국제자유도시(2002) 등이 그것이다. 특성을 비교해보면 외국기업전용단지, 자유무역지역, 관세자유지역 등이 입지 및 세제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반면, 제주국제도시, 경제자유구역 등은 입지, 노동, 행정, 교육, 준조세 등의 더욱 폭넓은 분야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표1> 외국인투자촉진제도 비교(별첨)
이처럼 유사한 외국인투자촉진제도의 난립에 대해서는 정부와 자본도 제도상의 혼란과 실효성 초래를 우려하고 있다. 일례로 1998년에 조성된 대불공단은 주변산업의 미비와 인프라 부족으로 2001년 3월까지 입주업체가 7곳에 불과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자본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존의 유사제도들에서의 규제완화수준을 경제자유구역 수준으로 높이고 전국을 경제자유구역화 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전경련, 2002). 동시에 자본은 입주기업의 국적을 불문하고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경제자유구역의 본질이라고 공공연히 제기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 2002)
◦ 올 하반기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예정되는 지역은 수도권(상암동 17만 평 등), 경기, 인천(5,798만 평), 광양(653만 평~1,848만 평), 부산■진해권(2,524만 평) 등이다. 이 중 인천, 광양, 부산은 주로 국제항만■국제공항 등 물류집적지를 지향하고, 수도권은 금융비즈니스 중심지를 지향하는 것 같다. 이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수도권과 인천이 될 것이다. 부산■진해와 광양의 경우 구체적 실현방안이 없다는 것이 용역연구기관인 서울대 공학연구소의 지적이기도 하다. 또 광양■전남지역은 이미 대규모 산업단지의 공급초과상태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각 지자체가 경제자유구역설치와 관련하여 기능중복이 심각하며, 투자재원 마련계획의 불투명성도 지적하고 있다. 실제 각 지자체가 내놓은 개발계획서를 살펴보면, 물류, IT 등의 집적을 위한 개발규모보다도 관광위락시설의 개발규모가 훨씬 크게 잡혀 있기도 하다. 그래서 부산 범대위의 경우 실제 경제자유구역이라는 것이 건설경기를 활성화시켜서 지역경기를 살리려는 계획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 (정부시안)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 2002. 7. 29
* (재경부■부산시■경남도■전남도 공동용역) 서울대 공학연구소, ■부산■진해 및 광양 인근지역 경제특구 개발방안■ 중간보고서, 2002. 11
◦ 인천
- 영종■용유■무의지역(공항지원■항공물류■관광■레저단지), 송도 신도시(국제업무■지식기반산업 중심지), 김포 매립지(위락■국제금융단지), 고양(관광■숙박■전시단지) 등을 개발 계획
◦ 부산
- 부산시 1278만평, 경남 1153만평, 신항만 93만평 등 부산■진해권의 2524만평을 국제물류■첨단산업지원기능 수행하는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 계획
명지지구, 신호배후지구, 신호산업단지, 가주지구 등을 1단계로 개발(공동용역보고서)
◦ 광양
- 광양항을 대중국■동북아 환적화물 중심의 해양물류거점으로 육성
- 지자체에서는 광양항 배후지역과 율촌 산업단지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 계획
- 용역보고서에서는 산업단지를 배제한 653만 평 지정 의견
■ 경기도의 경제자유구역 사업계획
- 노무현 당선자 지방순회국정토론회에서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도까지 확대할 것 요구
(인천공항~송도~시흥~평택항으로 이어지는 서해안 물류축/ 인천공항~김포매립지~고양~파주로 이어지는 남북 물류축)
관세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법정 요건 갖추어 나갈 계획
평택항 배후지를 복합물류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평택시 포승면■청북면 일원 588만평에 대한 도시계획(2016년까지 조성) 수립중
- 2002. 12~2003. 6 도내 경제자유구역 지정 타당성에 관한 연구용역 추진
: 도내 경제자유구역 지정 여부, 대상지역 선정 및 추진방안
: 인천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따른 연계 개발전략
- 2003. 7~8월 중 경제자유구역 지정신청
: 공청회 등 여론수렴절차 거쳐 지정 신청
■ 서울시
- 상암동 DMC(디지털 미디어 시티) 경제자유구역 지정 건의서 제출(2003년 3월)
: 면적(17만 평)/ 사업기간(2002. 5~ 2010)
: 유치업종 - 방송, 게임, 영화/애니메이션, 음악, 사이버교육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제작하는 산업,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소비하는 산업, 소프트웨어 및 IT관련 서비스업, IT 제조업
◦ 동북아중심국가건설의 방안으로서의 경제자유구역법은 출발부터 ‘전국화’를 목표로 한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 제정추진과정에서 연구용역을 맡았던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의 개념적 특징은 “세계적 경쟁력 추구, 기업국적 불문, 국가차원 추진”을 내용으로 하고, “1국 2체제로 출발해서 전국으로 확산”, “2010년 이후 특구내 기준의 전국화”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미 인수위 논의 및 노무현 당선자의 지역순회토론회를 통해 ■경제자유구역의 전국화, ■경제자유구역에 국내재벌 참여 허용과 외국기업과 동등한 특혜 부여, ■제조업■서비스업 전반에 파견제 확대, ■경제자유구역내 단체행동권 제한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절차와 적용지역을 보면 전국의 대규모 경제권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시도지사의 요청에 따라 재정경제부장관이 지정한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재정경제부장관이 시도지사의 동의를 얻어 지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법 제4조).
