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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48|03|2007
이주노동자의 지역 조직화를 통한 전국조직화가 필요하다!

:: 2007-04-12   조회: 2114


필자는 2003년 1월부터 대구의 성서지역에서 성서공단 노동조합 동지들과 함께 이주노동자 운동을 하다가, 2006년 3월부터 준비기간을 거쳐 현재 경북 경산지역을 거점으로 지역(지방)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실천해 보고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현재 민주노총 경산청도 지구협, 민주노동당 경산시위원회, 경북 일반노조 동지들과 이주노동자 운동과 관련하여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이 제안문 형태의 글은 전적으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를 조직하고 이를 토대로 전국적 연대를 만들고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투쟁을 만들어가자.

한국에 이주노동자가 들어오기 시작한지 벌써 20년, 수많은 인권유린과 비인간적 차별대우에 대해 즉자적인 대응으로 시작된 이주노동자 운동의 역사도 벌써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없는 이주노동자운동에 대한 비판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이주노동자 운동이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향상시키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지원 단체 중심의 운동에 머무르고 있고, 그러다보니 그 논의의 중심이나 실천의 중심에 이주노동자들이 비켜 서 있는 엄연한 현실 때문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주체적으로 조직적 운동을 전개한 역사 또한 분명히 있다. 명동성당에서의 네팔 투쟁단 농성투쟁, 평등노조 이주지부의 투쟁과 명동성당농성, 그리고 최근의 서울 경기 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의 결성과 투쟁 등은 이주노동자들이 더 이상 시혜의 대상이 아니며 스스로 자기 권리의 주체임을 선언하고 나서는 역사의 진전임이 분명하다. 또한 성서공단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지역일반노조의 이주노동자 조직화사업과 투쟁도 비정규직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함께 연대하는 사례를 만들어가는 작지만 의미 있는 사례로 눈여겨 볼만 하다.
이제 2007년은 이주노동자운동에 있어서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노동부에 의해 설립신고를 반려 당했던 이주노동자 노동조합(Migrant Trade Union)에 대해 법원이 단결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함으로써 합법적 활동의 전기가 마련되었다. 한편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 조직전환을  하면서 그 현실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금속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국내의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이 금속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1. 이주노동자 운동과 관련한 간단한 개괄

① 서울 경기 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설립신고 소송 고등법원에서 승소

이주노조(MTU)는 약 10년에 걸친 이주노동자 운동의 성과를 이어받아 주체적인 대중운동을 펼치기로 결의하고 2005년 4월 건설되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의 주체적 운동에 대해 탄압으로 일관하던 정부는 노동부를 통해 설립신고를 반려함으로써 반노동자 성격을 분명히 하였다. 설립신고를 반려당하고 아노아르 위원장까지 표적단속에 의해 1년 여 구금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이주노조를 중심으로 뭉친 이주노동자들은 물러서지 않고 투쟁을 이어갔으며 이런 투쟁은 이주노조를 한국의 이주노동자운동의 당당한 대표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투쟁의 성과로 아노아르 위원장이 석방되어 다시 이주노동자들의 품으로 돌아왔으며 이제 2007년 초 2기 집행부가 새로이 구성되었다. 또한 설립신고의 반려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패소하였으나 2심에서는 마침내 승소하였다. 고등법원은 미등록노동자라 하더라도 노동자의 천부적 권리인 노동3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이주노조는 합법적 활동의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합법적 활동이 모든 것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또한 이 판결에 불복하여 노동부가 대법원에 상고를 했으므로 상황이 불투명하긴 하지만 활동공간이 그만큼 열리고 다양해 질 것이며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노동조합 활동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② 금속노조의 산별노조로의 전환

2007년은 산별노조의 원년이다. 공공과 금속을 중심으로 산별노조 건설이 진행 중에 있다. 특히 금속노조의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이 금속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미등록노동자를 포함한 비공식 통계이긴 하지만 약 40 여만 명의 이주노동자 중에 60-70%가 금속산업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속노조가 산별노조의 역할에 충실하여 이주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을 진행한다면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물론 아직은 행복한 꿈에 머무르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③ 방문취업제와 건설현장의 갈등

