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뜨거웠던 여름,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를 맞닥뜨리며 시작된 파견·용역 노동자들 투쟁은 2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2년이 지난 지금 방송사 비정규노조를 비롯하여 캐리어 사내하청, 대송텍노조, 서울대시설관리노조, 대성산소용역기사노조, SK인사이트코리아노조, 도시철도 청소용역노조, 하나로테크놀로지노조, 한진면세점노조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되었고, 그럴수록 자본의 악랄한 수법은 더욱더 날카로워져만 갔다. 이에 이번 특집에서는 주기적 해고와 이중착취에 시달리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과 실태를 담아 발간된 『2002 간접고용 실태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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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부분은 노동현실에서 나타나는 간접고용의 다양한 유형들을 다루고 있다. 파견·용역·도급·사내하청·외주·분사화 등등 그 명칭과 계약형식은 달라도, 그 본질은 고용과 노동력사용의 분리 다시말해 사용자책임의 회피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부분은 간접고용의 실태를 다양한 방향에서 조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간접고용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反노동권적 문제점을 살펴 볼 수 있다. 고용불안의 일상화, 착취의 중층화, 노동3권의 박탈이라는 점에서 간접고용의 확산은 저임금·무권리·노예노동의 사회적 확산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부분은 불법적 간접고용을 양산하는 법·제도의 문제를 다룬다. SK인사이트코리아노조 판결을 통해서도 알수 있듯이 날로 세련되고 교묘하게 자행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법·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네 번째 부분은 간접고용 확산에 대한 투쟁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과제에 대한 내용이다. 결론적으로 차별과 불법, 노동불안정의 확산을 방치했을 경우 고용구조의 악화와 노동권의 형해화, 그리고 노조운동에 대한 무력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있으며, 그에 대해 노동조합이 만들어야 할 그리고 사회적으로 쟁취해야할 투쟁의 과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투쟁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노동시장유연화'를 금과옥조로 여기며 고용불안과 노동조건저하를 강요하는 정부와 자본의 전략이 변화하지 않는한 이러한 투쟁들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생존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바로 이런 '생존권'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 것이다. 파견·용역·외주하청 등 간접고용의 확산이 어떻게 노동대중의 기본권을 압살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했다.
Ⅰ. 간접고용의 유형 및 확산 경로
1. 간접고용이란 무엇인가?
간접고용이란 파견과 같이 고용과 사용이 분리되는 형태를 말하며 파견의 경우 파견사업주가 파견노동자와 사용사업주를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노동자는 파견사업주와 근로계약을 맺지만,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와의 계약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 아래 일하게 되는 것이다. 용역, 도급 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사용업체와 용역노동자 사이에 용역업체가 개입하게 되어 파견과 같은 간접고용에 해당된다. 외주, 분사의 경우에도 사용업체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분사하면서 분사된 회사가 독립성을 갖지 못하고 사용업체에 종속되어 있는 경우 간접고용에 해당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간접고용의 유형이 존재하며 사용자 책임 회피, 노동3권 박탈, 고용불안·저임금·장시간 노동, 위험한 노동환경, 정규직, 직접고용과의 차별 등의 문제점을 앉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차별이 점점 세분화되어 노동자들을 갈라 놓는 것이다. 정규직, 직접고용 비정규직, 파견(또는 하청) 등으로 구분되고 차별되며, 자동차 산업의 경우에는 재하청의 과정 속에서 1차 업체, 2차 업체, 3차 업체가 구분되어 차별화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내부의 격차는 단결을 통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2. 간접고용의 유형
파견사업주가 노동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당해 노동자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파견과 통상 사회적으로 기업 외부에서 인력을 공급받아 사용하는 형태로 사용업체가 용역업체에게 일정한 업무를 맡겨 수행하도록 하는 형태인 용역·도급, 하청회사가 원청회사의 일정한 생산 업무를 도급받아 이를 원청회사 사업장에서 원청회사의 생산시설을 이용하여 수행하는 경우로 용역이나 도급의 한 유형인 사내하청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공급업체가 자신의 지배 하에 있는 노동자를 공급하여 타인에게 사용하게 만드는 근로자 공급, 사내 분사경영의 한 유형으로 동일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반장, 장기근속자, 중간관리자 등)에게 일부 생산라인이나 제조공정을 도급 주는 소사장제, 생산회사가 상품판매를 위해 유통업 매장에 소속 종업원을 파견하는 점원파견, 기업이 업무상 필요에 의하여 당해 사업장이 아닌 거래업체 등의 사업장에서 근무하게 하는 형태인 격지근무, 소속기업과의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타기업의 사업장에서 타기업의 사용 하에 상당히 장기간 업무에 종사하는 전출, 위장전출, 회사의 작업의 일부를 외부의 업자에게 주문하는 외주, 기업을 몇 개의 기업으로 분할하여 운영하는 분사 등이 있다.
3. 간접고용 확산의 경로
신규채용 중단, 자연감원에 대해 비정규직(계약직) 도입 → 주변업무에서 핵심업무로 점차 비정규직 범위를 확대 → 정규직은 소수만 남게됨 → 비정규직을 분사 혹은 외주 (도급계약) 하거나 파견, 용역 등으로 전환 → 파견업체, 용역 업체 등의 비정규직으로 전환
파견, 용역으로의 전환 이후에는 용역업체의 수를 늘리고, 간접고용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결성되거나 하면, 공개입찰이라는 형식을 통해 해당 용역업체를 탈락시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유지하고, 점점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간접고용의 일반적인 확산의 경로는 위와 같은데 산업별로 다른 특성들이 있다.
공공부문의 간접고용화는 조직개편과정, 사유화 과정과 함께 비정규직화 과정이 진행되며, 국가 또는 공공기관의 주도하에 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고, 오랜 기간을 두고 준비된 비정규직화 과정을 볼 수 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에는 작업방식의 변화에 따른 구조조정과 외주의 과정 속에서 간접고용이 확산된다. 설비의 교체, 생산차종의 부품 변경 등에 따른 외주화가 이루어지며, 주변 업무부터 들어온 간접고용이 핵심 업무에까지 사용된다.
조선산업의 경우에는 물량의 변동에 따른 고용의 조정을 위해 사내 외의 하청을 이용한다. 자연감원된 인원을 사내하청으로 충원하면서 정규직의 인원을 점점 줄이고, 최근에는 하청업체에서도 소수의 인원만을 채용하고, 인력시장을 형성하여 일용직을 채용하기에까지 이르렀다.
화섬산업에서는 경기의 침체와 산업의 사양화로 인하여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는 고용불안이 존재한다. 생산라인의 축소, 폐쇄, 공정의 개조, 전환배치 등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가운데, 자연감원과 정리해고 이후 필요한 인력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투입하고, 분사화하여 절대적인 인원의 감소와 정규직 비율의 감소가 진행되는 가운데도 비정규직의 범위는 확대되고 있다.
서비스업은 산업자체의 비정규직화로 이야기될 수 있을 만큼 비정규직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비정규직의 비율이 확대되고 있다. 대형유통업에서는 비정규직, 연봉계약직, 시간급계약직, 판촉사원, 용역 등의 다양한 고용형태를 활용하며, 전국적 망을 가진 대형음식점의 경우에는 하나의 지점에 지점관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으며 아예 정규직이 없는 경우도 있다. 또 파견판촉사원이라는 형식을 띤 간접고용노동자들이 정규직의 두배를 상회하며, 호텔·숙박업 등에는 세탁업, room maid를 용역화 하고, 면세점 입점 브랜드 소속의 파견노동자도 늘어나고 있다.
