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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75|06|2009
노동권 실현 - 생존권 쟁취를 위한 우리의 요구

:: 2009-08-31   조회: 2627

생존을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정권과 자본에 맞서서 이제는 대안을 이야기 해야합니다. 특히 이러한 경제위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실업과 반실업을 반복하는 불안정노동자들의 요구를 구체화하고 이를 위한 투쟁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번호 특집에는 정부의 이러한 정책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우리의 요구를 구체화 시켜내고, 이 요구를 가지고 투쟁을 시작하려고 하는 단위들의 이야기를 실어보려고 합니다. 또한 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업관련 정책을 살펴보고 대안을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허구성 | 정지현
충북 실업자대회와 조직화 관련한 취지와 의미 | 김순자
반(反)실업대회 참가기 - 공공근로 인생 | 김병기
자본의 공황과 실업자운동| 원영수
노동권실현-생존권 쟁취를 위한 우리의 요구 | 엄진령



1. 노동권을 파괴하는 자본의 위기 대응 전략과 우리의 대응


1) 지금의 노동은 권리이기 보다는 가능하면 벗어나고 싶은 굴레처럼 느껴지고, 노동 자체가 주는 의미 보다는 가족이나 부 등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이데올로기 안에서 그 수준의 유지를 위해 버티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조차 박탈당했을 때, 그래서 빈곤의 끝에 내몰렸을 때 현재의 사회는 개인에게 어떤 손도 내밀지 않는다.
일부의 노동자들에 대하여 약간의 고용보험, 그리고 극빈층에 대하여 시혜적인 약간의 생활 보장 외에는 어떤 생계에 대한 보장도 없다. 그래서 이 사회는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노동의 굴레 안으로 들어가도록 강요한다. 그런데 사회가 들어가라고 하는 그 노동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없는, 그래서 일해도 가난한 노동자들을 계속해서 양산해 내는 열악한 일자리이다. 그런 열악한 일자리를 거부하고 안정되고 떳떳한 일자리를 쟁취했을 때, 그리고 그 노동을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을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노동권이 실현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은 그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자본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극복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그치지 않고, 경제위기로 축소된 이윤을 이후에 더 크게 회복하기 위한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자본의 위기 대책은 전 방위적으로 진행된다.
먼저 인원 조정뿐만 아니라 현장을 더 열악한 고용형태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여 외주화하거나,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기존에 있던 비정규직은 외주화하거나 파견으로 돌려 간접고용화 한다. 그리고 해고된 비정규직은 더 낮은 조건에서 다시 아르바이트 등의 더 열악한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시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동조건을 전체적으로 하락시키기 위해 최저임금 삭감을 시도하고, 신규입사자의 초임을 삭감하고, 임금체계를 변동시킨다. 그리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한다. 최저임금법 개악을 시도하고, 비정규직법을 개악해서 비정규직 고용을 완전히 일반화 시키고자 하며, 노동법제 전반의 개편을 통해 그 나마 노동조건을 방어해 오던 규제들을 철폐하고자 하고 있다.

2) 그러나 이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를 막아낼 만큼의 파괴력을 가지고 조직되지 못한 채, 노동자들로 하여금 더 낮은 곳으로의 경쟁에 매몰되도록 만들고 있다.
해고와 실업으로 인한 빈곤 상태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하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주는 것은 현재의 가난을 겨우 벗어날 수 있는 정도의 끼니이다. 기초법상 급여는 인권을 무시하는 수준이며, 뿐만 아니라 각종 조건을 달고 있어서 스스로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할 수 없는 무능력자임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노동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들에 대하여는 그 나마의 복지도 가차 없이 제한한다. 또한 유일한 고용안전망인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는 너무도 크다. 실업급여는 최소 3개월, 최장의 경우에도 8개월이 채 주어지지도 않기에 장기실업에는 대책이 없다. 게다가 반드시 고용되어 보험금을 일정 기간 이상 내는 조건을 갖추어야만 받을 수 있다. 신규실업자는 아예 적용대상도 되지 않으며, 고용과 실업을 오가는 비정규직은 그 활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비정규직은 심각한 저임금으로 인해 고용보험을 드는 경우가 1/3 정도밖에 되지 않으므로 고용보험의 혜택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반면 오직 고용을 통해서만 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에게 사회가 부여하는 노동의 기회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일 뿐이다. 청년인턴제라는 청년실업 대책은 1만 2천명이 넘는 불안정 노동자를 만들어 냈으며, 그 숫자를 채우기 위해 일부에서는 비정규직을 해고 하기도 했다. 저소득층 청년실업자와 휴폐업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희망근로사업은 임금의 절반가량이 재래시장 쿠폰으로 지급되는 노동조건조차 형편없는 임시 노동자를 25만 명이 넘게 양산해 냈다. 사회적 일자리다, 자활 노동이다 하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하나같이 기본적인 노동 조건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거나, 아예 노동자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불안정한 노동 층의 확대였을 뿐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저임금, 단기간, 노동자성 부정 등 온갖 불안정성이 갖추어진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그런 일자리를 받아들이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복지를, 일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생존권을 완전히 박
탈하면서 말이다. 이것은 강제된 노동이다.

