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결은 노동계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근로자파견법'이라 한다)의 문제점을 드러낸 최초의 판결이다. 그 동안 노동위원회 차원에서 몇몇 사건이 다투어졌지만 법원의 판결로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이 판결은 앞으로 파견근로자의 법적 지위에 관한 중요한 선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판결의 대상이 된 사건은 근로자파견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1998년 정부는 근로자파견제의 합법화를 반대하는 노동계에게 오히려 입법을 해야 파견근로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리고 제6조 제3항에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여 정규근로자를 파견근로자로 대체하거나 파견근로자를 상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조항을 포함시켰다. 그런데 근로자파견법의 시행이후 파견기간 2년이 다가오자 이러한 직접고용 간주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사업주는 파견사업주에게 파견근로자를 교체해 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였다.
그런데 파견사업의 관리감독자인 노동부는 직접고용 간주규정의 적용대상을 '동일한'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로 한정하여 중간에 파견근로자를 교체한다면 파견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하였다.2)
이로서 2년마다 근로자를 교체한다면 기업의 통상적이고 영속적인 업무라도 영구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 정규직의 파견직화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다는 조항이 도리어 2년마다의 주기적 해고를 가져온 것이다.3)
이 사건을 포함하여 한국방송공사 등 우리 나라 대표적인 방송사들은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파견사업주인 렌트카업체를 통해 운전직 근로자들을 그것도 이중 파견 형태로 사용해 왔는데, 2000년 6월 30일로 근로자파견법 시행 2년이 되자 이 법의 직접고용 간주조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2년 이상 근무한 파견근로자들만을 교체하여 파견사업주를 통해 해고토록 하였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는 새로운 파견근로자들을 공급받아 사용하였다. 일부 방송사들의 경우에는 공통된 파견사업주 소속의 파견근로자들을 서로 맞교환하는 방법으로 이 규정을 회피하는 탈법수단을 이용하기도 하였다.4) 이에 대해 해고된 파견근로자들은 사용사업주인 한국방송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5)은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Ⅱ. 사건의 개요
1. 사실관계
1) 원고 X1∼X20은 방송차량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로서 처음에는 원고들 전부가 소외 주식회사 대한카도크센타에 고용되는 형식을 빌어 소외 주식회사 대한렌트카에 파견된 후, 다시 위 대한렌트카와 피고 한국방송공사 사이의 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파견되고, 나중에는 원고들 중 X1∼X6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소외 주식회사 백산주택종합관리에 고용되는 형식을 빌어 소외 주식회사 대한통운렌트카에 파견된 후, 다시 위 대한통운렌트카와 피고 사이의 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파견되는, 이른바 이중파견의 형식에 따라 근무하였다.
2) 한국방송공사는 1995. 1. 12.경 대한렌트카와 '렌트카 및 운전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대한렌트카로부터 방송차량들을 임차하면서 그 차량들의 운전자로 원고들을 일괄적으로 공급받아 왔으며, 1998. 3.경 위 계약기간을 1998. 3. 16.부터 2001. 3. 15.까지 3년간으로 갱신하였다.
3) 그 후 한국방송공사는 2000. 4. 11.경 대한렌트카의 위 계약의 해지 요구를 받아들여 위 대한렌트카와의 위 계약을 합의해지하고, 같은 해 5. 22.경 대한통운렌트카와 계약기간을 2000. 5. 22.부터 2003. 5. 21.까지 3년간으로 하는 '렌트카 및 운전용역 계약'을 체결하여, 위 대한통운렌트카로부터 방송차량들을 임차하면서 위 차량들의 운전자들로 X1∼X6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을 일괄적으로 공급받았다.
4) 한국방송공사는 대한렌트카나 대한통운렌트카로부터 임차한 방송차량들을 운행하기 위하여 X1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을 2년 이상 사용하여 왔는데, 근로자파견법이 제정되어 1998. 7. 1. 시행되자, 같은 법 시행일부터 2년을 초과하여 계속 파견근로자들인 원고들을 사용하는 경우 2년의 기간이 만료되는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으로 보는 같은 법 제6조 제3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같은 법 시행 후 원고들의 계속 근무기간이 2년이 되기 전인 2000. 5. 20과 5. 31. 각각 원고들의 사용을 종료하였다.
