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 중개의 산업화, 간접고용 노동자의 삶은 어디로 향해 가는가
1. 간접고용 법제도 및 정부정책의 변화
(1) 노동력 중개행위의 반인권적 위험성과 법적 규율의 필요성
노동력 소개의 문제는 단순히 부동산 중개업과 같이 시장에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노동력 중개는 인간에 대한 거래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노동력은 인간 그 자체와 구분될 수 없는 인격의 본질적인 속성으로 상품처럼 인간의 노동력을 거래한다면 인권침해의 폐해는 그 산업적 이익과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위험을 야기한다. 특히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공급하는 조건이 생계를 위한 제한적 상황인데 반해 노동력의 수요자인 사용자는 노동력 부족을 일정부분 자본으로 대체할 수 있어 노동수요의 양과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관계의 형성 이전부터 노동력이라는 재화의 고유한 특수성(수요•공급을 선택할 자유의 불균형성)으로 인하여 일반적인 상품의 수요•공급관계와 달리 사용종속성을 띨 수밖에 없고,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할 소지가 크다. 따라서 노동관계에 진입하는 과정에 대해 법은 시장원리가 아닌 공공적 목적과 방향에 따라 규율해왔던 것이고, 고용정책은 기본적으로 노동력의 거래관계로 인하여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등 노동자의 삶에 위협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관리•통제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와 사용자 간에 노동관계를 형성함에 있어 누구든지 중간에서 노동자의 노동력 제공과 관련한 이익을 취할 수 없도록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있다. 노동력을 가진 인간과 분리될 수 없는 특성상 노동력 제공을 재화로 한 제3자의 거래행위는 인간 자체에 대한 거래가 야기하는 문제들, 즉 인류가 용인할 수 없는 노예제도와 같은 효과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간착취금지원칙은 고용관계의 진입과정에 있어 민간에 의한 유료 근로자공급사업이나 유료 직업소개사업을 허용하지 않고, 공공적 목적과 방법에 따라 국가의 정책적 과업으로서 고용정책을 수립하도록, 1961년 제정된 직업안정법이 구체화되었던 것이다. 1967년 직업안정법을 개정하여 노동청 허가에 따라 제한적으로 유료 직업소개업을 허용하게 되었으나 1990년대 후반기까지 직업안정법은 노동자의 직업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실업대책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명문화하여 공공고용기관을 중심으로 관리되어왔다. 그러나 1998년 IMF 구제금융기를 거치면서 노동자의 직업안정에 대한 법적 규율은 상당한 약화가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2) 파견법 제정과 간접고용의 확산
1998년 외환위기는 IMF의 구제기금을 받는 조건으로 정부는 IMF가 요구하는 노동유연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직업안정법상 노동력 거래에 대한 규율이 축소되고 간접고용이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1997. 12. 외환위기 상황에서 경제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IMF(사실상 미국 금융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월가의 신용평가단)의 요구를 한국정부는 아무런 숙고 없이 수용하였고, 의회 역시 IMF와 한국 정부 간의 “경제프로그램에 관한 의정서(Memorandum on Economic Program)”에 즉각 비준해주었다. 이 의정서에 따라 출범한 제1기 노사정위원회는 1998. 2. 고용조정을 완화하기 위해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채택함으로써 “노동유연화” 전략을 위한 일차적 조치로서 경영상 해고제도의 도입과 파견고용의 합법화를 내걸었고, 그해 해고완화와 간접고용을 위한 입법화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이렇게 시작된 노동유연화 전략은 1998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의 제정을 이끌었고, 직업안정법상 금지된 유료 근로자공급사업에서 “근로자 파견사업”을 예외로서 허용하면서 사실상 노동력에 대한 중간 거래를 합법화하게 된다.
파견법을 제정하여 직업안정법상 사실상 민간 근로자공급사업의 일부를 합법화함으로써 노동력에 대한 중간 거래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인력업체가 성황을 이루었다. 이러한 민간 인력업체는 파견허용대상업무를 중심으로 관련된 유사업종에 대한 외주화를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 10여 년 사이에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를 간접고용으로 대체하거나 새로 형성되는 직종의 노동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전 산업에 불안정노동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한 번 파견법을 통해 근로자공급에 대한 예외를 허용해주자 미끄러운 비탈길처럼 직업안정법상의 원칙은 실종되기 시작하였다. 근로자 파견은 파견대상업무가 아닌 업무분야의 외주화를 더욱 촉진시키고, 이러한 외주화는 다시 파견대상업무의 확대를 요구하는 자기증식을 반복하였던 것이다.
