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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74|05|2009
박종태 열사 투쟁의 의미 - 열사의 죽음 원인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노동자성 부정과 노동기본권 박탈

:: 2009-09-15   조회: 2848

1. 노동권 박탈이 극대화된 지점에 특수고용 노동자가 있다



2000년 재능교육교사노조 유희수 열사
2001년 건설운송노조 안동근 열사
2002년 한국통신계약직 한승훈 열사
2003년 화물연대 박상준 열사, 최복남 열사, 한진중공업 김춘봉 열
사,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이용석 열사
2004년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박일수 열사
2005년 재능교육교사노조 정종태 열사, 한국노총 충북본부 김태환
열사, 화물연대 김동윤 열사,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류기혁 열사
2006년 포항건설노조 하중근 열사
2007년 건설노조 인천 전기원분과 정해진 열사
그리고, 2009년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

지금까지 우리가 기억하는 비정규 열사가 열다섯 분이 된다. 그리고 그 가운데 8명의 열사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문제로 분신하거나, 자결하거나, 투쟁의 과정에서 공권력에 의해 살해되었다. 또 그 가운데 화물노동자가 4명이다. 박상준 열사, 최복남 열사, 김동윤 열사, 그리고 박종태 열사. 그 하나하나 이름에 피눈물이 맺힌다.
이유는 분명히 있다. 이 땅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거셀 수밖에 없는 이유, 탄압이 잔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 많은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권리를 외쳐야만 했던 이유. 바로 가장 기본적인 노동의 권리조차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이란 일반적인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를 은폐시켜서 노동자성 자체를 박탈해 가는 비정규직의 형태 중 하나이다. 사업자 등록증이 있다거나 세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는 이유, 그리고 가사사용인이라는 이유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노동자를 아닌 것으로 만드는 이유는 참 많고도 다양하다. 과거의 출퇴근을 일정한 장소로 하고, 집단적으로 모여 업무지시를 받으며 일하는 시스템과 다르다는 이유로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택배, 화물, 덤프, 레미콘 노동자, 보험모집인, 학습지 노동자, 애니메이터, 퀵서비스, 대리운전 노동자, 골프장 경기보조원, 간병 노동자 등 무수히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자가 아니라며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러한 특수고용 형태가 도입된 지 거의 20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다. 그간 특수고용이 노동자들을 개별화하고 노동자 스스로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자본은 엄청난 이윤을 누려왔다. 이런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해 흔히 노동자와 사업자의 경계에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들이 놓여있는 경계점은 노동자냐 아니냐가 아니라 자본과 정권의 노동권 박탈이 가장 극대화 된 그 지점이다. 그렇기에 노동자의 투쟁은 이렇게 치열할 수밖에 없고, 정권의 탄압 또한 이렇게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건설과 투쟁, 그 역사



(1) 특수고용 투쟁의 시작, 재능교사노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이 지난 10년 가까이 진행되어 왔다. 첫 번째 투쟁으로 꼽는 것은 1999년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 결성이다. 이 투쟁을 기점으로 비정규직 투쟁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서 특수고용 노동자성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은 30일 여의 파업투쟁 끝에야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임단협을 쟁취할 수 있었다.


(2) 골프장 경기보조원 투쟁

2000년,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의 투쟁이 시작되었고, 대둔산CC, 대영CC, 그리고 해를 넘기는 한성CC의 투쟁 등, 사업장별 투쟁 속에서단협을 쟁취하고 노동조건을 보호, 향상시켜가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진행되었다.


(3) 건설운송노동조합,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

2001년 4월, 건설운송노조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선봉이 되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에 돌입했다. 단식농성, 여의동점거투쟁, 당산철교 밑에서의 노숙투쟁 등 300여일에 이르렀던 레미콘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무자비한 탄압과 현실적 어려움에 의해 마무리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투쟁은 단위사업장의 투쟁 혹은 특수고용만의 투쟁이 아닌, 전체 비정규 투쟁의 한 획을 그은 중요한 투쟁으로 기억되고 있다.


