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HOME | 운영자에게 | 소개 | 사이트맵
NO.14|01|2004
검색
Home > 지난목록 > NO.14|01|2004  

NO.14|01|2004
2003 법제도 투쟁평가 : 2003 노동법 개악관련 투쟁평가와 2004 전망

:: 2004-02-12   조회: 3307

1. 2003년 경과와 노동법개악공세의 성격

배달호 열사의 분신으로 시작하여 이용석 열사의 장례로 그렇게 2003년이 지나갔다. 노무현 정권 출범 첫 해,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주장하는 정부 아래에서 구속·수배된 노동자가 150명을 넘고 해고자 수는 1천명을 넘는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노동조합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철저히 지켜졌다.
동시에 2003년 한 해 동안 노동관련 법제도의 개악도 이루어졌다. 5년을 끌어온 주5일제가 입법화되면서 임금과 노동시간이 탄력화되었고, 산업연수생제를 존치시킴과 동시에 고용허가제가 도입되었다. 12월에는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입법예고 되었고, 업무개시명령제를 포함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악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또한 노무현 정권의 노동관계법 개편 구상이 담긴 [노사관계법·제도선진화방안] 최종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반면 노동자들이 목숨을 던져 저항하였던 손해배상·가압류제도는 격렬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 노동운동만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는 수준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출처 : 노동과세계 이정원

노무현 정권의 시각에서 보면, 주5일제와 고용허가제의 입법화는 대선 공약의 이행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저임근로자 보호 강화'를 위한 노사관계 개혁방안이다. 이처럼 2003년의 노동법 개악과정은 노동운동진영의 요구를 계기로 하여 정권이 추진한 '개혁정책'으로서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경총을 비롯한 자본가집단은 때마다 새로운 법제도가 지나치게 친노동적이라고 불평하면서, 이러한 개혁적 이미지가 유포되는데 한 몫을 했다.

다른 한편 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수 있는 결사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마저 억압하는 반동적 법률들이 거침없이 관철되었다. 명백히 화물연대를 겨냥하여 "화물자동차운수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가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함으로써 화물운송에 현저한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심대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건설교통부장관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명령을 거부한 때에는 행정형벌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의 허가 또는 등록의 취소·정지 또는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노무현 정권의 시각에서 보면, 주5일제와 고용허가제의 입법화는 대선 공약의 이행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저임근로자 보호 강화'를 위한 노사관계 개혁방안이다. 이처럼 2003년의 노동법 개악과정은 노동운동진영의 요구를 계기로 하여 정권이 추진한 '개혁정책'으로서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경총을 비롯한 자본가집단은 때마다 새로운 법제도가 지나치게 친노동적이라고 불평하면서, 이러한 개혁적 이미지가 유포되는데 한 몫을 했다.

다른 한편 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수 있는 결사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마저 억압하는 반동적 법률들이 거침없이 관철되었다. 명백히 화물연대를 겨냥하여 "화물자동차운수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가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함으로써 화물운송에 현저한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심대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건설교통부장관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명령을 거부한 때에는 행정형벌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의 허가 또는 등록의 취소·정지 또는 화물운송종사자격의 취소·정지처분을 할 수 있도록"하는 업무개시명령제는 단결권의 억압일 뿐 아니라 행동의 자유마저 침해하는 악법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상식 이하의 집시법이 버젓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 한국사회의 시계는 19세기에 멎어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삶의 질 향상'과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구축'을 기조로 내건 노무현 정권 첫 해에 개혁을 가장한 노동법 개악과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들이 자행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이러한 입법들이 노무현 정권이 내건 개혁과는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제부터 노무현 정권의 '노사관계개혁' 구상에 대해 살펴보자.

2. 노무현 정권의 구상 : 노사관계법제도선진화방안

노무현 정권의 노사관계개혁 구상은 지난 12월 발표된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방안]을 통해 알 수 있다. 이것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단체에서 분석한 바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핵심적인 문제에 관해서만 살펴보겠다.