지난 3월 4일 우여곡절 끝에 방문취업제가 시행되었다. 물론 시행 상 절차의 오류 등으로 제대로 된 시행은 6개월 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어쨌든 방문취업제는 이주노동자들과 건설현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방문취업제는 국내에 연고가 없는 무연고 해외동포들에게 최장 5년의 체류허가와 함께 사실상 노동허가에 준하는 비자를 발급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중국동포에 해당되는 이들은 비교적 임금수준이 높은 건설현장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그 동안도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불법다단계 하도급의 사슬에 악용되어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와의 갈등이 심심찮게 표출되어 왔고, 심지어 작년에 건설연맹은 조합원 우선 고용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이주노동자들의 현장취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물론 이는 이주노동자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불법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하고 시공참여자제도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방문취업제는 건설현장의 이런 갈등을 더 더욱 증폭시킬 것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미리 고민해야 한다. 우선은 자본의 노동자분할 계략에 휘말리지 않도록 공동의 대응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주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조직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④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네트워크의 현황

현재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간의 네트워크(연대체)는 ‘외국인 이주․노동 운동 협의회’와 ‘이주노동자 인권연대’가 있다. 또한 지역별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외노협과 이주인권연대는 그 조직별 구성이 다르다. 또 단순하게 정리할 수는 없지만 그 활동성향이나 방향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다. 어쨌든 이 두 연대체는 나름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경쟁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연대체는 이주노동자들을 주체로 세우는 운동에는 나름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운영이나 논의가 한국인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이주노동자들의 의견은 각 단체에 소속된 이주노동자 공동체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데 그치고 있다. 또한 각종 정치적 요구를 하는 투쟁집회에서도 여전히 단체의 활동가들이 주요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들은 참석하여 자기발언을 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한편 지역네트워크는 부산과 대구 지역 등지에서 결성되어 있다. 이들 네트워크는 이주노동자단체가 주도하고 여타의 노동 사회단체들이 연대하는 형식으로 주로 이주노동자 현안에 공동대응을 하는 방식으로 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 이주노동자 운동의 두 영역-지원사업과 조직화

이주노동자운동과 관련하여 크게 두 가지의 영역을 구분해 본다면 지원사업과 조직화이다. 우선 국내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처지가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들은 현실적으로 절박하게 요청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들이 생겨나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이런 지원 사업이 다양해지고 활성화되어 감에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이 수동적으로 변하게 되는 잘못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스스로 무엇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지원 단체의 지원의 그늘에 몸을 숨기려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워낙 열악한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한편 이해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의가 있다. 그러나 그 한계도 분명하다. 지원활동은 지원활동일 뿐인 것이다. 또한 지원활동이 퍼주기 식 사업이나 시혜적 활동으로 나타날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주노동자 조직화의 필요성은 이 지점에서 더욱 절실해 진다. 이주노동자 문제의 해결은 궁극적으로 이주노동자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조직을 만들고 운동을 시작할 때만 근원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수많은 운동에서 당사자 운동이 강조되듯이 이주노동자 운동도 결국 당사자운동으로 귀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주체적 조직을 만들고 이 조직의 전국적 연대체나 네트워크를 건설하고 향후 지원 단체들의 네트워크와 연대하여 이주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해 연대, 협력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① 이주노동자 지원 사업

이주노동자 지원 사업은 한글교실, 무료진료소, 노동 상담, 국가별 공동체 활동지원 등의 직접적 지원사업과 각종 캠페인, 정부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투쟁과 대화 등 제도개선활동이 있다. 이는 대부분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런 활동들이 현재의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상당히 향상시킨 것은 사실이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퇴직금, 최저임금 보장 등에 지원 단체의 활동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런 지원 사업이 퍼주기 식 지원 사업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운영의 주체로 참석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아울러 현재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간에도 지원 단체 성격을 두고 갈등이 생겨나고 있고 그 갈등을 중심으로 분화되는 현상이 약간씩 보이고 있다. 모든 NGO가 그러하듯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도 친정부적 관변적 성격을 띠는 단체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이주노동자 운동에 있어서 이런 단체는 운동의 성격을 흐릴 것이 분명하므로 더욱 더 주의해야 할 대상이라 생각된다.