병원 사업장들의 IMF 이후 구조조정 양태는 크게, 아웃소싱, 외주화, 비정규직화, 공공의료기관의 사유화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이는 노동강도 강화, 비정규직 화대 → 전환 배치 → 아웃소싱, 외주화 → 비정규직 확대와 노동강도 강화로 악순환된다. 이전에는 단순기능직, 비의료직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이 도입되었으나, 현재는 간호사, 방사선과 직원, 한약사, 치과기공사 등 의료직과 사무직에도 광범위하게 채용되는 것이 관행화 되고 있다.
사무금융산업의 하나인 증권업종은 구조조정, 강제퇴출, 비정규직 양산을 주도해온 업종이다. IMF시기를 지나면서 비정규직이 급격히 늘어났으며, 지점망을 확충해 나가면서, 새로운 지점이나 기존 점포에 필요한 인력을 거의 비정규직으로 채워나가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증권업종에는 6개월, 1년, 3년 등으로 고용기간이 한시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노동자군, 노동시간이 다른 노동자에 비해 짧거나 불규칙한 단시간 노동자로서 지점 아르바이트, 파트타이머, 파견근로, 특수고용직 등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또한, 간접고용은 여타 비정규직 유형과의 상호 침투 속에서 점점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하나의 업체에 동일한 업무에 여러 가지 비정규직 형태가 동시에 존재하게 되고 있는 것이다. 언급한 간접고용의 유형 외에도 직업소개를 들 수 있는데, 직업소개에서 소개업자는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근로계약을 알선할 뿐이므로 노동자와 소개업자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여타의 간접고용 유형들과는 다르다.
Ⅱ. 간접고용의 실태 : 파견법 4년의 결과
1. 상시적 구조조정과 주기적 고용불안
1996-97년의 노동법 개정과정은 1980년대 말이래 자본이 구축해왔던 대노동전략(정리해고 등의 고용조정,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임금 및 노동시간의 탄력화, 현장통제의 강화, 노동3권의 제한 등)을 법제화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법조문'이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 계기는 1997년의 외환위기였고, 1997-98년을 경과하면서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화'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서 강요되었다.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화'는 특히 수량적 측면에서 대폭적인 인원조정에 대한 사회적 저항감을 무력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 최근에는 여기에 더하여 아웃소싱·외주·분사·도급화 등등을 통한 이른바 '상시적 구조조정'이 광범위하게 관철되고 있다. 최근 구조조정 과정에서 강조되고 있는 '상시적 구조조정체제'란 경제지표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노동에 대한 공격은 지속될 것이며 '고용없는 성장'이 전면화되고 있음을 일컫는 것이다. 따라서 1990년대 중반 이래로 대기업에서는 더 이상의 정규직-신규채용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자연감원된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1990년대 말 이후 경기가 회복된 산업의 경우에도 총고용의 규모는 그다지 늘지 않았고 대부분

2002.4.6. 한통계약직노조 조합원 고공농성 (사진 ++참세상방송국)
비정규직으로 충원되었다. 하청계열화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는데 이전의 수직적(단선적) 하청계열화를 탈피하여 하청의 연결고리가 분산화, 중층화되고 있다. 또 원청의 생산량 변동에 따라 쉽게 인원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청업체에서는 극단적인 노동의 불안정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거의 모든 업종에서 외주화가 전면화되었고, 비정규직이 기업의 골간 노동력을 구성하게 되었다.
비정규직이 '골간 노동력'을 구성하게 되었다는 의미는, "정규직 - 핵심업무, 비정규직 - 주변업무 또는 부수적 업무" 라는 인식, 또는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비해 숙련이 높다는 일반의 인식이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뜻한다. 대형장치산업으로서 고숙련 노동이 요구됐던 화학섬유산업의 경우, 처음에는 정년퇴직자 등이 소사장제 형식으로 다시 들어오거나 부수적인 업무에 비정규직이 투입되었던 것이 지금은 이른바 핵심업무에까지 전면적으로 비정규직이 배치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도 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파견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파견법은 중간착취를 허용한다는 것 자체부터도 문제지만 고용불안을 오히려 부추기는 역할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견법 시행 2년차를 맞았던 지난 2000년, 파견법상의 직접고용의무조항을 회피하기 위한 방송사의 대량해고였다. 파견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파견법이 제정되었지만 방송사의 탈법적인 행태 때문에 오히려 파견노동자만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는 부당한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도급이나 사내하청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대부분이 원청으로부터 작업지시, 면접부터 시작하여 고용/해고에 관련된 부분까지 깊숙이 개입을 하고 있다. 노조활동을 하거나 노동재해가 발생하거나 기타 원청의 통제에 불응했을 때 등 수시로 교체요구를 하거나 계약해지를 일삼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원청으로부터의 계약해지 또는 교체 요구는 곧바로 해당노동자의 해고로 이어진다.
2. 착취의 중층화와 차별의 확대
간접고용의 문제의 핵심은 고용불안과 함께 다중착취로 인한 저임금·장시간노동과 차별의 확대될 뿐 아니라, 노동자들 스스로 노동강도를 높여가게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이나 사내하청의 경우 보통 월급이 아닌 시급으로만 임금을 계산하며 시급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몇시간이라도 더 일해서 한 푼이라도 더 받고싶어하는 것이다.
대공장 특히 자동차 부문의 경우 라인별로 외주나 용역화를 하기도 하는데 또 그내에서의 하청이나 위탁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같은 라인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소속업체가 다를 뿐만 아니라 1차에서 2, 3차 하청까지 들어와 있는 경우도 있다. 2, 3차 이상의 경우 임금수준은 훨씬 더 낮아지며 단지 2,3차 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상여금, 성과금, 선물, 각종 수당, 4대 보험 등등의 기본적인 혜택도 1차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보다도 더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아지는데는 중층화된 생산구조로 인한 다중착취에서 기인하기도 하는 한편 원청의 하청에 대한 단가인하 압력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가장 손쉽게 비용을 절감 할 수 있는 것이 임금을 낮추는 것이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이런 과정속에서 점점 더 낮은 임금을 받게 된다. 결국 임금은 최저임금수준까지 떨어지고 있으며 - 물론 최저임금 위반사업장도 엄청나게 많지만 - 여유가 있는 사업체라 하더라도 최저임금이 가이드 라인으로 작용하는 등 임금수준은 열악하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극심한 노동강도와 저임금·장시간 노동이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직영 노동자들과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고 직영 노동자들이 하지 않는 더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4대보험 적용도 거의 받지 못하며 여러 가지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정규직과의 차별 뿐 아니라 같은 비정규직이라도 직영의 비정규직들과도 직접고용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더욱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 정규직 노동자들의 인식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임금도 다르고 작업조건도 다르고 대우도 다르다 보니 당연히 노동자들 사이에도 차별의식이 싹트게 된다. 직영의 노동자들은 직영대로 하청이나 용역 노동자들은 같은 사업장의 직원이 아니라는 의식을 갖고 있으며 투쟁을 하려해도 간접고용 노동자들 때문에 효과가 없는 듯이 보이고 조직화도 잘 안되기 때문에, 그리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그들대로 사측만이 아닌 직영노동자들의 차별의식 때문에 서로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노동분할을 통해 자본의 의도대로 노동을 유연화하여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쉽게 단결하고 투쟁하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에 말려들고 있는 것이다.
3. 사용자의 책임회피
파견법 6조3항에 명시되어 있는 '2년 이상 고용한 파견노동자는 사용업체가 직접고용 해야 한다' 는 직접고용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대량해고 및 배치전환을 자행했었다. 이로 인해 파견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는 2년이 되면 직접고용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 해고와 함께 다른 형태로 비정규직화 되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특수고용 노동자로 만들어 아예 일말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얻지 못하게 하였고, 허울좋은 위장도급화 하거나 분사화하여 노동자들의 상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구조조정으로 정규직이 계약직이 되고, 계약직이 더 열악한 간접고용 상태에 놓이고, 간접고용 노동자의 경우 특수고용직화 되거나 위장도급·분사화 등으로 더욱 열악한 상태로 전락시키는 것이 자본의 전략으로, 노동자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책임회피를 통해 '사용자'의 책임을 회피한다.
