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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복지정책 비판(EITC 제도를 중심으로)- 노무현 정부의 일을 통한 빈곤탈출, 어떤 일로 몰아넣느냐가 관건이다.

:: 2006-07-28   조회: 2892

'일하는 저소득층엔 국가가 보너스, 근로소득보전제 도입 약 1,300만 명 혜택'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근로소득 보전제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1,300만 명에게 국가가 보너스를 준다니 웬 떡인가 싶다. 혹시 나도 여기에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어서 근로소득보전 머시기가 도입되었으면 싶다.
그런데 마냥 좋은 제도라면 돈 내기 싫어하는 일부 사람들 빼고는 쌍수를 들고 찬성하는 것이 인지상정일진데, 이곳저곳에서 이 이름 어려운 제도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는 심지어(?) 반대까지 한다고 한다. 왜,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길래 반대까지 하는 것일까?


EITC 제도란 무엇인가?

근로소득보전제는 미국식으로 말하자면 EITC(Earned Income Tax Credit)로 참여정부 초기부터 이런 저런 보고서에서 이야기가 되어 왔다. 그러나 취임 초기 뭔가 쌈박한 복지개혁 내용을 내어 놓은 것 같던 노무현 정부가 한동안 로드맵이라는 것을 구성하느라 여념이 없어서 근로소득보전제도에 대한 정부의 도입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참여복지의 비전 없음을 비판하기도 했고, 다른 일각은 로드맵이라는 단어에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길고긴 논의 끝에 참여복지의 로드맵인 '일을 통한 빈곤탈출'이 보고되었다. 이 보고서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EITC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적극적 도입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일을 통한 빈곤탈출'이니 일자리가 당연히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선(先)고용지원, 후(後)복지제공'이라는 구호도 만들어냈다. 일할 능력이 있으면 일을 하고, 아무리 해도 일을 못하면 그때 복지를 제공한다는 김대중 정부 생산적복지의 업그레이드판이다. '선고용지원 후복지제공'을 위한 참여복지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그 하나가 자활사업 및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고 다른 하나가 EITC이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는 우리네 현실을 감안할 때, 국가가 나서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니 그저 반갑기만 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의 성격이 뭔가 하는 점이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그 내용이 부실하다면 없는 것보다도 못한 대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일할 곳도 일할 기술도 없는 사람들은 한시적인 불안정 노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나머지 사람들은 NGO와 기업을 통해 만들어진 일자리에 취업할 경우 정부가 이를 지원할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NGO와 기업에서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그 수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정 임금과 안정된 고용을 보장하는 일자리도 아니다. 왜냐면 NGO와 기업에서 만들어내는 사회적 일자리는 수익형 일자리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상황을 볼 때 썩 괜찮은 일자리를 가지면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사회적 일자리에 대한 정부 대책에서는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지를 찾아보긴 힘들고, 강제노역을 해야 하는 노예처럼 시장으로 사람들을 밀어놓고 있다.