첫째, 자본이 해고와 구조조정을 보다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부당해고로 인정받은 경우에도 "근로관계 유지가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예외적인 경우"에 원직복직 대신 금전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부당해고시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로써 자본은 약간의 비용만 부담하면 노동자를 사업장에서 축출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부당해고가 다투어지는 많은 경우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이기도 한 현실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조합간부나 조합원이 끈질긴 복직투쟁을 통해 사업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차단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뿐만 아니라 정리해고의 요건을 크게 완화시키고 있다. 정리해고시 노조에 60일 전에 통보하도록 하는 규정을 완화하는 것과, 도산절차에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리해고의 요건을 완화하거나 아예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도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을 불법으로 보는 판례로 인하여 구속을 무릅쓰고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해야 하는 실정인데, 아예 노조와의 교섭 자체를 형식화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회사정리절차나 파산절차에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아예 정리해고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파격적 발상으로, 노조를 말살하기 위해 휴폐업을 일삼는 자본의 행태를 법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의 영업양도에 대해서는 고용승계의무를 두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의 자유를 자본에게 무제한으로 부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할 수 있는 경우를 확대하고, 공익사업에서 쟁의시 대체근로투입을 자유화하도록 하고 있다. 2003년 떠들썩했던 이른바 '사용자대항권'을 입법화하려는 시도인데,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취지를 망각한 시도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단체행동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한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생존을 위하여 단체행동을 통해서 자본에 맞설 수밖에 없고, 이러한 단체행동은 인간과 시민의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한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하여 자본은 그에 따르는 손실을 수용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노동관계법은 단체행동권에 대한 갖가지 제약을 부과함으로써 노동자들이 '불법'을 무릅쓰고 파업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왔다. 파업에 대한 '사용자대항권'을 운운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셋째, 복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함으로써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복수노조금지 철폐'는 1987년이래 민주노조운동의 오랜 요구였다. 민주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1987년 신설된 이 노동악법이 2001년 노사정합의를 통해 2006년 말까지 생명을 유지하게 되었다. 자본은 이 조항을 이용하여 민주노조, 비정규직 노조를 말살하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고, 자본의 '무노조전략'은 이러한 악법 위에서 자행되었다. 그런데 [선진화방안]에서는 복수노조 허용시 '교섭창구단일화'를 전제로 못박고 있다. 약속대로 2007년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된다면, 각각의 노동조합이 완전한 노동기본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선진화방안]은 교섭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허용이 입법자의 의도였다고 주장하면서, 과반수노조가 교섭권을 독점하거나 조합원수에 비례하여 교섭위원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가 어용노조를 만드는 식으로 교섭에 개입하거나, 창구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결국 노무현 정권의 노사관계개혁 구상은 노동유연화를 보다 확대하면서 노동자들의 집단적 대응은 어렵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4년은 이러한 구상이 본격적인 공세로 나타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선진화방안]을 넘겨받은 노사정위는 올 상반기까지 논의를 마감하기로 정하였다. 민주노총의 노사정 논의 참여 여부에 따라 정권의 구상은 탄력을 받을 것이고, 올 총선 이후에는 공세가 본격화될 것이다.

3. 노무현 정권 첫 해의 노동법 개악분쇄투쟁 평가

현재의 상황은 1996년 김영삼 정권 하에서의 노사관계개혁위원회를 둘러싼 논란을 연상시킨다. 당시 노개위 참여를 둘러싸고 노동운동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졌지만 민주노총은 "참여를 통한 개입" 전략을 선택했다. 노개위에서 마련된 노동관계법 구상은 1997년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의 개정, 1998년의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의 합법화로 현실화되었다. 민주노총이 참여했던 노개위 구상을 바탕으로 한 정부입법안이 1996년 총파업 투쟁을 통해 일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결국 관철되었다. 이러한 정권의 완강함에 비해 민주노총은 참여 → 총파업 → 노사정합의 → 합의철회와 지도부 불신임 → 노사정위 복귀 → 노사정위 탈퇴라는 소모적 과정을 되풀이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 첫 해, 노동법 개악분쇄투쟁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여기에서는 주5일제 입법과정을 중심으로 평가해보려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노동시간단축'은 1998년이래 노동운동의 오랜 요구였다. 처음에 노동시간단축 요구는 대량해고의 공세 속에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제출되었다. 그러던 것이 경제위기가 지나고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회복되면서부터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5일제 쟁취'로 변화되었다. 김대중 정권은 주5일제 시행과 노동시간의 탄력화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노동운동을 압박해 들어 왔다. 노동시간단축과 노동시간의 탄력화가 맞바꾸어질 필연적 이유가 없고, 노동시간의 탄력화는 노동시간단축의 효과를 상쇄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권 내내 노동운동진영은 이러한 논의구도를 바꾸어내지 못했다. "노동조건 저하 없는 노동시간 단축", "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의 희생 없는 주5일제 쟁취"가 민주노총의 슬로건이었지만, "주5일제가 시행되면 휴일수가 세계 최대"라는 경총의 선동마저 분쇄해내지 못했다.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면서 노무현의 개혁적 성향에 대한 기대감이 노동운동 내에도 확산되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매개로 하는 노사정교섭이 재개되었다. 노사정위 참여를 거부해왔던 민주노총도 노사정교섭에 참가한 가운데 정권은 노동조건의 저하와 노동시간의 탄력화를 수반하는 주5일제를 강요하였다. 뒤늦게 양대노총이 단일안을 만들어내고 정부 입법안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였으나, 이는 주5일제를 하자는 정부에 대하여 노동계가 딴지를 거는 것으로 비춰졌다. 정부안을 관철시에는 총파업투쟁을 벌인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오랜 결의사항이었으나, 막상 정부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하였을 때에는 총파업투쟁을 성공적으로 조직하지 못했다.
5년을 끌어온 노동시간단축 논의가 결국 노동운동의 무력한 대응 속에서 주5일제를 빙자한 근로기준법 개악으로 귀결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바는 무엇인가?

