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활임금운동 기획단의 문제의식
1)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그러나..
생활임금운동기획단은 빈곤사회연대의 제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최저임금현실화 투쟁의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시작되고 있었다. 그간의 최저임금 투쟁에 대한 평가 속에서 시기사업의 한계를 뛰어 넘어 어떻게 일상적 조직화로 나아갈 것인가, 최저임금위원회 교섭을 넘어 어떻게 저임금 철폐 투쟁으로 나아갈 것인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저임금 철폐 투쟁으로 조직할 것이며, 또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에 대한 운동 전체의 인식은 어떻게 확대해 갈 것인가에 대한 등 최저임금투쟁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고민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은 초과노동과 노동강도 강화 없이 생활 가능한 임금을 쟁취하기 위한 것으로 그것이 곧 생활임금 쟁취투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을 통해 얻는 임금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고 계속해서 빈곤해 질 수밖에 없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적 임금 투쟁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다. 또 그렇다면 적정한 수준의 임금이란 어느 정도 인가를 논하기 위해서는 인간다운 생활이 무엇인가의 기준이 필요하며, 따라서 빈곤선을 새롭게 정의하고 최저생계비를 현실적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활동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들을 전개하기 위해 저임금과 빈곤을 매개로 이슈를 제기하고 실천하고 활동할 단위가 필요했다. 생활임금운동기획단의 초기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부터이다. “생활임금의 기준과 빈곤선을 새롭게 제기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며, 그 과정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생활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과정을 통해 진행됨을 확인하고, 또한 이 활동의 기본적 토대로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사회운동의 연대”를 형성하기 위해 기획단은 출발하였다.
2) 몇 가지 쟁점에 대한 확인
2006년 9월부터 시작된 초기 논의 과정에서 몇 가지 쟁점이 확인 되었고, 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 있었다.
첫 번째로는 “지역별 생활임금 조례재정 방식의 운동이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였다. 이에 관해서는 지역적 생활비 격차를 고려한 임금투쟁이라는 것이 실질적으로 지역차원의 운동을 형성하기 보다는 턱없이 낮은 최저임금이 오히려 하향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위험성이 존재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지역별로 분할하는 것이기도 했기에 당시에(그리고 지금도) 자본에서 제기하는 ‘지역최저임금제도’는 막아내야 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 하에 활동의 방향에서 배제되었다.
지역 내 사회운동적 이슈와의 결합을 모색한다는 문제의식은 중요하지만, 그 방식을 ‘조례제정’으로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단위의 운동’이라는 의미는 운동의 공간이자 거점에 대한 판단을 중심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오히려 공공기관-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계약준수제 등이 운동의 방식으로 더 의미있게 고찰되었다.
두 번째는 “생활임금운동 및 생활임금의 개념” 문제였다. 생활임금 쟁취는 오랜 기간 민주노조 운동의 강령이기도 하였으나, 그것이 지금의 저임금화, 빈곤화의 현실에서 운동으로 현상화되지는 못하였기에 개념을 다시금 정립하며 운동의 방향을 잡아야 했다.
몇 차례 논의 끝에 생활임금운동 및 생활임금의 개념과 관련하여서는 생활임금운동은 “지역차원에서 노동운동, 사회운동이 결합하여 저임금 철폐를 위해 펼치는 실천 활동”으로 정의하였고, 생활임금은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임금”이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정의하였다. 빈곤사회연대의 최초 제안서에서 “노동자들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능력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 “정치적/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가와 수단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의 임금” 등의 개념이 제기되었으나, '인간다운 생활‘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에 대한 기준부터 하나하나 밝혀 가야 하는 과정이었기에 추상적인 구호의 수준에서 정리되었다. 추상적이기는 하였지만, 당시 최저임금 얼마를 쟁취할 것이냐로 집중되어 왔던 시기에 -지금에 와서 생활임금운동이 이슈화해 왔던 추상적 수준의 구호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다시금 확인하기 까지- 2년간 추상적 구호로도 필요한 역할을 다해왔다고 판단된다.
