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12시가 되면 전통 문화의 거리로 잘 알려져 있는 서울 인사동에서는 낯선 풍경 하나가 펼쳐진다.
5년째 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대성산업가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1월 31일부터 인사동 대성그룹 본사 앞에서 <파견법철폐와 대성그룹의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원직복직>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시위’와 ‘수요 집회’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문화와 예술을 즐기기 위해 여유롭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5년을 넘게 싸우고도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를 떠도는 대성산업가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 모습이 묘하게 대비되고 있다.
안산반월공단에 있는 대성산업가스비정규직지회(옛 대성산소용역기사노조) 노동자들은 반월공장 안에 3개 사내하청 중 대성용역에 채용되어 가스운반용 탱크로리를 운전하는 기사들이었다. 정규직과 동일하게 일하면서도 임금은 70% 정도밖에 받지 못했고, 상여금과 학자금 등 복리후생 부문도 전혀 보장받지 못하였다. 이들 용역업체는 형식적으로는 대성산업가스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인력을 공급해왔지만, 실질적으로 비정규노동자들은 정규직노동자와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대성산업가스 관리자들의 업무 지휘·감독을 받아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는 등 불법파견 노동자들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불법파견과 부당한 대우에 맞서기 위해 노동조합을 건설하였으나 노조를 건설하자마자 (주)대성산소 측은 교섭에 임하기는커녕 탄압으로 일관하였고, 결국 2001년 10월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급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조합원들을 전원 해고해 버린 것이다.
대성산업가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근절, 부당해고철회, 정규직으로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천막농성, 출퇴근 선전전, 공장 진입투쟁, 본사 앞 투쟁, 1인 시위, 전국순회투쟁 등 최대한 모든 투쟁의 방법을 다 동원해 길고 긴 싸움을 이어 나갔고, 여기에 사측은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등의 수단으로 당사자가 집회를 할 때는 ‘매회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 ‘재산을 다 빼앗겠다.’는 등의 협박으로 응답해왔다. 그러던 중, 2003년 11월 6일 서울행정법원에서 해고자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회사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해고자들을 복직시키라는 판결이 내려졌으나, 1년 뒤인 2004년 12월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기각판결을 내려 다시 한 번 해고노동자의 가슴에 쓰라린 칼날을 들이대고 말았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오랜 투쟁으로 인해 잠시 지치기도 했지만, 지난 12월의 법원 기각판결은 다시 한 번 투쟁의 결의를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어차피 법이라는 테두리는 국가권력이 만들어 놓은 통제 기구에 불과하고, 그 국가권력은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당연한 사실인 만큼, 법적 승리 또한 우리 힘을 보여주고 투쟁으로 단련된 모습을 보여 줄 때만이 쟁취해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지만 이제 더 이상 법적 판결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기필코 투쟁으로 끝장을 보고야 말 것이다.
단 둘이서 투쟁하고 있고, 기댈 현장도 없지만, 불법적인 이중착취의 고통에서 시달리고 있는 우리와 같은 특수고용직, 비정규직 철폐만이 이 땅의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희망이기에 결코 이 투쟁을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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