4. 노동조합의 무력화와 노동3권의 박탈
앞서도 살펴보았지만 기본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사용자의 책임회피는 그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3권의 박탈로 이어 진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노조 와해·조합출입금지·집회금지·단협 위반·블랙리스트 유포 등의 부당노동행위로 이어지고, 주로 시설관리에 해당되는데 다양한 방법으로 단협을 무력화하는 방안도 만들어진다. 노조에 대응하여 용역업체 확대, 단협 이후 시방서에 부당노동행위 내용 첨가, 도급전환후 도급계약의 계약서에 조합활동금지 내용 첨가하는 등 교묘한 방법으로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저하, 단체협약의 무력화 등을 초래하며 노동3권을 말살하고 있다. 이는 결국 간접고용 상태인 이상 노동자 및 노동조합은 다양한 측면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질사용자가 원하기만 하면 계약종료로 인한 고용승계 거부뿐만 아니라 정년, 다른 사업장으로의 전환배치, 임금삭감, 노동시간 변경 등과 같은 방법으로 시설관리노조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2001.6.19. 경찰의 레미콘노조 농성장 강제진압 (사진 ++매일노동뉴스)
Ⅲ. 불법적 간접고용 양산하는 법·제도의 문제
- 법원 판결, 노동위원회·노동부 결정을 중심으로
1. 법원판결, 노동위원회·노동부 결정의 의미
불법파견에 관한 판결 등은 해당 사건 뿐 아니라 다른 기업의 파견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물론 법원판결과 노동위원회, 노동부가 불법적인 간접고용을 확산하는데 한 몫을 해 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파견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조합을 결성하면 즉각적인 사측의 탈퇴공작으로 인해 극소수의 인원만이 남는 경우가 많고 이들마저도 곧바로 해고를 당해 길거리에서 투쟁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수적 열세와 현장에서의 유리로 인해 단체행동의 파급력이 크지 않아 파견노동자들은 법적인 수단에 많은 의존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보통 노조를 결성함과 동시에 해고와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하여 법원이나 노동위, 노동부에 제소 또는 고발을 하게 되나 대부분의 파견노동자들은 처음 노조를 결성하여 투쟁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법당국이 이들의 요구를 기각하게 되면 사기가 저하되어 조합탈퇴가 가속화된다. 장기투쟁 사업장의 경우도 6개월 뒤에 나오는 법원이나 노동위 결정을 끝으로 싸움을 접게 되는 예가 많이 있다. 법원, 노동위 등의 결정은 당해 조합의 투쟁 자체를 종결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법원, 노동위의 결정은 추후 새로운 입법의 내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리해고가 입법화되기 이전부터 대법원은 정리해고를 판례법리로서 인정하여 왔다. 그러나 입법이 없던 관계로 정리해고는 실제 많이 사용되지 않았고 명예퇴직이 주로 이용되어 왔다. 그러던 중 정부와 자본은 IMF의 기회를 맞아 정리해고를 입법화시켰고 그 당시 그들의 논리는 '이미 판례로 인정되는 것이므로 새로운 입법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리해고의 입법화는 이후 만도기계 등에서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낳고 말았다. 지금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파견법에 대한 판결이 향후 개정될 파견법의 준거로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에 그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2. 위장도급을 통한 파견법 적용의 회피 조장
현행법은 파견의 경우 파견대상업무와 파견기간을 제한하고 있으나 민법상의 도급의 경우는 아무런 제한이 없이 자유롭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실질이 파견이라고 할지라도 형식적으로는 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파견법의 적용 자체를 피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파견과 도급을 구별하는 담당기관은 노동부이지만 노동부는 도급을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여 파견법 상의 제한마저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노동부는 도급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노무관리의 독립성과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다 갖추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후자이다. 왜냐하면 용역업체가 현장대리인을 세우고 사용업체는 형식상 현장대리인을 통해 사용지시를 하기만 하면 노조에서는 사용업체의 사용지시를 입증하기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용역업체의 현장대리인이 사용업체의 지휘명령을 전해주는 중간전달자에 불과한지, 아니면 독립적 노무관리를 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이라고 하겠다.
비록 노동부가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을 언급하고는 있으나, 그 내용을 보면 독자 자본을 가지고, 파견노동자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기만 하면 되는 등 기업으로서의 실체만 가지고 있으면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을 인정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고시 제3조 제2호 다목은 "스스로의 기획 또는 전문적 기술 또는 경험에 따라"라고 되어 있는데 기획이나 기술 외에 '경험'도 포함되었다는 것은 경험은 어떠한 파견업체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노동부의 기준에서 보면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의 형태를 갖춘 용역업체라면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는 용역업체가 사용업체의 노무부서에 불과하여 법인격이 부인되어야 하는지(그래서 용역업체 노동자들을 사용업체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적합할지언정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용역업체의 현장대리인이 선임되어 있다면 이러한 현장대리인이 무위도식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당연히 용역업체 직원들에 대하여 일정한 업무지시를 하게 된다. 이것이 도급인지 파견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현장대리인이 조금이라도 업무지시를 하는지가 아니라 현장대리인 외에도 사용업체의 업무지시가 있는지 여부라고 해야 한다.
▶ 신종수법의 등장 - 사용업체 관리직의 파견업체로의 전적을 통한 파견법 적용 회피
최근 들어서는 아예 사용업체가 자신의 관리직을 용역업체의 용역소장으로 전적을 시킴으로써 파견을 피해 가는 신종수법이 등장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은 서울과 제주 두 곳의 면세점을 소유하고 이를 운영해 왔으며 면세 판매업무에 대하여는 같은 그룹계열사인 한진관광과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한진관광으로부터 인력을 공급받아 왔다. 한진관광 노동조합은 "대한항공 부장인 면세점장이 한진관광 소속 직원들에 대하여 업무지휘를 해 왔다는 점에서 이의 실질은 도급이 아니라 파견"이라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청에 불법파견의 시정을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청은 2000년 1월부로 대한항공이 면세점장들을 한진관광으로 전출시켰으므로 2000년 1월 이전까지는 불법파견에 해당하나 2000년 1월 이후로는 적법한 도급이라고 보아야 한다면서 2000년 1월 이전의 불법파견에 대한 부분만 형사고발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일단 실제 전출계약이 존재했었는가, 아니면 불법파견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측이 사후적으로 전출계약이 존재했던 것처럼 위장한 것이었는가 여부가 논란이 되었다. 대한항공 사측이 전출계약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2000년 1월 당시 면세점 내에서는 전출에 관련된 아무런 얘기도 없었다는 점, 그 이전과 이후 사이에 면세점 운영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 전출계약이 성립될 당시 새로운 도급계약서를 작성한 것도 아니었다는 점, 노동청 현장조사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처음에 전출이라고 주장했고, 한진관광은 점장을 대한항공으로부터 파견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대한항공과 한진관광 사이에도 말이 맞지 않았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전출계약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나 서울지방노동청은 사측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전출계약이 유효하게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출이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통상 전출이란 "근로자가 여전히 원래 고용된 기업에 소속해 있으면서 휴직, 장기출장, 파견, 사회근무 등의 처분에 따라 근로제공 의무를 면하고 다른 기업으로 옮겨 그 지위감독 아래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출이 있었다 해도 대한항공 면세점장들은 여전히 대한항공 소속으로 남으며 한진관광으로 소속이 변동되었다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서울지방노동청은 면세점장들에 대하여 "한진관광 소속 근로자로 보아야"한다고 했으나 이는 최소한의 노동법적 이해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설사 서울지방노동청의 회신을 선해하여 소속 기업이 바뀌는 전적을 의미하려 했다고 보더라도 면세점장들의 월급을 최근까지 대한항공에서 지급되어 왔던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 전적이라면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 소속회사를 변동시키는 것인데, 전적 후에서 변동되기 전 회사로부터 월급을 지급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서울지방노동청의 결정은 전출과 전적에 대한 구분도 하지 못한 채 전출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불법파견을 부정하는 논리로 내세운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정이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전적에 의한 파견법 회피의 길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서울지방노동청의 회신처럼 파견노동자들을 사용지시하는 관리직이 사용업체에서 파견업체로 적법하게 전적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 물론 이 사건에서는 적법한 전적이 아니라고 보여지지만 - 민법상의 도급으로 보게 된다면 사용업체는 손쉽게 파견법의 규제를 피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용업체는 자신의 관리직에 대하여 일정기간 후 다시 사용업체로의 재전적을 보장해주고 승진 등을 위해 거쳐야 할 보직으로 설정을 하면 수월하게 관리직의 전적동의를 받을 수 있으며, 이들의 급여는 도급금액에 포함하여 파견업체에게 넘겨주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리직의 경우는 사용업체의 관리직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설사 그가 파견업체 본사 회의에 참가했다 하더라도 이는 파견업체로부터 지시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견업체를 감독하는 역할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이같은 서울지방노동청의 회신과 같은 결정이 일반화된다면 모든 사용사업주는 자신의 관리직을 파견업체에 전적하는 방식으로 파견법을 회피해 나갈 것이고, 결국 파견법 상에 있던 최소한의 제한마저 휴지조각을 전락할 것이 분명한 것이다.
