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나는 질라라비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듣습니다.
불안정노동철폐 투쟁에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온전히 담기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동지여러분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써주십시오.
꼭 파업 투쟁의 현장소식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먹고 자고 살아가는 이야기,
길을 걷다가 차를 타다가 술을 마시다가
문득 생각나는 이야기 , 싸우고 사랑하는 이야기
그 어떤 이야기도 좋습니다.
나는 해고노동자이다. 벌써 해고의 문제로 00지방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거쳐 회사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청구 이후 서울행정법원의 소송으로, 그리고 현재 민사소송까지 7번의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시간상으론 2년이 되어가고 있다. 모든 절차에서 내가 승소했지만 회사는 노동사건은 5심이라며 거듭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따금 방송에서 해고노동자들의 삶을 추적하는 시사프로그램이라던가 사회고발성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들의 절망과 아픔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고 갖는 느낌뿐이었다는 것을 나의 해고사태로 그 아픔을 현실의 아픔으로 겪어야만 했다. 그것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차마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아픔이다.
지금까지 겪었던 내용을 풀어놓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아마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면 ‘대하소설 토지’보다도 더 많을 듯하다. 7차례의 소송절차를 거쳐 온 분량만 엮어도 1권 분량은 족히 넘을 성 싶으니까. 그중 딱 2가지의 이야기를 하겠다. 하나는 해고의 이야기와 다른 하나는 한 국가의 복지정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첫 번째, 해고 이야기
모든 노동자들은 예비해고자들이다. 그만큼 노동자에게 해고의 문제가 너무나도 쉬운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해고는 그렇게 아무런 이유 없이 언제라도 발생되고 있고 구제신청은 그 이후의 일이니까. 비정규직법 시행이후 해고가 더 일반화 되었고, 비정규직에서 일반화된 해고의 문제가 전체노동자 계층으로 확산되어 나가고 있다. 얼마 전 기사를 보니 한국이 OECD국가 중 저임금노동자 비율이 1위라고 한다. 그 노동자 대부분은 비정규직의 신분에 있다. 또한 간접고용의 상태에 있다. 이들 노동자들은 또 저임금의 상황과 더불어 매일같이 해고의 상황에 놓여있다. 아무런 이유없이...
나도 그랬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입주자대표회장이 자신의 뜻대로 안건이 관철되지 않자 위탁관리형식인데도 불구하고 직원회의를 주도하여 결정사항을 뒤집으면서 할 말 있으면 해보라하여 한마디 했을 뿐인데 그것이 꼬투리가 되었다. 소위 말하는 '토를 단다'고 하여 해고가 된 것이다. 이처럼 인간에게 있어 언어(말)까지도 도륙되어 버리는 현장이 바로 비정규직의 노동현장, 간접고용 노동자의 근무현장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기의 생각을 가질 수 없다. 머릿속 까지 자본가에게 지배를 당하고 예스(YES)만을 외쳐야 하는 현실 속에 있다.
또 이러한 해고과정에서도 실질적으로 해고를 한 사람은 대표회장이지만 위탁관리 형식임을, 해고의 책임을 위탁관리 회사에 모두 떠넘겨버리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것이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희한하지만 일반화된 아파트 운영방식이고 위탁관리 회사의 운영방식이 되어버렸다.
관리소장에게는 나를 내보내지 않으면 옷 벗을 줄 알라는 각오로 나를 스스로 나가도록 했다. 스스로 나가지 않으니 위탁회사에 전화해서 바꾸어달라고 요청을 한 것이다. 위탁관리 회사에서도 자를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해고하지 못하고 본사로의 대기발령을 내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겪은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보름 만에 체중이 4kg이상이 줄었고, 잠도 1개월 여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소화가 되지 않으니 밥도 하루에 1끼 이상 먹기 힘들었다.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두통이 매일같이 찾아왔고 하루 내내 멍~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운전을 하면서도 교차로에 다가서면 직진밖에 하지 못했다.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해야 함에도 하지를 못하고, 거리에서 돌고 돌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지는 날이 많다. 운전 중 아찔한 상황이 생긴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느 날 한 번은 주택가에 주차를 해놓고 차를 찾지 못하고 20여분을 헤맨 적이 있다. 자주 갔었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00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로 인정된 판정에 따라 원직복직과 임금상당액의 지급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회사는 원직복직을 전화를 통하여 형식상으로 했고 출근첫날 동료직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해야 했다.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이러한 폭행은 사전에 계획된 위탁관리 회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그럴만한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폭행이 되어졌으니까...