1998년 파견법의 도입으로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의 범위에서 근로자파견을 제외하도록 정하였다. 민간 인력업체에 의한 근로자공급이 금지되던 원칙에 예외를 허용한 것이었으므로 사실상 노동력 거래에 대한 오남용 우려를 잠재우고자, 유료 직업소개소에서 구인자에 대한 선불금 공제 금지나 18세 미만자에 대한 직업소개시 친권자 동의 요건,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 사무소별 직업상담사 1인 이상 두도록 하는 설립요건을 정하는 등 유료 직업소개소에 대한 규제를 일부 강화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는 오래가지 못했는데, 근본적으로 직업안정법 원칙이 허물어지면서 1999년 직업안정법은 민간 인력업체를 활성화하는 취지에서 대폭적인 규제완화를 이루게 된다. 무료직업소개사업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유료직업소개사업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되었고 갱신을 위한 절차는 폐지되었다. 또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자가 모집업무를 위탁하는 경우 노동부장관을 허가를 받아야 했던 조항도 폐지되었고, 민간 직업소개업의 종사자에 대한 노동부장관의 교육훈련의무도 폐지되었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1998년 외환위기 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및 노동유연화 전략 일부로서 진행되었고, 정부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고용정책을 축소하고 이를 민간 부문으로 이양하는 근거를 마련해나갔다. 대표적으로 2007년 정부의 고용업무를 민간직업소개기관에 위탁하거나 민간과 공동으로 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하였고, 민간 직업소개사업자에 대해 ‘고용지원서비스 우수기관 인증제도’를 도입하여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인증기관에 대해서는 정부의 위탁사업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07년 직업안정법 개정은 이러한 민간위탁을 통해 “민간 고용지원서비스시장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3) 실업대책에 대한 국가책무의 민영화
IMF 외환위기 후 정부는 공공부문의 고용서비스 인력 및 예산을 확대하지 않고 실업정책을 민간 인력업체를 활성화시키는 방식을 통해 해소하고자 했다. 이는 전문성을 높인다는 명분하에 업무를 세분화하고 인력관리의 효율성 및 비용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한 산업구조의 변동에 동반하여 인력의 외부시장화를 촉진하기 위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핵심 전략이자 노동유연화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에 대한 아무런 거부감 없는 현 정부에 들어 고용정책에 대한 공공성 및 복지적 관점은 완전히 소실되었다. 현 정부는 국정 초기부터 민간 인력시장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였고, 2008년 노동부는 “직업안정법 체계 전면 개편방안 연구”를 제출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와 시장변화에 따라 노동자의 모집, 직업소개, 공급에 대한 법적 규율이 유연하게 대응하여야 함에도 직업안정법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성격과 기본체계만을 유지하여 “노동시장법제의 법적 정합성이 미흡하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즉 직업안정법의 본래 목적인 노동자의 고용안정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고용서비스업이라는 사업의 측면”에서 서비스이용자(소비자)와 민간고용서비스사업자와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법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전면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용서비스업의 측면에서 보면 직업안정법은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소비자보호법의 성격을 가질 뿐 대증되는 민간고용서비스에 대한 장애가 되는 측면들을 고찰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노동시장법제로서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소유하는 근로자와 이를 소비하는 사용자 사이에 민간고용서비스기관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에 따라 직업안정법이 아니라 ‘고용지원서비스법’으로서의 법적 목적을 변경하고, 종합적인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유형의 고용서비스를 개념화하고자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모집•소개를 허용하도록 법제를 정비하고, 직업소개와 파견사업의 겸업을 허용하며, 유료 직업소개에 대한 요금 상한을 완화할 것, 장기적으로는 직업안정법과 파견법을 통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4) 직업안정법 전면개정과 민간인력업체의 산업화