일자리도 없고, 제대로 된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 생각이 없으면, 참여복지를 주장하는 정부는 당당하게(?)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보너스'로 근로소득보전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름부터 난해한 이 제도는 사실 미국에서 1975년부터 EITC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제도이다. '근로소득보전제도'라는 명칭이나 영어이름인 EITC나 모두 알고자 하는 우리의 호기심을 싹 가시게 한다. 그리고 실제 다른 사회보장제도 보다 그 내용이나 형태가 난해하기도 하다. 그래서 EITC에 접근하려면 '도대체 그게 뭐야, 뭐가 문제라는 거야'라는 궁금증과 굳은 심지가 필요하다.
알려는 호기심의 심지가 굳어졌다면, 미국 EITC의 구체적인 이해부터 시작해보자. 미국 EITC를 그대로 한국어로 바꿔놓으면, '근로소득세액공제'이다. 좀 더 난해해진 것 같지만 이렇게 한국어로 바꿔놓으면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근로소득세액'이라는 말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할 것은 EITC가 근로소득세액이 있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근로소득이 없는 사람들과 EITC는 남남이다. 또 근로소득이 높은 사람들도 여기서는 제외되는데, 이는  EITC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세액공제'라는 것은 세금이 발생했을 때, 그 세금을 공제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보자. 연봉 1,000만원의 비정규직노동자 철수가 있다. 철수는 연 10%를 소득세로 국가에 납부한다. 그럼 철수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돈은 세금인 100만원을 뺀 900만원이다. 그런데 EITC가 도입되어 40%의 근로소득세액공제를 해준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철수가 내야하는 세금 100만원의 40%는 국가가 세금을 공제해주기 때문에 철수는 1년에 60만원의 세금만을 납부하게 된다. 자 이제 철수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돈은 900만원에서 940만원으로 40만원 늘어났다. 이것이 바로 세액공제이다. 결국 EITC로 인한 세액공제 때문에 철수는 1년 동안 국가로부터 40만원의 보너스를 받은 셈이 된다. 만약, 철수가 일하지 않았다면 EITC는 받을 수 없다.
또 다른 경우가 있다. 앞의 철수를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연봉 1,000만원이 면세점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럼 철수는 국가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 왜냐면, 정부는 면세점이라는 것을 정해서 이보다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는 세금을 걷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EITC가 도입되었다고 해보자. 이 경우 EITC는 철수가 세금을 내지 않았음에도 철수에게 40만원을 준다. 왜냐면 EITC는 근로소득이 있지만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세액공제비율을 적용해 공제해주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 1]을 보자. 이는 2002년 기준으로 미국 EITC의 공제금액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우선, 미국 EITC는 아동수당의 효과까지 겸하고 있어서 아동 수에 따라 공제해주는 금액이 다르다. 아동 2명인 사람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연평균 0-10,350$까지는 소득이 생기면 생길수록 세액공제가 늘어난다. 그래서 이 구간을 점증구간이라고 한다. 세금을 걷기 시작하는 점은 a이다. 그러니까 점증구간에 있는 사람들은 국가에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EITC를 통해서 돈을 받게 된다.
연평균 10,305$-14,000$는 소득이 더 높아져도 공제액은 같다. 그래서 이 구간의 그림이 평탄하다고 해서 평탄구간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소득이 높아질수록 공제받는 금액이 적어지는 구간이 있다. 이 구간은 점감구간이라고 한다. 세금을 언제부터 걷을지, 얼마나 많이 걷는지에 따라 평탄구간과 점감구간에 있는 사람들은 EITC로 받는 돈보다 내는 세금이 더 많아지게 된다.
[그림 1] 미국 EITC 급여비율(2002년 기준) (단위 : $)











