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관련 노동법의 통과로 시끄러운 가운데, 세간의 주목이 된 것 중의 하나가 ‘차별’의 문제이다. 노동위원회 법안 중 ‘차별시정’ 조치는 ‘의미가 있다, 없다’에서부터 차별을 구제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까지 제출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차별’이라는 화두가 언제부터 노동 문제에 들어왔는지, 특히 성차별로 부각된 여성노동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차별 시정의 문제를 여성노동자의 시각에서는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문제는 과제로 남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쟁은 아직 노골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나타나는 많은 쟁점이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3차례의 연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짧지만 필요한 의견을 내놓으며 구체적인 현실의 쟁점은 다음 호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1) 차별금지 조항과 여성노동자
(2) 성차별로 국한된 여성노동 문제 해결의 한계
(3)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여성노동의 해법이 될 수 있나 |
1. 차별 문제는 언제부터 이슈화되기 시작 했나
차별 문제에 대한 논점은 따져보면 역사가 오래되기도 하고 얽혀있기도 하다. 비정규직 운동에서 차별 문제가 대두된 것은 비정규직 운동의 초기이다.
대표적인 것이 캐리어 사내하청에서의 ‘비정규직 철폐’냐 ‘비정규직 차별철폐냐’의 쟁점에서였다. 비정규직은 일상에서 차별을 많이 받으니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한 축이었고, 비정규직의 문제의 핵심은 정규직에 비해 차별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자체가 양산된 구조 자체에 있으므로 비정규직을 철폐하자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에 대한 쟁점은 그 이후로 수면에 잠복해 있었을 뿐 없어지지 않고 조금은 다른 논거로 계속 나타나고 있다.
차별에 대한 또 하나의 축이 성차별 문제인데, 성차별 문제는 80년대 말~90년대 초에 등장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나, 채용과 승진의 차별 문제, 여행원제도나 여사원제도 같은 각종 여성 직제에 대한 문제까지 다양하게 존재했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지난한 투쟁의 역사가 있었고, 그 결과로 남녀차별금지법과 남녀고용 평등법의 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도 성차별은 존재한다. 이 문제는 제도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리고 현재는 이 비정규직 문제와 성차별의 문제가 함께 작동하여 비정규직의 70%가 여성이라는 현실에서 여성노동자에게 있어서 ‘차별’의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2. 성차별 문제의 본격화와 현재의 쟁점
(1) 여성고용차별 개념의 등장
한국에서 여성고용차별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48년 7월 17일, 헌법이 제정되면서부터이다. 제정된 헌법에 처음으로 여성고용차별이 법적으로 금지되었는데, 그 후 1953년 5월 10일에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사용자는 남녀근로자에게 차별적 대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제5조)을 두고 이를 위반하는 사용자에게 벌칙을 부과하도록 하여 헌법의 남녀평등 원칙을 노동관계에서 구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채용된 이후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에 주로 맞추어져 있어 모집과 채용 단계에서의 여성고용 차별행위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차별의 규제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문구로만 있을 뿐 현실에서의 차별을 규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2)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의 의미와 한계
그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남녀고용평등법이 1987년 12월 4일에 제정되고 1988년 4월 1일부터 시행되어 근 20년 간의 시행역사를 가지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의 목적으로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고용에 있어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 및 대우를 보장하는 한편, 모성을 보호하고 직업능력을 개발하여 근로여성의 지위향상과 복지증진에 기여”한다는 내용이 언급되고 있다.
제정 이후에도 몇 차례의 개정이 있었는데, 1989년 4월 1일(1차), 1995년 8월 4일(제2차), 1999년 2월 8일(제3차)의 법개정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여성고용차별관행을 해소하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여성고용 차별에 대해 벌칙까지 부과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취업시 성차별은 유지되고 있고, 경제위기 직후 정리해고 1순위로,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고용상태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
(3) 간접차별의 확산과 비정규직의 문제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이후로 여성 조기정년제, 임신출산 퇴직제, 여행원 제도처럼 명백하게 성차별적인 제도는 점차 줄어들었고, 채용 공고시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을 표기하는 것 역시 성차별로 규제되어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을 합리적 이유 없이 달리 대우하는 것을 규제하여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뿌리깊은 성차별을 근절할 수 없음은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이후의 상황을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오히려 이후 간접 차별은 더욱 증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은행권에서 직접적인 성차별인 여행원제가 폐지된 이후 은행의 여성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어 일하는 사실에서 간접 차별로 차별이 확산되고 있으며, 여성노동의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가 다른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3. 비정규직 법안에 따른 차별시정 조치가
여성노동자에게 미칠 영향
(1) 남녀차별금지법의 제정과 폐지
1987년에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이 일정 정도의 직접차별을 규제하는 성과를 내자, 1998년에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와 법무부가 고용을 포함한 다양한 생활영역에서의 성차별과 성희롱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 (이하 ‘남녀차별금지법’)과 인권법의 제정을 각각 제안하게 되어 여성노동의 차별 문제는 제도화의 물살을 탄다. 그러던 중 남녀차별금지법은 폐지되었다. 정확히 말해 2004년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개편됨과 동시에 종전 여성부의 사무로 되어있던 남녀차별의 금지·구제에 관한 업무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업무로 통합되었다.
따라서 성희롱 예방교육 등에 관한 내용만 여성가족부의 업무로 남게 되었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에서 차별을 다루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비정규 관련 법안이 2006년 11월 통과되면서 노동위원회 차별금지조항도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노동자의 문제와 뗄 수없는 상황이 되었다.
(2) 남녀고용평등법, 남녀차별금지법과 노동위원회 차별시정 조치 한계의 유사성
남녀고용평등법, 남녀차별금지법은 상징적으로 여성 차별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적잖이 문제가 남는다. 간접차별의 증가라는 측면에서는 통과된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 조치가 합리적 차별을 고착화한다는 점과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남녀고용평등법과 남녀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 관련 판례와 노동위원회 결정문, 고용평등위원회 조정서 등에서는 성차별의 판단기준을 ‘합리성’에 두고 있고, 고용상의 성차별에 해당하는가의 판단은 공적 판단권한을 가진 판사나 검사, 근로감독관, 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등의 여성노동문제에 대한 인식수준과 가치관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법안의 실효성에도 적잖이 논란이 되고 있다. 기간제법 및 파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역시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한다.”(기간제법 제2조 제3호, 파견법 제2조 제7호)고 되어 있어 그 ‘합리성’ 이라는 판단 기준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이를 토대로 오히려 우리는 차별시정의 조치가 어떻게 노동자의 삶에 닿을 것인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맥락에 따라 한계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하고, 비정규직여성노동자에게 역시 이 문제가 어떻게 적용될 지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차별문제를 여성노동자의 시각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 현장에서 나타나는 차별 문제로 인한 쟁점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초기 비정규직 투쟁부터 드러났던 ‘비정규직 철폐냐 차별철폐냐’라는, 낡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쟁점부터, 여성노동의 쟁점을 성차별로만 국한하여 본질을 놓치거나 탈계급화시키는 문제에 대해 적절히 따져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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