세 번째는 “기획단의 역할” 문제였다. 어디까지를 자기 활동 범위로 할 것인가의 문제였는데, 단체, 학생, 노조들의 연대기구인 기획단이 직접적인 조직화를 목표로 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하에 노동조합의 활동들과 연계해서 가야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당시 기획하였던 전략조직화 사업 등과 연계하여 지역 차원에서 저임금과 빈곤을 매개로 한 조직화의 매뉴얼을 실천적으로 구성해보자는 것을 장기적 목표 세웠다. 우선은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 투쟁의 성과를 이어받고 한계를 극복하며, 생활임금 쟁취의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그 투쟁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저임금 투쟁의 구심이 그래도 최저임금 투쟁이었고, 이에서부터 구체 활동은 시작되어야 했다.
그 밖에 임금 문제 외에 주택, 의료 등 다양한 생활의 측면에서 빈곤의 문제를 어떻게 제기할 것인가에 대하여도 논의되었는데, 이는 이후 노동권-생활권 쟁취투쟁을 어떻게 구체화 해 갈 것인가에 대한 과제로 남겨졌다. 또한 광범위하게 활동을 시작하는 것 보다는 노자관계에서 노동자 생활임금을 쟁취하고 지켜내는 것에 우선 집중하자는 견해로 모아졌다. 자본의 임금유연화 전략이 마구잡이로 들어오면서 노동자 임금과 생계의 연관성을 계속해서 은폐시키는 직무급제, 성과급제 논리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으며, 저임금을 사회복지로 대체하는 방식에 대한 경계도 존재했다.
2. 생활임금운동 기획단의 활동 평가
1) 저임금 노동자가 직접 행동하다 - 주간사업의 내용과 의의
(1) 2007년 저임금 노동자 직접행동 주간사업
2007년 주간사업은 저임금의 실상과 저임금을 낳는 고용형태, 임금체계에 대한 문제제기를 확산하기 위한 활동으로, 최저임금투쟁과 맞물려 다양한 저임금 실태를 고발해내고 일상적인 실천을 위해 기획되었다. 지역별로 저임금 실태와 쟁점을 고려하여 저임금 실태와 저임금이 유발되는 원인을 폭로하는 증언대회를 진행하였다. 저임금을 당연시하고 고착화하는 이데올로기에 맞서기 위한 저임금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였고, 구체적으로는 특수고용, 간접고용, 여성노동권의 문제, 청소년, 고령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 등에 대해서 증언대회 및 선전전을 진행되었다.
2007년의 주간사업은 최저임금 결정시기에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의 집회, 간혹 배치되는 경총 항의집회만이 존재했던 것을 넘어, 지역별로 증언대회를 하고, 다양한 저임금 노동자의 발언을 이끌어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이 기획은 저임금과 빈곤의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었고, 관성적인 최저임금투쟁의 흐름을 바꾸어내기에는 구체적인 기획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이 생활임금 운동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서울 지역에서 진행된 생활임금운동 기획단 활동 외에도 지역차원에서 활동이 진행되고, 저임금과 빈곤에 맞서는 투쟁단위가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울산지역에서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생활임금 쟁취를 위한 행진, 토론회 등의 사업이 있었고, 대구지역에서도 ‘신자유주의 시대 빈곤 다시보기’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면서 이 토론회 준비 단위들이 반빈곤네트워크(준)라는 운동단위를 구성하는 성과가 있었다.
(2) 2008년 저임금 노동자 직접행동 주간사업
2008년 주간 사업은 6월 16일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진행되었으며, 마지막 금요일 경총에서부터 자전거 행진을 시작하여 최저임금위원회 집중 집회로 마무리 되었다. 더 많은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이 모였고, 지난해의 경험을 토대로 좀 더 대중적으로 조직되었다. 그리고 서울의 각 지역별 저임금 노동자 한마당을 실질적으로 지역의 주체들과 함께 결합하여 진행할 수 있었다. 이는 그 간 지역에서 비정규 문제에 관한 단위를 준비하고 활동하는 주체들이 형성되어 온 것에서 큰 힘을 얻은 결과이다. 또한 이 일주일간의 활동은 생활임금 쟁취의 구호를 확산하는 계기로도 작용하였다.