(4) 특수고용 대책회의 구성, 공동투쟁의 시작

2002년 봄, 특수고용노동자 대책회의가 구성되고 특수고용 노동조합들이 공동의 행보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의 결실로 2002년 10월, 특수고용 노동자 한마당이 열렸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내부를 추스르기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단위사업장의 문제를 넘어서 ‘노동기본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특수고용 대책회의’ 차원에서 공동행동을 모색하고, ‘노동기본권 쟁취’를 자신의 과제로 갖고 투쟁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5) 손배가압류와 노동자성 부정에 저항, 레미콘 노동자들의 서강대교 고공농성

2003. 1. 23. 레미콘 노동자들이 서강대교 고공 농성을 진행했다. ‘노동자성 인정하라’, ‘가압류를 철회하라’ 라고 적힌 플랭카드를 내걸고 다리 난간에 자일 하나에 몸을 내맡긴 채 진행된 목숨을 건 고공시위는 노동자성 불인정 판결에 대한 항의이자, 지난 파업투쟁기간 사측의 손배가압류로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레미콘 노동자들의 절규였다.


(6) 화물연대의 조직과 투쟁

2003년 5월 화물노동자들의 물류를 멈추는 투쟁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시작되었다. 하루 16시간의 장시간 노동, 원가에도 못 미치는 운임, 평균 3000만원의 부채로 생존의 벼랑 끝에 서있는 화물노동자들은 02년 10월 화물연대를 건설하고 03년 5월 총파업투쟁에 돌입, 노동자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5.15 노정합의를 이끌어내는 투쟁을 전개했다.


(7)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여의도공원 농성 투쟁

2003 하반기, 근로기준법 적용과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여의도에서 천막농성 투쟁을 전개하였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도 힘차게 진행되었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들은 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를 결성하고 공동의 투쟁을 결의했고, 하반기 비정규 노동자대회를 성사시켜냈다.


(8) 간병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

2003년 10월에는 간병인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과 불법 소개소 폐지를 위해 간병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투쟁하였다.


(9) 철도매점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2005년 2월 철도매점 동지들이 파업투쟁을 전개하였다. 강제용역 전환을 철폐시키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철도매점 노동자들은 2001년 1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했다. 2004년 9월부터 시작된 영등포 관리역 항의방문 및 농성, 홍익회 경인지사 항의방문, 홍익회 본사 점거 농성 등을 이어 가며, 2005년 2월 파업 단행, 장기간의 투쟁 후 부족하나마 노사간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10) 덤프연대 노동자들의 단결, 그리고 투쟁

2005년, 덤프연대 동지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었다. 덤프노동자들은 과적 문제 해결, 유가보조금 지급, 면세유 적용 등의 요구를 걸고 두 차례의 파업투쟁을 전개하였다.


(11) 김동윤 열사의 분신, 그리고 특수고용 공동투쟁

화물연대 김동윤 동지가 부산 신선대에서 분신한 이후, 화물연대 현장 곳곳에서는 투쟁의 요구와 의지들이 분출되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덤프연대의 조직, 투쟁과 화물연대 동지의 분신을 계기로 전체가 공동투쟁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맞이하였다.
특수고용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국회 앞에서 공동단식농성을 하면서 특수고용 노동자성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을 조직하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이 공동투쟁은 간부, 조합원까지 조직된 의미 있는 투쟁이었다.