3) 우리의 생존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맞바꾸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처럼 기여한 것에 비례해서 차등되어 보장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기본적인 생활의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빈곤과 실업의 공포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불안정하고 열악한일자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노동권의 실현도 불가능하다. 노동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점점 더 열악한 고용형태로 채워지는 현장에서 안정된 고용과 노동조건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하고, 해고와 비정규직화를 막아낼 수 있어야 한다. 또 ‘비정규직’이라는 일자리를 거부하고 안정되고 떳떳한 일자리를 요구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힘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노동자의 투쟁이 현장에서 지역에서, 전체 노동자-민중이 나서는 정치적 투쟁으로 조직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불안정 노동으로 끌려들어가게 되는 이 시스템을 막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정리해고제 철폐, 비정규악법 폐기의 요구는 중요하다. 노동자로 하여금 자본이 일방적으로 고용을 박탈할 수 있는 법제가 있는 한 노동자의 집단적 힘을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노동하지 않을 때의 생존권의 요구가 반드시 제기되어야 한다. 실업상태의 빈곤이 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으로 끌어들이고 있고, 실업과 고용을 끊임없이 왔다갔다 하는 불안정 고용의 확대와 일반화 속에서 열악한 노동의 거부는 실업상태에서의 기본적인 생존의 확보에서부터 가능해 질 수 있다.


2. 노동자 해고와 비정규직 고용의 권한을 자본으로부터 박탈하자.
- 정리해고제 철폐, 비정규악법 폐기


1) 그간 지속적인 노동유연화 정책 속에서 정규직 일자리는 축소되고 다양한 불안정 노동이 양산되어 왔으며, 비정규직이라는 비정상적 고용형태가 제도화의 길로 가고 있다. 그러나 890만에 달하는 비정규직, 350만의 실업자가 양산되기 까지 노동자들의 집단적 대응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이 통과된 이후 현장의 노동통제에 대항하지 못했고, 비정규직화에 맞선 투쟁에서 노동자들은 공동의 투쟁을 쉽게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비정규직법은 점점 늘어나는 비정규직 고용형태의 확산을 막고 안정된 고용을 보호하기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고용을 제도화 하는 방식으로 제정되었다.
자본은 정리해고제, 기간제 계약, 간접고용이라는 방식을 통해 해고와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권한을 자신들의 것으로 제도화 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을 정규직-비정규직, 직접고용-간접고용, 1차 하청-2, 3차 하청, 원청- 하청·외주업체, 등으로 위계화시켜 노동조건의 하향압박을 강화하고, 노동자들을 서로 경쟁시켜 단결을 파괴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경제위기 속에서 그 정리해고의 칼날을 휘두르며, 비정규직을 해고하여 더 열악한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활용하고, 정규직을 해고하여 비정규직화 하고 있는 것이다.

2) 정리해고가 제도화되는 순간에는 우리는 그 무서움을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현장 투쟁의 동력이 있었기에 투쟁으로 제도를 현장에서 무력화 해내면 되리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리해고를 현장에 관철시키려는 자본의 전략은 최초의 현대자동차 싸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갈라 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투쟁으로 막아낸 듯 했지만 노동자 분할을 막지 못했고, 이후 현장에서 각개격파 당하면서도 ‘정리해고제 철폐’의 요구를 다시 전선에 세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리해고 이후 남겨진 자도, 해고된 자도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었으며, 현장 투쟁의 기운이 무너지면서 힘겨운 장시간 노동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리고 정리해고는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일자리를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로 전환시키는 것이었기에 이후 노동권의 박탈은 순식간일 수밖에 없었다.
정리해고제가 노동법제에 들어온 98년 외환위기 시에 초기 제도의 안착을 위해 대량해고의 과정을 거치기도 했으나, 이후 정리해고는 인원을 나누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으로, 또는 한두 명을 해고하더라도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노동에 대한 권한과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상시적 구조조정을 체제를 갖추기 위해 작업조직의 개편과 노동자 이동과 해고는 일상적으로 진행되었으며, 그 사이 정리해고제는 절차만 잘 갖추면 가장 손쉬운 구조조정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정리해고는 명백하게 노동자의 잘못이 없음에도 노동자의 일자리를 한 순간에 빼앗아 가는 악법이다. 초기에는 경영상 해고에 대해 법상 절차나 제한들이 있었다 할지라도 이것이 제도화되고 현장에서 활용되는 순간 법원의 판단 또한 느슨해져 ‘경영상의 이유’를 빙자한 노동자 해고는 자본가의 무소불위의 권한이 되고 말았다.

