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HOME | 운영자에게 | 소개 | 사이트맵
NO.89|08|2010
검색
Home > 전체목록  

NO.67|10|2008
그때의 그 부담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2009-08-18   조회: 2180

부담감이 나를 부담스럽게 하다

서울에 올라온 것은 3년 전 사회단체 활동을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3년이라는 시간이 아직 부족한 건지 여전히 서울은 낯설고 적응하기 힘들다. 내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나에게 서울은 어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가량 살아온 지역에서 떠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에 올라오고, 사회운동단체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어떤 부담감 때문이었다. 과연 어떤 부담감 이였기에 오랫동안 내게 익숙했던 지역, 사람, 삶 등을 다 접게 만들고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곳에서 살게 하는 것일까? 나를 부담스럽게 하는 부담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어렵겠지만 그 부담감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되었던 것 같다.

사실 모르는 것만큼 속 편한 것은 없다. 하지만 알게 된다는 것, 경험한다는 것은 아는 만큼, 경험한 만큼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 책임이 크면 클수록,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책임만큼의 부담감으로 힘들어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부담감에 대해 사람들은 회피하기도 하고 부담감을 인정하여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것을 경험하거나 어떤 지식을 알게 된 것 만으로 난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부담스러움을 인정했을 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부담감의 시작 : 회피할 것인가? 인정할 것인가?

2005년 여름, 난 철거민운동 관련 논문(대학원  졸업논문 쓰고 있었음)을 쓰는데 도움이 되고자 빈민현장활동(빈활)에 참여하였다. 빈활은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화려한 서울 뒤에 감쳐진 빈곤의 문제들을 폭로하고 노점상, 노숙인, 철거민, 장애인들과 함께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참여자들과 함께 내는 프로그램으로 되어 있다. 빈활은 주로 강남에 있는 포이동 비닐하우스촌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포이동 주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 비닐하우스촌이라 주소지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멀리보이는 타워펠리스와 대조적인 비닐하우스촌의 상황을 보며 처음에는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차별받고 빈곤한 현실지만 비닐하우스촌 주민 간에 지역공동체를 이루고 정을 주고 사는 모습, 자신들의 주거권리를 당당히 외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때까지 운동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접해 본적이 없었던 나에게 빈곤한 현실에서 정당한 자신의 권리를 얘기할 수 있는 용기만으로도 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사건은 비가 몹시도 오던 날 밤, 주민들이 자신들의 노래라며 한 목소리로 불렀던 ‘사노라면’이라는 노래였다. 특히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대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라는 가사를 부를 때는 한층 목소리가 커졌던 그날 밤의 기억은 잊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후 몇 달이 지나서 까지 나에게 많은 부담으로 다가 왔었다.

부담감? 이때의 감정을 다른 말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나만 가장 가까운 표현이 ‘부담감’일 것이다. 포이동 비닐하우스촌 주민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상처, 고통, 기쁨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내 속에서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할 건데?’라는 질문이었다.이 질문에 대해 회피할 수 있는 조건은 충분히 있었다. 난 이미 다른 진로를 선택했으며, 나의 삶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속에 계속적으로 던져지는 질문들은 너무나 부담스러웠지만 이 질문과 부담감은 결국 기존의 일을 접고 빈곤관련 사회운동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부담감을 기억하다

인천의 한 철거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천 지역 곳곳에서 개발이 진행되면서 그 동네도 개발이 시작 되었다. 주민들의 대다수는 이사를 갔고 가난한 주민들은 주거권을 요구하며 이사를 가지 않은 채 항의를 하고 있었다. 지역에 아직 주민들은 남아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집들은 용역깡패와 포크레인은 무참하게 집을 무너뜨리고 짓밟았다. 자신이 오랫동안 가꿔온 자신의 집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본 한 철거민은 절망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이에 분노하며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고양에서 한 붕어빵 노점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양시장은 명품도시를 만들겠다며 노점상 싹쓸이 단속을 진행하였다. 이로 인해 많은 노점상들이 생존을 요구하며 시꺼먼 옷을 입은 수백 명의 용역깡패들과 싸워야 했다. 몇 달 동안 장사한번 못해본 붕어빵을 파는 아저씨는 아내에게 미안하였다. 용역깡패들로부터 노점마차를 지키기 위해 하루종일 싸워야 했던 날, 다음날, 아내에게 미안했던 붕어빵 노점상은 결국 죽음을 선택하였다.          
빈곤과 차별이 죽음의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이 지금의 비참한 현실이다. 이들의 죽음은 빈곤과 차별을 양산하는 이 사회구조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며 저항일 것이다. 한 철거민과 노점상의 죽음은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처음 접했을 때, 나에게 아무런 희망이 없는 절망을 알게 해 주었고 이후에는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적으로 싸워야 할 분명한 이유를 가르쳐 주었다.  
내 지갑 속에는 안타깝게 돌아가신 붕어빵노점상의 증명사진이 들어있다. 붕어빵 노점상은 단속으로 장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과 용역깡패들의 폭력에 절망했으며 이에 죽음으로 항의하였다.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한 노점상의 절망과 죽음까지 기억하고 살기위해 난 나를 부담스럽게 할 생각으로 지갑에 사진 한 장을 넣고 다닌다.    

