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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74|05|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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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74|05|2009
최악보다 낫다고 최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 2009-09-23   조회: 2478


<치열한 일상들>


투쟁의 현장은 항상 치열합니다.
치열함 속에 인생의 희노애락도 담겨있습니다.
또한 치열함 속에 우리의 희망도 있습니다.
희망,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
이러한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전북 평등노조 조혜진동지, 청소년인권활동가 따이루동지,
빈곤사회연대 조승화동지가 연재해주십니다.



원래 이번 글은 5월 마지막 주에 있는 퀴어주간도 있고 해서 성소수자를 가지고서 이것저것 이야기하려고 글을 고뇌하면서 쓰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었다는 뉴스가 떴다. 그 덕에 가뜩이나 글 때문에 복잡하던 내 머리도 더욱 혼란스러워져서 글쓰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이번 글은 혼란을 조금 정리해보기도 하고, 요즘 분위기에 할 말도 있고 해서 급 주제를 바꿔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을 가지고 이야기 하려 한다. 뭐 지금 분위기에서 말 잘못했다가 다굴 당할 수도 있겠지만 할 말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노무현 씨는 모르겠지만 난 개인적으로 노무현씨하고 참 인연 많은 사람이다. 내가 인권운동에 뛰어들게 된 결정적인 사건을 만든 것도, 내가 집을 나와 가출을 넘어 독립을 꿈꾸도록 만든 사람도 노무현이니깐 말이다. 지금까지 나의 인권운동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사람이 노무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왠지 뒷부분만 보면 노무현을 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 회원 같은 분위기인데;;) 그 영향이 절대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영향은 아니라는 거~
내가 인권운동을 시작하게 된 건 2006년이었다. 처음 시작은 재수없는 폭력 영어선생을 괴롭힐 방법을 찾다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를 만나게 되고 시간 날 때마다 토론회 가고, 집회 가고, 자전거행진 하고, 캠프 가면서 고상한 문화생활로서 즐기는 정도로 도도하게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2007년 여름 이랜드사건이 터졌다. 비정규직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면서 만든 <비정규직보호법>덕에, 이랜드에서 홈에버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대량으로 해고한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요구하면서 이랜드 홈에버 월드컵경기장매장을 점거하면서 파업을 진행했다. 사측은 언론플레이를 위한 대화 몇 번만 할 뿐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은 개뿔도 하지 않았고, 정부도 이런 이랜드사측을 방관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불법행동 하지 말라고 나불나불 거릴 뿐이었다. 그러던 중 경찰이 노동자들을 매장에 고립시켰다. 시민을 위한다는 공권력이라는 것들이 힘없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를 가두고 노동자들이 그 안에서 절규하는 지옥 같은 아비규환일 때 2층 월드컵경기장에서는 폭죽과 함께 성가를 부르는 아름다운 천국이 펼쳐지고 있었다. 서민들이 먹고 살기 이 힘든 사회에서 살겠다고 바둥바둥거리는 노동자들조차 저렇게 무참히 짓밟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고, 인권운동에 미친 듯이 올인하게 되었다.
가출하게 됐던 2007년 11월 11일 민중총궐기도 노무현정부 때였다. 사람들이 11월 11일 대한민국 수도에서 집회 좀 하겠다는데 불법이라면서 나불나불대면서 원천봉쇄하겠다는 경찰도 띠꺼웠고, 이 답답한 사회를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경찰이 뉴스에 나와서 협박하고 떠들어도, 그 협박을 본 부모는 교회 갔다 바로 오라고 동선까지 짜주면서 협박했지만 협박에 굴하지 않고 편지 한 통 써놓고 민중총궐기 대회에 갔다. 가서 처음으로 정말 경찰 원 없이 봤던 날이었다. 저공비행으로 겁주고, 방패 들고 쫓아오고….그날 다행히(?) 연행되지는 않았지만 집에 들어가자마자 욕먹고 맞다가 쫓겨났다. 혹시나 했었지만 진짜로 쫓겨난 덕에 가출을 넘어 독립을 고민하고 꿈꾸게 되어 지금까지 이르렀다. 사람들은 노무현전대통령을 추모하면서 그때가 서민이 살기 좋았던 시대라고 그러던데, 노무현 정권 때 서민들이 살기 좋았나? 생각해봐도 그렇지 않다. 