▶ 파견임을 인정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고의 문제
설사 노동부가 그 실질이 도급이 아니라 파견이라고 인정을 했다 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노동부의 불완전한 시정지시로 인하여 진정을 제기했던 파견노동자들이 오히려 직장에서 쫓겨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불법파견임을 인정한 경우에 사용업체에 대하여 "직접고용을 하던지 아니면 민법상 완전한 도급으로 시정하라"라는 내용의 시정지시를 내리고 있으며 사용업체는 시정지시를 따른다면서 불법파견을 중단하고 합법도급으로 바꾸겠다는 명목으로 기존의 도급계약을 해지함으로써 해당 파견근로자들이 해고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파견임을 인정받은 사업장의 경우 모두 계약해지를 당한 후 비조합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급업체에 재취직되었다. 이 사건 이후 이제 도급으로 위장된 파견노동자들의 경우 해고의 두려움으로 인하여 진정조차 넣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노동부에 진정을 넣는 것은 해고가 된 다음에야 가능하게 된 것이다.
▶ 불법을 인정하고도 사측의 불법을 용인하는 시정조치를 내리는 노동부
노동부의 자의적이고 무기력한 시정조치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하나로통신에 파견된 하나로테크놀로지(이하 하나로테크) 소속 파견노동자들의 경우를 보면 사실상 사용자가 사용업체인 하나로통신으로 보아야 할 정도로 하나로통신이 고용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해 왔다. 하나로테크 노조가 낸 진정에 대하여 서울강남지방노동사무소는 하나로통신과 하나로테크 사이의 도급계약의 실질이 파견이라고 판단하고 이 둘을 고발조치했다.
강남노동사무소의 결정은 일단 비록 위장도급의 경우라도 사용업체가 고용의 영역까지 침범하여 채용, 임금지급, 징계 등에 관여한 때에는 파견이 아니라 사용업체에 직접고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에 대해 노동사무소가 제대로 된 시정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단 서울강남노동사무소는 시정조치의 대상을 '아직까지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고 있는 근로자들'로 한정하였다. 이미 도급업체로 취직한 자들은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시정조치의 내용에 있어서도 직접고용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토록' 했을 뿐이다. 이는 하나로통신이 직접고용이 아니라 다른 도급업체로 취업시키는 것을 고용안정 방안으로 인정하겠다는 태도이다. 그러나 하나로테크 노동자들은 하나로통신에 파견된 시점에서부터 하나로통신의 정식직원의 지위를 가진다고 해야 한다. 이미 하나로통신에 직접고용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하나로테크 노동자들을 다른 파견업체로 넘긴 것은 사측의 협박과 강압에 의한 것으로 부당해고를 구성한다. 그리고 여전히 하나로테크 소속으로 남아 있는 노동자들에게 도급업체로 옮기라고 강요하는 것은 노조설립을 이유로 한 해고위협에 다름 아니므로 부당노동행위로서 처벌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서울강남노동사무소는 드러난 사실관계상 어쩔 수 없이 직접고용관계를 인정했을 뿐, 직접고용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사측의 불법을 용인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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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용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에 면죄부를 부여한 법원과 노동위원회
노동3권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인 장치이다. 특히 이중착취의 구조로 인하여 저임금, 장시간 노
동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파견노동자들에게 있어서는 그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한 노동3권 보장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파견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조건을 좌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사용업체이므로, 사용업체를 상대로 한 노동3권의 보장이 아니고서는 그 의미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사용업체들은 자신은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파견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거부하고, 조합 활동을 보장하지 않으려 한다. 나아가 노동조합 설립을 이유로 한 파견·용역계약의 해지, 교체 요구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다. 하지만 법원, 노동위원회, 노동부는 이 모든 노동3권 침해 행위에 대하여 사용업체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고용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고 있으며 사용업체는 면죄를 얻고 더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 사용업체에 의한 단결권 침해와 관련하여
파견노동자도 노조법에 따라 어떠한 간섭도 없이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가입할 수 있다. 사용자가 노조 결성 및 가입을 방해하거나 이를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 처분을 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로서 금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파견노동자의 단결권은 사용업체에 의해 무참히 짓밟혀 왔다. 단결권 침해의 대표적인 유형은 사용업체가 노조 결성을 이유로 파견·용역업체와의 파견 내지 용역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다. 실제 노조를 결성한 모든 사업장에서 계약해지가 있었고 이러한 계약해지는 사용업체와 파견업체 간의 민사상의 문제일 뿐 해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제한없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 밖에도 핵심 조합원들을 교체할 것을 요구한다거나 아니면 회유·협박을 통해 조합 탈퇴를 종용하는 등으로 사용업체는 파견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당국은 실제 노조파괴행위를 사용업체가 했다 하더라도 고용주가 아니면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해석하여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각하해 왔다.
▶ 사용업체에 의한 단체행동권 침해와 관련하여
노동조합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는 사용자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단체행동은 노동조합의 중요한 무기이다. 그렇기에 단체행동권 침해는 파견노동자의 노동권 보호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사용업체가 파견노동자의 조합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매번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신생 파견노동조합은 단체행동 외에는 별다른 선택이 없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이 같은 단체행동 또한 사용업체에 의해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용업체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는 현실에서 사용업체를 상대로 한 단체행동의 정당성 또한 마찬가지로 부정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사용업체들이 파견노동자들의 집회장소를 트집잡아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을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졌다. 사용업체는 고용주가 아니므로 집회를 용인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가처분을 기각하던 법원이 요새 들어서는 가처분명령을 내리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나아가 사용업체의 건물 밖에서 집회신고를 내고 한 집회에 대하여도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4. 파견법의 본질을 드러낸 파견법 제6조 제3항의 해석
▶ 파견노동자의 교체사용을 통한 영구적 파견 사용의 허용
현행 파견법은 파견대상업무의 경우 파견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2년마다 파견노동자를 교체요구하여 새로운 파견노동자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기간의 제한을 회피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KBS, MBC 등 방송사이다. 이들 방송사는 파견업체로부터 운전사들을 공급받아 취재차량의 운전업무에 사용해 왔다. 그러나 파견법 시행 2년을 맞아 파견법 제6조 제3항(이하 '직접고용간주조항'이라 한다)의 적용이 문제가 되자 이에 해당하는 파견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새로운 파견노동자를 파견받아 사용했다. 파견업체는 이 조항을 회피하면서도 자신의 수수료를 확보하기 위해 KBS의 파견노동자를 SBS에 보내고 SBS의 파견노동자를 MBC에 보내는 등의 편법적인 방법을 써 왔다.
