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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지역에서 철폐연대 동지들은

 

10월 17일 빈곤철폐의날에 함께해주세요!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상임활동가, 철폐연대 후원회원)

 

 

심화되는 빈곤과 불평등, 가난이 죽음이 되는 사회

 

작년에 이어 빈곤층 소득하락과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작년 하위 20%의 소득하락지표가 발표되며 정부에서도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복지제도의 개선책들을 발표했지만 빈곤층의 소득은 매분기 계속 하락했습니다. 반면 상위 20%의 소득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19년 2/4분기 결과에서 하위 20%의 소득이 전년동분기 대비 1.9% 증가하며 다행히 하락세는 멈췄지만 금액으로 봤을 때 약 86만 원에 불과합니다. 반면 상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은 전년동분기 대비 3.3% 증가하며 불평등이 계속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상위 20% 안에서도 최상위 10%의 소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7년 상위 10%의 소득비중은 50.6%로 자본주의 발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며, 그중에서도 상위 1%의 소득비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상위 0.1%의 연평균소득은 6억 6,000만 원으로 하위 10%의 연평균소득 69만 5,000원과 1000배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빈곤과 불평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가난을 이유로 한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강서구에서 50대 남성이 80대 노모와 중증장애가 있는 형을 살해한 뒤 자살했습니다. 건강이 악화된 어머니와 형을 간병해야 했던 남성에게 중단된 소득으로부터의 빈곤과 돌봄이 함께 부담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다 앞선 7월 31일 봉천동에서 탈북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모자의 집에 있던 식료품은 고춧가루가 전부였다고 합니다. 최초 아사로 추정된 사인은 국과수 부검 결과 사인불명으로 발표되었습니다.

1인당 GDP 3만 불 시대의 한국에서 사람이 굶어죽었고 가난을 이유로 가족을 살해한 뒤 자살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이후 사회보장 이용 및 발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맞춤형개별급여로 개정되는 등 사회보장제도의 신설 및 개선 조치가 계속 있어 왔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가난을 이유로 한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 2019.8.23, 관악구 봉천동 모자 추모제 [출처 필자].JPG

2019.8.23, 관악구 봉천동 모자 추모제 [출처: 필자]

 

 

‘원조경제’로는 해결할 수 없는 빈곤

 

10월 17일은 UN에서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입니다. 1992년 세계적인 빈곤 문제를 없애겠다는 포부 아래 선언되었으며, 2000년 개최된 UN총회에서 2015년까지 절대빈곤을 대폭 감소하겠다는 ‘새천년개발목표’를 발표했습니다. 새천년개발목표가 발표된 시기, 한국 사회의 빈곤 역시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부터 빈곤율이 치솟은 때이며 빈곤의 국가적 해결을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해이기도 합니다. 그로부터 19년,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개발을 통한 외관의 화려한 변화를 만들어왔습니다. 하지만 16%대의 높은 빈곤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만 특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2015년까지 절대빈곤의 대폭 감소라는 새천년개발목표는 달성되지 못한 채 기간을 2030년까지로, 이름을 ‘지속가능개발목표’로 재설정했습니다. 세계 곳곳의 도시가 화려하게 변화되는 동안 빈곤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밀려나고 가려져 왔습니다.

 

빈곤퇴치의 날 선언이 빈곤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빈곤 문제의 해결 방안을 ‘원조경제’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이트밴드 캠페인’은 빈곤퇴치의 날의 상징적인 행사입니다. ‘END POVERTY’라고 적힌 흰색 실리콘 팔찌를 착용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앉았다 일어서는 퍼포먼스를 진행합니다. ‘가난의 굴레에서 스스로 일어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빈곤퇴치의 날이 다가오면 국제NGO단체를 비롯해 사회복지 관련 기관들에서 후원‧모금행사를 더 크게 꾸립니다. 가난에 처해 있는 아이, 노인, 가족 들의 사진을 전시하여 정기 또는 일시 후원을 받습니다. 빈곤을 없애기 위해 인권을 등한시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후원금을 전달받는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원조가 끊긴다면, 원조가 계속되는 상황이지만 다른 위험에 직면한다면, 그 삶이 다시 가난의 굴레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개인이 빈곤해지는 경로는 무수히 다양합니다. 도처에 가난에 처할 위험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자력갱생은 빈곤 해결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빈곤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며 존치시키는 주요한 단어이기도 합니다.

 

 

권력과 자본이 만들어내는 구조적인 빈곤과 불평등

 

지난 8월 전주의 여인숙에 난 화재로 3명이 사망했습니다. 여인숙, 여관, 고시원, 쪽방 등의 안전 문제는 계속 제기되어 왔지만 여전히 집 같지 않은 곳에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에 난 화재로 7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한 사람들은 4만 원 더 저렴한 창문 없는 방에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누군가는 집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이용해 다량의 집을 보유하며 불로소득을 쌓아가는 동안 50여 만 명의 사람들이 최소한의 안전조차 담보되지 않는 집답지 않은 집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관수동 고시원 화재참사가 있은 한 달 뒤 아현동 재건축지역에서 철거민 박준경 님이 사망했습니다. 용역깡패의 모욕과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결했습니다. 용산참사로부터 10년이 더 지났지만 개발은 여전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건설사와 투기꾼 들의 이윤만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집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이 되어버린 사회에 가난한 사람들은 쫓겨나고 밀려나고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집뿐만 아니라 다양한 노동, 삶의 현장에도 존재합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노동환경과 처우에 있어서의 불평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더불어 작년 김용균 노동자의 비극으로 비정규직, 외주화된 노동자들의 목숨이 사용자에게 점수로 어떻게 차별되고 있는지 밝혀졌습니다. 임금노동자가 아닌 임차상인들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한 건물주의 탐욕, 임차상인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의해 자신의 노동현장을 빼앗기고 쫓겨나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장사하는 노점상인들은 도시개발사업과 함께 지자체가 고용한 용역깡패에 의해 거리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최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반대하는 상인들 80여 명이 여전히 현장에 남아 구시장 존치를 내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수협은 구시장 부지의 개발을 통한 더 많은 이윤 창출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상인들의 대화 요청에 응답 없이 폭력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1017 빈곤철폐의 날에 함께해주세요!

 

삶의 도처에 존재하는 사회적 위험을 방조한 채 원조를 발판 삼아 스스로 일어서라는 요구는 터무니없는 폭력입니다. 빈곤철폐의 날은 그러한 기치를 비판하며 빈곤 상황에 처한 민중들이 자신의 권리를 선언하고 연대하여 함께 싸우는 과정을 통해 빈곤을 철폐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노점상, 철거민, 홈리스, 장애인, 임차상인 등 빈곤 상황에 처한 당사자들이 함께 매년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불안정노동이 계속되고 빈민에 대한 처벌과 차별적인 사회보장제도가 계속되는 사회를 바꾸지 않는다면 빈곤은 철폐될 수 없습니다. 1017 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는 올해도 10월 한 달의 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동지들의 관심과 연대를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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