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 노동자 노동권, 요구 그리고 삶
사회서비스란 개인 또는 사회전체의 복지증진 및 삶의 제고를 위해 사회가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한다. 그리고 김대중정권부터 생산적 복지라는 이름하에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양산하였고, 지금은 약 36만 명이 사회서비스일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노동자이긴 한데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저임금 등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특히 돌봄노동을 가정의 영역이라고 하면서 저임금을 당연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 이들의 현실은 어떠한지, 현실을 바꾸기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 사회서비스 공공성과 노동권 | 김혜진
■ 노인장기요양보험법 1년, 요양보호사들의 현실과 요구
■ <인터뷰> 돌봄도 노동이다 |
사회서비스를 좁은 의미로 정의하면 ‘노인과 장애인, 아동(가족)을 위한 돌봄서비스’를 의미한다. 그 돌봄의 내용은 주로 기초적인 의식주 보장과 보건의료, 그리고 교육과 고용 서비스이다. 이전에 이러한 사회서비스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떠맡겨졌고 주로 가족 안에서 여성이 담당해왔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가족구조의 변화, 고령화와 저출산과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사회서비스 영역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 부분이 고용잠재력이 높은 부분이라는 이유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시장 확대 전략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사회서비스 분야는 시장이 커질 가능성도 높고, 자본과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인 데다가 이윤도 많이 남는 부문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워나가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시장활성화를 통한 민간시장 공급”을 직접적인 목표로 놓고 장기계획을 만들고 있다.
민간시장 촉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
정부가 민간시장을 촉발하려면 사회서비스 인프라가 먼저 구축되어야한다. 2006년 정부는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을 발표하면서 이 분야의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했다. 새로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수요 창출의 전망을 넓히기 위해서 사회서비스 영역의 제도화와 더불어서 많은 노동자들이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로 유입한다.
먼저 정부는 2007년~2010년까지 사회서비스 관련 영역에서 일자리를 8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간병과 보육, 방과 후 교사, 문화와 안전 영역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20만개, 기존의 일자리 10만, 그리고 정부 계획 없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공급되는 일자리가 50만개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정부는 97년 경제위기 이후 ‘저소득 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의 일환’으로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추진했다. 자활근로나 사회적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바로 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것을 통해서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2005년에 들어와서는 사회적 일자리를 공익형과 수익형으로 구분하여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2007년 들어와서 이것을 수익 중심의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켰다. 그러면서 사회서비스 영역에 영리 중심의 기업이 들어올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정부는 바우처제도를 만듦으로써 영리형 조직을 활성화했다.바우처라는 것은 이용자에게 일정액의 구매권을 주고, 공급자에게는 서비스 제공의 대가를 사후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구매권을 서비스 이용자에게 직접 주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자는 서비스 제공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도 서비스 제공기관이 될 수 있다. 2007년과 2008년 복지바우처사업은 노인돌보미, 산모신생아도우미, 장애인선택적 복지 등 7개 분야에서 빈곤층과 중증장애인 중심으로 진행 되었는데, 지역자활센터 362, 재가노인시설 250, 사회복지관 206, 시민사회단체 115, 개인 및 법인 31, 기타 84개의 공급기관이 형성되어 서비스 제공 기관 간 경쟁, 공공성의 약화, 복지시설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정등을 초래했다.
또한 정부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만들어서 사회서비스의 제도화를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시장화를 염두에 두다보니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교육기관 설립 주체를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하고 지정제로 할 것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교육기관의 난립으로 부실교육과 불법자격증 판매가 문제가 되었다.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은 1천 106개로, 배출된 요양보호사만 42만 6천 495명이다. 이 중 취업한 요양보호사는 5만 여 명에 불과하다.
또한 장기요양기관은 올 해 3월 기준으로 1천 881개소의 시설과 1만 2천 개소의 재가시설이 있다. 전체 요양기관 중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공요양시설은 2.9퍼센트, 공공재가기관은 1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법인 및 개인들이 운영하는 민관기관이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요양기관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요양서비스는 경쟁적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에 요양기관 간 경쟁이 심각해지고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보장되지 못한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저임금 노동력의 활용
사회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풍부한 노동력은 필수적이고, 이윤을 향한 자본의 욕구를 자극해서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헐값의 노동력이 널려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그 ‘값싼 노동력’의 대상은 여성이고, 2006년 정부에서 내놓은 ‘저출산·고령화 대책’, ‘여성인력개발 종합대책’은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시행되면서 여성에게 알맞은 전문직종이라는 이유로 수 많은 여성들이 현재는 장롱 안에 넣어둘 수밖에 없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도록 부추긴 것도 정부였다.
