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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들어가며
기업 차원에서의 비정규직 노동력의 도입은 이미 1980년대 말부터 가시화되었다. 그런데 IMF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가 전면적으로 도입되고 이에 따른 구조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개별 기업 차원의 노동유연화 전략이 국가적 정책으로 전면 등장하게 되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불어닥쳤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경제위기의 주범이며 노동유연화가 전세계적인 추세라면서 비정규직화가 급속도로 추진되었다. 구조조정의 한 측면이 정리해고에 따른 대량 실업의 양산이라면, 다른 측면이 바로 기존 비정규직 사용의 증가 및 정규직의 비정규직으로의 대체였던 것이다. 일례로 금융권 구조조정은 정규직을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를 한 후 대부분 다시 그 인원들을 촉탁직 등의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최근의 구조조정은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이 심화시킨 위기의 폭발을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강화를 통해 지연시켜 보려는 모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은 초국적 금융자본에게 최대한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것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노동의 불안정화(노동비용의 삭감)의 지속적 추구로 요약할 수 있다.
김대중 정권은 취임 후 1년 6개월 동안 5개 시중은행에 대한 퇴출명령, 비은행금융기관 79개에 대한 인가취소․영업정지, 55개 기업에 대한 퇴출명령에 이르는 급격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같은 구조조정의 물량공세 뒤에는 곧바로 저금리, 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한 주식시장 부양정책이 잇따랐다. 그 결과로 98년 4/4분기부터 경제지표상의 회복이 나타났고 사회적으로는 “위기는 지나갔다”라는 낙관론이 퍼지기도 했지만,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재벌과 금융권의 수익률은 일정 부분 개선되었지만 새로운 고도성장의 전망은 불투명하고 경제구조의 대외종속 및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되었다. 99년 7월경부터 전면화된 ‘대우사태’는 김대중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정책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광범위하게 증폭시켰고, 끊임없이 제기되는 ‘제2의 외환위기설’은 정부의 정책선택의 폭을 결정적으로 축소시켰다. 이후 외견상 회복되던 경제지표마저도 다시 추락했고 김대중정부는 ‘2단계 구조조정 완성’을 기치로 공기업 민영화와 해외매각, 대우차등의 해외매각, 금융권 구조조정이라는 한층 더 위기적인 정책에 집착하게 되는 등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었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과정은 필연적으로 70년대 이래로 힘들게 하나씩 하나씩 보장받아왔던 노동기본권 및 생존권을 일거에 폭력적으로 박탈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1996-97년의 노동법개정은, 1980년대 말 이래로 경영계가 구축해왔던 노동전략인 정리해고 등의 고용조정,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임금 및 노동시간의 탄력화, 현장통제의 강화, 노동3권의 제한 등을 법제화하는 과정이었다. 이 같은 법제도의 정비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었고, 1997-98년을 경과하면서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화’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서 강요되었다.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화’는 구조조정의 광풍으로 몰아닥친 대폭적인 인원조정에 대한 사회적 저항감을 무력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하여 아웃소싱․외주․분사․도급화 등을 통한 이른바 ‘상시적 구조조정’이 광범위하게 관철되고 있다. 애초 ‘정리해고’는 “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한에서”라는 전제하에 용인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2단계 구조조정’이 강요되는 과정에서 그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이라는 논리로 바뀌었다. 여기에 더하여 수익이 개선된 기업들도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핵심에 주력한다”는 논리 아래 기업활동과 고용을 급속도로 외부화, 간접화시키고 있다.
