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삭감, 제도개악이 아니라 생활임금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 저임금 노동자 가계부 조사 결과에 부쳐 -
민주노총은 지난 12월, 1월 두달간 저임금 노동자 14명이 작성한 가게부를 분석하여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일을 해도 월 34만원 가량의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 모두가 일을 하고 있고, 심지어 투잡을 하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소득분위 1분위에 해당하는 열악한 상태였다. 특히 가계 지출의 대부분은 의식주에 소진되고 있었으며, 문화생활비는 일반가구 대비 0.8%, 교통비조차도 4%에 그치는 열악한 상태였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이 노동자들의 생활을 지속적으로 빈곤에 몰아넣고 있었던 것이며, 현행 최저임금이 절대로 생활임금이 될 수 없음을, 빈곤의 쳇바퀴를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수준임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정부와 자본은 이미 최저임금이 생계비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동결, 더 나아가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도 그런 주장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으로는 매달 늘어나는 빚조차 값지 못하는 것이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이다. 바로 비현실적으로 낮은 최저임금, 그리고 최저임금 수준의 열악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의 확산 때문이다.
또한 최저임금법 개악을 통해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할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자본은 계속 애써왔다. 바로 지역별 차등을 통해 최저임금의 하향압박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 드러난 것은 그들이 주장한 것과는 반대다. 재벌그룹의 대형 할인매장이 전국을 과점해 버린 한국의 시장물가는 어떤 지역별 차이도 발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지역 차를 앞세운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은 사실상 최저임금 삭감일 뿐이다.
최저임금 결정시 사용하는 29 세 미만 단신 노동자 기준도 문제이다. 이 기준은 노동자의 생활실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 중고령 저임금노동자의 경우 축의금과 부의금 등 연령적 특성에 따른 사회적 지출이 다른 계층에 비해 훨씬 높았다. 또, 법적으론 ‘단신’가구가 아니지만, 병들어 노동력을 상실한 남편과 청년실업 자녀를 둔 2∼3인 가구의 가계수지는 더욱 열악했다.
최저임금 결정시 사용되는 생계비 기준이 현실에 맞게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최저임금의 제대로된 결정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이다.
2010년 최임위는 더이상 최저임금제도 개악이나, 최저임금 삭감, 동결이 아니라, 노동자 생활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논의하여야 한다. 지역별로 나누어 최저임금조차 못받는 노동자들을 더 양산해 낼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이 생활임금이 된다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생활임금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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