그리고 원직복직 당일 날 다시 구두로 본사발령을 받고 본사에서 1주일가량 일하다가 재차 해고가 되어 2차 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2차해고에 대해서도 00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인정되는 판결을 받았고 복직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회사는 노동사건은 5심제라고 하며 1차해고에 대한 사건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고 그 후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구제재심취소소송을 벌이게 되었다. 결국 부당해고만 가리는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쳐 3심제의 법원까지 모두 5번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었고 회사에는 그렇게 말해 왔다. 그 과정에서 내가 겪어야 했던 모욕과 수모,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회사는 사전계획된 바에 의해 고통을 가중시킬 목적으로 반복된 절차만을 거치게 하면서 시간을 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1차 해고, 2차 해고 모두 부당해고로 인정되었고 서울행정법원에서는 화해의 형식을 빌어 조정권고를 내리게 되었는데 회사에서는 마지못해 조정권고안에 동의하며 임금을 지급해 주고 소송을 취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서울행정법원에서 조정권고에 따르겠다고 해놓고도 임금지급을 안하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서울행정법원의 조정권고에는 기판력이 없어서 강제력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조정권고안에 대한 등본만을 발급해줄 뿐 정본을 발급해 줄 수 없다고 하였고, 또 조정조서도 발급해 줄 수 없다고 하였다. 회사는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었던 듯 하고 나는 강제력 없는 문서로써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해서 가압류를 거쳐 지금은 7차례의 절차로 임금청구를 소송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륭전자의 문제를 언론을 통해 보았다. 회사에서는 대법원까지 가서 회사가 승소하였는데 노동자들이 떼를 쓴다고 하였다. 노동법의 행정권한을 가진 노동부의 해석과 엇갈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문제는 어떨까? 부당해고라고 판결이 났음에도 여전히 구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은 어떻게 말해야 할까?
노동문제에 있어서 승소했느냐 패소했느냐는 노동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법은 인간을 위한 안전장치이지, 자본을 위한 부풀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그러함에도 법은 자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나 노동법에 있어서는 그 사안이 심각할 지경에 있다. 노동법의 제정취지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지만 입법취지에 맞지 않게 행정해석이 되고 있고, 또 사법적 판단이 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거기에는 자본의 힘이 판단의 주요 지표가 되고 있음을 그동안의 실태를 봄으로써 잘 알 수 있다. 비정규직법의 경우도 입법취지에 맞게 행정해석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관리감독이 되어야 하며, 사법적 판단도 그에 따라야 한다. 이것이 법치국가라고 여긴다. 그렇지 않다면 입법과 행정, 사법이 혼탁해질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법은 누구에게나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적용되어져야 하고 특히나 법이 물리적인 힘이나 부당한 자본의 논리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더욱 더 확고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 복지국가 이야기
내가 부당해고로 다투던 중 사직서를 내게 된 연유는 아버지의 병원 입원때문이었다. 2차 해고에 대하여 00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인정이라는 판정을 받고 회사에서는 복직명령을 내렸다. 물론 이러한 상태에서 1차 해고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에 사건은 진행중이였다. 아버지가 입원하게 된 날 병원에서 복직명령의 전화를 받았다. 그러면서 사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이 나라의 많은 정책 중에서 최고로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복지정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 복지정책 중에서 가장 최소한의 기준을 갖추고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의료서비스와 법률서비스라고 판단한다. 이것은 내가 병원에서 그리고 부당해고 중에 몸으로 겪고 느끼게 되었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여기게 되었다. 고객은 왕이라고 하는데도 줄 돈 다 주면서도 불친절이 당연시 되는 현장, 그 현장이 바로 의료서비스와 법률서비스이다. 특히나 의료분야나 법률분야의 경우에는 그 이용에 있어서 처한 당사자의 경우 너무나도 지쳐 있는 사람이 많다.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울부짖음을 토해내야 하는 아픔, 사회적 약자로써 법률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됨에도 억울함을 토로하지 못하는 심정. 이것이 바로 최소한의 복지정책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비정규직, 그것도 해고가 자유로운 간접고용의 노동자들은 임금이 고작 100여만원에 그친다. 