첫째, 정세인식과 투쟁요구 자체의 불분명함이다. 정권은 처음부터 노동시간단축과 노동시간 탄력화를 비롯한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패키지로 들고 나왔다. 그럼에도 노동운동진영은 주5일제 입법안 중에서 이것은 동의하지만 저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조문 하나하나를 놓고 보았을 때에는 이러한 갈라치기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노사정위원회나 노사정교섭에서의 논의구도 속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정권과 자본의 구상이 주5일제를 빙자한 근로기준법 개악임을 인식했다면, 단호하게 노동법개악에 맞서는 투쟁을 준비해야 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주5일제 입법요구'와 '노동법 개악분쇄'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했다.

둘째, 임단협투쟁 동력에 의존하는 투쟁 조직방식의 문제이다.
정부가 주5일제 입법안 통과를 강행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것은 민주노총의 오랜 결의사항이었다. 그럼에도 막상 정부안 통과가 가시화되었을 때 투쟁은 조직되지 못했다. 주요 노조의 임단투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총파업 투쟁 동력이 만들어지지 못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는 단위노조의 임단투 동력에 국한되지 않는 노동운동진영의 투쟁을 조직해내지 못한 점에 있다. 노무현 정권은 인수위 시절부터 이미 주5일제를 빌미로 하는 노동법 개악안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냈다. 노동운동진영은 상반기에 정권의 노동개혁의 본질을 대중적으로 선전·선동하고 노동법개악 공세에 맞서는 투쟁을 조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노사정 재협상과 주요 노조의 주5일제 교섭 이외에 대중적 투쟁은 준비되지 못했다. 노동법 개악을 비롯하여 정권의 노동정책은 노동유연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정치적 공세로서 진행된다. 이러한 공세 속에서 정권은 때로 교섭국면을 만들기도 하고 일방적 처리를 시도하기도 한다. 노동운동진영이 이에 파열구를 내기 위해서는 정권의 일정에 끌려다니지 않으면서 주동적으로 투쟁을 준비하고 조직해야 한다.

셋째, 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확대시키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통일된 대응을 하지 못한 문제이다.
주5일제를 빌미로 한 근로기준법 개악으로 변형근로시간제가 확대되고 임금삭감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노동시간의 탄력화, 유급휴일·휴가의 축소로 인해 실노동시간은 단축되지 않고 노동조건만 저하될 우려가 있다. 그런데 이에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이 노동조건 악화의 피해가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다. 여성과 비정규직의 경우 유급휴일·휴가의 축소와 주휴 무급화로 인한 임금삭감의 피해를 직접 입을 것이고, 주5일제의 단계적 실시로 인하여 자본이 주5일제 시행의 비용을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높다. 전반적으로 노동유연화를 관철시키면서도 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확대하는 것- 이것이 바로 김대중 정권이래 진행된 노동정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민주노조진영이 이러한 특징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 사업장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까 타산하는 사이에 전선이 교란된 것-이것이 또한 그동안의 대응에 대한 핵심 평가지점이 되어야 한다. 정규직·대기업 노동자들은 당분간 임단투를 통해 노동조건을 방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노동 유연화·노동조건 저하는 확산되고 조직노동자들은 고립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4. 2004년 예상되는 노동법 개악공세

