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3월 7일 철폐연대에서 3.8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진행한 여성교육 관련 워크샵에서 나온 발제문입니다. 철폐연대에서 여성노동권팀은 여성교육 관련 교안 작성 사업을 고민하며 2006년부터 ‘여성동교안팀’을 꾸려서 교안집 작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워크샵은 그러한 문제의식을 담아 노동조합에서 여성담당 동지들과 함께 여성교육을 진행하며 들었던 고민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추후에 여성교육 관련하여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니 많은 관심바랍니다.
1. 노동조합에서 페미니즘이 왜 필요한가?
비정규직의 70%가 여성이라는 현실에서도 여전히 여성노동자의 문제는 쉽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실태와 현실이 어떠한지는 물론이고 여성노동자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 대해 우리 전반의 문제로 인식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운동진영에서 역시 여성에 대한 인식은 얕고, 교육 역시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턱없이 부족하다. 왜 여성문제를 사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인조차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보니 여성교육은 더욱 요원한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에서 왜 페미니즘이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보자.
(1)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지속되어 여성 일반의 억압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껏 여성은 가사노동의 1차적 책임자이자 최종 책임자로 간주되어 왔다. 이는 여성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저임금을 정당화했다. 또한 가사노동의 연장선에 있는 보살핌 노동을 여성의 노동으로 고착시켰다. ‘남성=생계부양자, 여성=내조자’. 이러한 가부장의 역사는 몇 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 만큼 가부장의 역사는 뿌리 깊고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가족의 식량과 보살핌의 책임을 안고 있는 ‘어머니’ 또는 ‘딸’이라는 가부장적 성역할은 아직 여성의 역할로 남아있다.
여성과 아동이 보조적인 위치에서 남성 가장의 임금으로 부양되어야 한다는 가부장제에 기반한 가족임금이데올로기는 여성을 가족 내로 유폐시킬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여성노동자에 대한 각종 차별을 정당화한다. 나아가 이 이데올로기는 여성의 무급 재생산노동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노동력 재생산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근거가 되어 오늘날 경제위기 시대 여성이 짊어지고 있는 이중의 고통(저임금 불안정노동, 재생산 노동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정당화한다. 그러다 보니 사회 전반적으로 육아, 노인부양, 노동력 재생산에 필요한 여러 일을 여성의 무급 노동에 의존해왔고, 게다가 최근 들어 정부가 말하는 ‘가사와 직장생활의 양립’은 여성을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일반의 삶에서 뿐 아니라 운동진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는데 있다. 노동조합에서 여성의제에 대한 접근은 “계급관계=보편=상위”, “여성문제=소수=특수”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표현하며 그 의미와 중요도에서 항상 부수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페미니즘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정치적, 수사학적으로 여성문제를 배치하는 것은 여전하다.
(2) 신자유주의 세계화시대에서는 자본은 여성들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노동의 유연화는 상대적으로 여성 노동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킨 반면, 여성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켰다. 2006년 통계로 보면 남성노동자의 경우 45.8%가 비정규직임에 비해 여성은 67.9%가 비정규직이고, 여성임금은 전체 남성 평균임금의 64.2% 수준이며 특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평균임금은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4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렇듯 여성이 빈곤해지는 데에는 지난 15년간 여성의 비정규직화 양산 제도가 지속적으로 진행된 데에 기인한다. 93년부터 시작된 파견제 도입의 의도는 여성노동의 비정규직화를 가속화했다. 93년 파견노동에 대한 반대운동은 여성계, 노동계가 함께 대응해온 주요 이슈였다. 1993년 정부의 고용관련 4법 발표를 계기로 정부가 발표한 파견법 제정은 오히려 고용불안정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은 파견법 제정 반대투쟁을 벌여나갔다. 그러나 결국 96년 말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가 날치기 통과되면서 노동시장의 유연화 전략은 확대되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로 나타난다. 작년 통과된 기간제법과 파견제 개정안 역시 여성의 비정규직화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다.