(12) 2006년 이후 진행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현장투쟁

2006년 상반기에는 무엇보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땅에 한 뼘 발 디딜 곳조차 없다는 절박함 속에 고공 농성을 하였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광주 삼성전자에 대항하여 고공농성을 했고, 대우자동차 창원공장 동지들이 굴뚝에 올라가서 농성을 했다. 화물연대 아세아시멘트 동지들, 하이스코 동지들이 모두 고공농성을 했고, 베스킨라빈스 동지들과 타워크레인 동지들이 고공농성을 진행하였다.
학습지에서는 2006년, 1월 최근한 대교지부장이 부당해고에 맞선 천막농성을 시작하였다. 투쟁과정에서 대교 자본은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폭력을 행사하고 깡패를 고용한 돈마저 노조에 손해배상으로 3억원 청구, 핵심간부들의 전세금을 가압류 및 급여 전액 가압류, 위원장 구속, 다수의 간부에 대한 형사고소 등 악랄한 탄압을 자행했다. 그러나 장기 투쟁 끝에 복직합의를 받아내고 현장 투쟁의 승리를 쟁취하였다.


(13) 2007년 여의도를 마비시킨 특수고용 공동투쟁

2007년 6월 18일 덤프연대를 주축으로 화물연대, 학습지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 진행되었다. 이 배경에는 사실상 정부안이라 볼 수 있는 김진표 의원 입법안의 발의가 있었고, 그 내용은 노동자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마포대교를 점거한 이 투쟁으로 많은 동지들이 구속, 수배되는 탄압이 잇따랐으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 한 발 더 나아간 의미 있는 투쟁이었고, 이러한 공동투쟁을 통하여 정부안을 비판하고 노동자성 쟁취, 노동기본권의 쟁취만이 진정 특수고용 노동자를 보호하는 길임을 분명히 하였다.



3. 끊임없는 해고, 임단협 파기로 이어진 자본과 정권의 탄압은 도를 더해가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10년에 걸친 투쟁, 일부 승리와 투쟁의 진전이 있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현장의 탄압은 끊이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투쟁으로 쟁취한 합의서는 금새 파기되기 일쑤였고,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가 계속해서 벌어졌다.
노동자가 아니기에 짤려나가도 ‘해고’로 인정받지도 못했고, 심지어 악랄한 사용자는 교섭조차 하지 않았었다. 재능교육 학습지교사들의 투쟁은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만들어냈으나, 검찰의 ‘노동자가 아니니, 노동조합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아니니, 단체협약을 맺어도 그것은 단체협약이 아니다.’ 라는 판단에 의해 뒤집힐 수 밖에 없었다. 또 레미콘 노동자들이 자본에 맞서 2001년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상경투쟁을 전개했으나 자본을 비호하는 공권력에 처참하게 짓밟힐 수밖에 없었다. 한 두 곳의 현장에서 어쩌다 노동자로 인정되더라도 다음 순간 현장의 구조조정은 더욱 심화되어 다시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였고,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보호는 먼 이야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건설노조와 운수노조에 대하여 노동자가 아닌 자가 가입되어 있다며 설립신고를 철회하겠다고 하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투쟁을 민주노조운동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시도이며, 화물연대와 덤프연대의 투쟁을 고립시키려는 시도이다.



4. 특수고용 노동자성에 대한 정부 입장



(1) 자본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을 초기에 진압하기 위해 공권력을 대동하여 갖은 수를 썼으며, 정부는 노동자성 부정을 제도화하기위해 소위 전문가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입법안들을 만들어 냈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노동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방식이 아닌 특별법 방식이거나,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서의 약간의 보호를 이야기하는 경제법적 보호방안이었다. 그것은 오히려 노동자가 아님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으며,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인 힘에 대해 제재하고 규율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것이었다.


(2) 2000년 10월, ‘근로자에 준하는 자’

노동부는 2000년 10월 ‘근로자에 준하는 자’라는 개념을 새로 만들어 시행령을 통하여 임금보호, 해고제한, 산재보험 적용 등 노동법의 일부 규정을 가져와서 적용하되, 퇴직금, 근로시간, 휴일과 휴가 등에 관한 조항은 적용 제외하도록 하는 법개정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이 안 역시 ‘근로자에 준하는 자’라는 개념이 위장된 근로관계 자체를 바르게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기본적 시각을 밑바닥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그래도 노조법상 노동자성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고, 근로기준법상의 보호를 전면적용 할 것이냐의 여부가 논란이 되었던 것으로, 이후 정부의 입법방향은 점점 더 후퇴하게 된다.


