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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7|05|2003
"경제자유구역, 서울도 예외 아니다"

:: 2003-06-12   조회: 3394

오는 7월 1일로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경제자유구역, 소위 '경제특구'는 일단 인천, 부산, 광양만이 유력 후보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각 지방자치체에서 경제활성화라는 막연한 기대로 경제자유구역 유치를 앞다투어 요청하고 있는가 하면 정부의 방침도 오락가락하고 있어, 전국적인 반대 투쟁과 함께 각 지역에서도 꾸준한 경계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현 이명박 서울시장은 경제자유구역 유치에 대해 비교적 일관된 의지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초 서울시 산업국이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2003년 주요업무 보고자료에 따르면, "경제활성화로 활기찬 서울"을 기치로 하여 서울의 산업정책 방향을 ▲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도시로 조성, ▲ 미래

지향적이고 경쟁력 있는 산업기반 구축, ▲ 기업하기 편리한 도시환경 조성, ▲ 안정된 시민생활경제 기반 확립 등 4가지로 잡고 있다. 이 중 앞의 세 가지가 외국인 투자활성화와 기업 지원에 해당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중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서의 한국, 그 중에서도 금융중심지로의 서울을 육성해나가기 위한 방안이 여러 가지로 제시되고 있는데, 서울이 동경, 홍콩, 싱가포르 등에 비교하여 외국투자자 입장에서 경쟁력과 비교우위를 갖도록 집중 개발하고 도심(청계천복원지역),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시티), 여의도(증권시장)를 삼각축으로 잇는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고 또 세제 등 규제완화와 같은 제도정비와 투자환경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정부 차원의 지원사항들을 요청하고 있다. 서울이 동북아 금융중심지로 육성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것, 외국인 투자활성화를 위한 세제혜택을 확대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할 것, 외국인 생활환경 개선, 그리고 "상암동 DMC를 포함한 서울 특정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지난 2월 6일 서울시장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국정토론회에 참석하여 건의했고, 이후 재정경제부에 정식으로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시티)는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차로 2-3분 거리에 위치한 17만 2천여 평의 부지에 조성할 첨단산업기지를 이르는 말이다. 고건 행정부 때 계획이 수립되어 지난 2002년 5월부터는 부지조성과 입주업체 유치가 시작되고 있다. 이 단지에는 방송, 게임, 영화/애니메이션, 음악, 사이버교육 등의 5대 핵심산업과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소비하는 산업, IT관련 서비스, 제조업 등을 유치할 예정이며, 국제비즈니스센터, 외국인학교·병원 등의 편의시설, 외국연구기관과 외국기업 등도 유치 계획되고 있다. 이미 KBS미디어, 팬택 등이 용지계약을 체결했고 한독산학협동단지 등의 입주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가 특히 DMC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추천하며 내세우는 논리는 ▲ DMC는 기반시설 개발 완료로 경제자유구역지정에 따른 중앙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요구되지 않으며, ▲ 규모

가 작고 개발이 이미 완료된 DMC를 시범 지정함으로써 부산, 인천, 광양 등 대단지 경제자유구역 지정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예방하고 ▲ 인천공항과의 용이한 접근성으로 타지역에 비해 지정효과 크고 ▲ DMC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따른 장점을 다른 지역에 파급시키는 모델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 등이다.
한편 이에 대한 재정경제부의 의견은 일단 부정적인 편인데, 그 이유로 ▲ 경제자유구역은 배후에 국제공항이나 항만을 끼고 있는 대규모 미개발지역 지정이 바람직하고 ▲ 면적이 2천만 평 이상, 공항·항만과 인접한 부산, 인천, 광양을 우선지정 대상으로 고려 중이며 ▲ DMC 면적이 너무 적고 개발이 완료된 지역이므로 경제자유구역 지정 실익이 없다는 것과 함께 ▲ DMC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경우 이와 유사한 조건으로 타 자치단체에서 과다하게 지정요구를 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경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상암동 DMC의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계속 추진할 뜻을 보이고 있다. 만약 서울시가 그 바람대로 DMC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는데 성공한다면 재경부의 말처럼 전국 자치단체의 유사지역들도 경제자유구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비정규직 비율이 매우 높은 방송, IT 등 첨단산업 노동자들의 파견근로 확대와 근로조건의 저하를 막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서울 노동자들의 고용조건 동반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점이 더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통과된 경제자유구역 법안이 경제특별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 입주한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월차유급휴가·유급생리휴가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며, 파견법에 명시된 근로자 파견 대상 업무 제한과 파견기간 제한을 지키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등 노동권을 심각히 침해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또한 DMC 내에 계획되고 있는 외국인학교, 외국인병원 등의 시설은 교육과 의료 서비스 시장의 우회적 개방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서울의 신흥 도심이 노예특구, 식민특구가 된다면 그 제도적·문화적 효과는 서울시가 삼각축으로 함께 꼽고 있는 청계천 일대와 여의도는 물론 서울 전역으

로 슬금슬금 퍼져나갈 것이다. 한국의 수도이자 경제적 측면으로도 중심인 서울이 사실상의 경제자유구역화된다면 그 의미는 부연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최근 정부가 보이고 있는 유동적 입장은 우리의 주의를 더욱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소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는 경제자유구역에 부여되는 세제 등 각종 혜택이 외국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가장 적절한 수단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히면서, 자유구역 지정은 인천·부산· 광양 등에 최소한으로 하고 대신, 자유구역 외 각종 특별구역제도를 통합 운영하면서 부여될 혜택을 구역 특성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인센티브 총량제' 의 도입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이 말은 경제자유구역을 제한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이와 유사한 특별구역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확대하겠다는 의미도 된다. 즉, 서울의 경우 경제자유구역이 아니더라도 외국인 투자유치와 경제활동 지원을 위한 조치의 제도화가 다각적으로 모색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경제자유구역이든 서울시의 동북아 금융중심지 육성 계획이든 그것이 일단 법제도를 통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고 때문에 이를 저지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법제도가 저지되거나 변경되더라도 이러한 구상을 추진하는 동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그것은 금융자유화와 외국투자자의 권한 강화, 노동유연화라는 막무가내의 이데올로기이자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외의 카르텔이다.
때문에 지역에서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지정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적으로 전개해야 하지만, 서울 혹은 다른 어떤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에서 제외되었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니다. 경제자유구역이 아니더라도 이에 준하는 효과를 갖는 제도화가 추진될 수도 있고, 외국인 투자유치와 노동 유연화라는 논리는 모든 수단을 통하여 스스로의 관철과 확대를 도모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국 수준에서의 투쟁전선 구축과 함께 지역에서의 구체적인 감시, 대항투쟁의 조직화가 긴요한 이유가 있다.
먼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DMC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내용이 갖는 문제점들을 조사하고 공박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서울시의 경제활성화 전략에 내재해 있는 노동 배제, 노동 공격의 다각적 요소들을 여러 차원에서 견제하고 문제제기하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현우 | 민주노동당 서울시지부 정책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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