5) X1∼X20은 사용사업주인 한국방송공사와 사용사업주겸 파견사업주인 대한렌트카 및 대한통운렌트카간의 위 각 계약에 따라 최소 1년 11월에서 최대 10년까지 방송차량들과 함께 한국방송공사에 일괄적으로 공급되어 방송차량들의 운전자로 근무해 왔는데 한국방송공사의 배차지시 및 근무편성에 따라 운전업무를 담당하였고, 시간외 근무, 휴일근무, 일직 및 숙직 등도 한국방송공사의 관리하에 이루어졌다.
6) 한국방송공사는 대한렌트카 및 대한통운렌트카에게 원고들에 대한 인건비 등을 포함하여 위 차량들에 대한 임대료를 각 지급하였고, 대한렌트카 및 대한통운렌트카가 각각 원고들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였다.
7) 대한렌트카 및 대한통운렌트카는 위 차량들 및 운전자들을 교체할 때에는 한국방송공사와 협의하여 피고의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로 하였다.
2. 법률판단
1) 법적 쟁점
(1)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한국방송공사가 근로자파견법상 사용사업주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원고들은 한국방송공사가 근로자파견법에서 정한 실질적인 사용사업주라고 주장한 반면, 한국방송공사는 이 사건 사용관계가 근로자파견이 아니라 '렌트카 및 운전용역 계약'이라는 도급계약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이 점이 재판과정에서 선결과제가 되었다.
(2) 두 번째 쟁점은 근로자파견법 제6조 제3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2년의 파견기간이 경과되기 전에 파견근로자들을 교체함으로써 그 사용을 종료한 경우에도 위 조항을 근거로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원고들은 한국방송공사가 근로자파견법상 파견근로자를 사용한지 2년이 경과한 2000년 7월 1일이 지나도록 운전직 업무에 계속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서도 직접고용 간주조항을 회피할 목적으로 파견기간이 2년이 된 파견근로자들만을 교체함으로써 사용을 종료한 것은 고용안정에 그 취지가 있는 위 조항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것이고, 또한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한국방송공사가 2년 이상 사용한 경우와 동일하게 원고들을 한국방송공사의 정식 근로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 판결요지
(1) 첫 번째 쟁점과 관련하여 판결은"형식적으로는 원고들에 대한 사용사업주가 소외 대한렌트카나 대한통운렌트카라 할 것이나, 실질적으로는 위 대한렌트카 및 대한통운렌트카가 원고들을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피고와 각 '렌트카 및 운전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위 각 계약의 내용에 따라 원고들을 피고의 지휘, 명령을 받도록 하며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한 것으로, 위 각 계약은 근로자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한국방송공사를 근로자파견법에서 정한 사용사업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였다.
(2) 두 번째 쟁점과 관련하여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의 부당해고 규정의 적용여부와 근로자견파견법 제6조 제3항의 직접고용간주규정의 적용여부를 나누어 판단하였다.
첫째, 전자에 대하여는 한국방송공사는 근로자파견법상 파견근로자에 대한 해고의 주체인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보고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즉 "대한렌트카나 대한통운렌트카가 피고에게 임대한 차량들과 파견한 운전자들을 교체할 때에는 피고와 협의하여 피고의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로 약정하였고, 그러한 계약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별지 근무내역표 근무기간란의 원고들의 각 근무기간 최종 만료일에 원고들의 사용을 종료한 것은 위 대한렌트카나 대한통운렌트카가 원고들을 교체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가 원고들을 해고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파견법 제34조 제1항에 의하면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을 적용할 경우에는 해고의 주체인 사용자가 사용사업주인 피고가 아니라 파견사업주인 위 대한렌트카나 대한통운렌트카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원고들의 이 사건 사용 종료에 관하여는 피고에게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둘째, 직접고용간주고용의 적용여부에 대하여는 "근로자파견법 제6조 제1항이 원칙적으로 근로자파견의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하고, 다만 파견사업주. 사용사업주, 파견근로자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1회에 한하여 1년의 범위 안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같은 법 제6조 제3항의 규정 취지는 위 제1항에 의해 원칙적으로 제한된 파견기간을 초과하면서까지 동일한 파견근로자를 계속 사용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여 파견근로자를 보호하려는데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하여 '계속사용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직접간주규정의 적용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으면서도, "근로자파견법 시행일 이전부터 피고의 방송차량 운전에 2년 이상 근무해 온 사실"만으로는 이러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한국방송공사가 같은 법 시행 후 원고들의 계속 근무기간이 2년이 되기 전에 원고들에 대한 사용을 종료한 것이 근로자파견법의 입법취지에 반한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6조 제3항을 회피한 법률 효과에 대하여 어떠한 입법도 없는 상태에서 2년 이상 사용한 경우와 동일하게 원고들을 피고의 근로자로 간주할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다.