마이 빠덜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고 가뜩이나 간당간당하던 회사에서 짤려 결국 실업자가 되었고, 그전보다 돈 문제로 싸우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실업자는 늘어만 갔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또한 늘어만 갔다. 내가 중산층 이하의 집안에서 살아왔고, 지금도 가난한 빈곤층 가출청소년으로 살아가고 있어서 열등감에 휩싸여 먹고 살기 좋은 시절이었는데 못 느낀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 사회의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의 삶은 그때도, 그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힘들다는 것이다. 노무현정부의 경제정책은 국가경쟁력 숫자만 오르고 양극화를 강화하며 기득권층의 배를 불린 실패한 경제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 찍느라 바쁜 경찰들, 그때도 비슷했다. 단지 그때는 요즘처럼 큰 시위가 자주 없었을 뿐이었던 거 같다. 사람들 가두고, 욕하고, 방패로 찍어내리고…. 경찰은 노무현 정부 때도 충분히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샤바샤바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내리찍기 바쁜 민중의 곰팡이로써 이 사회에 존재해 왔다. 인권과 민주주의가 노무현 정권에서 많이 발전했다고 치지만 최악에서 차악으로 조금 나아졌을 뿐이다. 여전히 경찰은 권력을 위해 존재했고, 서민/노동자 같이 힘없는 사람들의 발언권은 불법이었다.
노무현정부에서의 교육정책 또한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광화문에 1000여명의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올 정도로 학생들을 괴롭게 만드는 교육정책이었다. 여전히 교육은 더 많은 경쟁을 요구하면서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더 이상 이런 교육을 받고 싶지 않다면서 자살을 하는 너무나 우울한 상황은 여전히 계속되었고, 그때 유행한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란 동영상은 학생들의 심정을 절실하게 드러냈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명박 정부가 외치는 특권층귀족 분들을 위한 자립형사립고등학교도 노무현 정부 때 계획된 교육정책이고, 실업계판 명문학교인 특성화고도 노무현정부 때 생긴 정책이었다. 특성화고가 실업계고의 이미지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입시경쟁교육강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하다. 교육정책 또한 원래 의도는 진짜 교육을 개혁시켜서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돈이 없어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고 싶어한 건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들을 더욱 괴롭게 만드는 교육정책이었다.
한편으로 씁쓸한 생각이 든다. 도대체 지금 대통령이라는 인간이 얼마나 제대로 안했기에 사람들이 노무현의 죽음에 이토록 슬퍼하는 걸까. 그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나는 민중의대통령,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정부에서 죽어난 노동자/학생들을 생각해봐도, 이 막막한 사회에 죽음으로 절규했던 열사들을 생각해봐도 말이다. 최악보다 낫다고 최고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인간 노무현에 대해서는 지금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말 한마디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던 그 암흑에 시대에 모든 것을 내걸고 옳다 믿는 정의, 진실을 당당히 외치던 그 모습, 대학 안가면 사람대접 못 받는 이 학벌에 미친 대한민국사회에서 고졸임을 당당히 밝히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후 내가 느끼고 봐온 노무현은 인간노무현과는 달랐다. 그가 믿고 있는 진실과 정의가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이 누구인가! 민주화된 시대에 죽음으로 자신의 뜻을 알리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면서 열사의 처절한 죽음 앞에 망언에 가까운 발언을 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했던 그가 당사자가 되었다. 그 기분이 기분이 어떨까. 스스로의 낙천적이라고 하던 사람이 자살을 결심하고 죽음을 향해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 기분이 어땠을까.
그가 민중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최소한 지금까지 대통령 중 가장 권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던 대통령의 죽음에애도를 표하면서 글을 마친다. ▶◀

따이루 | 청소년인권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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