이런 EITC의 모양새는 과거 복지제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희한한 형태이다. 왜냐면 대부분 복지제도는 일을 하면 할수록 복지 제공을 감소시키도록 만들어져왔는데, 어떻게 된 것이 미국 EITC는 일을 하면 할수록 복지를 더 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이 EITC의 핵심이다. 이미 눈치 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EITC는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소득보장책이라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노동시장으로 홀리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노동시장으로 사람들을 홀리면 빈곤은 저절로 감소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참여복지의 '선고용지원 후복지제공' 정책과 딱 맞아떨어진다.


EITC 제도의 부작용
뭐, 어렵게 여기까지 따라온 사람들은 '별거 아니군. 뭐 좋은 거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미국 EITC의 부작용들을 살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우선 미국 EITC가 일할 능력 있는 사람들을 노동시장으로 홀리는 것에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위의 [그림 1]의 평탄구간이나 점감구간에 있는 사람들은 일을 할수록 세액공제가 줄어들기 때문에 일을 하기 보다는 일을 줄이기조차 한다. 그리고 가족단위로 세금을 공제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맞벌이를 하는 기혼여성은 EITC에서 더 많은 공제를 받으려고 일을 안 하게 되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한다.
그렇지만 EITC가 아예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왜냐면 여러 가지 이유로 일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강제적으로 노동시장으로 몰아넣는 것에는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여러 가지 이유로 일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예를 들어, 집에 돌봐야 할 노인이나 아동이 있는 사람들, 불안정한 저임금노동이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자 했던 사람들, 취업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로부터 어떤 보장이라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 나마 근로소득에 기초한 EITC라도 받으려면 꾸역꾸역 노동시장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EITC만으로 부족해 미국 정부는 TANF(Temporary Ai Needy Family)라는 공공부조를 EITC와 세트로 적용시켰다.
TANF는 아동이 있는 저소득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부조, 즉 가난한 사람들에게 조세를 통해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동이 있는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대부분 독신모들이 그 대상이다. 과거 미국에서는 독신모들을 노동능력이 없는 집단으로 생각해왔다. 변변한 아동양육시설이 없는 미국에서 독신모들이 일하러 나가면 아동들은 방치되거나 학대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TANF는 이들 독신모들을 노동능력이 있는 집단으로 그 생각을 변경한 제도이다. 따라서 TANF는 평생 60개월만 받을 수 있고,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일을 해야 한다. 또한 미국은 모든 주 TANF 대상자들의 50%가 근로활동에 참가하도록 하거나 복지급여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조장했다. EITC와 TANF의 합동공격 속에서 많은 독신모들과 노동시장 참여가 어려운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일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과연 이 사람들은 어떤 일자리에 참여하게 되었는가이다. 처음부터 노동시장 참여가 어려웠던 사람들이 강제로 참여하게 되는 일이라는 것은 안 봐도 뻔한 불안정한 저임금노동이다. 실제, 유럽과 비교해볼 때, 미국의 저임금노동자의 규모는 2배 이상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EITC와, EITC가 확대되면서 도입된 TANF는 국가가 생활을 보장해줘야 하는 사람들을 노동시장으로 강제로 몰아넣으면서 한편으로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지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의 책임을 약화시키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저임금의 불안정노동에 종사하게 되는 것은 단지 미국의 노동시장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EITC 자체가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일을 하지 못했던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EITC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유연화된 노동시장이 있어야 한다. 쉽게 고용되고 해고되는 일자리가 없으면, 노동시장으로 아무리 홀려도 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EITC와 TANF는 미숙련 불안정노동자 풀을 형성하고 관리한다. 즉 EITC와 TANF 때문에 어떻게든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노동시장 언저리에서 취업과 고용을 반복하도록 하면서 이들 노동자들을 관리한다. 따라서 EITC는 유연화된 노동시장 속에서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노동의 유연화를 지원하는 효과를 가진다.

불안정한 일자리뿐만 아니라 EITC는 최저임금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낸다. EITC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복잡한 전제들이 필요하다. 부부합산과세라든지 정확한 소득파악이라든지 등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중에서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은 최저임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국가에서만 EITC가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이미 높은 최저임금제가 이뤄지는 국가에서는 따로 EITC를 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적다. 반면, 최저임금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국가에서는 실질 임금과 최저임금간의 간격을 EITC를 통해 보충하기 때문에 EITC의 사회적 효과가 크다. 따라서 일단 EITC가 도입되면 EITC 때문에 최저임금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도 되고 같은 이유로 최저임금이 높아지기도 어렵다.
이런 EITC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당연히 현재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미국식의 TANF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노동능력에 따라 구분하자는 주장들이 이곳저곳에서 제출되고 있으며, EITC가 도입되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의 관계설정 문제가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EITC와 노동유인을 강요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합동공격에서 한국 저소득층, 여성들, 비정규노동자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최저임금제의 안착화와 비정규노동자의 최저임금제 준수는 EITC가 도입됨에 따라 불가능하게 된다.
이런 문제뿐만 아니라 소득이 파악되지 않고, 부부합산과세도 아닌 한국의 상황을 기초로 생각해볼 때, 사실 제대로 실행되기조차 어렵다. 또 돈 내는 거 싫어하는 구두쇠 같은 국가에서는 당연히 낮은 재정지출만을 약속할 것이다. 이럴 경우 몇 몇 EITC를 받는 가구는 일시적으로 소득의 증대를 경험하겠지만, 전체적인 노동시장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에 이들 가구의 고용은 더 불안정해진다. 결국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빈곤한, 빈곤의 나락으로 계속 추락하게 된다. 이제 우리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생활권 보장은 저 하늘의 별처럼 따러가자고 약속할 수 있지만 절대 딸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성은미 |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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