Ⅲ. 평석
1. 위장노무도급, 근로자파견 그리고 근로계약
이 판결의 대상사건은 근로자공급의 형태로서는 매우 특이한 이중파견이다. 공급사업주인 원파견업체가 렌트카업체에 운전인력을 파견하고 사용사업주는 이 렌트카업체와 '렌트카 및 운전용역 계약'을 체결하여 차량을 임차함과 동시에 운전인력을 제공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명목상으로는 공급근로자와 원파견업체(대한카도크센타 및 백산주택종합관리) 사이에는 고용관계가, 원파견업체와 재파견업체(대한렌트카 및 대한통운렌트카) 사이에는 근로자파견계약이, 다시 재파견업체와 한국방송사간에는 노무도급계약이 각각 체결되어 있다. 하지만 판결은'실질적'으로는 재파견업체가 근로자들을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방송공사와 '렌트카 및 운전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위 각 계약의 내용에 따라 근로자들을 한국방송공사의 지휘, 명령을 받도록 하며. 한국방송공사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한 것으로 보고 재파견업체와 공급근로자간에는 고용관계로, 한국방송공사와 재파견업체간에는 근로자파견으로 규정하였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가 노무도급인지 아니면 근로자파견인지 여부는 근로자파견법상 직접고용 간주규정의 적용을 위한 선결과제였다. 그런데 근로자파견법에서 말하는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 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제2조 제1호). 따라서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간에는 고용관계가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간에는 사용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한국방송공사는 근로자파견이 아니라 노무도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앞의 사실관계 5)를 보면 근로자들에 대한 배차지시 및 근무편성, 시간외 근무, 휴일근무, 일직 및 숙직 등 근로제공이 한국방송공사의 전적인 지휘명령과 관리하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근로자파견에서는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하여 취업하는 것임에 반하여 도급에 있어서는 근로자가 수급인의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고 도급인의 지휘명령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6) 따라서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도급이 아니라 도급을 가장한 근로자파견이거나 위장 근로계약일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려면 당해 근로자는 사용사업주와의 사용관계뿐만이 아니라 파견사업주와의 고용관계가 병행하여 존재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고용관계가 단지 형식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인 내용이 없다면 오히려 근로자파견이라기보다는 사용사업주와 근로자간에 직접적으로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간에 단순한 유료직업소개와는 구별되는 '고용관계'의 실질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려면 근로계약의 본질적인 요소인 '종속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지불하는' 사용종속관계의 징표들이 있어야 한다.
즉 파견사업주는 근로의 수령을 제외하고 파견근로자의 채용, 배치, 파견기간의 설정, 해고 등의 인사노무관리에서부터 임금의 결정 및 지급, 사회보험료의 부담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독립적인 기업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능력과 자격을 갖춘 경우라야 근로자를 '고용'한 후 '고용관계를 유지'한다고 인정할 수 있고 또한 근로자파견이 숙명적으로 안고 있는 사용자책임의 회피 및 중간착취의 위험 그리고 근로자의 고용불안정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짐작컨대 현실에서는 파견사업주가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서 오로지 그 중간수입만을 목적으로 하는 중간착취자이거나 심지어 사용사업주의 실질적인 지배하에 있는 노무담당 책임자 또는 근로자모집자의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계약의 상대방으로서의 파견사업주가 그야말로 형식적인 사용자일뿐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부담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는 경우에는 이는 위장 근로계약으로서 고용관계의 당사자가 아니라 유료직업소개업자로 보아야 한다.7)
그런데 이 사건의 판결은 원파견업체와 근로자간의 형식적인 고용관계는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재파견업체와 근로자간의 고용관계는 성립한다고 보았다. 그 결과 재파견업체가 고용사업주이며 사용사업주은 해고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따라서 근로기준법의 부당해고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가 된 기초사실은 임금의 직접적인 지급자가 재파견사업주라는 점과 파견근로자의 교체에 관하여 규정한 운전용역계약서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 재파견사업주와 근로자간에 고용관계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사건과 같이 불법파견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하여 도급계약으로 가장한 경우에는 적어도 외형적으로나마 임금의 지급이나 파견근로자의 교체를 파견사업주가 하는 것으로 해 두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임금의 형식적인 지급자나 서면상의 교체권자는 고용관계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기는 하나 그러한 외관보다는 파견근로자의 채용, 배치, 해고 등의 인사노무관리나 임금의 내용 및 금액 등에 대하여 실질적인 결정권을 파견사업주가 가지고 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이다.