(3) 2002년, 노사정위원회의 ‘유사근로자특별법안’

2002년 노사정위원회는 근로기준법 또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자로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자라는 뜻의 ‘유사근로자’라는 개념을 설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 유사근로자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해지로부터의 보호, 성희롱으로부터의 보호, 보수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구하고, 기타 모성보호, 휴일, 휴가 등은 적절한 수준에서 보호한다. 그리고 산재보험을 적용하며, 그 외 사회보험은 추후 검토, 노동3권에 대해서는 노조법상 3권이 아닌 단체조직권, 교섭권, 협약체결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제출하였다.
2002년 당시 이미 2000년보다는 훨씬 후퇴한 입장인 ‘유사근로자’ 안을 제출하면서,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완전히 부정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후 어떠한 논의에서도 특수고용 노동자의 위장된 고용관계를 바로 잡고, 자본의 고용관계 위장에 대해 투쟁하고자 하는 노동부의 의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4) 2005년 11월 공개된 노사정위원회 특수고용특위 공익위원 검토의견

공익위원 검토의견을 세 가지 안으로 제출하면서 그 내용이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 듯하나, 각 방안별로 핵심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고,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점에서는 모두 동일하다.
1안은 직군을 나누어서, 일부는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을 준용하고, 나머지 직군은 특별법 혹은 경제법에서 규율한다는 것이고, 2안은 모두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적용을 배제하고 특별법이나 경제법만으로 규율한다는 안, 3안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배제하고 노조법만을 준용하되, 노조법 중 일부(부당노동행위, 쟁의행위)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안으로 그 내용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었다.


(5) 2006년 10월, 노동부의 경제법 적용안 발표

노동부는 노사정 실무회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외양을 갖추고, 그 안에서 노동계의 의견을 듣는 모양새를 만든 후, 노동법 적용방안 논의와 별개로 경제법 적용 방안을 발표하였다. 계속해서 후퇴해오던 노동부의 입장은 드디어 ‘노동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 약관법 등의 몇 가지 조항을 수정하여 민생고를 해결해 줄 터이니, 그 정도로 대충 참고 살라는 말을 한 것이다.


(6) 2007년 6월, 김진표 의원 안(정부)

6월에 발의된 김진표 의원안은 그간 미루어 온 정부의 입장이 사실상 발표된 것으로 상세히 볼 필요가 있다. 이 안은 그 내용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데, 노동자를 이중 삼중으로 위계화 시키는 내용일 뿐 아니라, 노동자 전체의 권리를 축소시키는 것을 의도하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간주근로자를 나누며, 이들을 일반적인 노동자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이는 곧 기존 노동관계법상의 노동자 개념의 축소를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구분은 노동자들을 노동자 - 간주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위계화 시키고 보호를 달리하며, 당연히 노동자인 이들을 점점 노동자가 아니게 만들어 갈 것이다.
그리고 시행령을 통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되는 직종을 정하겠다고 하니, 이에 해당하는 직종과 해당되지 않는 직종이 또 갈릴 것이고, 이후에 조직되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노동자군은 노동자 - 간주근로자 -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위계 아래에서 온전한 노동권 쟁취 투쟁을 만들어내기 힘겨워 질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요구는 다만 조직된 몇몇 직종에게, 현재 특수고용 형태로 드러난 몇몇 업종 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을 적용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었다. 현재 조직된 특수고용 노동자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노동자들이 자본의 전략에 의해 얼마든지 특수고용화 될 수 있으며, 이미 그러한 시도는 진행되고 있다.
‘특수고용화’라는 이름을 빗겨가면서 특수고용도 아닌, 그러나 특수고용과 다를 바 없는 노동자들이 정부의 정책 속에서 양산되고 있다. 자활이라는 명목으로, 사회적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가사사용인, 비공식노동이라는 미명하에 노동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고, 그렇게 각 직종을 분할하며 정부의 법안이 구상되었던 것이다.


