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선진화? 누구를 위한 선진화인가?
이미 대선공약, 인수위, 정권출범 후 국정방향발표 등을 통해 이명박정권은 금융, 교육, 의료, 사회보험, 교통, 에너지, 물 등 전방위에 걸친 공공부문의 사유화․시장화 정책을 수립한 바 있다. 정권이 예상치 못했던 촛불정국으로 인해 민중을 눈과 귀를 막기 위해 계속적인 언론탄압을 벌여왔고 성난 민심을 호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운하 정책 폐기, 영어몰입식 교육 보류 등의 사기행각을 벌여왔던 정권은 이제 본심을 드러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11일, 8월 26일 공공기관을 통합하거나 폐지, 기능조정, 민영화하는 방안을 담은 1, 2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노골적으로 수익증가와 비용절감을 선진화의 목표로 밝힌 이명박정부에게 공기업 선진화는 사유화․시장화, 구조조정의 다른 이름일 뿐이며 가진자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사기행각이었다.
물․전기․가스․의료는 민영화하지 않겠다, 인위적인 인력조정은 없다는 등 거짓말을 해대던 이명박 정부의 사기행각은 1,2차에 걸친 공기업 선진화방안, 공공기관 선진화추진 경영효율화 가이드라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추진계획 등을 통해 그 속내를 다 드러냈다.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
<표 1> 공기업 선진화 1, 2차 계획
1, 2차 공기업 선진화 계획은 민영화(사유화), 통폐합, 기능조정 등을 골자로 제출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은 물론 국회에서의 공론화도 거치지 않았다. 금융공기업에 대한 민영화와 공적자금 투입기관에 대한 매각, 관광 관련 공기업들에 대한 민영화 및 구조조정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부 기업에 대해 ‘국민주 방식’ 도입, 동일인 주식소유 제한, 일정 기간 근로자의 고용승계, 가격 규제 방안 등 공공성 유지 장치를 두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발표 당시부터 엄청난 반대에 부딪치고 있으며, 민영화, 경쟁, 효율성 증대 등을 절대선으로 두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 경비절감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부각되거나 경쟁과 경영효율성을 통한 가격 인상 요인 제거 등이 거론될 시 얼마든지 후퇴될 안임에 분명하다. 아니 분명 국민을 우롱했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이제 9월 중순쯤 3차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철도공사 및 자회사 기능조정,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통폐합, 대한주택보증․한전기술․ 한전KPS 민영화, 가스공사 및 한전의 기능 조정(발전회사와 전력 판매부문 통합, 민간의 판매부문 진입 허용), 지역난방공사의 지분 매각 및 자회사 매각,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기능조정 등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3차까지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 발표(9.20경 4차)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경영효율화 가이드 라인이 가시화될 것이며 이는 실질적인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나타날 것이다. 실제 지식경제부, 노동부 등에서 제시하고 있는 경영효율화 가이드 라인은 아래와 같다.
- 경상예산(인건비+운영비) 10% 감축 및 3% 경영성과 확대(2009년 경영성과 전년 대비 13% 확대 : 대부분 인건비 등 고정비용 감축이 중심)
- 13%의 경영성과 확대를 위해, △ 비핵심업무의 외주위탁 및 기능 조정 △ 연봉제 및 계약제 확대 △ 경영평가 차등성과급 확대(공기업 200~500% → 100~500% 수준, 산하기관 100~200% → 100~300% 수준) 및 내부 차등 확대 △ 예산지침 위반시 연대 책임(경영진+직원) 부과 △ 평가관리시스템(ERP, BSC 등)의 인사평가 및 차등성과 연계 강화 △ 독립사업부제 및 외주위탁 확대 △ 공기업 간부직원에 대한 경영계약 추진 등이 현재 검토되고 있음. |
이로써 인위적인 인력조정은 없다던 이명박 정부의 공언은 사기임이 드러났고, 인력조정을 포함한 10% 감축 효율화 방안은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인력구조조정 방안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에 정규직에게는 성과주의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연봉제를 강제하며, 계약직 및 비핵심업무의 외주위탁 확대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고용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다. 또한 각종 경영평가를 통한 차등성과급 지급은 기관별 내부구조조정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또한 현재 지방공기업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통합공시, 공기업 임원 인사제도, 공기업정책위원회 등 개정 등 지방공기업의 상시적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방공기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방공기업의 타 법인 출자한도 제한(20%) 폐지, 2008년 상반기(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산하)부터 몰아치고 있는 지방공기업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핵심 방향인 ‘외부위탁’에 대한 규제 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 대책 = 구조조정의 또다른 가이드라인
공기업 선진화 1차 방안 발표를 앞둔 7월말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 추진위원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 추진 계획 지침을 내렸다. 6월에 발표한다던 2차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은 정부의 민영화, 구조조정과 맞물리면서 그 계획이 연기되다 민영화․ 구조조정 계획이 가시화되자 뒤늦게 발표되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무기계약 전환 대상을 2008년 6월 30일자로 2년이상인 자로 하되, 전환 예외조항에 “조직개편, 업무량 감소 등 구조조정이 예정돼 인력조정이 불가피한 경우”를 명시적으로 표현했다. 사실상 별로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정부의 속내를 드러내기에는 충분하다.