반면에 이 판결에서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관련자료들에 의하면, 파견근로자의 면접과 채용여부를 사용사업주인 한국방송공사 총무부가 결정하여 파견사업주에게 통보하였고, 파견업체가 바뀔 때에도 기존의 파견근로자들의 소속을 어떻게 변경할 것인가는 방송사에서 일방적으로 할당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8) 이러한 사실들은 근로자의 고용과 그 유지에 관련된 중요한 결정들을 실질적으로 사용사업주가 행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이것은 파견사업주가 파견업무와 관련하여 독립한 기업으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다면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더욱이 파견사업주가 스스로 고용관계를 부정하고 무허가의 위법한 근로자파견이라는 중대한 형사책임을 면탈하기 위하여 노무도급으로 위장한 정황까지 감안하면 그에게 근로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도리어 파견사업주는 단지 렌트카 임대업자에 불과하고 운전용역 근로자와 관련해서는 수수료만 챙긴 중간소개업자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이상과 같이 이 판결은 사실인정 및 그 법적 평가와 법리구성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판결의 논리대로 재파견업체와 근로자간의 고용관계의 성립을 인정하더라도, 즉 이 사건의 법적 관계가 근로자파견법에서 말하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복잡한 법적 문제들이 남아 있다. 이는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우선 첫 번째는 보다 근본적인 의문으로서 당사자들간의 법률관계가 모두 강행법규 위반의 무효라고 보아야 하는데도 근로자파견법상의 직접고용 간주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두 번째는 파견근로자를 법정기간 만료 전에 대체한 경우도 직접고용 간주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2. 불법파견과 직접고용 간주규정의 적용
이 사건에서 사용사업주인 한국방송공사는 판결이 인정한 것처럼 '근로자파견계약에' 의거하여 근로자의 교체를 요구하였다. 그런데 판결은 당사자들간의 법적 관계를 근로자파견으로 파악하면서도 '위법한' 파견에 대하여 근로자파견법상의 직접고용 간주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운전용역계약은 그 업무 자체는 근로자파견법상의 허용대상업무이지만 한국방송공사는 노무도급계약 형식으로 위장하여 파견근로자를 공급받아 사용하였다. 또한 파견사업주인 렌트카업체도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파견업체이기 때문에 결국 위법한 근로자공급계약에 해당한다.
근로자파견은 근로기준법 제8조 및 직업안정법 제33조에 의하여 위법한 근로자공급으로서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만 허용업무, 사용기간, 행정관청의 허가 등 근로자파견법에 의한 엄격한 제한 하에서만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고용관계와 사용관계의 분리 및 병행적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근로자파견은 어디까지나 근로자파견법상의 요건을 모두 갖춘 합법적인 파견의 경우에 한정된다. 법체계상으로도 직업안정법이 일반법, 근로자파견법은 특별법이라는 관계에 있고 근로자파견법은 직업안정법 제33조에서 금지하는 근로자공급중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근로자파견'이란 개념으로 합법화한 것이고 '파견'이란 형식을 갖추었다고 해서 모두 직업안정법의 적용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9)
이와 같이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사법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불법파견에 대하여는 근로자파견법이 적용될 수 없다. 여기서 근로자파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그 법규정 전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합법적인 파견을 전제로 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무허가나 허용업무외의 불법파견은 파견기간의 상한선을 초과하여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용이 금지된다. 따라서 파견기간의 제한규정과 직접고용 간주규정은 허가, 허용대상업무 등의 법적 요건을 충족한 합법적인 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되고 이러한 요건을 결여하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10) 그러나 근로자파견법의 사용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불법파견이 법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파견 자체가 위법한 것이므로 근로자파견법을 적용할 여지가 없고 최초의 불법 사용 당시부터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간에 직접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11) 이 점에 관하여는 뒤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한다.
결국 이 판결은 결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논점에 대한 판단을 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파견근로자의 교체사용과 직접고용 간주규정의 적용
앞에서 직접고용 간주규정은 근로자파견법의 요건을 모두 갖춘 합법적인 파견에만 적용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직접고용간주에 필요한 기간이 도래하기 전에 파견근로자를 교체하는 경우에도 이 규정의 효력이 미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여전히 미해결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 사건에서도 문제가 된 것은 비록 노무도급계약을 가장한 불법파견이긴 하지만 동일한 근로자를 계속해서 2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 2년이 되기 전에 다른 파견근로자로 대체한 경우이다. 이 점에 관한 법해석은 서로 상반된 채 두 갈래로 완전히 갈리고 있다.