②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업

반복해서 언급했지만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의 주체는 이주노동자여야 한다. 당사자운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각 지원 단체 별로 각 국가별 공동체 등이 구성이 되어 있고 이를 통해 자율적인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지원 단체 활동이 한국인 활동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 공동체의 활동도 계급성을 배제한 동호회의 성격이 강하므로 그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계급적 성격을 분명히 하는 당사자운동이 더욱 절실하다.
현재 이주노동자 조직화는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MTU)과, 대구의 성서공단 노동조합에서 진행하고 있다. MTU는 그 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 당사자조직이므로 전국적인 대표성을 부여받고 있고, 최근 합법성을 확보하여 더욱 더 활발할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성서공단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함께 조합원으로 활동하며 연대와 단결을 통해 또 다른 모범을 만들어가고 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향후 이주노동자의 조직화는 서울경인지역에서는 MTU를 중심으로, 금속산별에 소속된 사업장에서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므로, 그 외 지역(지방)의 중소영세사업장 이주노동자를 조직화하는 방안을 시급히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금속노조가 산별로 전환하면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고는 하지만 이주노동자조직화를 본격적으로 진전시키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선은 지역(지방)에서 중소영세사업장 이주노동자를 조직화하는 일을 모범적으로 시작함으로써 금속노조에 자극을 주는 일도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성서공단노동조합의 사례는 일반노조가 이주노동자 조직화의 길을 열어나가는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 성서공단노동조합의 사례
성서공단 노동조합은 2002년 10월 성서공단과 인근지역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결성되었다. 따라서 설립 당시부터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상당수를 구성하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이주노동자 사업부를 통해 이주노동자 지원활동 및 조직화를 주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활동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조합원은 독자적으로 이주노동자 현장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 모든 의사결정에 참가하고 있으며 그 활동의 방향과 내용도 결정하고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을 바꾸기 위해 나름의 한계는 있지만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중심으로 한 단협체결, 이주노동자와 한국(정주)노동자가 같이 일하는 사업장의 조직화 등을 모색,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성서공단 및 인근 지역에서 노동조합의 지역적 틀을 넘어서서 전체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공동 활동(야유회, 수련회, 공동투쟁집회 등), 선전홍보, 지원 사업(노동 상담, 한글교실, 무료진료소 등) 등을 전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주로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MTU)과 연대하여 이주노동자 현안과 관련한 공동의 논의와 실천을 하고 있고, 지역적으로는 지역의 이주노동자 단체 및 노동사회단체 등과 이주노동권을 중심으로 공동논의와 실천을 위한 연대의 틀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3. 지역(지방)에서 이주노동자를 조직하여 이주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가자