경제자유구역 지정시에는 국제공항■국제항만■광역교통망■정보통신망■용수■전력 등 기반시설의 공급수준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법 제5조). 그러나 첫째, 우리나라에서 국제공항은 인천, 김해, 제주, 청주, 대구, 광주, 양양, 김포(예비국제공항) 등 8개로 전국의 주요도시를 거의 포괄하고 있다. 게다가 필요하면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기존 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지정하면 그만이다. 둘째, 국제항만 규정도 전국의 주요 항만을 대부분 포괄한다. 국제항만이란 항만법에 정해진 무역항을 가리키는데, 현재 무역항으로 지정된 항만만 무려 28개로 주요 항만도시가 모두 해당된다. 셋째, 국제공항과 국제항만이 포괄하는 지역의 범위가 불분명하다. 이미 재정경제부 자료에서도 항만지역, 인근지역, 연계지역 등이 언급되어 경제자유구역의 확대는 무한히 열려 있는 상황이다.
◦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르면 사실상 대부분의 국내기업이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이 적용되는 대상인 외국인투자기업이란 외국인투자촉진법(제2조 제1항 제6호)에 규정된 ‘외국투자자가 출자한 기업’을 가리킨다. 이 때 외국인투자기업은 전체 주식의 10% 이상을 소유한 기업을 가리킨다. 또한 외국인 주식지분이 10% 미만일지라도 ‘1년 이상의 기간동안 원자재 또는 제품을 납품하거나 구매하는 계약, 혹은 기술의 제공■도입 또는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은 기업은 모두 외국인투자기업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미 국내 상장기업 주식의 35% 이상이 외국인 소유로 넘어간 상태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기업은 이 법안에서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인정받게된다. 설상 국내인이 100%지분을 가진 기업일지라도 극소수 지분을 외국인에게 양도함으로써 손쉽게 외국인투자기업이 될 수 있다. 결국 법에서 규정한 외국인투자기업은 사실상 국내의 모든 기업을 포괄할 수 있다.
◦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이외에도 수많은 ‘특구’ 개발계획을 천명하고 있다. 일례로 재경부에서는 일본의 ‘구조개혁특구’를 모방하여,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지역별 특성에 맞는 특구를 구상해 제안하면 중앙정부가 타당성을 검토한 후 필요한 지원책을 제공함으로써 내■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내외경제 2003.3.25자). 규제완화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되 지역별 자본의 요구에 맞게 유연화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지자체의 특구 수요에 맞추어 ‘연구개발특구’, ‘관광특구’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도 재경부 업무보고에 포함되었다. 과학기술부는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시■도별로 과학기술특구를 선정하여 경제자유구역에 준하는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경제자유구역은 전국을 특구화 하는 시발점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 WTO 개방의 실질적 선시행 효과
경제자유구역법은 외국자본이 지정 구역내에 초■중등 및 대학교(원)를 세울 수 있고, 외국인 교원 임용은 물론 내국인의 입학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해당 학교에 대해 국가 및 지자체가 부지 및 학교 건축■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 또한 외국 의료자본이 의료기관과 약국을 설립할 수 있으며 이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는 초국적자본이 경제자유구역을 발판으로 국내 교육■의료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WTO 제4차 각료회의의 결과로 서비스부문이 2005년 1월 이후에 개방될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경제자유구역은 공공서비스부문 시장개방의 실질적 선시행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교육■의료시설들은 고소득 내국인의 의료■교육기관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교육의 서열화와 민간의료보험 도입이 더욱 촉진될 것이다.