(7) 2008년 말 운수노조,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 그리고 같은 맥락의 김상희 의원안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해 오던 정부는 드디어 운수노조와 건설노조에 대하여 노동자가 아닌 자가 가입되어 있으니 시정 조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화물노동자, 덤프노동자, 레미콘 노동자 등 투쟁의 힘을 가진 특수고용 대오를 민주노조운동에서 분리시켜 내려는것이다.
그에 조금 앞서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특수고용 관련 입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얼핏 보기에는 개별 근로관계에서 많은 보호규정을 적용하는 것 같고, 노조법상의 권리도 ‘준용’한다며 권리를 주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안은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특별법’ 안이다. 노동자 단체가 아닌 사업자 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지금의 건설노조 운수노조 탄압과 맥을 같이 하는 법안인 것이다. 이 법안의 내용과 같이 법이 만들어진다면 건설노조와 운수노조에 대한 탄압은 법적 근거를 가지고 진행되는 합법적 탄압의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하기에 반드시 철회되어야 할 안이다.



5. 경제법, 혹은 특별법 적용의 문제점



경제법 혹은 특별법 적용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민주노총이 처음부터 반대해 왔던 것이다.
첫째,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위장자영인화된 노동자들을 노동자로서 보호하고, 사용자의 비근로자화 시도를 근절하는 방안이 아니라, 노동자는 아니지만 생활이 고달프다고 하소연을 하니 몇 가지 시혜조치를 부여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으로 그 시작에서부터 이미 틀렸다.
둘째, 수많은 잠재적 위장 자영인을 양산할 것이다. 지금까지 사법부의 문제를 그대로 둔 채, 경제법의 몇 조항 수정을 해결책이라고 제시한다면 사용자들의 위장 자영인화 시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며, 가뜩이나 보수적인 법원을 등에 업고 더욱 많은 노동자들을 특수고용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도 못되는 위장 자영업자로 전락시킬 것이다.
셋째, 노동기본권의 완전한 박탈이 이루어 질 것이다. 노동3권과 유사한 권리를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노동법상의 보호가 아니므로 노동관계의 집단적 자치를 통해 이후 노동조건을 상승시킬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진다. 더구나 경제법적 원리를 적용한다면 개별 노동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임이 상정되므로,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노동3권의 행사는 역으로 경제법상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되고 필연적으로 노동3권을 완전히 부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넷째, 오히려 기존에 가졌던 권리가 박탈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노동조합으로서 활동하고 있고, 쟁의행위, 단체협약 체결 등에 있어서 사후적으로 법적 탄압은 있었으나, 현장에서 노동관계를 형성하고 활동을 해온 노동조합의 경우 오히려 기존의 권리가 박탈되므로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6. 우리 요구의 의미



최근 홍희덕 의원이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관련한 입법안을 발의하였다. 그 내용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그리고 민주노조운동 진영이 요구해오던 것으로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상의 노동자-사용자 개념의 확대를 통하여 노동권의 보호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근로기준법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조제1항제1호 및 제2호를 각각 다음과 같이 한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이 경우 독립사업자 형태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라고 하더라도 특정 사업주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특정 사업주가 상시적으로 영위하는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업주로부터 대가를 얻어 생활하는 자는 근로자로 본다.
2.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 내지 영향력이 있는 자는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등 그가 영향을 미친 근로조건에 대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와 연대하여 이 법에 따른 사용자의 책임을 진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조제1호 및 제2호를 각각 다음과 같이 한다.
1. 이 법에서 “근로자”란 다음 각 목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및 그와 같은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는 자를 말한다.
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 등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
나. 특정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상시적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용자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어 생활하는 자
다. 가호 또는 나호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라도 이 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자
2. “사용자”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근로계약 체결의 형식적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도 해당 노동조합의 상대
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거나 또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도 같다. 사내하도급의 도급사업주는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로 본다.


