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임금지급 금지의 시대.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전임자임금지급 금지는 노동운동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그동안 크게 제약되었던 내용들이 해체되어 현장과 노동운동의 활력을 가져오는 긍적적인 측면이 있겠지만, 실제 우리가 우려하는 것과 같이 자칫 사측이 악용할 경우 민주노조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거기에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이 금지되면 노조활동은 당연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재정이 취약한 중소규모의 노조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여기, 2004년 노동조합 가입이후 2008년 현재까지 사측과 어용노조로부터 직격탄을 계속 맞고 있는 현장이 있으니, 바로 전주시청이다.
나쁜 놈!-전주시청, 300일(상용직)
어느 지자체나 마찬가지로 전주시 역시, 예산에 인건비 명목으로 잡혀있지 않은 인력에 대해서는 어느 곳에 누가, 몇 명이, 무슨 일을, 어떻게 근무하고 있는 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산에 잡혀있는 300일짜리 인력은 알겠는데, 인건비도 아니고, 일당도 아닌, 사업비 안에 재료비 등의 명목을 차지하는 이들(280일), 시의 상조회에서 운영되는 식당조리종사원, 판매원 등 형체는 있으나 서류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었다. 지자체의 방만한 인력운영과 사업비 남발로 인해 인력현황에 대해서 파악한다는 것이 충분히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그들이 챙길 것만 제대로 챙겨지면 그만이기에.
이렇게 공무원들과 섞여 같은 일, 더러운 일, 입 아픈 일(민원업무)들을 해내는 이들은 재료비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재료비는 연차도 없었고, 최저임금도 몰랐다. 그냥 시키는 대로, 쉬라는 대로 일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300일, 280일, 상록회 직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전주시청은 300일, 280일, 상록회를 구분지어 조직을 이간질 시켰고, 결국 함께 공동투쟁을 하기에 더딜 수밖에 없는 280일, 답이 보이지 않은 상록회를 저버리고, 300일들은 노조를 탈퇴하여 한국노총으로 가서 전주시와 쿵짝이 잘 맞아 지금까지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지들만.
300일.
지들만 잘 먹고 잘 살다가.. 그게 여의치 않아졌다.
2007년부터 시설공단추진 및 민간위탁 계획 등으로 사업 및 업무가 넘어가게 생겼다. 안 넘어가고 버티자니, 그간 잘 지내오던 시청이 부담스럽고, 무엇보다도 싸울 것이 더 부담스러웠다. 결국 이들이 생각해낸 묘안이 이것이다.
“민간위탁은 시청에 양보한다. 대신 위탁사업장으로 빠져나간 인력만큼을 280일에서 끌어와 상용직(300일) 정원을 확보하고, 현재 민주노총이거나 비조합원으로 있는 280일이 상용직으로 전환되면 무조건 상용직노조인 한국노총에 가입하게 하는 유니온 샵을 합의하는 것” 그래서 그들만의 성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성 외곽이 허물어지면 280일 돌로 채우면 그만인 것이다.
마침 2007년 10월 공공부문 무기계약 전환실시로 인해 전주시는 280일을 300일로 전환시켜야 했다.
이를 어쩌나... 전주시청 발등에 불붙었다.
그동안 평등노조(280일, 상록회)보란 듯이 상용직노조(300일) 임금을 팍팍 올려준 것이다. 전국최고 수준으로. 반면 280일은 쥐꼬리만큼 인상되고... 3년이 지나 보니 임금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었다. 이들을 전원 상용직화 하자니 들어갈 돈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전주시는 상용직의 요구를 수용하고 필요할 때마다 280일을 순차적으로 배급하기로 한다.1 1차적으로 20명을 전환시키고, 이에 옵션으로 280일에서 300일로 전환되면 퇴직금도 정산해야 하고, 그간 280일에서 일했던 근속도 모두 소멸되는 조건으로. 대신 기존의 상용직노조에는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해주는 빅딜이 성사되었다.
280일을 팔아서 그들의 윈윈전략을 성사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항상 눈엣 가시인 평등을 짓밟을 생각만 하고 있다. 전주시와 상용직이.
비열한 놈!-280일.
평등노조의 안주인 역할을 해왔던 300일이 지들 살겠다고 집단탈퇴하고 나자, 이들에 기대어 무임승차하려던 280일 다수의 조합원들은 어쨌든 투쟁을 통해 가장 필요했던 고용보장, 정년을 보장받게 되었다. 그러면서 슬슬 노동조합에서 요구하는 조합활동이나 연대투쟁이 성가시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듬해 이들이 2차로 집단탈퇴를 했다. 이들은 “우리끼리 잘해 볼거야”도 아니었다. 노동조합활동이 귀찮아서였다. 주체적으로 싸우지도 않더니, 기어이는 이렇게 사고를 친다.
이들은 복수노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노조물을 좀 먹어봤다고 뭉쳐는 있어야 겠는지 직장협의회를 만들어 똑같이 회비도 걷고 대표도 뽑아 놨다.
그저 뽑아놓기만 했을 뿐이다. 아마 돈도 꽤 됐다고 하지... 한것이 없으니...
그리고 무관심한 척 하면서 평등노조가 임단협을 진행할 때에만 안테나를 곧추세우곤 했다.
상용직이 임금인상 팍팍 될 때, 이미 교섭력을 발휘하기에 너무 불리한 조건이었던 평등노조는 280일 임금인상보다는 상록회 조합원들을 시청인력으로 전환하는 내용에 집중했다.
“오르면 좋겠지만, 뭐 사무직이 이만큼 받으면 됐지. 임금에 불만없어..”하던 고고하시던 직장협의회들, 그래도 상용직 임금인상은 부러웠나보다. 내심 평등이 교섭을 잘해줘서 임금인상 되기를 해년마다 바란단다.
