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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48|03|2007
노래

:: 2007-04-12   조회: 2717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삶 속에 있는 눈물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우리 안에 스며들어 있는 문화 속에서 자본의 논리를 명쾌하게 드러내며, 비정규직 투쟁에 항상 함께하는 문화 동지들의 애환과 관심을 싣습니다. 자본의 이윤논리에 종속되지 않고,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애를 쓰는 동지들의 이야기도 싣습니다.
노래하는 노동자인 김성만 동지, 민주노총 경기본부 박선봉 동지, 철폐연대 회원이신 김상목 동지가 앞으로 번갈아가며 문화 칼럼을 써주시게 됩니다. 동지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처음 시작을 할 때에는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고,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 정도 노랫말은 80년대 중반 노동자 대투쟁의 물결 속에 나와 있는 노랫말에 비정규직 그 네 글자만 붙여놓아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비정규직의 삶과 투쟁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민중문화를 한다는 창작자들에겐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을 터인데 그 네 글자에 대해서 왜 우리는 너무도 멀게만 바라보고 있었는지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순서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정규직의 삶속에 들어가 그 삶에서 무너지는 절망에서 일어서는 희망을 그리는 작업이 모든 민중 문화를 한다는 예술가들에게서 표현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그 표현이라는 것이 이미 폭발한 다음에 시작됐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똑같은 얘기를 또 얘기해도 비정규직의 삶속에 들어가 아픔에 아파하고 노래하며 그림을 그리어 그것을  보고 누구나 다 녹아들어야하는 시작이 있었어야 하는데 폭발하고 나서야 투쟁해야 한다고 연대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쳐 대서야.  
그림이 그려지고 시가 써지고 노래가 불려 지기 시작했다. 왜 그리 늦게 몸짓을 시작했는지, 왜 이리 늦게까지 절망에 함께 몸부림치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짓밟힘이 아직도 부족한지…

80년대 초 공장으로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옆구리에 책 한권씩이 끼어져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노동자가 아닌 대학생이 되고 싶었고, 월급 타서 나이트에 가면 공순이 공돌이가 아닌 대학생이라고 속여 미팅을 하던 시설이 이젠 추억일까.
노동자라 말하면 위아래 훑어보며 터부시하고, 빈정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동자가 아니라고 대답해야하는 시대. 그래서 우리가 해 온 것이 ‘노동자라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교수도 선생도 공무원도 노동자라고 말하는 시대. 우린 또다시 그 80년대 초보다 더 부끄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두 명 중에 한명을 넘는 60%라는데 자신이 비정규직이라고 말하는 사람, 내가 비정규직 이어서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사람 있을까.

의외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참 빨리도 자신의 위치를 깨닫는다는 것을 느낀다. 내 차량 앞에 “비정규직 철폐”라는 휘장을 두른 채 비정규직철폐 투쟁현장에서 투쟁집회를 마치고 다음 행사가 어느 대학 안에 있어서 그 휘장을 떼어야 한다는 생각을 미쳐 못한 채 그 대학 정문으로 들어가려 하자 대학정문을 지키는 경비아저씨가 팔을 저으며 다가온다. 우린 또 뭔 이유로 못 들어가게 하려는지 의심을 품으며 “왜 그러시는데요?”하니 이 아저씨 느닷없이 한마디 한다. “제발 비정규직 좀 없애 주세요.” 그제서야 차 앞에 휘장을 떼지 않았음을 알았고 그 휘장을 달고 서울시내을 휘몰아 다녔으니 이 아저씨 대단한 투사를 만난 듯  말씀을 하게 된 것이다. 눈물의 절규이다. 뭐라 대답 해줄 말이 없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데 주유원이 나이 드신 노인네이다. 노인네가 기름을 넣으면서 내차 유리쪽을 유심히 쳐다본다. 거기에 비정규직과 어깨를 걸고 음반 포스터가 보이는 것이다. 조심히 내게 묻는다. “어디 노동조합 일하세요?” “아뇨.” 말이 끊어지자마자 노인네 한숨을 쉬며 “비정규직 좀 빨리 없어져야 하는데” 짧은 한마디를 토한다. 그 노인네의 말 한마디에서 비정규직의 서러움이 부족할까.

우리 사는 곳곳에 비정규직이 있고 그들은 가슴 답답하지만 자신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다만 ‘내가 비정규직이오.’ 하고 말하지 못하고, 하루살이 품삯 때문에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희망 떠난 자리에 절망만 끌어안고 마냥 이대로 살아야하는지 밤마다 슬픔을 끌어안고 눈물짓는 그 눈물을 노래하고 그 눈물이 이슬 줄기처럼 이어져 흐르게끔 시를 쓰고 그것이 하나로 모여 비정규직철폐 바다를 그리는 것이, 바로 민중문화를 한다는 우리네의 몸짓이 넘쳐야 바로 그때 승리의 물결 속에서 탁배기를 부딪칠 수 있을 것이다.

이랜드 일반노조가 출범하기 전까지 이랜드, 까르푸, 뉴코아 비정규직 철폐공동3사 투쟁에 함께하며 그린 시 한편 노래 한 곡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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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도엽

화장실에 앉아 눈물 한 됫박 쏟아내고
생글생글 고객님 무얼 도와드릴까요.
탈의실에 앉아 불끈 솟아오르는 화를 누르고
방글방글 고객님 알겠습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 앞치마 내팽개치고
집으로 달려가지만
마음뿐
딸 같은 이에게 막말을 들어도
둘째 딸 학원을 보내야 하는데
아들 같은 이에게 쌍소리를 들어도
첫째 아들 대학 다녀야 하는데

탱탱 부은 두 다리
욱신욱신 두 어깨
처진 몸 깨져라 외친다.
막판 떨이 세일이요 깜짝 장터요

귤 한 보따리 이천 원
쌈채소 한 보따리 천 원
아예 내 몸뚱이도 세일이요
나가라면 미련 없이 떠나야하는
파트타임 알바 계약직 아줌마
내 생명은 삼 개월씩
계약연장은 오로지 삼세판뿐
구 개월이면 생명해지
시한부 비정규 아줌마

막판 떨이 세일이요 깜짝 장터요
하늘같은 고객님들 어서어서 오셔서
유통노동자 경력 십오 년
최저 임금에 떨이요
골병만 약간 든 비정규 유통노동자
고용 안정된다면 무조건 세일이요

다시 오지 않는 기회
기회는 오늘 한 번뿐
목이 터져라 외치건만
썩어가는 사과 두보따리
뭉개진 귤 세보따리
축 처진 쌈채소 한보따리 곁엔
파트타임 알바 계약직 비정규
유통노동자
기회는 오늘 한 번뿐
내일이면 만나지 못할
막판 세일
비정규 유통노동자


까대기

                  글·곡 김성만

세상에 포장을 뜯어  널 부러져 흩어진 것들
높은 곳에 차곡차곡 낮은 곳에 가지런하게

날 때부터 비정규직 울 때부터 차별을 받는
정해져서 바꿀 수 없는 그런 노동이 아냐

우리가 차곡차곡 우리가 하는 거야
노동이 아름답게 다시 쌓아야 해

우리가 하는 거야 우리가 힘을 모아
세상을 다시 한 번 까대기 하는 거야

다시금 사랑으로 다시금 희망으로
우리가 힘을 모아 함께 가는 거야

땅위에 하늘아래 차별이 없는 거야
사람이 사람답게 아 살맛나는 세상

까대기 :여성의 유통노동자들이 박스에 들어있는 물건을 풀어 진열대에 차곡차곡 쌓아 정리하는 것을 뜻함
김성만 | 노래하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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