결국 이 판결로 인하여 영속적인 업무라 하더라도 사용업체는 파견노동자 교체라는 편법으로 파견노동자를 계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2년 후 직접고용간주조항은 정규직으로의 채용을 가능케 하는 것이 아니라 2년 후 해고의 근거조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 위장도급 불법파견에는 직접고용간주조항 적용 부정
파견법 제정 이전부터 불법파견은 광범위하게 존재했었고 결국 파견법을 제정한 의도는 음성화된 파견을 양성화하여 이를 규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파견을 규제함에 있어 가장 강력한 민사적 효력을 주는 직접고용간주조항은 적법한 파견보다 불법파견에서부터 적용하여 이를 근절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사법당국은 불법파견에는 위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불법조장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파견법을 도입하면서 정부와 사용자들은 파견법의 취지에 대하여 불법, 만연되어 있던 불법파견을 양지로 끌어내어 이를 규제하고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노동계를 설득했었다. 그러나 파견법 제정 이후 마치 모든 파견이 허용된 것인 양 대상업무 이외의 업무에 대한 파견이나, 무허가 파견 등이 도급을 위장하여 횡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파견법상의 유일한 파견노동자 보호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직접고용간주조항마저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중앙노동위원회와 행정법원의 결정은 파견노동자 보호를 명분으로 제정된 파견법이 파견노동자 권리와는 얼마나 무관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중층화된 파견에 대한 규제 포기
일반적으로 사용사업주가 바뀐 경우라면 업무 자체가 변경되는 경우이므로, 당연히 사용사업주별로 2년을 산정한다. 그러나 최근의 경우에는 파견의 고용형태 또한 중층화되고 있어 도급계약(실질적인)과 근로자파견계약이 중복되는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즉 수급업체가 파견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공급받은 도급 받은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이런 이중적인 형태는 파견법이 예측하지 못한 고용형태인데, 2년 중간에 사용사업주가 변경되기는 했으나 파견노동자가 해당 업무에 2년 이상 근로한 경우라면 위에서 살펴 본대로 업무를 중심으로 보나 노동자를 중심으로 보나 모두 다 2년이 경과한 것이 되므로 위 조항의 적용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노동부의 입장은 사용사업주 사이에 고용의 이전 등에 대한 합의가 없는 이상 새 사용사업주로부터 2년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한다. 새로운 사용사업주의 경우는 파견노동자를 사용한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불의의 결과를 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계약직 전환을 통한 직접고용회피 허용
직접고용간주조항은 "직접고용된 것으로 본다"라고만 언급하고 있을 뿐, 근로계약기간이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사용자들은 2년 후 계약직으로 고용하면서 이 조항을 피해 나가고 있다.
계약직도 파견직과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이상 계약직으로의 직접고용은 결국 또 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할 뿐이므로 이러한 시도는 금지되어야 한다. 앞서 본 인사이트코리아 직원 중 윤활유업무를 맡는 노동자들은 SK에 6개월 계약직으로 직접고용되었다가 이 계약기간이 만료되기도 전인 3개월만에 반강제적으로 도급으로 전환시켜버렸다. 이들은 위장도급 불법파견에서 시작하여 3개월의 계약직을 거쳐 다시 위장도급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이처럼 정규직으로 직접고용이 되지 않는다면 위 조항은 유명무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아래에서 보듯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합의하여 계약직 계약을 맺었다면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해 한다고 하여 이와 같은 현실을 방치하고 있을 뿐이다.

IV. 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과제
1. "파견법 철폐"의 의미
(1) 근로자파견법은 왜 철폐되어야 하는가?
○ 노동자파견제 합법화의 과정
1998년 2월 20일, 오랜 논란 끝에 드디어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제5512호, 이하 [파견법])이 제정되어, 1998년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파견법이 제정되기 오래전부터인 1980년대부터 근로자파견의 고용형태는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 직업안정법은 "자기가 고용하는 근로자 또는 자기의 지배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공급계약에 의해 타인에게 사용시키는 것(동법 제4조)"을 '근로자공급'으로 정의하고, 이러한 근로자공급사업은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얻은 노동조합을 제외하고는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직업안정법 제33조 제1항). 따라서 대개의 파견업체들이 '용역계약'이나 '도급계약'의 형식으로 불법적 근로자파견사업을 해 왔다. 그러던 중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12월 5일 발표된 [IMF 자금지원 합의내용]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게 되었다. 결국 1997년 12월 24일에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 1998년 2월 중에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의 입법을 추진하기로 IMF측과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결국 1998년 2월 9일에 노사정간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이 이루어지면서 6년여를 끌어온 근로자파견법의 제정 문제가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노동자파견제의 합법화는 중간착취를 합법화하고 정규직의 일자리를 간접고용으로 대체하고 또한 노동조합을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노동운동, 특히 여성노동운동의 반대에 부딪쳐 왔다. 1998년 노동자파견제의 합법화는 IMF경제위기 속에서 노동운동을 사회적으로 압박하여 1987년 이후 계속된 노동유연화에 대한 자본의 요구를 관철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당시 정부는 파견법의 제정이 불법적 간접고용을 규제하고 간접고용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 장담했다.
○ 파견제 합법화 이후,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가
그러나 파견제 합법화 이후 4년이 지나는 동안 벌어졌던 사태들은 노동운동진영의 우려와 반대가 현실화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4년간의 경험을 우리는 '안정적인 일자리의 파괴'와 '노동기본권의 무력화', 그리고 '저임금·주기적 해고·노예노동의 확산'이라 요약할 수 있다.