97년 IMF 도입이후 광범위하게 진행된 구조조정 역시 여성 우선 정리해고와 같은 성차별적인 모습을 보이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게다가 급속히 진행된 구조조정과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정책이 맞물려져서 여성노동자들은 더욱 주변화되어서 비정규직의 70%가 여성으로 채워져 가고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차별뿐 아니라 파견제, 변형근로제, 정리해고 요건완화가 도입되면서 전체 노동자의 임금감소 초래와 고용안정을 위협함은 물론 여성노동자에게 더욱 차별을 강요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정부 정책도 여성의 비정규직화와 빈곤화에 한 몫 한다.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을 보면, 소위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면서 빈곤탈출과 고용정책의 일환으로서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일자리들은 대부분 간병, 보육처럼 보살핌노동이거나 공공근로부문으로 소위 여성에게 일임된 노동이고, 대부분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불안정노동 층을 대거 양산하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 역시 여성 인력의 활용을 부추긴다. 사회적 일자리가 거의 여성으로 채워지고 있는데다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 때문에 노동인력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는 여성노동인력을 활용하지 않고는 노동력 부족현상을 해결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정부에게 현재 여성인력은 일종의 사회안전망으로 작동한다. 과거에 비해 여성 경제 활동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언론에서 얘기하길 작년에 이미 여성경제활동인구가 1,000만 명 돌파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엄밀히 말해 여성의 경제 진출이 늘어 났다기 보다는 그만큼 여성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 아래에서는 보편화된 여성에 대한 공격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비정규직에서도 여성이 더 많고 빈곤층도 여성이 더 많은데 많다는 것도 심각하지만,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의 양상이 모든 사람에게 직면해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 안에서도 이걸 고민해야 한다. 요 몇 년 사이 급속화 된 비정규직 문제만을 보더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여성들은 그런 노동의 형태에 직면해 있었고, 그런데 지금은 이게 전 노동의 문제로 퍼지고 있다. 물론 그 안에서도 여성은 더욱 고통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도 여성들 먼저 비정규직화하고 그 이후에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점차적으로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것처럼 신자유주의적 공격은 노동계급내의 다양한 분할선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진행되는데 그 분할을 방관하면 우리 모두의 기본선이 무너지게 된다. 노동기본권 쟁취라는 측면에서도 여성문제에 대한 방관은 여지없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3) 미조직 불안정노동자 전략조직화와 함께 노동조합 운동에서도 페미니즘적 관점이 필요하다.
미조직 비정규직에 대한 조직화가 회자되고 있지만,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과 여성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현실에 맞서 진정으로 여성노동자를 조직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전략조직화 방안에 대한 연구에도 역시 페미니즘적 관점이 필요하다. 미조직 불안정노동자에 대한 전략조직화가 단지 주체를 수적으로 확장하기만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운동의 방식까지 고민해야 한다면 노동조합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성교육도 별도로 진행될 것이 아니라 87년 이후 제조업․대공장․남성노동자 중심으로 이루어져온 교육과 노동조합 전반의 운영을 되돌아보고 이 안에서 페미니즘적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2. 노동조합에서 여성교육의 현실
(1) 노동조합에서 여성교육의 실태
① 여성노동 교육의 내용과 방식
민주노총(산하연맹 포함) 여성노동자 학교에서 주로 다루어 졌던 교육 방식을 살펴보면 기획교육 형태로 숙박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서 강의와 참여형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주제는 여성관련 주제와 해당 정세 및 현안 관련한 교육을 같이 진행하고 있는데 교육 주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여성관련 주제 : 일하는 여성(주체로서의 여성), 여성관련 법(고용평등법, 모성보호,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 호주제, 할당제, 여성비정규직 문제, 자본주의와 여성노동, 여성의 정치세력화, 여성의 노조활동방안(대표성높이기, 불평등 없애기 등) 등
- 참여형 프로그램 : 인성훈련, 리더쉽훈련, 노조 내 불평등에 대한 대응, 여성 친화적 노동조합(또는 작업장)만들기, 모범 단협 만들기, 여성관련 노조활동 사례 공유 등의 주제를 가지고 참여형 교육과 토론을 진행.
- 그 외 : 페미니즘과 노동운동, 여성의 몸, 섹슈얼리티, 가족제도 등의 주제들도 다루어지고 있음.
여성노동자로서 또는 노동운동이 페미니즘과 어떻게 결합해야 할 것인가의 관점 속에서 교육 주제를 선정하고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며, 이러한 총체적 관점 속에서 철학과 이론의 문제와 현실의 문제에 대한 분석과 대응방안을 고민할 수 있도록 교육을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전보다 많이 확장되고 있기는 하지만 성폭력, 여성할당제, 여성관련 법 교육이 주제로 많이 다뤄지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폐미니즘과 노동운동, 가족제도 등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주제들도 교육에서 시도되고 있다.