노동부는 파견기간제한의 취지를 '동일한'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파견근로자를 교체 사용하는 것은 법위반이 아니라고 보고 있고,12) 또한 법문의 문리해석을 근거로 특정 파견근로자의 파견기간의 상한을 정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이하 '적용부정설'이라 한다).13) 이에 반하여 우리 나라의 근로자파견법은 독일의 그것과는 달리 특정 근로자에 한정하는 표현이 없고 또한 파견기간제한 및 간주규정의 입법취지가 정규직 근로자가 파견근로자로 대체되는 것을 억제하고 직접고용을 촉진하려는데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특정 파견근로자와 관계없이 파견기간의 상한을 정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이하 '적용긍정설'이라 한다).14)
한편 이 사건의 판결은 전자인 적용부정설의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동일한' 파견근로자 요건 외에 별다른 설명 없이 '제한된 파견기간을 초과하면서까지 계속 사용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더욱 엄격한 해석론을 펴고 있다. 그 이유로서 파견기간이 2년이 되기 전에 다른 파견근로자로 교체하는 경우를 2년 이상 동일한 근로자를 계속 사용한 경우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점과 법조항을 회피한 탈법적 행위의 법률 효과에 대하여 어떠한 입법도 없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런데 이상의 견해들을 살펴보면 어느 입장을 취하더라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발생한다. 우선 적용긍정설의 경우, 제6조 제3항의 입법취지가 파견근로의 부정적인 측면, 즉 중간착취의 위험성과 사용자책임의 회피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 때문에 그 이용을 가능한 한 억제하고 직접고용을 촉진하려는데 있다는 주장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이 견해에 대하여는 다음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법문의 구성에 관련된 것인데 제6조 제3항의 규정은 제1항과 제2항을 전제로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파견기간의 초과를 1년(3당사자간의 합의가 되지 못한 경우) 또는 2년(3당사자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으로 하지 않고 2년으로만 한 것은 아무래도 동일한 파견근로자를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적용긍정설의 입장을 취할 경우 직접고용을 주장할 수 있는 자가 누가 되느냐 하는 점이다. 법정 파견기간을 특정 근로자가 아니라 파견업무를 기준으로 산정하더라도 직접 근로관계의 성립을 주장할 수 있는 자는 파견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사용이 종료된 근로자(이 사건의 원고는 여기에 해당한다)가 아니라 2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에 사용되고 있는 새로 파견된 근로자일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법정 파견기간 내에 사용된 파견근로자가 셋 이상의 여러 명이 있는 경우처럼 더욱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만약 파견사업주가 사용 종료된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다른 사업주에게 파견하거나 또는 자신이 직접 사용하는 경우와 같이 사용종속관계가 다른 사용사업주나 파견사업주간에 존재하는 엄연히 경우에도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을 주장할 수 있을지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적용긍정설은 이러한 점들에서 한계가 있다.
그리고 적용부정설을 취하더라도 역시 다음과 같은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 첫 번째는 만약 판결대로라면 제6조 제3항은 악의의 사용자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 사건의 경우에서 보듯이 이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합리적인(?) 사용자라면 법정기간 만료 전에 파견근로자의 교체를 요구하여 얼마든지 이 조항을 피해 갈 수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은 파견근로자의 보호에는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것인 셈이다.15) 두 번째 이유는 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이 사건처럼 불법파견과 서로 결부될 때 위법무효의 또 다른 대체 파견고용을 합법적으로 승인해 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즉 무허가 파견사업주가 파견한 새로운 근로자의 교체사용이라는 탈법행위 자체가 여전히 강행법규를 정면으로 위반한 반사회적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사법상의 효력에 아무런 지장이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 점도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처럼 파견근로자의 교체를 통한 파견근로자의 상시 사용은 현행법의 직접고용 간주규정의 해석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법의 흠결이 심각하다. 새로운 입법으로의 보완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참고로 파견근로의 규제에 관한 다른 나라의 입법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우선 독일의 경우에는 상용직종에서 서로 다른 파견근로자를 계속적으로 고용하는 것은 금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설인데 이는 상용형 파견을 전제로 법규정 자체가 동일한 사용사업주에게 특정 근로자를 연속하여 1년 이상 파견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16) 하지만 파견사업자는 파견근로자와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모집형의 금지). 따라서 사용 종료된 파견근로자는 파견사업주에게로 복귀하여 다른 사용사업주에게 다시 파견되거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통하여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할 수 있으며 노동법 및 사회보장법상 모든 책임은 파견사업주가 진다.