2) 적정생계비/ 임금 실현을 위한 실태조사
적정생계비/ 임금 실현을 위한 실태조사는 2007년에 이어 2008년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2008년 직접행동 주간사업이 시작된 6월 16일부터 시작하여 9월 30일까지 진행되고, 결과는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 투쟁 주간에 발표될 예정이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이 조사의 의의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 노동계가 최저임금 투쟁에서 노동자 평균임금 50%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요구를 집결하고 전체의 요구로 확장하는 과정은 부재했다. 그 가운데 이 요구는 다만 최저임금위원회 교섭에서 얼마나 따냈느냐를 평가하는 기준 이상도 이하도 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면 60%, 70%를 요구하면 되냐는 것이다. 그렇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요구를 결집시키고, 스스로의 요구로 다시 환원시키고, 그로써 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우리는 그런 과정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평균임금 50%의 요구는 ‘바로 나’의 요구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요구안의 결정적 흠은 이것이 노동자 임금과 생계와의 연관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그냥 ‘절반이라도’의 의미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운동적으로도 무효할 뿐만 아니라, 조직된 노동자와 최저임금 수준에 겨우 닿아있는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간의 차이를 점점 크게 만들고, 그 둘을 끊임없이 다른 영역으로 밀어내게 된다.
투쟁의 전술로서 요구를 기준화 하는 것의 의미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조직되는 과정, 다시 그 요구에 기반해서 투쟁이 조직되는 과정은 지금과는 명백히 달라야 한다. 우리는 아직 ‘인간답게’ 살 수 ‘있다’ 혹은 ‘없다’라고 말하기 위한 기준에 대해 다만 추상적이거나 각자 다른 삶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요구를 일정 기준선으로 구체화해 내거나 또 다른 방식의 기준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요구의 정도를 파악하고 그 내용을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가기 위해 이 실태조사는 기획되었고 지금 진행되고 있다.
이 조사는 저임금 노동자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생활에 대한 요구 조사를 포함한다. 임금의 액수로 드러나지 않는 장시간 노동과 임금유연화, 높은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등의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대다수의 노동자들의 문제가 저임금 노동자들의 빈곤의 문제와 결코 다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빈곤과 저임금의 문제를 여전히 나와는 다른 이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극복해 보고자 하는 의미를 이 조사는 또한 내포하고 있다.
대다수가 저임금과 빈곤을 아직도 일부의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는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빈곤의 문제가 이미 일부의 문제가 아님을 밝혀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상대적 빈곤선 도입해 빈곤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 상대적 빈곤의 기준으로 우리는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또 다시 00의 00%라는 방식으로 대충 후려칠 수는 없다. 이 조사는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 상대적 빈곤선 도입을 위한 투쟁의 과정에서 우리 요구의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것이다.
3) 기획단활동의 총괄 평가와 남겨진 지점
아직까지 기획단의 주장은 여전히 너무 추상적이며 대중적 파급효과를 낳기에 구체적이지는 못하다. 저임금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한 투쟁의 계기인 최저임금 투쟁은 다만 동일한 양상을 반복하며 후퇴하고 있고, 그 가운데 생활임금 쟁취의 문제의식이 투쟁의 의제로 제기되고 구호로 등장하기는 하였으나, 아직까지 다만 구호로서 존재하는 ‘생활임금 쟁취’의 문제의식은 더 구체화를 요한다. 의의가 있었던 만큼 더 나아가 내용적인 조직화를 해내야 할 것이고, 그를 위해 내용을 더욱 구체화해 내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현재 진행되는 실태조사 역시 그 결과는 운동적으로 다시 재조직되어야 한다.
주간 사업은 2008년에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저임금 투쟁의 조직(저임금을 매개로 한 지역운동의 형성 가능성)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서울 각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지역 단위 활동의 가능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타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의식과 활동에 있어서 유의미 하였으나, 이 역시 시기 사업에 그친다면 의미는 반감될 것이다. 흐름을 놓지 않고, 이후 기획단의 활동에서 지역의 단위들과 연계하며 꾸준히 사업을 공동 기획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임금투쟁의 사회적 확장이 필요하다고 하였을 때, 기획단의 활동에는 아직 내용적으로 빈 지점이 많다. 예를 들어 생활임금이 여전히도 남성가장의 모델을 두고 이야기 되는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비인간적 저임금의 상대 개념에 놓인 생활임금이 남성가장의 임금수준이 아님을 주장할 수 있는가, 임노동관계의 범위를 넘어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투쟁에서 우리의 다양한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권리의 쟁취는 어떻게 투쟁으로 배치되어야 할 것이고, 어떻게 권리로 다시 개념화 되어야 할 것인가 등의 문제와 같이 아직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3. 일상적 반빈곤, 저임금 철폐투쟁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
1)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하여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이 시기투쟁의 한계를 벗어나 일상투쟁이 되기 위해서는 저임금과 빈곤에 맞선 투쟁을 전체의 운동과제로 사고하는 인식의 전환이 있지 않고는 어렵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에서 투쟁계획을 세울 때도 6월 사업 안에 최저임금 투쟁을 배치하고, 교섭항목에 산별 최저임금 얼마를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00산별노조에서는 한해 빈곤과 저임금에 맞서는 투쟁의 주요한 과제를 무엇으로 둘 것이며 그 흐름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정하고, 그리고 그 안에서 교섭에서는 무엇을, 법정최저임금 결정 투쟁에서는 무엇을, 이후 현장에서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기획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나 라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위원회라는 합의체계로, 교섭과 타협의 과정 속에 노동자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 생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 투쟁을 배치하면서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은 전환되어야 한다. 그래야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한 대응도 교섭전술을 넘어 투쟁 전술로 배치되는 것이 가능해 질 것이다.