② 교육 대상
여성관련 교육은 일상적 형태로 이루어지기 힘들며, 이는 여성노동자들을 비가시화하는 몰성적 노동조합운동의 활동을 반영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과 몇몇 연맹은 여성활동가 양성과 간부교육 수준에서의 기획교육과 워크샵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육의 지속성과 축적이 어려운 구조이다. 교육의 대상에 따라 교육 내용도 달라지고 기회도 달라지는데 그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대상의 경우 간부 교육과 조합원 교육이 그 내용과 기회가 다르다. 간부 교육의 경우 그나마 여성위원회의 활동이 안정적인 단위에서 자기사업화 했을 때나 그나마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며, 여성위원회나 담당자 선임조차 안 되는 곳에서는 여성교육의 수혜조차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된 내용 역시 리더쉽 훈련이나 회의 진행법, 여성의 정치세력화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합원 교육의 경우 일상적으로 여성교육을 배치하는 것은 매우 드믈며, 3.8 여성의 날 즈음하여 3.8 여성의 날의 유래나 단협 시기 여성조항에 대한 설명이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거나 해당 현안이 있을 때 일회적인 교육으로 진행하는 경우로 그치고 있다. 해당 사업장의 여성노동자들의 노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성노동자에 대한 여성교육을 실시하는 사례들도 있으나 여성교육에 대한 필요성속에서 접근하지 못한 채 여성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해서는 여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실용적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있으나, 해당 노동조합이 여성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게 하는지에 대한 교육은 부족하다. 대부분의 교육이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조합원 교육의 경우 일상적으로 여성교육을 1년에 1회라도 전 조합원 상대로 하는 노동조합은 극히 드물며,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거나 해당 현안이 있을 때 일회적인 교육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여전히 여성교육이 여성노동자들만의 문제이거나 부문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무엇보다 여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동인형성이 노동조합 내에서 절실히 요구된다.
③ 교육 강사의 문제
여성관련 법안과 관련한 내용, 할당제 문제 등은 자체 해결하고 있지만 그 외 주제에 대해서는 자체 소화보다는 유명강사를 초빙하여 진행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렇다보니 강사 역량에 많이 의존하게 되거나, 대부분 전문가를 초빙하다보니 이론에 있어서 현실과 접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게 된다. 이는 여성교육 관련하여 강사풀이 현저하게 적은데 기인한다.
여성교육 강사 풀을 확보하는 것도 노동조합에서 여성문제를 확산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이다. 이를 위한 체계적인 교안작성과 강사단 훈련과 같은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
(2) 노동조합에서 여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못하는 이유
그렇다면 노동조합에서 여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하게는 노동조합 역시 여성문제에 대한 천박한 인식에 기인할 것이다. 논의 지형 자체가 더 이상의 고민을 진척시킬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그렇다보니 시스템 역시 마련이 되지 못하고 있다. 담당부서, 교육시간 어느 하나 제대로 되지 못한 현실에서 여성교육은 척박하게나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①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 부족과 여성 교육에 대한 동인 형성이 되어있지 못하다.
노동조합에서 여성교육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교육으로까지 이끌 동인형성의 어려움이었다. 기본적으로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한 노동조합에서 여성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왜 필요한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교육이 진행된다고 할지라도 형식적인 배치에 그친다. 이후 노동조합에서 왜 페미니즘을 사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라 하겠다.
또한 노동자가 페미니즘을 사고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여성노동자의 경우 여성문제가 너무 힘들고 어렵다보니 자신의 정체성을 ‘노동자’로는 여겨도 ‘여성노동자’로 여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여성노동자들이 여성의 문제를 거부하려거나 인식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가끔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여성문제에 대한 생각이 없어서라기보다 여성으로써 자각하고 인식한다는 게 여성들에게 괴로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여성문제를 고민하고 알게 되면 더 많이 싸워야 하고 더 많이 고통스러워해야 하다 보니 여성교육이라는 것도 쉽게 이루어 지지 못한다. 남성노동자의 경우도 여성문제를 자기 삶에서 인식한다는 것이 귀찮고 불편한 문제라고 생각하다 보니 여성문제에 대해 인식하기를 거부하거나 자기 고민보다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지침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를 볼 때 여성문제를 왜 고민해야하고, 여성문제를 고민한다는 것이 고통스럽고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임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② 여성담당의 부재나 여성위원회의 실질적 활동을 가로막는 현실들이 존재한다.