◦ 김대중 정권에서 노무현정권으로 이어지고 있는 외자유치,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련의 법제정들은 한국경제를 초국적금융자본들의 투기장으로 만들거나 이에 종속된 하청기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이 노동자대중에게 의미하는 바는 극단적인 불안정성으로의 편입과 함께, 제3세계간 저임금장시간노동의 출혈적 경쟁(소위 "바닥을 향한 경쟁")에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번 경제자유구역법에 근기법 일부조항 및 파견법에 대한 면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단순히 '외국기업에 대한 특혜'의 문제로서만 바라볼 수 없는 심각성을 갖고 있다. 이미 1970년대 이래의 수출자유무역지대에서는 노동3권을 비롯한 노동법이 무시된 채 극단적 착취가 이루어졌던 경험이 있다. 1998년의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 당시에도 정부는 외국인투자지역에 입주하는 기업에는 모두 노동법상의 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여 노동3권을 제한하려 한 바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이 시행된다면 전국적으로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이 적용되지 않는 '자본의 특구'가 확산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외국인투자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역외펀드로 들어오는 재벌기업에게도 동일하게 법적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근로기준법 일부와 파견법 일부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반노동적 시도는 '트로이의 목마'가 되어 노동관계법 전반에 대한 공세로 확대될 것이다.
4. 경제자유구역 폐기 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 결국 경제자유구역 폐기 투쟁은 단지 경제자유구역법 시행 과정에 개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경제자유구역법 철폐를 내걸고 노무현정권의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방안의 반민중성을 선전■선동하고 광범위한 민중적 저항을 조직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미 투쟁을 벌이고 있는 교육개방저지 공투본 등 WTO협상■개방에 맞서는 농민, 교육, 의료 부문의 주체들과 공동투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2002년 경제특구법 저지 투쟁과정에서 주체가 되지 못했던 정규직 노조, 산별연맹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선전■조직해야 한다.
◦ 경제자유구역 폐기투쟁은 예정 지역만의 고립■산발적 투쟁이 되지 않고,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구상의 반민중성을 폭로하는 가운데 배치되어야 한다. 선전■선동의 핵심은 1) 외자유치를 빌미로 한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에 대한 규제완화의 문제점, 2) 지역발전 명목으로 전국에 걸쳐 초국적자본■재벌 특구화, 3) 난개발로 인한 부동산가 상승, 의료■교육 등 공공서비스의 시장화에 따른 민중의 권리 파괴, 4) 전반적인 노동권 박탈의 전초전 등이 되어야 한다.
◦ 경제자유구역 폐기를 위한 대중적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서라도 상반기에 경제자유구역이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모든 투쟁의 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일례로 노무현정권은 경제자유구역을 전국화하고, 경제자유구역내에서 파견제를 전문직종 뿐 아니라 제조업■서비스업 전반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2003년 상반기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파견제 확대가 가시화될 가능성 있다.
◦ 현재 구체적인 투쟁이 준비되고 있는 곳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예정 지역으로, 부산의 경우 민주노총 부산본부 내 투쟁기획단이 구성되었고 ‘경제자유구역법 폐기와 부산시지정반대를 위한 부산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내부워크샵(2/27) 등 교육■선전사업 진행. 경기도의 경우 민주노총 경기본부에 투쟁본부를 구성하고 ‘신자유주의 반대 경제특구 저지 경기지역대책위’를 구성. 정책토론회(4/3)와 선전■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서울, 인천, 부산, 광양 등 지자체는 상반기 중에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경제자유구역 지정신청을 할 것인데, 지역에서 경제자유구역 지정반대의 움직임을 광범위하게 조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차원의 투쟁을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전국적 투쟁으로 만들 수 있는 계획과 투쟁의 구심을 설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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