2) 일상적 저임금 투쟁으로 전환하기 위하여
(1) 지역을 거점으로 한 꾸준한 활동, 노동권-생활권의 구체화
저임금의 문제, 생활임금의 문제가 의미 있게 제기되기 위해서는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투쟁 방안이 보다 더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생활임금운동기획단의 지역 한마당 사업은 보다 구체화된 내용을 가지고 지역에서 일상적 활동의 공간을 열고, 지역주체와 노동자들의 발언을 위한 공간을 지속적으로 여는 것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이 일상적으로 지역의 운동주체들과 결합하여 진행되고, 그런 일상 활동의 집중지점으로서의 주간 사업이 되어야 기획단의 활동 역시 한 발 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 투쟁 의제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저임금화에 대응하는 것은 지금의 최저임금 현실화투쟁만으로는 안 된다. 자본의 임금논리와 빈곤화에 맞서는 투쟁 의제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활임금운동 기획단이 초기에 원하청 사용자 분할의 문제, 노동자성 부정의 문제, 임금체계 개편의 문제, 사회보험 미적용의 문제 등이 어떻게 저임금 문제와 연동되는지를 보여주려는 시도는 유의미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용의 전반적인 사회화가 부족했으며, 다만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수준이었다.
이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노동전반의 임금체계 개편이 저임금화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며, 직무급, 숙련급 등의 형태가 저임금을 어떻게 유발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분히 이데올로기 대응의 측면이 있겠지만, 이는 자본의 비정규직 관련 대응 양상에서 볼 때, (무기계약, 분리직군, 직무급 확대, 고령노동자 활용, 파견 확대 시도 등) 고용형태와 연동된 임금체계의 문제, 저임금화의 문제는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서도 조만간 투쟁의 사례로 드러날 것이라 생각된다.
더 나아가 자본은 노동법 체계 전반의 개악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노동법 자체의 개편만이 아니라 관련 제 법제의 정비 과정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그 가운데 최저임금 관련 법제 또한 개악이 시도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은 하나하나 분리해서 가선 안 된다. 전체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 안에서 함께 발언해야 또다시 최저임금 문제가 저임금 노동자 당사자들만의 투쟁 과제로 떨어지는 오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최저임금의 적용투쟁과도 연동되는 것인데, 주 40시간제 실시와 함께 일어나는 저임금화, 노동 강도 강화, 노동시간 단축(노동시간의 단시간화의 문제)으로 인한 저임금화의 문제 등 다양한 저임금화 기제에 맞서는 구체적 투쟁이 필요하다.
4. 마치며
지난 2년의 활동을 평가하면서 ‘먹고 살기 힘들어서’에서 시작한 문제의식이 토론과 실천의 과정 속에서 여기까지 왔으나 어쩌면 기획단 역시 2년간 쳇바퀴를 돈 것은 아닌가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여전히 이데올로기 작업이 더 필요한 것인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조직화 작업으로 들어갈 것인지, 기획단은 아직 좀 더 평가하고 전망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노동계급의 빈곤은 점점 더 확대된다는 것이고,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최저임금 투쟁을 반복한다면 그 투쟁은 갈수록 앙상해 지고 힘을 잃을 뿐이라는 것이다. 빈곤의 현실은 더 드러내져야 한다. 저임금의 실태는 더 폭로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무엇에서부터 오는 문제인지, 운동 전체가 실감하는데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 기획단은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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