3) 비정규악법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간제법은 해고를 일삼으면서도 해고에 대한 법적 규제를 완전히 피해 갈수 있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일반화하기 위한 법이다. 정해진 2년이라는 기간 내에 노동자를 마음대로 쓰다 버릴 무한한 기회를 자본에게 준 것이며, 이미 현장의 노동자들은 6개월, 3개월, 1개월 등의 단기간으로 고용되고 있고, 그 계약기간 이후에는 그저 ‘기간 만료’ 일 뿐이다. 파견법은 98년 제정되고 2년 후 대규모의 해고 사태를 맞으면서 그 악법성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악법이다. 그런데도 이 악법이 폐기되지 않고 점점 더 개악되며 업종을 확대해 가고 있다. 정부는 폐지는커녕 간접고용 전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 비정규직 고용을 일반화 하고, 모든 노동자들을 점차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 비정규직법의 의도이고, 자본과 정부는 그 의도를 점차 관철해 나가고 있다.

4) 기본적인 고용과 해고의 권한을 자본의 손아귀에 쥐어 주고 있는 한 노동권 실현을 위한 투쟁이 힘을 가지기는 어렵다. 자본의 노동자 분할과 위계화에 맞서 노동자는 자본에게서 해고와 비정규직 고용의 자유를 반드시 빼앗아 와야 한다. 노동자의 고용을 방어하고, 위계화를 거부하고 집단적인 노동자의 힘을 회복해야 한다. 그를 위해 반드시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악법을 폐기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정리해고제는 지난 10년간 현장에서 일상적 구조조정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경영상의 이유’를 빙자한 노동자 해고는 자본가의 무소불위의 권한이 되고 있다. 또한 비정규악법은 비정규직 고용을 완전히 일반화하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해체하고 있다. 자본의 현장 통제와 정리해고, 비정규직의 확대는 반드시 동반하여 노동을 강제하고 또 권리를 박탈한다.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악법이 존재하는 한 노동자 목숨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자본의 손아귀에 쥐어주고 싸우는 힘겨움을 벗어날 수 없다.


3. 불안정 노동자를 생존권 투쟁의 주체로!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으로 방향을 모으자