그런데 이렇게 노동력을 풍부하게 하여 상호 경쟁하게 하는 것이 이 분야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만드는 한 요인이 된다. 예를 들어 장기요양보험제도 아래에서 요양보호사들은 너무 많이 배출되었고 일자리는 얼마 없기 때문에 당연히 임금수준은 낮아진다. 그리고 요양보호사의 고강도 장시간 저임금 노동의 문제는 요양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요인이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는 12시간 맞교대를 하거나 24시간 내내 대상자와 함께 지내는 형태로 근무를 하고 있다. 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월 100만 원 안팎, 집으로 찾아가는 요양보호사는 월 60~7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그리고 시급제도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바우처 사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50만원 미만이다. 바우처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는 시급제이고 일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데, 일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아서 임금과 고용 모두에서 불안정한 일자리이다.
또한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라는 미명 아래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하면서 저임금을 정당화해왔다. 사회적 일자리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맞춰진다. 2007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 의하면 2004년부터 노동부에서 4대보험료에서 사용자 부담분(8.5%)을 지급해왔는데도, 사회적 일자리 참여업체 중 4대 보험에서 하나도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이 69%가 넘는다. 이것은 사회적 일자리 참여 업체들이 최저임금이나 4대보험을 맞추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정부 지원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돌봄 노동이기에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라고 이야기하고, 이것이 마치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정책, 일자리 제공인 것처럼 위장하여 사회서비스 일자리 자체를 저임금으로 만드는 전략을 택하면서, 사회서비스 시장을 저임금 노동력 시장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의 박탈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제도화되어 있고 자격증이 있는 요양보호사들도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 ‘장기요양기관 및 재가 장기요양기관의 시설·인력기준’을 보면 시설의 경우 “모든 종사자는 기관의 장과 근로계약이 체결된 자여야 한다”며 직접고용을 명시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수고용 형태로 노동자들에게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내게 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으며, 시립노인전문요양센터 중에서 요양보호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파견전문회사를 통해 고용한 사례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직접고용이 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시급제로 일하기 때문에 단시간 노동자로 분류되어서 노동권이 제한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는 요양보호사에 대해서 ‘직접고용’을 전제하고 있으나 노동부는 이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광주지방노동청은 2008년 하반기에 예비사회적 기업을 발굴하면서 요양보호사 파견사업을 최종 승인하여 사회적 일자리 참여자 20명에 대한 인건비와 사회보험료를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결국 취소되기는 하였으나 직접고용이 아닌 파견을 노동부에서 승인한 것이다. 게다가 노동부나 근로복지공단은 재가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질의회시를 내기도 하는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을 부정하고 있다.
이것은 복지부도 마찬가지이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시행지침을 통해 자활사업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을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2005년 부산 사하지역의 참여자들이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냈으나 노동부는 행정지침으로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반려하기도 하였다. 분명히 노동을 하고 임금을 받는데도 정부의 복지시스템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성이 부정당하고 있는 것이다.
동일한 업무를 하는 사회적 일자리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자성이 인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2004년도부터 4대보험료 중 사용자부담분을 지급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참여단체를 사회적 일자리 노동자의 사용자로 간주한다. 하지만 참여단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사업을 수행하는 단위일 뿐이고, 실질적인 사용주는 정부여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사회적 일자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사용자화의 교섭이나 노동권 확보가 불가능해 진다.
시장화를 넘어 공공성 확대가 해답이다
이 모든 문제는 사회서비스 영역을 시장화하려는 정부의 정책방향으로 인해 빚어진 것이다. 이윤 중심의 시장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복지 개념과 뒤섞어서 저임금 비정규직 이 자리를 만들어내고, 사회서비스 제도화 과정에서도 시장 경쟁 논리를 도입하여 노동권을 무력화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영역이 시장화되면 양극화는 필연이다. 이미 가족제도의 변화로 인해서 예전에 가족 안에서 여성의 일로 강요되었던 보육이나 간병 등과 같은 영역은 이제 사회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시장화되면 돈이 있으면 질 높은 서비스를 받고 그렇지 못하면 여전히 가족 중 누군가의 몫이 되거나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사회서비스 영역의 시장화는 전체 노동자와 민중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답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확대에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만들어질 때 많은 이들이 비영리법인이 교육을 하도록 하고 지자체에서 서비스를 관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정부는 민간기관을 난립시켰고, 시행 1년 동안 서비스의 질 저하와 노동권 약화를 초래했다. 보육이나 간병, 방과 후 학교나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등 각종 복지서비스는 노동자와 민중의 보편적 권리여야 하므로 이윤만을 노리는 민간 기업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서비스의 내용과 질, 인력운용과 관리를 공적인 체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은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과정과 함께할 수 밖에 없다.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아야 하고, 노동조합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을 만들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시장화된 조건에서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절대로 보장될 수 없다. 따라서 노동권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필연적으로 공공성을 향한 요구로 향할 수밖에 없다.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그리고 단결의 권리 보장을 위한 투쟁과, 사회서비스를 공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노동자와 민중의 투쟁이 함께 만날 때 사회서비스는 우리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과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공동의 전선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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