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육아휴직 급여 최초 수혜자인 여성과 노동부 장관이 기념행사를 하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김대중 정권은 모성보호법을 통과시켜 육아휴직 수당을 신설하고, 출산휴가를 연장하였다는 점을 개혁정책의 치적으로 선전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러나 모성보호법이 통과되면서 여성관련 근로기준법이 개악되었다는 사실은 과연 무엇을 위한 모성보호법인지 의문이 들게끔 한다. 김대중 정부는 여성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출산휴가, 육아휴직 수당의 대가로 여성에 대한 야간, 연장, 휴일근로 금지조항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였다. 김대중 정부는 이 조항이 형식적으로나마(실제 이 조항은 다른 근기법 조항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여성 노동의 유연화를 가로막는 조항이기에 모성보호조항과의 거래조건으로 내걸었던 것이다.
여성에 대한 야간, 연장, 휴일근로금지 조항이 개악되면서 여성노동자에 대한 변형근로제가 전면적으로 도입 가능해졌으며,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매개체는 더더욱 적어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모성보호법 입법을 추진했던 주체인 여성노동법개정 연대회의가 이와 같은 '노동권 맞바꾸기'에 동의했다는 점이다.
숨가쁘게 진행되어온 여성노동법 개악저지 투쟁
이러한 '노동권 맞바꾸기식' 노동법 개악, 여성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심화시키는 노동법개악에 대한 반대 투쟁은 매우 급하고도 열정적으로 진행되었다. 민주노동당 여성위, 민중복지연대, 사회당, 서울여성노조, 전국학생연대회의, 전국학생회협의회, 파견철폐공대위는 2001년 5월 긴급하게 모임을 가지면서 여성노동법 개악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국회통과 저지투쟁을 벌였다. 김대중 정권의 개혁성에 기대를 걸고 단계적 과정을 통해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여성노동법개정 연대회의의 입장은 김대중 정권에서 진행된 일련의 노동법 개악이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과정임을 무시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참가 단위들은 2001년 2월의 복수노조금지조항 5년유예로부터 시작되어 주5일근무제로 이어지는 일련의 노동법 개악논의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이들 개악 시리즈의 특징은 여성,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큰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여성근기법 개악안이 통과된 직후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주5일제 관련 노동법 개악은 변형근로제 확대, 주휴 무급화 등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확대하는 것이 주목적인 것들이다.
주5일근무제를 빙자하여 노동법이 개악되면 조직률도 낮고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대부분이 영세사업장 노동자인 여성노동자에게 타격을 줄 것임이 분명하였다. 그리하여 8월부터는 주5일제를 빙자한 노동법 개악에 대한 반대투쟁을 전개하는데 힘을 쏟았다.
여성노동권 더 이상 포기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투쟁을 통해 여성노동법개악저지를 위한 모임은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 공세가 강화되면서 노동기본권 박탈이 '권리와 권리를 맞바꾸는' 아주 세련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따라서 권리 맞바꾸기식 노동법 개악을 통해 여성 노동자 내부를 분할하는 자본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노동권과 관련된 현안과 그에 대한 올바른 입장들을 정리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각각의 현안들이 갖는 의미를 정리하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공동의 입장을 모색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월 1회 워크샵을 열기로 하고 8가지의 주제를 잡았다. 1차 워크샵 주제는 여성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현황이며, 이어서 모성권, 육아지원, 여성노동의 비정규직화, 직장내 성폭력, 성차별적 노동조건, 성차별적 해고 및 인사, 폭언 폭행 및 비인격적 대우에 대해 다루기로 하였다. 그간 여성노동권의 문제가 여성노동자의 입장에서 다루어진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워크샵 또한 기존의 논의를 정리하고 논의를 시작하는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껏 여성노동권에 대한 운동진영 내에서의 논의가 부족했기 때문에 6월의 여성근기법 개악이 가능했다는 뼈아픈 반성을 바탕으로 여성노동권에 대한 올바른 입장을 하나씩 정리하고 운동진영내에 공론화하도록 할 것이다.
|
|
|
|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