파견제의 합법화는 불법파견을 규제하기는커녕 반노동적, 반인권적인 간접고용 사용을 정당화시켜 주었다. 파견제가 새로운 취업기회를 보장해 주리라는 자본의 논리는 철저한 기만에 불과하다. 정규직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되고 그 자리를 파견·용역노동자들로 채우고 있다. 외주·용역화·분사화를 통해 정규직의 일자리는 급속하게 간접고용화되고 있다. 근로자파견제는 정리해고제와 함께 일상적 구조조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파견·용역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이란 장식물에 불과하고, 간접고용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해도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의 집요한 노조와해공작 속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무권리의 노예노동이 점점더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파견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사태 이후 파견·용역노동자들은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간접고용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을 지속적으로 벌여 왔다. 이런 투쟁 속에서 "파견법 철폐"는 이제 노동운동 전체의 공동의 요구로 인식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2000년 당시 파견법 철폐가 아닌 파견법 개정 요구를 제출했었던 한국노총마저도 이제는 파견법 폐지와 대체입법, 불법파견 근절을 요구로 내걸고 있다. 파견제 합법화 이후 노동의 현실과 파견노동자들의 고통을 직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파견법 철폐"가 절실하고 현실적 요구임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2) 노사정위 비정규특위에서의 논의 비판
○ 노사정위에서의 파견제 관련 논의
그럼에도 정부와 자본은 파견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거나 한걸음 더 나아가 간접고용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한 파견법 개정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2000년부터 파견법의 문제를 다루어왔다. 노사정위원회 경제사회소위원회에서는 2000년 4월 파견노동자에 대한 대량해고사태를 계기로 논의를 시작하여 2001년 1월 비정규노동자 대책논의를 위한 확대실무소위원회 논의를 거쳐 2001년 5월 향후논의를 위한 [기본방향]과 [검토사항]을 정리하여 보고한 바 있다. 공익위원 및 전문가로 구성된 확대실무회의가 보고한 [기본방향]으로는 △파견제도의 탈법적 남용을 방지하고 파견근로의 건전화를 도모한다 △파견근로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여타의 고용관련법제와의 유기적 관련하에서 적절한 규제책을 마련한다라고 제시된 바 있다. 그리고 [검토사항]으로는 △상용형 파견과 등록·모집형 파견을 분리하여 규율하는 방안, △직업안정법상의 직업소개와 등록·모집형 파견의 정비, △파견기간 제한에 있어 기간제근로와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한국노총의 제안으로 2002년 7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비정규근로자대책특위에서는 제1분과에서 기간제근로, 파견근로, 단시간근로를 다루었다. 그리고 공익위원 검토내용에서, 원칙적으로 "파견근로가 노동시장내 한 고용형태라는 점을 고려한다. 그러면서도 파견법상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적 운영,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 규제방식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파견근로가 건전한 고용관계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노사정위에서는 불법파견사업에 대한 인허가취소, 과도한 중간수수료에 대한 적절한 제한, 파견허용대상 업무재조정을 위한 별도의 기구 설치 등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파견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파견허용대상업무를 기존의 허용업무의 제한적 열거(positive list)에서 금지업무의 제한적 열거(negative list)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영계가 파견금지업무만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개정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어 노사정위에서도 파견노동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대신 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하거나 파견기간을 연장하는(또는 둘 다)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노사정위가 현장에 만연한 불법파견에 대한 실제적인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을 뿐아니라, 오히려 파견법 제6조 3항의 간주규정의 완화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은, 간접고용 문제에 대한 접근의 출발점부터가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 정부의 파견제 관련 움직임
지난 4년 동안 파견법상의 직접고용조항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사업주들이 파견노동자를 교체하거나 해고했을 때,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현행 파견법이 파견허용기간을 최장 2년까지 제한하고, 이 기간을 초과하여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면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된 것으로 보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규정을 통해 사용사업주가 정규직 일자리를 파견직으로 대체하는 것을 막고 장기근속한 파견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였다. 그런데 현행 파견법을 회피하기 위한 사용사업주의 불법적 행위를 감독해야 할 노동부가,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라 함은 동일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라는 행정해석을 내렸다. 즉 사용사업주가 동일한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교체하여 계속 사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사용사업주의 행위를 정당화시켜 준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노동부가 먼저 나서서 불법파견을 조사한 예는 한 번도 없었고, 게다가 '실업대책'의 명목으로 정부차원에서 파견제를 확대하고 파견업체를 정부차원에서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2001년 하반기 재정경제부는 종합인력개발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을 세웠었는데 이에 따르면 직업알선·인력파견·인력관련 컨설팅 등을 종합한 인력파견회사를 설립할 경우 세제·금융혜택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최근에 재정경제부는 [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경제특구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에게 근로기준법 일부조항 적용면제와 함께 파견법 제5조(근로자파견대상업무 제한) 및 제6조(파견기간의 제한) 적용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조항을 포함시켰다가,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노동관계법 적용면제를 삭제하기도 했다. 또 산자부는 최근 '노사관계 중점추진대책'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계약직과 파견노동자들의 계약기간을 현행 1년(재계약 1회 허용)에서 3년으로 늘리고, 또 주5일근무제 도입에 대비해 연차휴가를 최고 20일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연차휴가 상한제'를 도입, 연간 휴일을 140일 이하로 묶는다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산자부 산업혁신과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노사정위에서 비정규직 대책 논의가 제자리를 맴돌았을 뿐 진척이 없었다"며 "이 방안을 조만간 노사정위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노동부가 파견에 대한 규제를 방기한 가운데 경제관련 부처 중심으로 파견제를 더욱 전면화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3) 간접고용철폐를 위한 노동법제의 재편 방안
○ 재편방안 - 상시고용·직접고용 원칙의 재확인
불안정노동의 확산원인을 규제할 수 있는 노동법적 원리는 상시고용·직접고용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이 중 '상시고용의 원칙'에 대해서는 기간제고용의 허용사유와 허용기간을 엄격히 규제하는 방식의 법개정안에 대해 이미 공론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경우도 결국 기간제고용형태와 간접고용형태로 인해 이중적인 어려움을 받고 있는만큼, 기간제고용의 엄격한 규제를 통해 상당한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반면 직접고용 원칙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우리 직업안정법상의 근로자공급사업에 대한 규제조항이나 근로기준법 제8조의 중간착취배제조항은 직접고용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지만, 근로자파견제의 합법화를 통해 상당정도 직접고용원칙이 훼손된 바 있다. 파견제에 대해 정부나 기업측은 임시적 인력수요에 대한 탄력적 대응의 필요성이나 파견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을 합법화 이유로 제기해왔다. 그러나 파견법 시행 4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이런 주장들이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질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파견제는 기업의 상시적 업무에서 정규직노동자를 대체하여 일하는 저임금·무권리의 노동자들을 양산하였고, 파견법을 통한 노동자보호라는 것도 거의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저임금·무권리·노예노동을 양산하는 간접고용을 엄격히 규제하기 위해서는 현행 파견법을 철폐하고 파견법에 대해 일반법률이라 할 수 있는 직업안정법과 근로기준법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입법방향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기간제고용 규제를 요구하는 마당에 파견법을 존치시켜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이념적으로나 일관되지 않다. 기간제고용과 간접고용에 대한 총체적인 규제를 통해서만 불안정노동의 확산규제 및 불안정노동자에 대한 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 직업안정법 강화 : 위장노무도급 근절, 직접고용 원칙
파견법 제정 이전에 파견은 직업안정법상의 근로자공급사업으로서 금지되어 왔으나, 파견법 제정에 따라 1998. 2.. 20. 직업안정법 제4조 제7호에 단서 조항을 신설했다. 파견제 시행 과정에서 입증되었듯이 파견제는 고용과 사용의 분리로 인해 중간착취와 인권유린을 항상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허용되어서는 안되고, 또한 일시적 인력 수요에 대해서는 기간제 고용(물론 엄격한 사유제한과 기간제한 하에서 허용)으로 대응할 수 있으므로 허용할 필요성도 없다고 볼 것이므로, 파견법은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즉 파견법 제정 이전이나 이후이나 할 것 없이 직업안정법과 파견법의 규율을 회피하기 위해, 민법상 도급이나 위임 등의 형식을 빌린 불법 근로자공급 내지 불법 파견이 횡행하고 있다. 파견제를 폐지하고 이를 근로자공급사업으로서 엄격히 규제하기 위해서는, 도급 등으로 가장한 불법 근로자공급사업을 근절해야 한다.
불법 근로자공급사업에 대한 규제로는 불법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로는 충분하지 않고,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간에 직접 고용관계를 의제해야 한다. 한편 현행 직업안정법에는 불법 근로자공급을 받은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파견법에는 파견대상이나 파견기간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사용사업주에 대해서 처벌 조항을 두고 있는 바, 파견법 폐지에 따라 직업안정법상에 불법 근로자공급을 받은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근로자공급사업, 파견과 도급 등의 구별 기준에 대해서는 [국내근로자공급사업허가관리규정](개정 1995. 2. 15. 노동부 예규 제259호)와 [근로자파견사업과도급등에의한사업의구별기준에관한고시](1998. 7. 20. 노동부 고시 제98-32호)가 운영되고 있는데, 실제 이 기준에 입각한 불법 근로자공급사업이나 불법 파견에 대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현행 노동부고시의 문제점은, 도급계약의 목적, 법률행위의 내용이 무엇인가라는 계약유형에 의한 구별이 아니라 불법파견업체의 경영규모·능력을 중심으로 구분하고 있다. 도급 형식에 의한 근로자공급이나 파견의 위장이 사업으로서의 실체를 갖춘 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고, 세부적인 구별기준은 공급업자와 사용사업자에 의해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업을 구분의 중심에 두는 것은 도급과 근로자파견사업의 구분을 사업주의 자의에게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따라서 위 기준을 간접고용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사용사업주에게 종속되어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 법규적 효력이 없는 예규나 고시의 형태가 아니라 직업안정법이나 동법 시행령에 규정하고 그 내용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 노동법상 '사용자'책임의 확대
-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 개념 확대
형식적인 고용주가 아니라 하더라도 노동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 관계 내지 경제적 종속관계에 있는 자는 그 노동자의 노동조건 등의 결정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그 노동자의 노동으로 인해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므로, 그에 대해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 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개념을 확대해야 한다.