노동조합에서는 여성조합원을 조합원이라는 하나의 권리주체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대부분 동원하거나 활용하는데 급급할 뿐이다. 이러다 보니 교육의 필요성 역시 만들어 지지 못한다. 노조 내에서 여성위원회는 여성의 요구나 권리를 조직적으로 대변할 조직으로, 여성들의 자율성과 주체들의 독립성에 기인하여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분리노선이라는 이유로 여성위원회 같은 여성 자율조직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힘겹게 만들어진 여성 조직은 또 다른 한계에 봉착해 있다. 노조 내에서 여성위원회-여성국 등 여성전담부서는 가끔 성폭력 사건이 터지면 그 해결의 전담부서가 되어버린다. 노조에서 이런 일들을 ‘여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로 그냥 전담부서로 떠넘기는 경향이 있어서, 여성위원회-여성국이 노조에서 고민을 진척시킨다기 보다는 완충지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여성위원회-여성국에서는 노조의 페미니즘적 의제화나 패러다임 전변과 관련한 고민을 할 여건이 못 되고 있다.
또한 여성위원회는 있어도 여성국이나 노조 내 전담하는 여성국이 없어 실제적인 사업과 교육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여성담당 주체의 불안정성도 여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못하게 하는 이유이다. 여성 담당자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어려울뿐더러 여성간부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는 현실은 여성사업 전반 뿐 아니라 여성교육에 있어서도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③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1회성의 교육으로 그치고, 문제화되거나 3.8 여성의 날 같은 연례행사에 잠시 다룰 뿐이다. 이처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교육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보니 여성문제를 인식하는 것도 어렵고 교육이 배치되어도 유명 강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실례로 민주노총과 여력이 되는 산하 연맹에서는 그나마 여성학교, 여성노동자교실 같은 형태의 여성교육사업이 진행된다. 교육시간의 확보가 어렵고, 여성관련 교육의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노동조합 운동의 구조 속에서 노동조합의 여성활동가들이 모인다는 것 자체로 여성활동가로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힘을 다지는 자리가 되고 있으며 이후 소통과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 자체에 대한 평가와 토론을 통해 얻어진 풍부한 자료들이 축적되지 못하고 이후 사업에 반영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여성학교에서 토론되어지고 논의된 자료를 이후 어떻게 소통하고 사업화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필요하다. 또한 여성활동가의 지속적 양성과 훈련이라는 차원에서라도 여성활동가의 요구와 수준에 맞는 교육 기획이 필요하고, 기초교육과 심화교육으로 나누어 심도 있는 교육체계가 필요하다.
④ 여성 교육에 대한 교육 시간 확보 역시 부족하다.
노조의 페미니즘적 의제화나 패러다임 전변과 관련한 고민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다른 시스템마련 중에서도 교육시간의 확보 역시 중요하다. 그와 함께 이런 문제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여성 주체들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알다시피 여성이라는 주체가 처한 조건을 보면 가사노동, 불안정노동, 성적억압, 육아 등 모든 면에서 4중 이상의 고통에 있고, 여성들이 노조활동까지 하면 5중고인데, 힘들지만 생존자로서의 길을 과감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 주체적으로 나서서 남성들을 조직하고, 여성 활동가 스스로 변혁적 전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도 의무적으로 여성문제에 대한 교육의 시간을 확보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노조 내에서 페미니즘적 관점을 지닌 교육보다도 여성할당제 간담회, 여성 관련 단체협상 조항, 모성보호에 대한 교육에 치중된 편이고, 그것도 일부 여성간부들만 대상으로 진행되는 수준이다. 단위 사업장에서는 여성 문제에 대한 교육은 다른 프로그램 진행하다 할 게 없을 때, 아니면 투쟁하는 과정에서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배치하게 되다보니 교육이 끼워 맞추기식으로 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일상적으로도 여성 문제에 대한 교육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교육시간 확보에 관해서는 이탈리아 노조 페미니즘이 좋은 사례로 꼽힌다.