지난 수년간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외쳐온 ‘노동자성 인정’의 요구는 다만 몇 가지 사안에 대한 보호 혹은 보장의 요구로만 규정될 수는 없다. 특수고용 노동자로 불리는 이들이 이 전의 정형화된 노동자와 노동의 양식이 다르듯이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 군이 등장하고 있고, 또한 사용자의 다양한 비근로자화 시도에 의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 군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존재했다.
그 속에서 노동법적 보호를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그리고 노동법이 지우고 있는 사용자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에 있어서 사회가 해답을 제시해야 했고, 그에 대해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노동계는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의 범위를 넓히는 것을 통해 현실에 맞게 노동법적 보호가 행해지고, 권리의 주체가 주체로서 제대로 인정될 수 있기를 요구했다. 이는 당사자에게 노동자의 이름을 되돌려 주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 전반에 있어서는 노동자 권리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홍희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입법안은 이러한 지금까지의 노동계 요구안의 맥을 잇는 것이며, 현재 조직된 특수고용 노동자 뿐만 아니라 이후 자본의 노동유연화 전략에 의해 다양하게 등장할 노동형태에 대한 실질적 보호가 가능한 안이다.



7.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자성 쟁취투쟁 -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몫

(1) 특수고용 형태는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노동권을 박탈하고자 하는 자본의 시도는 특수고용의 도입 및 전환이 가능한 모든 업종에서 계속해서 도입되고 있다. 개인성과의 측정이 가능한 업무이거나 노동의 양이나 질에 대한 간접적인 통제가 가능한 업무에는 1인 도급, 혹은 소사장이라는 명칭으로 특수고용 형태가 도입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의 결성시도가 있는 경우에는 어김없이 특수고용화를 시도하여 집단적 힘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현재 조직되어 있는, 혹은 존재하는 특수고용 형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아직은 정규직의 고용형태를 가진 업종이거나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인 경우에도 특수고용화 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이미 특수고용으로 전환된 곳에서도 노동자로 인정받을 여지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 구조조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기존의 ‘위장자영인’의 방식이 아니라 가사사용인, 자활 노동자 등에 대해서처럼 노동력을 활용하되 노동자로서의 기본권 보장은 없는 노동자 개념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노동권이 박탈된 노동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2)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으로서의 노동자성 인정 투쟁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쟁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노동자성이 부정되는 특수고용 만이 아니라 다른 비정규직이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기간제 계약에 의해 해고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용사업주의 사용자 책임 회피로 인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계속되는 구조조정 속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하나하나 내어주고 있는 상태이며, 합법적인 파업 한번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3권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교원이나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 역시 같은 투쟁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동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기본권적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것으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쟁취 요구, 노동법 적용 요구는 단지 노동법의 조항들을 적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로서 당연히 가져야할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요구는 몇몇 업종 노동자들만의 요구가 아니며, 필연적으로 전체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 투쟁에 공동투쟁의 힘을 쏟아야 한다.


(3) 노동자성 쟁취, 노동기본권 쟁취 없이는 반복될 수밖에 없는 현실, 그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오늘의 투쟁을 확대시켜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열사의 죽음, 책임은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이용하여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하고 탄압한 대한통운 자본에게 있으며, 더 근원적인 책임은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노동권의 사각지대로 특수고용 노동자를 내몬 정권에 있다.
우리는 더 큰 투쟁을 만들어 내야 한다. 78명의 원직복직은 중요하다. 자본의 해고가 부당한 것이었음을 확인하기 위해 원직복직은 기필코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투쟁을 끝내서는 결코 안 된다. 대한통운은 그 어떤 화물 자본보다 악랄하기로 유명하지만 다만 대한통운이 악랄해서 노동자를 해고하고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만은 아니다. 노동자성 부정,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 자본으로 하여금 그런 폭력을 휘두르게 만들었다. 대한통운에서 만이 아니라 전국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같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고통을 끊어 내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열사의 뜻을 제대로 이어받는 것, 열사의 한을 제대로 풀어내는 것은 그런 투쟁으로만 가능하다.



엄진령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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