이는 초국적 자본 지배하의 경제의 불안정성에 대응하여 독점자본의 위험을 중소자본 및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일 뿐 아니라, 직접고용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와 간접고용된 노동자들에 대한 비용 삭감 등의 방식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최근 구조조정 과정에서 강조되고 있는 ‘상시적 구조조정체제’가 지속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경제지표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노동에 대한 공격은 지속되고 있고,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전면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의 불안정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며, 이로 인해 비정규직의 증가 양상은 멈추지 않고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다. 이는 단지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정규직 부문은 기존 정규직에서 비정규직화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사용자들은 지속적으로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임금, 노동시간에 대한 불안정화 공세가 전면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봉제 및 성과급제, 변형근로시간제로 대표되는 임금, 노동시간 체계의 변화는 임금 수준이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이 아니라, 자본의 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노동시간 중에서 사측이 보기에 낭비되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고 노동강도를 노동자들 스스로가 강화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강제한다. 최근 주5일제 근무를 둘러싼 노사정위 논의와 정부 입법안에서 나타난 연월차휴가축소, 유급휴일 폐지, 생리휴가 무급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 할증임금률 축소 등은 바로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의 공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공세는 노동조건의 전반적인 악화를 강요하는 것이라는 면에서도 위협적이지만, 노동대중을 개별화시키고 단결의 조건 자체를 훼손한다는 면에서 한층 더 위협적인 것이다. 현재의 구조조정은 인원삭감만이 아니라 고용관계의 간접화,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동반하고 있다. 또한 노동시간과 임금체계의 재편을 통해 전체 노동자의 경쟁과 노동조건 저하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전반적 과정은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의 논리를 내면화시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노동자 내부의 분할을 강화하고 고착화시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고용․임금․노동시간 전반의 불안정화에 대한 저항을 조직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전면화와 이에 따른 노동유연화가 낳은 필연적인 산물로,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노동유연화를 통한 비용 절감 및 효과적인 노동통제의 필요성에 의해 비정규직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은 정규직에 비해 차별적일 뿐 아니라 절대적인 수준에서 매우 열악하고 또한 노조활동 보장, 단체교섭 등 기본적인 노동3권의 보장조차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존의 노동법이 상정한 정형적인 노동관계에서 다소 벗어나 있음으로 인해, 법제도에 따른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글에서는 신자유주의의 전면화에 따라 급증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어떻게 침해받고 형해화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 주로 노동조합이 조직화된 사업장의 경우들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그 노동권 침해의 실태 속에서 노동부, 노동위원회, 법원 등의 당국의 법집행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것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 의한 침해를 오히려 정당화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 부당성을 고발하고자 한다. 그를 통해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호되어야 하는지를 강조하고, 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차별을 제한하는 입법이나 법해석 등을 통한 보호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노동유연화, 비정규직화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로 귀결될 수 밖에 없음을 말하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실태를 통해 특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2.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
1. 특수고용 노동자의 양태
1) 특수고용 노동자의 의미
일반적으로 특수고용 형태의 노동자란 사용자가 노동자를 개인사업자 등록을 내는 등의 방식으로 사업자화하여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일을 시키는 형식의 고용 형태를 가리킨다. 사용자와 개별 노동자와의 관계는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레미콘기사, AS기사, 애니메이터, 텔레마케터 등에서와 같이 위탁 내지 도급계약 관계가 일반적이나, 방송사 작가, 리포터의 사례처럼 형식적으로 전속성이나 종속성이 결여된 프리랜서 형태의 계약도 있고, 골프장 경기보조원 사례처럼 아예 사용자와 일체의 계약관계 없이 알선의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통상 노사간에 개별적인 근로관계의 성립에는 별 다툼이 없는 일반적 고용형태와는 달리, 사업자화 형식을 통해 노동자성을 배제하기 위한 사측의 고용 형태라는 점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말이 사회화되고 있고, 최근 비정규직 문제가 부각되면서 학습지교사, 골프장경기보조원 등을 필두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조직, 투쟁이 활성화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 같은 형태는 전형적인 근로관계에 있어 핵심적인 개념으로 상정되어 온 사용종속관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고용형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전형적인 임금체계가 아닌 수당 내지 수수료 등의 급여 형태나 사업장 내에서 고정된 업무를 담당하는 기존의 형태에서 벗어나 노동자 개인에게 일정한 업무처리가 맡겨진 업무 형태 등에 있어서 전형적인 근로관계와 일정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뒤에서 상세히 살펴보겠지만 이 같은 특수고용 형태는 서비스산업의 발달과 정보기술의 발전 그리고 이윤증대를 위한 사용자들의 경영방식 및 노무관리방식의 전환 등으로 매우 급증하고 있으며, 그 형태 또한 매우 다양화되며 기존에 일반화된 업종 이외의 여타 업종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일정한 특수성과 차이는 있을지언정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사용자와의 사용종속관계 내지 경제적․인적 종속관계 하에서 노동을 제공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나, 사용자들은 이 같은 특수고용 형태를 도입한 의도가 그러했듯 이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개인사업자 형식으로 되어 있음을 이용하여 아주 손쉽게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부정한다. 그리하여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과 4대보험의 적용에서 배제되어 법정수당, 휴일․휴가, 고용보장, 모성보호, 산업재해, 퇴직금, 실업수당 등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고, 노동조합 설립 및 단체교섭, 단체행동권의 행사도 매우 제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 특수고용 노동자의 실례
이 같은 특수고용 형태의 사례로는 당해 업종이나 사업장에 특수고용이 보편화되거나 노조가 조직화되어 그 실태가 알려진 사례로는 학습지교사, 보험모집인, 골프장경기보조원, 건설운송, 화물운송노동자, AS 기사, 방송사 작가, 애니메이터, 텔레마케터 등이 있다.