⑤ 노조 전체가 페미니즘적 관점을 확보하지 못하고, 여성만의 문제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의 문제를 다룰 때 여성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여성교육은 단지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으로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여성이 많은 사업장이건 아니건 여성의 의제를 어떻게 인식시킬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노조 내에서 여성문제를 사고할 때 모성보호 문제, 산전산후 휴가 같이 여성 개인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 전반적인 인식을 바꿔야 된다. 직장 내 탁아시설 설치 같은 문제도 여성이 많은 사업장에 설치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여성·남성 모두가 있는 사업장이나 남성만 있는 사업장이라도 설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저 개별 여성의 복지를 따내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문제이다. 여성국-여성위원회에서는 보편적 쟁점으로 문제를 던지기 보다는 여성이 여성의 문제를 끌어안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재생산노동의 사회화의 쟁점을 던지지도 못하고, 심각한 비율로 나타나는 여성 비정규직이나 빈곤의 문제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그게 여성국이나 여성위원회 만의 문제는 아니고 노동조합 전반이 그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 못하는 문제이다.
3. 철폐연대의 여성교육의 문제의식과 제언
(1) 철폐연대의 여성교육의 문제의식
철폐연대에서 지난해부터 ‘여성노동교안팀’을 운영하여 교안을 작성해 보려는데는 노동조합에서 페미니즘의 문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면서였다.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취지로 진행되는 노동자 교육은 점점 체계화되고 지속되고 있으나, 여성의 문제는 여러 가지 어려운 현실조건으로 인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었다. 내부에서의 치열한 투쟁 역시 필요하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사상과 이론이라는 무기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 여성문제 관련하여 운동 사회 내의 문제의식을 높이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교안을 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러한 목적에서 교안 작성의 방향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로 정부 여성-노동 정책 비판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정세적인 교안을 만들고, 둘째로 여성노동자 조직화 및 주체화 방안에 대한 입장을 내도록 하는 교안을 만들고, 셋째로 여성노동자들의 요구 및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안 작업을 우선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 논의 중인 교안 목차
1. 신자유주의와 여성
-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여성
- 노무현 정권 여성정책 비판
2. 여성노동자와 노동권
- 모든 여성은 자신이 원하는 노동을 할 권리를 갖는다
- 여성이 노동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현실
- 여성노동자가 노동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3. 여성노동자와 노동조합
4. 여성노동자와 노동법개악투쟁
5. 여성노동자와 페미니즘
- 페미니즘에 대한 ㅇㅇ가지 편견
- 여성운동의 역사
- 38 여성의 날 유래와 여성노동자 투쟁
- 한국여성운동사
- 국제 여성운동에 대한 간략한 소개
(2) 철폐연대의 여성교육 사업 관련한 제언
①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실리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과 결합 속에서 여성문제 역시 사고하고 고민해야 한다.
교안 작성의 문제의식은 위와 같지만 단지 교안을 만들어 던져주는 방식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노동조합에서 여성문제에 대한 사고를 접목시키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신자유주의라는 정책이자 이데올로기가 강화하는 노동의 불안정화, 여성 의무 강화 등의 양태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하고, 법․제도로 환원되지 않는 여성억압의 구조로서 역사적 가족 형태의 문제나 여성의 성적 대상화, 상품화 문제를 비판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여성 억압 구조에 대한 심화된 논의를 정세적인 쟁점에 개입하고 대중운동적인 의제로 만드는 다양한 시도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분석에 그치지 않는 다양한 여성 주체와의 공동투쟁을 통해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 상호 발전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노동운동과의 상호 결합을 위해, 노조는 여성이슈에 제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을 증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사회운동의 의제에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② 여성교육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음을 제안한다.
▷ 교안집 발간
07년 5월경에 여성교육 교안집을 책자로 발간하여 판매 할 예정이다. 이 발간 될 교안을 노동조합과 사회단체 등 곳곳에 배포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 교안 작성 후 워크샵 개최
교안 작성이 5월에 마무리되면 중요한 것은 이에 대환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다. 일단 이를 위한 워크샵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워크샵 자리에서는 노조 내에서 여성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 여성교육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논쟁과 소통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 여성교육 네트워크 구성
교안작성, 워크샵을 통해 문제의식이 마련되면 이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기 위한 자리로서 여성교육 네트워크(가칭)를 제안하여 이후 이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틀거리를 담보한다.
▷ 여성 교육 강사단 훈련
교안의 실질화를 이루기 위해 여성교육 강사단 훈련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여성교육에 대한 노조 내에서의 접근도를 높이고 여성교육의 질적인 수준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