정부는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2009년 민간 인력업체의 활성화를 위한 직업안정법 논의를 본격화하였다. 공개토론회 및 국책연구기관들을 통해 민간 고용서비스산업의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노동시장 유연화 논리를 형성하고, 정부는 같은 해 “고용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을 제출하였고 직업안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 정부의 정책방안은 민간고용서비스 시장의 규제완화와 민간고용서비스 시장 육성, 민간-공공 고용서비스 연계 강화를 기본 축으로 하여, 민간고용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구인기업에 대한 직업소개 수수료를 자율화하고, 구인자의 의뢰로 근로자 모집하여 직업 소개하는 경우 구직자에게도 대가를 수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또한 파견대상 업무 범위를 확대할 계획을 분명히 하고 직업소개와 직업훈련사업을 연계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영세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 및 인센티브제도 도입 등을 통해 민간 인력업체의 수익구조를 확대 보장하여 시장규모를 키우기 위한 목적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민간고용서비스 기관의 전문화•대형화를 유도하고자 공공부문의 고용안정 사업을 민간위탁을 통해 주계약자 방식에 의해 핵심 선도 기업을 키우고 소규모 인력업체를 프랜차이즈화하기 위해 민간-공공 고용서비스 연계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몇몇 대형 인력업체를 중심으로 민간 인력시장을 과점시장화하여 키운 파이를 특정 기업에게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2009년 10월 개정된 직업안정법은 정부의 고용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이후 정부연구기관에서 제출된 정책방안보다는 대자본의 요구안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6년 대한상공회의소는 “민간고용서비스 시장 현황과 활성화방안” 연구보고서에서 정부와 민간의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체계를 기초로 민간 고용서비스 시장 확대를 위해 고시제로 되어 있는 요금제도의 개선하고, 고용서비스와 교육훈련체계 연계를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2008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도 “일자리창출을 위한 긴급제언”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보고서를 제출하였는데, 교육훈련과 고용지원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도록 직업소개와 직업훈련의 겸업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요구는 현 정부의 민간 인력산업의 1단계 법정비의 내용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개정 직업안정법은 ‘고용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충실히 반영하여, 직업소개와 모집을 결합하는 형태의 직업소개를 허용하고, 이 경우 응모자로부터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구인자로부터 받는 직업소개요금 제한을 완화하여 고급•전문 인력 소개에 대해서는 고시 한도를 적용하지 않도록 자율화하였다. 또한 직업상담원 고용의무를 완화하고 자본금 등 설립요건을 완화하여 1인 기업화가 손쉽게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행정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하여 법위반에 대한 규제 역시 완화시키고 있다.
(5) 끝나지 않은 민간 인력산업의 시장화
직업안정법 개정 이후 정부는 노동부장관이 결정하는 유료직업소개 요금에 관한 고시를 변경하였다. 기존에는 구인자로부터 3월 임금 평균 10% 한도, 구직자의 경우 4% 한도로 제한하고 있었으나 개정 후 구인자에 대한 수수료를 20%로 인상하였고, 일용근로자의 회원비의 경우 월 3만 원에서 월 5만 원으로 인상하여 민간 인력업체의 수익성을 보장하였다.
그런데 2009년 10월 직업안정법 개정으로 직업안정법의 본래 목적이 축소되고 노동자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거래하는 산업을 전면화한지 반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정부는 또다시 민간 인력산업의 시장화를 더욱 촉진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였다.
정부는 국가고용전략회의와 노사정위원회의 고용서비스발전위원회, 노동부 산하의 고용서비스선진화추진단을 운영하면서 민간 인력산업의 확대를 위한 정책을 심화시켰다. 노동부는 2010년 4월 “파견대상업무 및 파견근로자 활용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향후 파견대상업무의 확대를 공공연히 밝혔다. 이번 파견대상확대계획에는 4가지 시나리오로 그동안 파견법상 파견절대금지업무로 정하고 있던 제조업 등 직접생산공정 및 건설업에 대한 파견확대를 예고하고 있어 사실상 전 산업에 대한 파견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할 우려가 강하다. 또한 고용서비스선진화추진단은 민간고용서비스 선진화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직업안정법 개정이 이루어진 지 8개월 만에 완전한 시장화를 전제로 한 ‘고용서비스촉진법’으로의 전면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구인기업에 대한 직업소개 수수료 규제를 완전히 삭제하여 자율화하고, 유료 직업소개사업에 대한 물적•인적 설립요건을 폐지하고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 등 지원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민간위탁을 확대하고 워크넷의 개방성을 높여 민간 인력업체는 투자 없이 공공부문의 인프라를 활용하여 수익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표1>