그때 그 부담감?
‘부담스럽다’는 말은 어떤 의무나 책임을 져야 할 듯한 느낌을 의미한다. 그래서 종종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의무나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자신의 육체나 정신을 어떤 것에 복속시키거나 통제되도록 만드는 것,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생기는 것일 수 있기에 이런 느낌이 들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를 부담스럽게 했던 부담감은 부정적일 수만은 없다. 이 부담스러움이 기존의 나의 진로, 지역에서의 생활 등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 부정적이지만 내가 분명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내가 빈곤관련 사회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고 계속적으로 투쟁해야 이유를 가르쳐 주고 있다는 의미에서 부정되지 않고 기억되어야 한다.

나를 운동으로 이끈 그 때 그 부담감은 ‘나를 행동하게 하는 마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를 행동하게 하는 마음은 결국 내 자신 혹은 세상이 왜곡한 현실이 분명하게 밝혀지는 순간, 그리고 다른 이의 진정성 깊은 맘이 내 맘 속에서 느껴지고 이해되어질 때 찾아오게 된다. 그때 나를 부담스럽게 했던 그 맘으로 사회운동을 바라보았을 때, 지금 사회운동은 과연 부담감을 가지게 하는가? 우리의 투쟁들은 ‘나를 행동하게 하는 마음’을 가졌을까? 너무나 익숙해 버린 집회 속에서, 투쟁없이 타협하려는 모습 속에서, 자기운동에 매몰되어 소통, 연대하지 않으려는 모습 속에서 다시 ‘부담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조승화 | 빈곤사회연대


  :: [질라라비] 최악보다 낫다고 최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2009/09/23
  :: [질라라비] 안나푸르나1 - 지구의 지붕, 산의 나라 네팔, 트레커들의 메카 안나푸르나를 가다 2009/08/24
  :: [질라라비] 안나푸르나2 -여행자의 거리 타멜, 최고의 휴양도시 포카라 2009/08/24
  :: [질라라비] 가슴으로 사회를 느끼게 해준 60여일간의 투쟁(3) 2009/08/24
  :: [질라라비] 운동과 사랑 사이에서의 갈등 노동조합 VS 아내 2009/08/24
  :: [질라라비] 내게 가장 두꺼웠던 책 'THE LEFT' 2009/08/24
  :: [질라라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 투쟁 1년 2009/08/24
  :: [질라라비]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2009/08/21
  :: [질라라비] 내친구 빈센트 - 박홍규 지음/ 소나무 2009/08/21
  :: [질라라비] 나쁜 놈! 비열한 놈! 이상한 놈! -날아라! 독수리열남매! 2009/08/21
  :: [질라라비] 무엇이 그(/그녀)를 미치게 만들었을까? - 태백산맥’ / 조정래 지음/ 해냄출판사 2009/08/21
  :: [질라라비] 욕에 대해서 2009/08/18
  :: [질라라비] 천개의 찬란한 태양 2009/08/18
  :: [질라라비] 해고노동자의 이야기 2009/08/18

 

△이전글: “자본”이 자유로운 세계의 사실주의적 초상- 자유로운 세계 (It's a Free World...,2007) 감독 켄 로치-
▽다음글: 청소년 노동자 주체화 어떻게 할 것인가?

Copyright 1999-2026 Zeroboard / skin by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