간접고용과 관련하여 근기법상의 사용자개념 확대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를 두 가지 상정할 수 있다. 한 가지는 위장노무도급(즉 도급 등의 형식을 가장한 근로자공급사업)의 경우로서, 이 때는 앞의 요구 2와 같이 불법적 근로자공급사업의 경우 해당 노동자는 공급을 받은 자에게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둠으로써 해결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근기법상의 사용자개념을 확대하는 방법도 유효할 것이다.
다른 한 가지 경우는 불법적 근로자공급사업으로까지 보기 어려운 도급 및 사외파견(전출) 등 복합적·중층적 고용관계의 경우이다. 특히 수급업체와 같은 중간매개자의 사용자성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도급업체나 사용사업주의 해당근로관계에 대한 지배력이 실제로 중요한 경우에 있어서는, 사용자책임의 확대가 필요할 것이다.
-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의 사용자 개념 확대
현재 대법원 판례는 노조법상의 사용자에 대해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 그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라고 설시하여, 그 개념을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와 동일시하여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다.
단체교섭의 대상은 개별적 근로관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노사관계까지 포함하는 것이므로, 근로자에 관한 사항 뿐 아니라 노동조합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를 노조법상 사용자로 보아야 한다. 노조법상 사용자개념의 확대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개념의 확대와 당연히 맞물려야 하며, 후술하는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와 연관되는 것이다.
○ 중층적 노동관계에서 노동3권의 실제적 보장(부당노동행위 유형 확대)
위에서 설명한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 확대를 통해 간접고용을 포함한 복합적·중층적 노동관계에서 노동3권을 더욱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부당노동행위 유형으로 도급계약 해지를 명시하는 등 부당노동행위 유형을 확대해야 한다. 실제 사용사업체에서 파견, 용역 노동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사례가 잦은 바, 이에 대한 규제 차원에서 도급계약해지나 불이익취급 등의 유형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
○ 수급업체만 교체될뿐 업무대상이 존속하는 경우 고용보장
시설관리업무 등 상당수의 간접고용의 경우, 도급 위임 등으로 사업주체의 변경이 있더라도 업무의 대상이나 인적 동일성은 관행적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노동관계의 실질에 따라 도급 위임계약형식 자체를 위장된 근로자공급사업으로 보아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를 인정해야 할 경우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도급과 근로자공급의 구별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일단 근로관계 승계 조항을 두어 고용 보장을 중층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근로자공급으로까지 보기 어려운 복합적·중층적 노동관계에 있어서도 수급업체 변동시 고용보장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는 바, 하나의 사업장에서 사업의 도급 등이 이루어져서 노무도급의 성격을 띠고 있고 당해 사업의 동일성의 유지되는 경우에는 수급인 등이 교체되더라도 근로관계의 승계를 인정해야 한다.
2. 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노동조합의 과제
(1) 간접고용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실태
○ 직접고용 비정규직 문제에 비해 낮은 인식
1998년 한라중공업사내하청노동조합 결성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노동운동 내에서 실천적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후 몇 년간 노동운동 내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실천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많이 만들어졌고 투쟁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를 위한 모범임단협과 규약을 지침으로 만들었고, 단위노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임단협투쟁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의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는 사례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계약직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 문제에 비해 아직도 간접고용 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관심과 실천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하여 소속 단위노조의 규약변경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것을 지침으로 마련했다. 그런데 "주요가입 대상은 직접고용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계약직·임시직·시간제·일용직·촉탁직 등)이며 간접고용노동자의 경우는 초기업단위 노조로 규약을 변경한다는 의미임으로 충분히 준비를 한 후 추진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는 간접고용노동자의 경우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실제 사용자와 다르기 때문에, 기업별노조의 경우 규약변경을 통해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데 상당한 장애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현재 간접고용노동자 조직화에 대해서는 기존 노조에 가입하게 하는 것과 함께 독자조직화를 지원하는 양 축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노력과는 별개로 현재까지는 단위노조가 비정규직노동자를 조합에 가입시키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실제 비정규직이 기존 노조로 조직된 경우는 대략 "비정규직노동자 전체를 가입대상으로 명시"하거나 "비정규노동자의 일부만을 가입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경우에 포함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여기서 최대치로 보아도 규약상 포괄경우가 29.7%, 단체협약상 포괄경우가 16.2%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포괄되는 비정규직의 유형이 대부분 직접고용 비정규직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간접고용노동자가 기존 노조로 조직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다.
○ 간접고용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이 미약한 이유
이처럼 간접고용이 전면화되고 있음에도 노동조합의 대응이 미약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외주·용역화·분사화에 대한 대응이 취약한 문제이다.
간접고용은 처음에 간접부서나 주변업무, 또는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외주·용역화로부터 시작되는 사례가 많다.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비정규직을 도입하거나 외주·용역화할 때 정규직 조합원들이 이것을 불가피하다고 여기는 사례도 많다. '단순업무'라든가 '주변업무'라는 자본의 논리에 별다른 비판의식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청소·경비·주차관리 등 시설관리업무는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전면적으로 용역화되었다. 제조업의 사내하청의 경우 정규직이 기피하는 업무이거나 간접부서부터 먼저 도입되기 시작해서, 점차 정규직과의 혼용작업을 거쳐 이제는 핵심업무에까지도 전면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에는 기업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외주·분사화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외주·분사화는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진행되거나 어떤 경우는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일정기간(보통 3년 이내) 고용보장을 해 주는 조건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현실론'으로 노동조합이 수용하기도 한다. 정규직 조합원들이 정리해고 대신 분사화를 받아들이고 나서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비정규직 도입을 확대해 나가기도 한다.
둘째, 정규직노동자가 간접고용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를 용인하는 문제이다.
정규직노동자들이 비정규직노동자를 고용의 안전판으로 여기는 문제도 있다. 고용불안이 확산되면서 임금이 싸고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의 존재가 정규직-조직노동자의 고용에 방어막이 된다는 사고가 확산된 것이다. 어떤 경우는 노조가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간접고용을 통한 고용조정을 요구하거나 수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2000년 현대자동차노사가 체결한 [완전고용합의서]에 따르면 정리해고자에 대한 복직과 정규직 조합원에 대한 고용보장을 대가로 비정규직을 16.9%까지 도입하는데 합의하기도 했다. 정리해고·퇴직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거나 물량이 증대해도 정규직을 전환배치하거나 비정규직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셋째, 간접고용노동자의 고용불안과 그것을 구조화하는 제도적 장치들의 문제이다.