현재 MTU가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국적인 조직화의 전망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우선은 이미 이주노동자운동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주노동자 지원사업과 관련된 지역(지방) 이주노동자 단체의 영향력이 각 지역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주노동자들만의 단일조직으로서의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에 대한 전망에 대한 합의가 아직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계급적 당사자운동을 강조하는 점과는 별개의 논의과정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셋째,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노동비자 쟁취, 단속추방 중단이라는 정치 제도적 투쟁에 집중하다보니 미등록노동자를 중심으로 조직되는 경향이 많았고 이는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등록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폭압적 정치상황이 주는 불가피한 한계라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노동조합이 구체적인 현장에서 구체적 활동을 할 수 없는 현 상황이 이주노조의 조직화에 심각한 장애가 되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한편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40만 이주노동자들 가운데 6-70%정도의 노동자가 금속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금속노조의 산별전환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금속노조가 이주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하겠다는 실천을 구체적으로 시작하기만 한다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삶의 질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최근 함안지역에서 사망한 베트남 이주노동자의 산재승인과 관련한 금속노조 경남지부 동지들의 연대투쟁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아직은 금속노조가 본격적으로 자기행보를 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여겨진다. 또한 그 가능성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또한 방문취업제가 확산되어감에 따라 건설현장에서 자본의 노동자분할 책동을 막아내지 못하는 한 이주노동자와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이는 건설노조가 노동자의 힘은 단결에 기초한 소위 ‘연합적 힘’일 수밖에 없다는 대원칙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다. 원론적이고 추상적이기는 하나 국적과 인종에 대한 차별을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조합원으로 받아들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고 더 나아가 노동조합이 또 다른 이익집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건설노동자 전체의 노동조건을 위해 투쟁한다는 대의명분에 더 철저해져야만 할 것이다.
물론 건설현장은 이주노동자와의 노동조건과는 다른 벽이 쳐짐으로써 이미 노동조건이 다소 안정화되어 있는 금속노조의 사업장과는 달리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바로 전체 건설노동자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이주노동자를 배제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분명한 원칙이다.  
한편 방문취업제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취업업종이나 사업장 이전을 상당히 완화함으로써 현재 고용허가제 하에서 허용되지 않고 있는 ‘사업장선택과 이전의 자유’와 관련하여 많은 논란을 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고용허가제 하에서의 3년 단기 체류기간을 늘리자는 요구를 더욱 더 증폭시킬 것이다. 이 점을 더욱 활용하여 방문취업제가 노동허가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방문취업제를 계기로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적극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노동자분할전략으로 이윤을 챙기고자하는 자본의 야욕을 적극적으로 막아내야만 한다.
이런 지점에서 국내의 각 지역(지방)에 흩어져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서 떨어져 지역적으로 소외되어 있고(이주노조(MTU)의 역량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금속사업장도 아니어서 더욱 더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해 있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현장을 바꾸어내는 구체적 실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금속사업장이라 하더라도 금속노조의 영향력 밖에 있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중소영세사업장의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조직화와 관련하여 지역적 논의 틀을 만들고 이주노동자 조직화가 조합원 수의 증가로 그치지 않고 지역적 실천을 담보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만 한다.
그 동안은 각 지역(지방)에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전개하는 많은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들이 사실상 이런 일을 해왔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현장별 조직이 아니라 지원 단체 중심으로 국가별 공동체 형식으로 조직되었고 당연히 현장과는 유리된 비 계급적 조직이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직접 현장을 중심으로 당사자를 조직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들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조직적으로 단결하여 스스로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비정규직 조직화의 험난한 여정을 볼 때 이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지원 단체의 그늘에 숨어 자신의 삶을 연명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고무적인 것은 이주노동자운동에 있어서 당사자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들이 지역(지방)에 많이 있다. 이들과 연대하고 공동의 논의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조직화의 단초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조직화를 위한 틀이 필요하다. 각 지역에 있는 일반노조(건설노조 포함)나 민주노총 지역본부 산하 지구협의회는 이주노동자 조직화의 주요한 틀이 될 수 있다. 일반노조나 지구협의회가 든든한 방패가 되어 이주노동자들에게 들어올 각종 탄압을 막아냄으로써 이주노동자들이 조직적 틀로 모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조직적 틀이 마련된다면 그것을 계기로 다양한 방식의 네트워크이나 연대체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지역은 단일한 조직의 지부나 분회로 조직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평등노조의 이주지부가 그러했듯 각 지역 일반노조 내의 지부나 분회로 조직되면서 지구협의회의 틀을 이용해 공동실천이나 투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각 지역(지방)에 흩어져있는 활동가들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 아직은 이주노동자들 스스로 무엇을 시작하기에는 그들에게 주어진 주, 객관적 조건이 너무 엄혹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정주)활동가들이 초동주체로서의 역할을 감당하여 조직화의 기틀과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  평등노조 이주지부(ETU-MB)의 역사가 보여주는 예에서 참고하여 그 활동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조직화의 기틀만 마련된다면 이주노동자들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여건과 상황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조직화는 탄력을 받을 수 있으리라 다소 낙관해 본다.
이런 다양한 방식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주체적이고 계급적인 조직들을 건설한 후 공동의 실천과 투쟁을 통해 전국적 연대체나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일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향후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금속노조 내의 이주지부나 이주조합원모임, 지역일반노조나 지구협의 이주노동자 지부나 분회 등이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공동의 정치제도투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공동의 경험을 토대로 전국단일노조의 전망도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의 전국단일화가 맞을지 각 지역별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의  연대체가 맞을지는 아직은 논의가 더 필요한 지점이다.

4. 마치면서

이주노동자 운동과 조직화는 실천의 모범답안이 없고 현재 모색 중이고 진행 중이다. 특히나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지방)에서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통해 운동을 실천해 본 경험은 성서공단노동조합이 거의 유일한 예라고 할 만큼 일천하다. 따라서 이 일은 누군가의 실천적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실천들이 풍부해 질 때 이주노동자 운동 역시 풍부해 질 것이고 이를 토대로 모범적인 실천의 경로도 모색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의 성격이나 담당하는 작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소위 ‘구조적 힘’이 없는 현장이나 작업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소극적 실천이나 단사에서의 투쟁만으로는 이주노동자들의 요구가 관철되기가 어렵다. 오로지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조직으로 연대를 조직하여 소위 ‘연합적 힘’을 내어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 때만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하자.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운동도 연대도 물의 흐름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와 함께 하는 운동에서 노동운동의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는 수많은 동지들에게 다시 이주노동자운동으로 흘러가자고 감히 제안해 본다.
동지들만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투쟁!
김헌주 | 경북일반노조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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