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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75|06|2009
반(反)실업대회 참가기 - 공공근로 인생 “일하고 싶은 자 신문고를 울려라”

:: 2009-08-28   조회: 3110

생존을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정권과 자본에 맞서서 이제는 대안을 이야기 해야합니다. 특히 이러한 경제위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실업과 반실업을 반복하는 불안정노동자들의 요구를 구체화하고 이를 위한 투쟁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번호 특집에는 정부의 이러한 정책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우리의 요구를 구체화 시켜내고, 이 요구를 가지고 투쟁을 시작하려고 하는 단위들의 이야기를 실어보려고 합니다. 또한 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업관련 정책을 살펴보고 대안을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허구성 | 정지현
충북 실업자대회와 조직화 관련한 취지와 의미 | 김순자
반(反)실업대회 참가기 - 공공근로 인생 | 김병기
자본의 공황과 실업자운동| 원영수
노동권실현-생존권 쟁취를 위한 우리의 요구 | 엄진령



지난 5월 23일, 전국에서 모인 실업자들이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반실업대회가 있었다. 반실업대회는 전국 31개 실업극복단체들을 중심으로 실업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며 2004년부터 해마다 개최되어 왔다. 올해는 ‘일하고 싶은 자, 신문고를 울려라’라는 슬로건으로 최저임금과 민생문제를 중심요구로 내걸었다.
집회에 참석하기 올라가기 직전 TV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접하면서 충격과 한편으로는 ‘아! 작년에는 ‘촛불’에 묻혔는데, 올 해는 ‘서거’에 묻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서울역, 올해 광화문, 서울의 중심에서 집회를 하면서도 제대로 방송도 타지 못하는 심정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대회 장소에 도착해보니 벌써 600여명이 자리를 잡고 행사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경들은 대회 시작부터 집회장을 둘러싸고 있더니 급기야 행사 중간 중간에도 구호를 외치면서 도열하는 것으로 공포분위기까지 조성하고 있었다. 반실업대회 때문이라면 관심이라도 보내주는 것이다 생각하겠지만 집회의 성격을 불문하고 ‘폭력시위화’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니 참 한심하다는 정도를 넘어 쓴웃음마저 나왔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나름 준비한 공연과 퍼포먼스가 모두 끝나고 또 다시 각자의 지역으로, 단체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화물연대 동지들이 대오의 중앙으로 스며들어 왔다. 그리고 사회자가 반실업대회의 끝을 알리자 마이크를 이어받아 “반실업대회 2부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집회허가를 받지 못한 화물연대 동지들에게 무대를 내주고 자리를 뜨면서, 그래 어쩌면 이제부터가 진짜 반실업대회 2부의 시작이겠지 생각하며 동료들과 인사하고 횡단보도에 섞여 건너다 문득, 오늘 이 자리에 모였던 사람들은 어디로 갈 것인지 궁금해졌다. 굳이 따지자면 이 사람들은 실업자가 아니다. 자활근로, 사회적일자리, 바우처, 가사관리사 등으로 일하는 ‘참여자’이거나 실업단체 실무자들이다. 정작 실업자대회에 실업자는 없는 셈이다.
5년 전, 자활근로참여자로 1년간 함께 근무한 분이 있다. 그 후 일반병원 간병 1년, 우리와 함께 사회적일자리 2년, 올해 다시 부설자활센터에서 장기요양보호사로 근무하시게 됐다. 고등학생이던 막내아들이 어느새 영장을 기다리는 청년이 되었다. 한국사회에서 혼자 자식들을 키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중에 키운 값을 기대할 법도 하지만 이런 분들은 대부분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자식에게 해준 것이 너무 없었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결혼한 아들도 있지만 자기 살기도 어려워 덮어놓고 어머니를 만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빈곤에 이미 적응해 버렸고 이미 삶을 거기에 맞추고 있는 상황, 그게 이들의 삶이다. 차라리 서로의 책임을 따지다 서로 미워하게 되느니, 현실의 곤궁을 받아 들이는 것이 어쩌면 인간적인 해결책일 수도 있겠다.
취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공공근로가 처음 시작됐을 때 공공근로참여자들은 사회적으로 실패한 참으로 ‘불쌍한 사람들’이었다. 2009년 한국사회에서 공공근로는 이제 일반적인 일자리가 되어가고 있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수많은 공공근로들이 시행되고 있고 근래에 와서는 이런 일자리만 맴도는 노동자들이 수십만이 존재한다. 공공근로를 벗어난다고 더 나은 일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1년이라는 고용기간 마저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공공근로는 수많은 일자리 중 하나의 선택지가 되었다. 작업내용, 작업장, 감독자 등이 수시로 변하지만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급여와 노동수준이다. 120만원과 77만원을 선택하게 하는 요인은 의외로 간단하다. 24시간 맞교대 같은 노동강도를 견딜 수 있는가, 77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뿐이다. 노동강도가 낮은 일자리, 급여를 조금 더 주는 일자리 정보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월급도 조금 더 주고 노동조건도 조금 좋은 일자리는(물론 좋다고 해봐야 것이 100만원 정도에 주40시간 근무수준이다.) 평소에 친분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어떤 단체, 회사의 누구누구는 편하다거나 악질적이다거나 하는 정보는 좀처럼 얻기 어려운 정보이다. 그래서 이들이 주고받는 이런 정보들은 통계 수치로 잡히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지역고용정보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정보망은 더 많이 더 긴밀하게 구축되어 생활정보까지 교환된다. 그도 그럴 것이 80만원 남짓으로 한 달을 살기 위해서는 고도의 생활정보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아직 우리가 이 생활-정보망에 결합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조직화 - 주체형성’이라는 방식으로 이들에게 접근할 때 접하는 가장 큰 난점은 주체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위사업장에 대한 애착도, 고용형태의 일관성도, 임금상승의 가시적 효과도 별로 없는(어차피 최저생계비에 항상 못 미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부정형-불안정한 집단일 뿐이다.
정부일자리사업들이 모두 최저임금에 몇 천원 더 주는 형국인지라 이들에게 있어 최저임금은 그대로 자신의 임금이다. 당연히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하자면 가장 먼저 달려와야 할 터인데 오히려 움츠러든다.
1년씩 유지되던 일자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6개월, 3개월, 시간당으로 계산되고 유지되고 있음에도 저항은 없다. 왜 그럴까? 이들에게 이미 노동조건은 ‘주어지는 환경’일뿐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정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해 저항하다가 자칫 지역의 저임금-공공근로-사회서비스 공간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것 보다는 적응해서 살아남는 것이 나름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모든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이라는 열차에서 떨어지면 죽을 것처럼 처절하게 매달려 있다. 안전하게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그저 조금이라도 앞으로 안전한 곳을 찾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이 시점에서 정말 한국사회에 묻고 싶다. 이들에게 자신의 이해관계를 투영시킬 수 있는 정치권력은 존재하는가? 폭주하는 기관차에 매달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의 탈주를 상상하고 있는가?
이래저래 답답하지만 어찌되었건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야 한다. 계급이든 계층이든 개인이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이 상황에 순순히 적응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고, 연대와 상상을 통해서만 벗어날 길이 보일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다시 고도를 기다리며 반실업대회의 2부를 살아간다.



김병기 | 대전실업극복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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