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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호 NO.7|08|2002
"[특집]최저임금 현실화 투쟁, 시기집중 투쟁만으로는 부족하다"

:: 2002-08-19   조회: 2317

최저임금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이하 '농성단')은 '최저임금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전북지역 공동투쟁본부'(이하 '전북 공투본')의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비록 결정 시한인 6월 28일에 임박해서 제안이 들어왔지만, 제한된 기간이나마 현장의 힘을 모아가는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전북 공투본, 민주노총 여성연맹, 서울경인지역 평등노조, 불안정노동철폐 노동권 생활권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이 참가하였다.

"50만원 받고 사는 사람 있으면 데려와 봐라!"

농성단은 이번 농성 투쟁을 준비하면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경총에 대한 타격을 결의하였다. 이에 따라 25일 3시 공덕동 경총 회관 9층의 부회장실에 진입하였다. 이에 대해 경총 부회장이라는 사람은 '최저임금 위원회는 노사측 위원이 함께 하는 자리인데, 그 자리를 통해 문제제기 하면 될 것이지 이런 불법적인 방식으로 하면 안된다' 는 말만을 되풀이하였다. 최저임금 위원회가 노자간의 역관계와 상관없이 노사가 합리적으로 토론해서 공정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곳이라는 환상에 불과한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농성단이 무슨 자격으로 저임금노동자를 대표하는가라는 식으로 시비를 걸면서 민주노총 위원장이라면 모르겠지만 당신같은 사람들과는 상대하지 않겠으니 "까불지말고 나가라"는 모욕을 하기도 했다.
현재의 최저임금 기준인 474,600원이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임금 가이드 라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금액으로는 인간다운 삶이 불가능하다는 농성단의 주장에 대해 경총 측은 "50만원 받고 사는 사람 있으면 데려와 봐라!"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통상임금이 50만원을 넘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를 많이 조직해온 전북지역 일반노조, 평등노조 동지들이 이 말에 분개하자 곧이어 '능력과 의욕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임금이 나오는 직장으로 옮길 거다' 라는 식으로 말하였다. 또한 '현재 (통상임금으로) 50만원 이하 받는 사람들은 그나마 최저임금제가 없었으면 노동시장에서 그보다 더 낮은 대우를 받았을 것이다. 따라서 474,600원이라는 기준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라고 하였다. 이런 경총의 입장은 최저임금제가 노동능력, 수준이 떨어지는 일부 극빈 노동층에나 해당되는 문제이며, 그 기준 금액 또한 무능한 노동력에게 돌아가는 혜택으로서는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관점을 내포한다. 그러나 이는 총액 80만원, 90만원 받는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위반이나 최저임금을 겨우 웃도는 수준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한 것이다. 최저임금 기준 474,600원은 임금 총액이 아니라 통상임금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가 잔업, 특근, 야근을 많이 해서 임금 총액이 100만원을 넘는다해도 통상임금은 50만원을 겨우 넘길 수 있고,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당과 기본급이 50만원을 겨우 넘는다면 노동자는 항상 장시간 노동을 해야 자신의 생활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최저임금 기준과 비슷하거나 그 이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범위는 대단히 넓은 편이며 아직 그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새벽 6시에 나와서 화장실, 복도, 계단을 청소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청소 용역 여성 노동자의 노동이 한 달 50만원에도 못 미치는 무가치한 노동이라고 말할 수 없다. 최저임금 기준에 못미치거나 겨우 웃도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문제는 '극소수의 무능한'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구조적으로 양산하는 임금 체계, 고용 형태, 노동시간 등에 의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인 것이다.