2004년은 정권의 노동법 개악공세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정권은 자신의 구상을 [선진화방안]에 담아 발표했다. [선진화방안]이 노사정위원회로 넘어갔지만 노사정위 논의는 노동계의 동의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다. 여기서 노동운동진영이 합의를 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것은 별로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할 수 있다. 주5일제 입법과정에서 경험했듯이 정권에게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이 노사정논의에 참여하는가 여부이지 실제로 논의과정에서 동의하는냐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금의 노사정위원회이건 새로운 노사정협의체이건 민주노총이 논의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정권의 일방적 공세는 '사회적 합의'의 명분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반발하고 참여를 중단한다 해도 이는 사회적 합의에 반하는 딴지걸기로 호도될 것이다.
그러나 [선진화방안] 그 자체가 명백하게 해고의 자유와 단체행동권의 축소라는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것을 지렛대로 노동계에 사회적 합의주의를 관철시키기에는 정권의 부담도 적지 않다. 그런만큼 [선진화방안]이 담고 있는 내용은 시간차를 두고 차례차례 관철시키더라도 우선은 보다 '개혁적'인 사안을 가지고 합의주의를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2004년에는 '일자리 창출방안'과 '비정규직 보호대책'이 그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이미 노사정위는 올해 핵심의제로 일자리창출을 정하고 올 2월 말까지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맺는다는 구상을 진행시키고 있다. 청년실업자가 40만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민적 불만을 무마시킬 수 있는 실업대책은 정권에도 중요한 사안일 수밖에 없고, 한나라당에서는 이미 △정부투자기관 및 정부출연기관 등 향후 5년간 매년 정원의 5% 이상씩 신규 채용 △안보, 국방, 치안, 소방 등 공공분야 노동자 채용 확대 등 대책을 제출한 바 있다. 문제는 일자리 만들기를 명분으로 정규직·조직노동자들에게는 해고의 확대·노동조건의 저하를, 취업자들에게는 불안정한 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사회협약이 "기업들은 투자활성화, 노동계는 생산성 향상 방안,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 확대를 위한 정책 생산 및 분위기 조성" 등인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2003년에 정부안의 내용이 확인된 바 있는 비정규직 대책도 정권의 세의 일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안은 기간제 사용의 자유화, 파견허용업무의 자유화, 특수고용 노동자를 '유사근로자'로 규정하여 단체결성권 부여 등의 내용으로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보호대책'이라는 명분으로 정권의 개혁적 이미지를 살리고 노동운동진영의 동의를 강요하는 계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두 가지 의제 모두가 민주노조운동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2003년에 이미 노무현 정권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없애야 한다", "정규직에 대한 해고가 어려워서 기업이 고용을 늘리지 못한다"라는 식의 공세를 퍼부어 왔다. 실업과 불안정노동, 차별의 확대에 대해 노동운동진영이 먼저 계급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때 이것이 노동운동을 고립시키고 허구적인 합의를 강요하는 위협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5. 해결해야 할 과제

이제까지의 패배를 교훈 삼아 2004년 노동법 개악분쇄 투쟁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먼저 노무현 정권의 성격에 대해 분명히 인식하고 노동법제도를 둘러싼 투쟁이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에 반대하는 정치적 투쟁임을 명확히 인식하자. 일부에서는 "노동법 개악저지"를 말하면 수세적 대응이고 "입법 요구"를 말하면 공세적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악저지냐 입법쟁취냐는 구체적 정세 속에서 역관계를 냉정하게 파악한 가운데 고민되어야 할 문제이고, 일반적으로 전자를 수세적, 후자를 공세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지금 2004년 노동법 개악분쇄 투쟁을 준비해 야 하는 것은,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이 노동법제도의 개정 공세를 통해 관철되고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노동법제도의 개정 논란 가운데 드러나는 노동불안정화 공세를 어떻게 대중적으로 폭로할 것인가, 조직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대중의 이해까지 대변하는 통일된 대응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를 위해 첫째, 허구적인 사회적 합의주의는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그 동안의 구조조정과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로 불안정노동과 실업이 양산되어 온 마당에 이러한 정책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사회적 합의'란 필연적으로 노동운동진영에 또 한번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참여를 통한 개입"을 이야기하지만 정권과 자본의 구도를 바꾸지 못하는 속에서의 '참여'란, 신자유주의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노동운동진영 내부의 분열만 증폭시킨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지난 7년 간 경험해 왔다.

둘째, 민주노조진영이 주동적으로 내부의 차별과 배제를 철폐하려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민주노조진영 내부에서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대기업과 중소·영세사업장간, 남성과 여성간 차별을 없애나가지 못한다면 조직노동자의 사회적 고립을 벗어날 수 없다. 노조운동이 정규직 조합원의 눈앞의 이해만을 대변한다면 집단이기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결코 깨뜨릴 수 없다. 내부의 격차 확대는 조직노동자들이 상황적 지대에 안주하고 통일된 대응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물질적 조건이 되기도 한다.