또한 2009년 6월부터 계속 논의되어 왔던 노사정위원회 고용서비스발전위원회 역시 최근 최종 합의문을 발표하였다. 공공 고용서비스 강화는 사실상 민간위탁을 통한 민간 인력업체의 사업범위를 확대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며, 공공부문의 9개 고용관련 전산망을 통폐합함으로써 민간 인력업체의 인적 정보 인프라는 개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결국 민간 인력산업에서 종합인재서비스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겸업 규제를 개선하고, 직업소개요금 자율화 및 직업소개기관 대표자 요건을 삭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고용정책은 오로지 중간착취의 우려가 높은 민간 고용서비스기관의 산업화에만 초점을 맞출 뿐 그로 인해 노동관계가 어떻게 왜곡되고 노동자의 고용환경이 불안정화되고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그 효과와 위험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
이는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인간에 대한 거래를 하나의 사업으로 육성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불안정노동이 확산되고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문제가 이제는 사업장 내에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인력업체를 통해 사업장 밖에서, 취업하기 전부터 관리 통제되기 때문에 불안정노동을 확대, 재생산의 도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2. 간접고용 현황에 따른 노동관계 지형의 변화
정부의 고용서비스 선진화 정책이란 신자유주의적 전략에 따른 산업적 측면, 기업의 요구에 따른 시장화의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노동자 삶의 변화와 노동관계 지형에 대한 영향 등 노동권 보호의 관점이 부재하다. 이는 지금까지의 외주화 등 간접고용의 확산이 불러온 노동자의 삶의 질의 저하와 노동권의 악화 등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민간 인력산업의 확산책은 향후 간접고용의 부작용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1) 노동력 중개에 따른 노동조건의 악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산업체계는 인력활용에 대한 비용절감 및 단기적 이윤추구를 중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어 외주화 비용이 직접고용보다 비용상의 효율성을 보장할 때에만 의미가 있게 된다. 즉 인건비 축소를 기본으로 하면서 기업 외부에 형성된 인력업체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인건비 재원에서 인력업체의 수익항목을 포함하게 되므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실 임금의 감소 혹은 임금인상 폭의 감소를 초래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민간 인력업체의 허용은 사실상 중간착취의 효과를 나타내며 노동자의 경제적 조건을 악화시킨다.
특히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동 3권을 제대로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에 근로조건의 악화에 대해 집단적•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게 된다. 이러한 간접고용의 확산은 근로조건을 취약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해당 직종의 임금기준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균일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일정한 산업분야에 간접고용이 광범위화되면 직접고용 노동자의 근로조건도 간접고용 수준으로 평준화되므로 간접고용을 이유로 한 차별규제도 무의미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임금수준뿐만 아니라 임금형태 및 지급방식, 각종 노동조건과 인사 상조치가 사용 기업의 의도에 따라 변경되고, 인력업체에 의해 사용 기업의 이해에 충실하게 실현될 것이다. 그러나 임금형태와 지급방식은 단순히 경제적 의미만이 아니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간접적인 구조조정의 한 유형으로 활용되므로 사용 기업의 이해에 따라 형성되는 노동조건은 결국 노동자의 고용불안정을 심화하는 효과도 갖게 된다.
한편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산업재해에 있어서도 그 보호가 취약하다. 노동자는 노동력을 유일한 생계수단으로 하기 때문에 노동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실할 경우 이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뿐 아니라 인력활용기업 차원의 보호가 요구된다. 즉 적절한 휴가와 노동력 상실에 대한 예방적 조치, 사후적 관리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노동력을 쓰고 버리는 상품으로 인식하는 산업적 구조 안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사용기업과 인력업체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규율하는 한 간접고용 노동자는 매우 부주의하고 거칠게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2) 인력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확산 가능성
민간 인력업체를 통한 외부노동시장이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익구조가 형성되어야만 존속 가능한데, 노동력 중개행위에서 수익이 창출되는 특성은 노동력이 지속적으로 순환해주어야만 이윤을 높일 수 있다. 즉 노동자가 한 사업장에 안정적으로 고용되기 보다는 잦은 이직을 반복해주어야 거래행위에 따른 수수료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민간 인력업체로서는 상시적인 직접고용보다는 기간제 또는 파견과 같은 불안정 고용을 선호하게 되는 특성이 있다.