비정규직노동자 일반이 그러하지만 간접고용노동자의 경우는 특히나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파견노동자의 경우 파견법상의 직접고용 의무조항을 회피하기 위해 기업이 2년마다 해당노동자를 교체하고 있다. 시설관리노동자의 경우 기업이 용역업체를 바꿀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그 외에도 거의 대부분의 파견·용역계약 내용 중에 사용사업주가 임의로 간접고용노동자의 교체를 요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경우 자동적으로 파견사업주도 파견노동자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근로계약이 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간접고용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순간 '용역업체와의 계약해지->업체폐업 혹은 정리해고'가 순서로 정해져 있다. 이렇게 직접적인 경로가 아니더라도 재계약 거부, 고용승계 거부, 주기적 해고 등이 항상적으로 일어난다. 이처럼 간접고용노동자의 고용이 극도로 불안하기에 기존 노조가 이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데 부담을 느끼게 되고, 간접고용노동자를 조직하는 순간 계약해지에 맞선 싸움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
(3) 간접고용철폐를 위한 노동조합의 대응방향
○ 외주/용역화/분사화에 대한 대응
1997년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자본은 구조조정의 기법으로 외주·분사화를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경비, 식당 등 일찍부터 용역화가 진행되었던 주변업무 뿐 아니라 생산, 영업 등 핵심업무에서도 외주·용역화가 진전되었다. 기업이 외주·용역화를 할 때 내세우는 가장 흔한 논리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주변적·부수적 업무를 외주·도급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를 정규직 노동자들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주변적 업무에서부터 또는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취약한 영역부터 시작된 외주·용역화는 순식간에 전 영역으로 확산된다. 결국 외주·용역화는 사실상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본격적 구조조정의 전단계라 할 수 있다. 외주·용역화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정규직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서라도 외주·분사화를 막아내고 간접고용 노동자를 조직할 것을 조합원에게 설득하고 투쟁을 만들어내는 노동조합이 결국 구조조정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행동의 폭도 훨씬 넓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간접고용노동자 조직화/ 노동3권 보장
간접고용노동자의 조직화는 저임금·무권리의 간접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실천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간접고용노동자의 조직화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견법으로 인한 주기적 해고, 사용업체의 일방적 도급(용역)계약해지와 교체요구 등에 맞서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일정정도 막아낼 수 있어야 기본적 조직화도 가능하고 노동조합도 유지가능하다.
우선 기존 정규직노조가 간접고용노동자를 조합원으로서 조직하고 이들의 고용불안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경우 조합원인 파견·용역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시켜내는 투쟁을 함께 하지 않으면 안된다. 간접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때에야 정규직노동자의 노동3권도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많은 노동조합에서 장기간 전면파업을 해도 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을 하면 파업의 파괴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심각하게 사고하기 시작한다. 신호제지, 대경산업 등의 예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고 정규직노조와 공동투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때 외주·도급화에 대한 저지나 정규직화에 대한 요구에 실제적 힘이 실릴 수 있다.
○ 정규직화 쟁취/직영화 쟁취
흔히 간접고용노동자의 정규직화는 현실적 사정에 비추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의 상당수의 노조에서 투쟁을 통해 이것을 쟁취하고 있다. 민주노총 임단협 보고서를 검토해 보면 2001년에 비해 2002년에 훨씬 더 많은 사업장에서 정규직화를 쟁취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상 정규직화 요구의 실현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간접고용노동자의 조직화 정도, 정규직노조의 의지와 실천, 구조조정에 대해 기존노조가 대응해왔던 방식, 정규직노조의 현장통제력 등이다.
우리는 간접고용노동자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그 조건을 마련해가는 것이 간접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조합의 대응력을 더욱 확장시켜 줄 수 있다고 판단한다. 간접고용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을 구조화하는 '간접고용'을 벗어날 전망이 없을 때 위축되고, 조직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짧게는 2-3개월, 길어도 1-2년 밖에 고용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간접고용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한 대안보다는 이직을 하거나 개인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정규직화 쟁취투쟁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현실적 요구이자, 정규직·조직노동자들과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첫 출발점이 된다.
○ 사용사업주의 책임확대
간접고용은 다중착취의 구조 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실제로 사용하여 이윤을 얻는 자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사회적, 반인권적 고용형태이다. 간접고용노동자들이 단결하여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실제 노동조건을 통제하는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임금수준의 결정에서부터 고용안정, 조합활동에 이르기까지 실제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 자가 바로 사용사업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간접고용 노동조합이 반드시 정규직화 쟁취 요구가 아니더라도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안정을 위해 사용사업주와의 직접교섭을 요구하게 된다. 사용사업주(원청)의 책임확대는 우선적으로 간접고용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단결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고 교섭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보다 노동운동이 뒤떨어진 일본에서도 파견·도급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단결에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사용사업주는 단체교섭의무를 지는 것이 판례로서 인정되고 있다.
또한 간접고용노동자에게 빈발하는 노동재해에 대해 사용사업주가 책임을 지게하고 간접고용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정규직노조와 함께 벌여내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간접고용노동자들이 노동재해를 당해도 계약해지가 두려워 산재처리도 받지 못한채 개인적으로 치료하거나 심지어는 노동재해를 이유로 해고당하기도 한다. 간접고용노동자들이 실제 일하는 장소가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인만큼 노동재해에 대한 책임, 그리고 노동자건강권 확보를 위한 책임을 사용사업주가 지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상당수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이 기피하는 유해하고 위험하고 힘든 업무에 투입되면서도 제대로된 안전교육이나 안전장비지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규직노조는 유해하고 위험한 업무에 비정규직이 투입되는 것을 막아내면서 동시에 간접고용노동자에게도 안전장비, 안전교육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또 2002년 노동자건강권 투쟁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던 근골격계 대응투쟁이 이후에는 간접고용노동자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3. 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사회운동적 요구
▶ 반노동적/반인권적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한 철폐의 요구를 분명히 하자
간접고용 철폐, 비정규직에 대한 철폐의 요구를 분명히 하자. 이 실태조사보고서를 통해 다시금 확인된 것처럼 간접고용은 구조조정의 기법이자 저임금·무권리·노예노동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전제로 출발하는 사람에게 간접고용이란 '남용을 방지하고 건전화시켜야 하는 것'이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노동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간접고용이 철폐되어야 함을 명확히 보여 주고 있다. 간접고용이란 그 본성상 중간착취, 고용불안, 사용자책임의 회피, 노동3권의 박탈을 내재하고 있는 반노동적·반인권적 고용형태이다.
'간접고용 철폐'란 불법적 간접고용을 근절할 뿐 아니라 간접고용상태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을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4년동안 파견법 6조 3항 때문에 전국의 사용사업주가 파견기간 2년이 되기 전에 파견노동자를 계약해지하거나 교체해 왔다. 이에 대한 올바른 해법은 불법적 간접고용상태에 놓여 있는 파견노동자는 기간에 상관없이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 의무를 지우는 것이다. 이것은 직업안정법의 강화를 통해서도 이루어져야겠지만 무엇보다 민주노조운동 진영에서 현장투쟁을 통해 전면화 시켜내야 한다. 이미 그러한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 중간착취·저임금구조를 제거하는 투쟁을 벌여내자
2002년 상반기에 최저임금제 현실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과 연대
단위들의 농성투쟁이 전개되었다.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있고 그 적용범위마저도 협소하여 실질적으로 '사회적 최저임금'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오히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임금의 상한선을 결정하는 임금가이드라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폭로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주체들이 투쟁을 만들어낸 의미있는 사례였다.
이런 투쟁의 성과를 이어받아 저임금을 강제하는 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제거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저임금을 강제하는 구조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특히 다중착취를 합법화하는 간접고용, 포괄임금제·직시급제 등 차별적 임금체계, 시설관리용역에 있어서의 최저낙찰제의 문제, 원하청관계 등 다양하다. 또 청소년노동, 실습생, 여성노동, 고령노동자 등 특정 노동력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도 중요한 원인이다. 이러한 저임금구조를 제거하기 위한 투쟁 속에서 비정규직노동자를 조직하고 정규직·조직노동자의 요구와 투쟁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초과착취를 기반으로 정규직 조합원들이 일시적으로나마 임금인상을 얻어내는 현재의 운동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 노동3권의 보편화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내자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그 중에서도 파견·용역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이란 공문구에 불구하다. 이것은 그동안 노동운동이 투쟁으로 쟁취해왔던 노동기본권이 다시금 장식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면에서 현재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간접고용노동조합의 투쟁에 노동운동 전반의 관심과 연대가 집중되어야 한다. 단지 개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한국사회에서 노동권의 한계선을 보여주는 상징적 투쟁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간접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가로막고 있는 지점들에 대한 사회적 투쟁이 필요하다. 간접고용노동자들이 실제 근무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고용에서부터 노동조건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 사용사업주에 대한 단결활동, 단체교섭이 보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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