셋째, 지금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이 전국적 전선을 형성할 수 있도록 노동운동진영 전체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은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의 결과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그 본질을 대중적으로 폭로하는데 있어 가장 유력한 매개이다. 화물연대의 투쟁은 특수고용화된 노동자의 생존권적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자, 위력적인 대중투쟁을 통해 법제도를 둘러싼 논의구도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전체 특수고용 노동자의 투쟁으로까지 연결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불법파견에 대한 직접고용을 요구하면 4년을 투쟁한 SK 인사이트코리아노조는 2003년 대법원 판결까지 얻어내 정규직화를 쟁취했다. 이 투쟁 이후 수많은 미조직 불법파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문의를 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노력하였으나 개별적 노력에 그치고 조직화로까지 연결된 사례는 많지 않다. 비정규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은 그 자체가 전체 비정규노동자대중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크기 때문에 그만큼 노동운동전체의 노력으로 전국적 쟁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안정노동을 양산하는 노동법개악을 저지하고 비정규노동자의 노동권을 확보하는 '공세적인 투쟁'은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특집논의팀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 [자료] 정부 비정규직 관련 입법예고안 2004/09/12
  :: [자료] [분석자료] 정부 비정규직 입법예고안의 문제점 2004/09/12
  :: [질라라비] 노동법 개악공세의 본질과 투쟁의 과제 2004/01/01
  :: [질라라비] 불안정노동자의 시선[비정규직] 2003/12/30
  :: [질라라비] 하반기 투쟁은 노동법개악 저지! 노동기본권 쟁취!의 총체적 맥락 속에서 조직되어야 한다. 2003/12/27
  :: [자료] 노사관계 법 제도 선진화방안 2003/10/11
  :: [자료] 노사관계 법 제도 선진화방안(요약본) 2003/10/11
  :: [자료] 노사관계 개혁방안 2003/10/11
  :: [주장] 노사관계 개혁방안은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 정책의 결정판이다 2003/09/18
  :: [주장] 주5일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투쟁의 풍토를 만들 것인가" 2003/09/18
  :: [자료] EU에서의 비정규직관련 입법경향 2003/08/14
  :: [이슈] 파견법 5년, 통한의 세월을 없애버리자! 2003/07/07
  :: [질라라비] 노동관련 최근 입법동향 2003/06/12
  :: [수요집회] 113차 수요집회, 인수위의 노동정책 2003/02/13
  :: [주장] 노동부의 터무니없는 비정규직 정책, 투쟁으로 돌파하자! 2003/01/15
  :: [이슈] 자본활동 무한자유구역 설정, 경제자유구역법 철폐를 위한 투쟁성명서 2002/12/06
  :: [이슈] 노동법개악 가속화시키는 경제자유구역법 즉각 철회하라 2002/11/14
  :: [이슈] 주5일 노개악투쟁으로 국한되지 않는 총체적 관점에서 노동법개악 저지투쟁을 전개하자! 2002/10/30
  :: [주장] 파견법의 보호를 받는 자 누구인가! 2002/10/16
  :: [자료] 노동기본권 쟁취 토론회자료집 2002/06/26
  :: [질라라비준비호] 【동향】비정규직 입법논의 내용의 문제점과 우리의 요구 2002/05/01
  :: [자료] [법률위] 6차워크샵 발제-'비임금노동법' 목차 및 발췌요약 2002/03/12
  :: [수요집회] 68차 수요집회, '비정규직 철폐, 노동법 개악 저지' 2002/02/17
  :: [자료] 노동법개악이렇게준비되고있다 2001/08/30
  :: [자료] 노동기본권완전쟁취를위한공동투쟁위원회_자료집 2001/06/02
  :: [자료] 토론제안문_노동법개악움직임분쇄 2001/05/24
  :: [자료] 2001년노동법개악의쟁점_공대위정책기획팀 2001/04/30
  :: [자료] 노동법개정관련정세분석 2001/01/29
  :: [자료] 보도자료_근로계약기간연장규탄 2000/10/04
  :: [자료] 비정규직정규직화및차별철폐를위한법개정안_민주노총 2000/09/08

 

△이전글: 2003 조직 투쟁평가 : 사내하청 조직화 투쟁평가 좌담회
▽다음글: 건설일용노조 공안탄압 사건에 대하여

Copyright 1999-2026 Zeroboard / skin by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