다른 한편 프랑스의 경우에는 독일과 같은 '상용형' 파견은 존재하지 않는다.17) 따라서 직접고용의 책임은 사용사업주가 진다. 노동법전은 기업의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업무(l'activit normal et permanent)를 위한 고용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하여 또는 그러한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견근로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18) 이 규정을 위반하거나 근로자파견계약의 갱신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에게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계약에 속하는 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19) 여기서 파견근로자가 주장할 수 있는 권리에는 근로자파견계약을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다. 이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의 요구는 사용사업주에게만 할 수 있고 파견사업주에게는 하지 못한다.20)
이와 같이 독일과 프랑스는 파견근로의 승인유형과 고용책임의 배분에 있어 상이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이는 각국의 파견사업의 실태와 고용보호방식에 따른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사용종속관계가 이중으로 존재하는 근로자파견의 본질적인 성격상 누구를 고용관계의 당사자로 하는 것이 노동법상 사용자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이 있으며 또한 간접고용의 폐해를 줄이는데 보다 바람직한지에 따라 그 규제방향을 설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불법파견의 경우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간의 근로계약 성립여부
마지막으로 남은 과제는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 관계가 당사자간에 형성되어 있지만 위법한 근로자공급에 해당하여 불법파견인 경우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간에 직접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지 하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 판결은 별다른 설명 없이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이기 때문에 재파견업체와 공급근로자들간에 고용관계가 성립하고 사용사업주는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해고의 주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근로자파견이 불법일 경우 당사자간의 각 계약의 사법상의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 또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간에 사용종속관계가 객관적으로 존재할 때 이 점에 대하여 어떠한 법적 평가를 해야 할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판결이 인정한 고용관계는 재파견업체와 한국방송공사간의 위법 무효인 근로자공급계약을 재파견업체가 이행하기 위하여 불가결한 즉 근로자공급계약과의 불가분한 일체로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와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이 사건에서 근로자파견계약의 해지와 동시에 해고가 있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는 원파견업체와 공급근로자 그리고 재파견업체와 공급근로자간의 근로계약도, 이중파견의 근로자공급계약도 모두 강행법규 위반으로서 당연히 무효가 된다.
결국 불법파견에서는 당사자들의 법적 관계가 형식적으로는 공백상태가 되고 파견근로자는 실업상태가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추론은 아무래도 인간의 존엄과 생존권 이념에 바탕을 둔 노동법적 정의관에 부합하는 논리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이는 공급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도 자신의 근로를 사용자의 지휘명령에 따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관계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근로계약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공급근로자가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 양자의 위법행위에 의해 실업자로 희생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리구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21)
사용사업주와 공급근로자간에 근로계약의 성립을 인정하려면 근로계약의 일반적인 성립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즉 근로계약의 본질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사용종속관계가 존재해야 하고, 양당사자간에 근로계약을 체결하려는 의사의 합치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불법파견에서 실제로 문제되는 것은 후자인 의사의 합치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임금을 지불하는 등 근로계약의 당사자로서의 외형을 갖추고 있는 파견사업주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외형을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볼 것인가 아니면 '상대방의 지휘명령에 따라 근로에 종사'한다는 객관적인 사실로부터 추단되는 의사를 근로계약 체결의 의사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 된다.22)
생각건대 근로자의 공급 및 사용 모두를 형벌로서 금지하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는 직업안정법과 근로자파견법 그리고 중간착취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등은 근로자공급에 관한 노동법의 객관적 가치질서를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사용사업주가 스스로 지휘 명령하여 근로자를 근로시키면서도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은 면하고자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며 법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선 위법한 근로자공급의 경우에는 사용자로서의 모든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간접고용의 금지와 제한의 법규정들은 사용자에게 단지 공법상의 의무를 부과한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고용의무를 직업안정법제의 내재적인 원리로서 명시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23) 따라서 근로자공급에 관한 법질서를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사용사업주는 이러한 직접고용의무의 결과로서 노동력이용 선택의 자유가 일정정도 제한되며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주관적인 의사보다 객관적인 사용종속관계를 기준으로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24)
Ⅳ. 맺음말
우리 나라의 근로자파견법은 '노동유연화'라는 미명하에 파견제의 합법화를 줄기차게 요구한 경영계의 구미에 맞게 졸속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만큼 수많은 탈법 편법의 여지를 만들어 놓았고 이 사건도 그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파견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법이 도리어 파견근로자를 착취하는 기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탓이다.