이미 1차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무기계약 전환 사유 10가지가 굉장히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이미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당시 또는 앞으로 구조조정이 계획된 경우 무기계약 전환 예외로 둘 수 있다는 조항에 의해 수많은 기간제노동자들이 전환대상에 올라가지도 못한 채 외주화 및 계약해지를 당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민영화 구조조정 계획과 연동하여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발표된 것은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이 공공부문에서의 비정규직 양산을 막고 해당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보다는 구조조정을 위한 합리적(?) 가이드 라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또한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노동부가 예시한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경영효율화 가이드라인에는 현 정원 대비 5% 이상 감축에는 무기계약직 노동자가, 경상경비 절감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당된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도로공사,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학교비정규직 등 수많은 공공기관에서 계약해지 및 외주화 사례가 나타났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는 커녕 정규직 감축 비율에 맞춰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감축 비율을 맞출 것을 내부 지침화하고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 및 고용불안정은 심화될 것이다. 또한 성과나 투자 효과가 낮은 사업 폐지, 민간수행이 가능한 기능은 민간위탁 추진 확대 등의 지침은 실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더더욱 위협할 것이며, 간접고용노동자의 확대를 낳을 수 밖에 없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화살의 시작과 끝!
기업활성화, 일자리창출, 공공개혁이라는 명분을 달고 공공부문 사유화․구조조정 공세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연이어 발표되는 조직개편지침 및 사유화 방안에 따라 공무원 1만원 감원, 공공기관 노동자 1/3에 해당하는 7만원 감원, 각 기관별 정원 축소 비율에 따른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 감원, 민간위탁․외주화 확대 등은 전 노동자들을 고용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정부는 ‘감원’이 아닌 ‘신분변동’이라며 정규직노동자들을 달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얼마나 기만적인 술책인가? 기관 매각, 축소, 통폐합과 병행해서 공공기관의 경영혁신과 내부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추진될 것이며, 이는 인력감축과 예산배정을 연계시키는 각종 지침과 경영혁신 방안을 통해 상시적인 내부구조조정 과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가장 먼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불었다. 비정규악법과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으로 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에 맞선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이 지속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급총량제, 학생수 감소에 따른 학교비정규직 감원, 기간제교사 활용, 노동강도 강화, 임금삭감 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별정직, 계약직 공무원 노동자에 대한 6개월 내 해고방침, 비정규법을 회피하기 위한 계약해지 및 외주화 확대,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의해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노동자들도 해고되거나 외주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의 화살은 그 시작일 뿐이며 그 끝은 너무도 자명하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경험을 한바 있다. 1998년 IMF 이후 김대중정부는 공공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인원감축 위주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김대중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하위직, 비정규직 위주로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를 낳았고, 이 과정에서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공공부문은 기형적으로 더욱 더 열악한 노동조건의 비정규직들을 양산해 왔다. 또한 인력감축과 예산배정을 연결시키는 각종 경영혁신지침과 경영평가에 의해 비정규직 양산, 민간위탁, 외주화가 활성화되어 왔다.
잊지 말고 기억해 내야할 투쟁!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통신에 대한 사유화가 구체화되었던 2000년! 정규직에 대한 명예퇴직, 계약직 노동자 7,000명 계약해지, 도급전환, 114 전화번호 안내 등 분사와 아웃소싱 등을 복합적으로 이용한 한국통신 경영합리화 과정에서 정규직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위탁회사 직원이 되는가 하면 계약해지를 당한 7000명의 계약직노동자들은 비정규직에서 일시에 실직자로 돌변하게 되었다. 한국통신은 이러한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절감으로 1999년 대비 2000년 당기순이익 163.5% 증가(1조101억원)를 달성했다. 당시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이 517일 동안 지속되었으나, 이 투쟁은 전체 사유화와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114분사 저지투쟁도 개별화된 채 한국통신은 전반적 구조조정에 노출되었다. 무엇보다도 구조조정 저지와 비정규직 투쟁의 상호 연관을 보여주고, 공동투쟁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활동가들은 이것을 현실화하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이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당시 정부와 자본은 구조조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면서 하위직, 비정규직 중심의 해고와 외주화에 대해 사유화와 구조조정의 전단계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비정규직의 문제로만 접근하게 했다. 정규직의 고용을 유지 시켜주며, 구조조정을 자신의 문제로 접근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후 비정규직의 문제는 구조조정에 대한 공동대응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의 관점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로만 접근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2008년도에도 재현되고 있다. 2007년부터 전면 시행된 총액인건비제하에서 정원관리 기준 범위내에서 자체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 따라서 총액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공무원이 아닌 상용직노동자에 대한 해고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인력은 총액인건비에 포함되지 않는 더욱더 열악한 비정규노동자들의 충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사유화의 전단계인 각종 민간위탁․외주용역화에 있어 일시적으로 정규직의 고용은 보장한 채 전환배치 되고 비정규직만의 고용불안으로 나타나 공동의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고용형태와 부문을 넘어서는 공공부문 노동자 총단결투쟁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2008년 현재, 공공부문 사유화와 구조조정은 이제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전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구조조정은 공공성 축소를 전제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투쟁을 통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공공성 강화 모두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과정은 정규직만의 고용유지만이 아닌 당장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 저지 투쟁, 사유화 저지 투쟁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장에서 구조조정에 맞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투쟁으로, 사회공공성 축소에 맞선 전민중의 투쟁을 통해 전력요금 인상을 막고, 값싸게 지하철을 이용하며, 산간벽지의 국민들도 기차를 탈 수 있고, 병원과 학교에서 가난해서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전 민중의 보편적 생존권의 파괴를 막을 수만 있다면, 그리고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다면 우리는 정부자본의 어떤 선동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해야 한다. 이제 힘을 내보자. 전 노동자, 민중의 생존과 노동권을 이야기 하지 않고 나만의 생존을 지킬 길은 없다.
현장에서부터 비정규직 정규직노동자들이 함께 하는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함께 싸우자! 그래야 공공부문 전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과 사유화를 막고 전민중의 생존권과 기본적 권리를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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