평등은 조합원 10명이 있었을 뿐이다.
우리도 하고 싶었다.
임금인상.
그러나 전임과 단협을 무력화하기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전주시의 공격으로부터 이를 지켜내는 것도 버거운 지경에 누구 좋으라고 임금인상이란 말인가.
교섭시기 때마다, 상용직에 치일 때마다, 개악된 비정규직법이 공격을 해올 때마다 평등에서는 이들에게 함께 하는 방법이 가장 최선이라고, 설명하고 설득을 해왔다.
그럼에도 눈치 보며, 어떨 도리가 없다며 항상 제3자의 위치를 고집해왔다.
역시나 흔들림이 없다.
충분히 만족한다던 이들은 무기계약전환이후 상용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요구해야할 전원 상용직화를 시청의 입바른 약속에 또 홀라당 넘어갔다. 1차 20명만 일단 전환시키고, 3년안에 다 상용직시켜주겠다는... 문서로는 못 쓰지만 말이다...
그 뒤 상용직이 이들을 찾아왔다. 어차피 1차 전환대상들이 전주시와 합의된 대로 상용직노조에 가입할 수밖에 없으니, 이참에 너희들도 같이 한국노총으로 들어와라. 그러면 임금교섭 우리가 해주겠다고...
이들은 곧 상용직들과 함께 직장협의회를 해산하고 한국노총연대지부로 가입했다.
이상한 놈!
1차 300일(상용직)들의 조직적 배신에 이어 280일들의 집단 탈퇴에도 남아있던 이들이 있었으니 280일 중 전임으로 나와 있던 사무국장과 280일 7명과 상록회 3명이 있었다.
현장이 각기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파업 때 아니면 잘 모를 사람들이었다. 가끔 얼굴한번씩 보고 사무국장이 가서 만나야 겨우 가서 볼 수 있고,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대세가 직장협의회로 다들 떠나는 마당에 이들은 그저 조용히 평등에 남아 있었다. 묵묵히 자기 역할들을 해주었다.
200명이 넘던 조직에서 이제 남은 이들은 10명이었다.
이 독수리열남매는 시시때때로 간보고, 뒤흔들려는 시로부터 전임자를 지켜내왔고, 전주시 인력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상록회 조합원들을 전주시로 전환시켰다. 단협도 지켜냈다.
각 현장에서 이런 저런 스트레스가 많았을 터인데 묵묵히 잘 버텨주고 있다. 넉넉하지 않아도 상근활동가들의 활동비를 다달이 지원해주고, 맛있는 것도 자주 사준다.(하하)
아직까지 서울 상경투쟁이나, 늦은 저녁 교육에는 한번씩 빠지기는 하지만, 이들은 언제나 부실한 전주시를 떠받들고 있는 튼튼한 기둥과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자 조합원이 조금 늘었다. 특별회계로 올해 12월 계약해지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역시 지금까지 평등에 가입하지 않고 버티고 버티다 발등에 불붙자 계산을 해보니 자신들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조직을 선택한 것 아니겠는가. 지금이라도 가입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좀처럼 열심히 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기는 하다. (도대체 자신들이 12월에 어떻게 될지를 아는 겐지 모르는 겐지...)
이 독수리열남매는 이들을 위해서 올해도 과감히 요구할 것이다. 무조건 고용보장을 위해서.
한 조직으로 출발해서 3개로 분열되고, 이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대립의 구조가 명확해진 지금 14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한국노총이다. 조직되지 않은 비조합원이 2명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시의 입장에서는 자기네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나온 조직이 무서울리도 없고, 노동조합 활동 귀찮고, 성가셔서 편하게 고용만 유지되면 더 이상 바랄 것 없다는 조직이 무서울리 없다. 결국 이들은 상용직이 관리해주기로 한 것이니 더 이상 문제될 것 이 없다.
평등만 없어지면 제일 좋은 것이다.
더구나 상용직에게 유니온샵까지 던져줬는데, 1차 전환된 상용직에 우리 평등조합원이 2명이 포함되어 있으니 당황스러울 것이다. 평등을 탈퇴하고 상용직노조로 가야한다며 무수한 회유와 협박을 해왔엇다. 그러나 이 2명은 한국노총 상용직노동조합이 아닌, 엄연한 공공노조 전북평등지부조합원이다.
유니온샵에 조그마한 균열을 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그 균열을 막기 위해서 지들 잘먹고 잘사는 것에 방해의 존재였던, 그래서 버리고 나갈 수밖에 없었던 280일을 다시 찾아가 “너희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이든 하겠다!”하며 죽기살기 조직을 했던 것이다.
이에 시가 동조하며 암묵적 지원을 해주고, 정말 끝까지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려던 직장협의회는 그 소원을 성취한 것이다.(정말 소원이 성취되는 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실제 전임자임금지급금지나 복수노조허용의 시대가 열리면, 아마도 지금까지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공격해 들어올 것이 너무 뻔한 가운데, 우리의 살길을 모색해야 하는데, 사실 많이 암담하다.
그래도 우리의 독수리열남매는 오늘도 덤덤히, 복수의 그날을 꿈꾼다. (나쁜놈과 비열한 놈들이 시청에 실컷 이용당하고 무참히 버려졌을 때, 우리 독수리열남매가 멋지게 등장하여, 후회하고 땅을 치는 이들을 구제하고 함께 싸워 시청을 무찌르는... 하하하)
09년 시청 교섭을 준비하면서 전주시의 궤적을 돌아보니, 남아있는 이들이 새삼 독수리오형제같은 느낌이 들어 잠깐 이런 상상에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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