근로자파견은 본래 중간착취의 위험 및 고용불안정의 폐해 때문에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였지만 기업의 일시적인 인력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금지에 대한 예외'로서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근로자파견법의 파견기간 제한규정이나 직접고용 간주규정의 입법취지도 파견근로자를 장기간 계속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입법의 결함으로 인하여 오히려 2년마다 주기적인 해고가 반복되고 파견근로 상용화를 조장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런데도 이 사건의 판결은 불법파견을 단죄하는 대신 입법의 미비를 빌미로 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주었다. 또한 관련 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나 논리구성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었다. 그 결과 사용자들의 탈법적 행위들을 묵인해 주고 그 책임을 고스란히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사태를 빚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입법의 미비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사용사업주의 책임을 얼마든지 물을 수 있다. 비록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근로자파견법 제6조 제3항을 근거로 직접고용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보지만 근로자파견 그 자체가 위법한 것이므로 근로자파견법의 적용할 여지가 없고 처음부터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간에 직접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즉 근로자공급에 관한 전체 법질서의 견지에서 타당성 있는 법해석을 이끌어 내서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에는 직접 근로관계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지므로 사용사업주는 해고의 주체가 될 수 있고 법원은 파견계약의 해지가 아니라 해고의 정당성여부를 따져 보았어야 했다.
결국 이 판결은 근로자파견이라는 고용형태가 본래 근로자의 근로조건이나 해고 등과 관련하여 사용자가 부담해야 해야 하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개발된 노무관리 기법의 하나라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결여함으로써 파견근로자들이 처한 비인간적인 상황들을 외면하고 사용자들의 불법 탈법적 행동에 대하여는 눈을 감아 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은 남겼다. 상급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을 기대해 본다.
1) 이 글은 민주법학 제21호(2002년 상반기)에 게재된 글이다.
2) 노동부, 고관 68460-407, 1998. 6. 9.
3) 2000년 7월 노동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파견기간 2년 제한 규정을 처음 적용 받게 된 파견노동자 5,025명 중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395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다수는 계약직(2,039명), 임시·일용직(547명)의 형태로 전환되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계약직이나 임시·일용직의 대다수는 안정적인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초단기 계약직이었다. 어떤 경우에는 파견법 시행 2년을 앞두고 모두 해고한 이후 해고한 노동자들을 다시 1개월 짜리 초단기 아르바이트 형태로 그대로 채용한 예도 있다. 또한 원래 사용업체로부터 계약 해지되어 파견업체에 계속 고용된 채 다른 사용업체에 파견되거나 유급휴가훈련을 간 인원이 771명, 도급 계약으로 전환된 인원 등 기타가 1,970명에 이른다. 정부 발표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실제로 노동현장에 만연한 불법파견실태를 고려한다면,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파견근로실태는 대단히 제한적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한 노동자는 극소수이고 대다수의 파견노동자들은 언제 다시 쫓겨날 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처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제1차 워크샵자료집』, 2001)
4) 파견·용역노동자 노동권쟁취와 간접고용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2001년 비정규노동자 투쟁실태보고서』, 2001, 27쪽 이하 참조
5)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제4민사부(재판장 강현) 2001.9.14 선고, 2000가합9001 판결
6) 이철수,「아웃소싱의 법리」, 『기업의 구조조정과 노동법적 과제』, 한국노동연구원, 1998, 256쪽
7) 독일의 근로자파견법은 이러한 취지를 입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즉 파견사업주가 통상적인 사용자의 의무나 사용자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거나 개별적인 경우에 파견기간이 12개월을 초과하면 파견사업주는 직업소개를 한 것으로 추정한다(법 제1조 제2항). 여기서 말하는 사용자의 '의무'나 '위험'의 의미에 관하여 상세한 것은 최홍엽, 「독일의 간접고용 규제」, 『간접고용 제한법제의 국제비교』,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노동법분과 편, 관악사, 2001, 60-62쪽 참조
8) 비정규철폐연대준비위원회, 『발족식 및 토론회 자료집』, 2001, 40쪽
9) 萬井隆令,『勞 契約締結の法理』,有斐閣, 1997, 231쪽
10) 그런데 불법파견에 대하여 근로자파견법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합법적인 파견과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한 근로자파견사업의 허가여부에 관계없이 근로파견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최홍엽, 「파견기간 초과시 고용간주규정의 해석」, 『노동법연구』통권 제10호, 관악사, 2001, 198쪽, 209-211쪽). 하지만 불법파견은 근로자파견법상의 부분적인 규제는 벗어날지는 몰라도 사용사업주를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의 당사자로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노동법상의 모든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에 그러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고 본다.