경총측이 얘기한 그들만의 논리, 자본의 논리를 말하자면 끝이 없다. 결국 농성단은 더 이상 무의미한 논쟁을 할 필요가 없음을 밝히고, 경총이 올해 최저임금 기준에 대한 제시한 안을 철회하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기반한 입장을 제출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경총 직원들은 농성단을 1층까지 강제적으로 끌어내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계속되었으며, 4시부터 경총 앞 규탄 집회에 모인 집회 참석자들이 함께 격렬하게 항의한 후 경총 건물 앞에 농성장을 설치하였다.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에 대한 투쟁

농성장을 설치한 후 26, 27일에는 경총 앞 출근 시간 선전전과 규탄집회를 하였다. 규탄집회에는 도시철도 청소용역 노조 여성 조합원들이 집중적으로 연대하였다. 농성장 설치 때부터 함께 했던 청소용역 노조 사무국장님은 '우리는 청소라는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래서 저 건물에 앉아서 51만원 갖고 살라는 헛소리하는 경총보다는 훨씬 훌륭한 사람이다. 비록 이번에 우리의 요구가 달성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싸울거다'는 발언으로 농성단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26일 수요일에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준)에서 주최하는 『86차 비정규직철폐를 위한 수요집회』에 참여하여 최저임금제의 문제점을 알리는 대시민 선전전을 벌였다. 27일에는 과천 재경부 앞에서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인 법원을 규탄하는 집회에 연대하였다. 법원에서 일하는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한 후 용역회사가 최저임금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투성이라고 고소하였다. 그러나 용역업체는 '최저입찰제인 상황에선 해결할 능력이 없다.' , 실질 사용자인 법원은 '우리 직원이 아니니 알 바 아니다' 는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법원조차 저임금을 강요하는 현실을 규탄하는 이 집회는 현실에서의 최저임금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현실과 동떨어지게 결정된 최저임금

최저임금 위원회의 회의가 매일 오전 열리기 때문에 위원회 건물 앞에서의 아침 집회도 매일 진행했는데 6월 28일 집회 분위기는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사용자측의 주장대로 최저임금이 표결될 것같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여느 때보다 많은 대오가 집결하였다. 특히 전북지역 일반노조 조합원들이 30여명 상경하여 참여하면서 집회의 열기는 더욱 높아졌다. 그러던 중 가운데 최저임금이 사용자측이 제시한 시급 2,275원(월환산시 514,150원, 전년대비 8.3%인상)으로 최종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왔다.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조사한 실태생계비 월 56만1천원에도 미치지 못할뿐 아니라 노동자측 위원이 최초 요구했던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이 소식을 듣게 된 대오들은 도저히 이런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의로 최저임금 위원회 항의 방문을 시작했다. 대기하고 있던 전경들이 문과 건물을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다수의 노동자들이 전경들의 방패와 헬멧에 맞아 타박상을 입었다. 재빨리 움직인 9명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위원회 건물에 진입하는데 성공했으나 최저임금심의위원들은 회의실 문을 걸어 잠금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 맘대로 우리더러 50만원으로 살라는 거냐', '노동자들의 실태는 모른 채 탁상공론만 하는 심의위원을 누가 뽑았느냐' 는 분노가 터져오르는 가운데, 건물안을 뒤지며 심의위원을 찾아다녔던 진입 노동자들도 밖으로 나와 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렸으나, 이들은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미흡하고 아쉬운 점들이 많지만, 이렇게 최저임금에 관심을 갖는 대중단위들이 생겨나고 이들의 요구가 제기된 것은 올해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의 긍정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지 이제 3년이 되었으며 작년부터 비로소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이 시작되었다.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고민의 역사 자체가 짧다보니 올해에도 최저임금 투쟁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과 고민들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투쟁 주체들 사이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기간만의 투쟁으로는 저임금 근절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공통적으로 형성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심의위원들간의 수치놀음에 휘말리지 않는 저임금 근절을 위한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하려면 이 투쟁의 의의를 공유하는 단위들이 모일 수 있는 틀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제안들도 나왔다. 올 하반기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위한 법개정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최저임금제도 개선이라는 개별 사안에 결합하느냐 마느냐 이전에 최저임금 투쟁의 목표와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운동진영 전반의 고민과 논의가 시급하다.


최저임금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단 요구

◎ 모든 사회구성원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라!

◎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라!
·주 20시간 이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라!
·감시, 단속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라!
·최저임금 적용 영세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실시하라!
·산업연수생,장애자,수습생,직업훈련원생에 대해 최저임금을 적용하라!
·6개월 미만과 18세 미만 노동자에 대한 제한 지급을 철폐하라!

◎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라!
·복지급여에 있어서 모든 조건부과를 폐지하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최저생계비 현실화하여 수급권자 생존권 보장하라!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라!
구미영 | 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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