혹은 그에 미치지도 못한다. 물가는 폭등하는데 비하여 임금은 오르지 못하니 더 가치하락이 클 수 밖에 없다. 최저임금도 빗겨나가는 노동자들이 수없이 많다. 그렇다면 이 나라의 법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바로 노동법이 바로 그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노동법은 지켜지지 못할 원칙이고 법률일 뿐이다. 법을 어긴다고 처벌되는 일이 발생되기나 할까 의문이 들 정도다. 그토록 노동법은 현실을 떠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가족 중에 아프기라도 한다면 더 이상의 생활을 해나갈 수 없게 된다. 가족 중 1명의 환자가 아프게 될 때 그 가족구성원 모두는 환자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정은 더 이상 유지가 아니라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의료복지정책이 잘 갖춰져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또한 의료서비스가 잘 갖추어졌을 때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구성원들이 맘 놓고 일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희망을 품고 내일을 희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법률서비스의 문제이다. 현재 우리의 법률은 가진 자를 보호하고 있다. 법이라는 잣대가 못가진 자를 착취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의 법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도 가진 자이고, 법을 판단하는 사람도 가진 자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못가진 자라고 하는 서민, 노동자를 위한 법이 존재하기나 할 것인가?
내가 부당해고의 문제로 법률 상담을 하게 될 때 가장 절실히 느꼈던 문제이다. 법은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하고 또 보편적으로 교육되어져야 한다. 법은 판검사를 비롯해 변호사들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법은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고, 또 법으로 부터 소외되어진 국민들을 위해서 존재하려면, 법이 특정집단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나 법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법으로 부터 소외된 계층부터 법률서비스를 확대해 나가야 되고 또한 교육되어야 한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들 때 글자를 모르는 백성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왜 나라가 백성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려 했을까? 백성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국가는 국민에게 진실을 숨겨두고 거짓을 말하고 거짓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 모습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고 국가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국가가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고 올바른 원칙과 정의를 세워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법률교육도 어리석은 국민을 깨우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지 가진 자의 착취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회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사회안정을 위해서이다. 사회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힘, 자본의 논리로 정당화 되어서는 안된다. 그만큼 자본의 힘은 약자를 지나치게 억압하여 착취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으로서 제한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처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입법과 사법, 행정의 영역에서 연구하는 집단은 소위 말하는 가진 자, 즉 기득권층들이다. 이들이 법을 만들고 연구함으로써 부당한 힘을 제한하고 있는 법이 회피수단으로 연구되어지고 있고, 그만큼 법이 가진 자들을 보호하고 있게 되어져 버렸다. 따라서 소외된 계층에 대해서는 국가가 직접적으로 법의 보호테두리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갖추어져야 하고, 법으로 부터 고통받는 서민들에게는 직접적인 법률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의료서비스와 법률서비스가 이루어졌을 때 우리 국가는 비로소 복지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복지국가가 되기 위한 전제이기도 하다. 이 조건을 제외하고 복지국가라고 말해서도 안 되고 말할 수도 없다.
모든 법률은 인문학의 분야이다. 즉 인간사회의 환경과 인본주의적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연구되어지는 학문이다. 이러해야할 법률이 인간에게 초점이 맞추어지지 못하고 인간의 도구로 쓰이는 자본에 의해 맞추어지고 있음으로 해서 모든 법률들의 존재를 의심케 하고 있다. 이것은 올바르지 않다.
이 두 가지의 의료분야와 법률분야가 올바로 정착되어서 서민, 노동자 등 더 이상의 사회적 약자가 고통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또 그렇게 될 때 비로소 복지국가라고 말할 수 있고, 우리 사회는 미래를 향해 전진할 준비가 되어져 있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