11)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근로자파견법 제6조 제3항의 직접고용 간주규정은 파견대상업무 이외의 업무에 대한 파견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인사이트코리아사건, 중노위 2001.10.27. 재심판정 2001부노53). 이는 불법파견에 대하여는 근로자파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보이는데 그 근거에 대하여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그러나 이 결정은 전혀 수긍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였는데 그것은 불법으로 2년 이상 근로자를 공급받아 사용하면 직접고용 간주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반면, 도리어 법의 취지에 따라 합법적으로 사용한 경우에는 직접고용의무가 인정된다는 이상한 결과가 도출된다는 점이다. 만약 합리적인 사용자라면 합법적으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납득하기 어려운 모순적인 결과는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직접간주규정의 적용여부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최초의 사용시부터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간에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한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2) 노동부, 고관 68460-407, 1998. 6. 9.
13) 강성태,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과제」, 『노동법학』 통권 제8호, 관악사, 1998, 173쪽
14) 최홍엽, 「파견기간 초과시 고용간주규정의 해석」, 198-200쪽
15) 실제로 현실에서 위 조항은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노동현장에서는 "당신은 파견노동자이기 때문에 2년 이상 이 사업장에서 일할 수 없다"는 사용업체의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계약기간 2년을 채운 파견노동자들의 해고가 진행된 것이다. 이 판결의 피고인 한국방송공사의 경우 2000년 6월말로 2년이 경과한 파견노동자 일부를 계약직으로 채용한 것말고는 전원 해고하고 다른 파견노동자로 교체하였다. 이같이 일방 해고된 KBS의 파견노동자는 2000년 현재 운전직 77명, 촬영보조 81명을 비롯하여 총 227명이다(비정규직철폐연대 법률위원회, 앞의 자료).
16) 노동자파견법 제3조 제1항 제6호. 상세한 것은 최홍엽, 「독일의 간접고용 규제」, 71-72쪽 참조
17) 상세한 것은 조임영, 「프랑스 노동법상 간접고용의 규제와 노동자보호」, 『간접고용 제한법제의 국제비교』,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노동법분과 편, 관악사, 2001, 104쪽 이하 참조
18) Art. L. 124-2. C. trav.
19) Art. L. 124-7. C. trav
20) Soc. 17 juin 1998 : RJS 1998. 856, n°1442
21) 그리 흔한 예는 아니지만 일본의 판례 중에는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간의 업무위탁계약이 근로자공급계약으로 판정되어 무효가 될 경우, "그것이 동조(우리 직업안정법 제33조와 같은 조항)가 지향하는 노동자보호 및 노동의 민주화를 도모함에 완전히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것이고 그 역행하는 결과를 회피해야 할 책임은 노동자인 신청인 아니라 사용자인 피신청인 회사에서 부담하는 것이 상당하고 … 위 계약(업무위탁계약)을 구실로 신청인들이 제공한 노동을 신청인들과의 노동계약의 의사표시의 합치와 무관계한 것으로 주장하는 것은 법이 허용할 수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佐賀地判 1980.9.5)고 판결하여 사용사업주가 근로계약체결의사의 부존재를 가지고 항변할 수 없다고 본 예가 있는데 이 판결이 시사하는 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2)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일본에서는 당사자의 주관적 의사를 중시하는 '묵시의 노동계약설'을 비롯하여 근로계약의 성립에 당사자가 주장하는 주관적 의사보다 객관적인 사실로부터 추정되는 의사에 더 비중을 두는 '사실적 노동계약관계설', 사용종속관계의 존재라는 사실 그 자체가 묵시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는 '객관적 묵시의 노동계약설', 사실적 노동계약관계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근로계약의 존재를 근로자가 선택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편면적 사실적 노동계약관계설', 파견사업주와 근로자간의 명시적인 의사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무시하고 객관적 사실로부터 의사를 추론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근로권에 기초한 직접고용의무로부터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는 '직접고용의 법리' 등 여러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이 학설의 내용과 평가에 대하여 상세한 것은 조경배, 「위법한 근로자공급사업에 있어서 사용사업주와 공급근로자간의 근로계약 성립여부」, 『노동법의 쟁점과 과제: 김유성교수화갑기념논문집』, 법문사, 2000, 78-83쪽 참조.
23) 직접고용의무의 규범적 근거와 내용에 관하여 상세한 것은 조경배, 「직접고용의 원칙과 파견근로」, 『민주법학』 통권 제19호, 2001, 39-45쪽 참조.
24)淸正寬,『雇用保障法の硏究』,法律文化社, 1987, 175-176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