또한 직업소개와 같이 수익이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보다 파견기간 동안 지속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간접고용을 선호하는 민간 인력업체의 경향은 적극적으로 간접고용을 도입할 것을 홍보함으로써 오히려 민간 인력업체에 의해서 직접고용이 유지되는 사업장에 간접고용을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직접고용을 간접고용으로 대체하는 효과를 가져 오며, 특히 특정 산업 전반에 간접고용이 평준화될 경우 직접고용이건 간접고용이건 산업 전체 임금수준을 간접고용 임금수준(최저임금 수준)으로 하향조정하게 되어, 간접고용을 이유로 한 차별의 규제조차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3) 고용형태의 모호성으로 인한 법적 규율 약화
민간 인력업체를 활성화한다는 명목 하에 교육훈련, 직업소개, 파견, 도급 등이 혼재되어 이루어지는 종합인력업체를 적극 유도하는 것은 노동력 중개의 법적 성격 자체를 모호하게 만든다. 인력업체는 사용기업의 필요에 따라 직업소개의 형식을 취하였다가 다시 파견 혹은 도급의 형식으로 외관을 자유자재로 변경하게 된다면 노동자는 자신이 직업소개에 의한 것인지, 파견에 의한 것인지 알기 어렵고, 결국 자신의 어떠한 법적 지위와 권리를 갖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고용형태의 모호성은 사용자 책임을 불분명하게 만들기 때문에 노동자의 보호에 매우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적 유연표준화는 사용 기업의 외주화와 함께 외주화된 하청의 중층구조를 지배하기 위한 전략을 포함하고 있어 인력업체와의 긴밀한 공모관계를 형성하게 되며, 이는 양자 모두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데 긴밀하게 협조하고 공조하는 주체로서 기능하게 되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그럼에도 다자간의 고용관계를 빌미로 노동자에 대한 책임주체로서는 매우 모호한 태도를 취할 수 있게 된다면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매우 위태롭고 불안정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인력업체를 통한 외주화 경향은 노동자에 대한 책임의 모호성만이 아니라 외주화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에게 있어서도 매우 불안정한 것이 될 수 있다. 즉 신자유주의적 외주화의 목적은 기업의 인적관리의 효율성 및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 소비자의 입장에서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문화와는 사실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소비자가 외주화가 되었다고는 하나 사실상 대상 기업의 지배 영역 내의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고, 결국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는 유형의 서비스 분야를 외주화할 경우 외주화된 영역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와 권한은 사용 기업이 허용하는 범위에 국한되므로 서비스의 내용은 표준화되는 과정에서 단순화되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객이 원하는 충분한 서비스의 제공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4)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대한 훼손
노동력 중개행위는 본질적으로 인간을 거래하는 것과 분리될 수 없다. 그런데 인력업체가 종합인재개발을 명목으로 노동자의 직무능력과 경력관리를 위한 직무교육만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삶의 방식에 대해서까지 개입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기업이 요구하는 인간형에 맞추어 노동자를 통제하고, 특정한 직업 선호나 직업관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취업과정에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인간 그 자체에 대한 결정권을 침해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노동자 통제가 교육훈련의 이름을 빌어 세련되고 교묘하게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인력업체를 통한 노동력 거래 및 관리가 활성화되면 사용기업뿐 아니라 인력업체에 의한 노동자에 대한 통제가 다층화될 것이고, 이는 노동자에 대한 종속성의 범위와 내용을 전통적인 개념과 달리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 사용종속성의 양상이 다양화되는 특성은 장기적으로는 노동자성 판단의 개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전통적인 노동자성 개념을 약화시키거나 몰각시킬 우려도 있다.
(5) 노동3권과 집단적 단결력의 취약화
앞서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의 제안서의 내용에서도 분명히 확인되듯이 민간 인력업체의 활성화를 통해 사업장 외부시장에서 노동자에 대한 직무능력•경력 관리의 과정은 개별 노동자와 인력업체 간의 개별적 노동관계로 고용환경을 축소시키며, 개인별 직무중심의 고용 구조를 일반화함으로써 노동자의 집단적 단결이 형성될 수 있는 구조를 차단할 수 있다.
특히 파견과 같은 고용관계는 함께 일하는 노동자 간에도 전부 파견업체의 소속을 달리하기 때문에 노동자 간의 정서적 교감이나 공동의 이해관계 형성을 어렵게 하고 개별노동자들을 파편화, 분절화시킨다. 나아가 이러한 노동자 분절화 현상은 노동자 스스로 자신을 노동자로서의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한편 민간 인력업체 활성화는 사용 기업이 노동 외부시장에 대한 지배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자회사 형태의 인력업체를 운영하고 기업의 인력을 독점적으로 제공받는 방식을 취하게 될 수 있는데, 이는 사실상 사용 기업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표준화하기 유리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 노동자를 사업장 진입 전에 걸러낼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반조합적 의사가 강한 기업에 있어서 노동자에게 사실상 반조합계약이나 블랙리스트를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효과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기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