1) 안정된 일자리, 그리고 보다 나은 일자리를 위한 투쟁은 중요하다. 하지만 실업상태에서의 생존이 보장받지 못하는 한 노동권 쟁취 투쟁은 완전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노동의 분할과 위계화는 고용-피고용의 밖으로도 연장되어 실업상태의 빈곤이 노동권을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실업 상태에서도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노동자에게 주어질 수 있고,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있고, 실업과 단기고용을 불안정하게 오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가 길어질수록 더 늘어날 것이며, 위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악법이 철폐되고 실업노동자의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더 많은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가 늘어날 뿐이다. 신규실업이든, 반실업 노동자이든, 조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불안정 노동자에 대한 실업상태에서의 생존권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민중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2) 경제위기 시에 우리의 생존 요구를 드러내기 위한 전제들
실업과 불안정 노동 심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지금 발생하는 실업자들의 생존을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심화 속에서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한 정권과 자본의 책임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생존권 요구를 통해 점차 늘어나는 불안정 노동자를 투쟁의 주체로 세우고 정치적 투쟁을 조직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불안정 노동이 일반화되는 시대에 투쟁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째로 일자리와 생존을 분리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경제위기시기에 일자리 창출을 요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일자리가 복지다’라고 말하면서 생존을 일자리로만 결부시키는 정권의 이데올로기를 들어서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일하지 않아도 생존할 권리”를 중
요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이것은 불안정한 강제 노동으로 노동자들을 몰아넣지 않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불안정한 일자리를 거부할 권리가 없으면 노동자들은 결코 불안정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두 번째는 생존은 ‘권리’여야 한다는 점이다. 생존은 노동을 조건으로 하여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권리’로 드러나야 한다. 그런데 고용보험 등은 노동자들이 일을 하면서 ‘기여’하는 돈으로 이후를 보장받는 방식이다. 즉 ‘기여’가 없으면 ‘권리’가 없다는 것이 고용보험 방식이다. 그래서 고용보험 확대적용은 분명 중요함에도 불안정 노동의 확대와 함께 늘어날 사각지대를 결코 해소할 수 없다. 기여에 따른 방식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로 생존이 이야기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재원을 어디로부터 마련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자칫 정부를 상대로 한 생존권 투쟁의 요구가 자본의 책임을 드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자본이 불안정화를 양산하고 해고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생존 문제를 이야기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재원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자본의 이익을 환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쟁의 주체가 누가 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실업자 조직화는 사실상 쉽지 않다. 실업이 마치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인식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실업노동자들은 투쟁의 주체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투쟁의 주체는 실업과 반실업을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는 불안정노동자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노동자들이 그 주체가 될 것이다. 분명하게 주체를 드러내고 주체의 요구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3)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첫 번째, 고용보험 확대적용의 요구가 있을 수 있다. 실업시의 유일한 생존대책인 실업급여의 지급 기간을 연장하고 지급대상을 상향 조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고용보험은 아무리 확장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노동자들의 ‘기여’에 의지해있는 이상 이것을 우리의 생존의 권리로 보편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두 번째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이 있다. 노동과 연계되지 않는 생존의 보장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의 문제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죽지 않을 정도의 가난한 삶만을 보장하는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고, 대부분의 빈곤층을 수급자에서 탈락시키는 독소조항을 폐지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고 반드시 바꾸어내야 할 내용이다. 하지만 기초법의 경우 명시적 목표로서 ‘빈곤한 사람들의 최저생활보장과 자립조성’을 설정하고 있고, 사회적 빈곤의 대책으로서 전체 노동자-민중의 ‘권리’가 아니라 절대빈곤층에 대한 ‘시혜’로 주어지고 있다. 복지의 개념을 권리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기초법의 독소조항을 폐지하는 것이 아직은 전체 노동자들의 생활권 요구로 진전되기는 어렵다.
또한 최근에는 ‘기본소득’ 논의가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다. 이는 “일하지 않아도 생존할 권리”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의식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현재의 권력관계 수준에서 ‘정책’화될 경우 이것이 임금축소와 불안정화를 조장하는 콤비임금이 될 가능성이 있고, 사회공공성의 영역을 축소하고 모든 것을 ‘시장’으로 대체하는 데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문제제기가 되기도 한다. 결국 기본소득의 문제의식은 ‘권력 장악’이 전제되었을 때, 그리고 시장화가 아닌 공공성의 확대라는 전제를 갖고 이야기할 때에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투쟁의 주체를 세우는 조직하는 요구이기보다는 이후 사회의 비전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제출되는 측면이 크다.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바는 ‘실업부조’의 도입이다. 실업부조는 고용보험제도와는 달리 일할 의사를 갖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일정한 액수의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이것은 새로운 제도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 수준에서 현실화된다면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게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경총 등에서도 실업부조 제도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데 그들은 해고의 완전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 정부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실업부조 역시 재원의 문제와 급여 수준에 있어서 자본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생계가 보장되는 수준으로 급여가 설정되지 않으면 콤비임금이 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에 착목하는 것은 정책적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자본의 책임을 드러내면서 투쟁의 주체를 조직하는 것으로 운동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부조는 고용보험 적용 제외 대상자를 광범위하게 포함하며, 실업과 반실업을 왔다 갔다 하거나 신규취업을 원하는 청년실업자들이 주된 대상이 된다. 우리가 주되게 조직화의 주체로 삼고자 하는 노동자들이 실업부조의 범위 안에 포괄될 수 있다. 그리고 실업부조는 ‘기여’에 의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정부와 자본의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하면서 우리의 ‘권리’를 드러낼 수 있다.
물론 도입을 위한 투쟁도 해야 하지만 결정한 순간부터 쟁점화하고 투쟁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 제도이다. 실업부조제도가 만들어지면 생존의 문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이유로 자본은 노동유연화를 더욱 거세게 공격해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실업부조를 요구한다는 것은 단지 실업부조 제도를 도입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정권과 자본의 책임을 정확하게 묻는 투쟁이어야 한다.

엄진령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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