학습지 회사로부터 지정 받은 상품의 과목별 학습시스템을 공급받아서 회원인 학생을 주1회 방문하여 교육하고 관리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학습지 교사의 경우, 정규직도 일부 있으나 대체로는 위탁제 교사 형태로 사측은 위탁계약을 맺고 회원 관리에 따른 수수료 지급으로 급여 체계가 되어 있다. 신규계약자 모집과 증원, 보험료 수금 기타 관련 사무업무 처리를 주업무로 하는 보험모집인의 경우 모두 사측과의 위촉 계약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활동관리수당이라는 고정 수당 외에 성과에 비례한 각종수당 등의 형태로 급여를 받고 있다. 회사에서 지정하는 골프장 내장객에 대한 골프백 운반, 경기보조 등 일체의 서비스 제공을 주업무로 하는 경기보조원의 경우, 사측과의 형식적인 계약서 작성은 없이 캐디마스터 등의 사측 직원이 모집하여 내장객 보조업무 등에 배치하는 형태로 근무가 이뤄지고 급여 체계는 골프장에 의해 일정 범위 내로 정해진 캐디 피를 사측을 통해 또는 내장객으로부터 직접 지급받는 식이다.
건설운송, 화물운송노동자들의 경우 회사 소유의 차량을 운전하면서 도급 단위로 급여를 받는 도급제 노동자들도 있으나 대체로 불하 내지 지입한 차량을 가지고 사측과의 도급계약에 따른 운송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따른 운반단가를 지급받는 형태이다. 보일러, 가전제품, 컴퓨터 등의 AS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정규직도 적지 않으나 생산회사 내지 AS업무를 위탁받은 회사와의 도급 계약 하에 지정받은 고객들에 대한 AS 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대한 수수료 형식으로 급여를 지급받고 있다. 방송사 구성작가․리포터․DJ 들의 경우 방송사와 건당 계약을 맺는 프리랜서 형태로 사측에서 정한 프로그램에 맞추어 근무를 해왔고 급여는 계약당 책정된 고료, 출연료 등을 지급받는 형태이다. 원화, 동화, 칼라 등 애니메이션 제작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프리랜서 형태로 업체에서 배정한 일감을 도급 형식으로 수행하고 있고 그에 따른 단가를 지급받는 형태이다. 문의전화에 대한 설명, 고객관리, 판매 등 전화를 통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텔레마케터의 경우 파견직, 임시직, 위탁계약직이 섞여 있는데, 개인사업자 형식의 텔레마케터 노동자들의 경우 사측과의 위탁계약 하에 전화 상담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기본급 외에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수당으로 지급받는 형태도 있고 전액 수당제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2. 특수고용의 도입․전환 과정과 원인
1) 구조조정에 따른 특수고용의 도입․전환
위에서 특수고용의 사례로 살펴본 업종이나 사업장의 경우들을 살펴보면, 그 대체적인 특성으로는
첫째, 업무가 사업장으로 한정되지 않고 노동자 개인에 업무 처리가 맡겨지는 등 업무 형태의 특수성이 있고,
둘째, 업종의 성격이 서비스 및 용역의 제공이 주를 이루고,
셋째, 당해 업무가 일정한 전문성이 있다는 것 등을 꼽아볼 수 있다.
사실 이 같은 이유들을 내세워 사용자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일반 노동자와는 달리, 일정한 업무의 처리 내지는 완성을 위탁한 사업자일뿐이라고 주장한다. 경총이 올해 발간한 ⌈특수업무종사자의 정규직 전환시 경제․사회적 영향분석⌋이라는 책자를 보면, 특수고용 형태의 노동자들을 가리켜 특수업무 종사자라고 표현함으로써 이에 따른 특수고용 형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측면은 특수고용화가 이뤄진 하나의 계기에 불과한 것으로, 특수고용이 활용되는 업종이나 업무를 필연적으로 특수고용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아래에서 보듯 이들 ‘특수한’ 업무나 업종이 처음부터 특수고용 형태이었던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경영 및 노무관리의 필요성에 따라 정규직에서 특수고용으로 전화한 것이었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법적 실태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노동자성 인정 여부라고 할 때, 사용자가 특수고용을 도입, 확대하는 과정 및 이유에 대한 고찰은 중요하다고 하겠다.
사용자가 특수고용화를 시도하는 이유를 보면 아래 사례에서 드러나듯
첫째, 사업 운영 내지 경기 변동의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과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둘째, 이와 연동하여 개인사업자화 및 성과급 내지 수당제로의 전화를 통해 고용의 외부화, 노동통제의 내면화 등을 구축, 전형적인 방식보다 효과적인 노동통제를 이뤄내고,
셋째,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노동자 조직화를 봉쇄하고자 하기 위해서라고 정리할 수 있다.
특수고용이 보편화된 업종들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서비스업으로서 시장의 확대와 경쟁의 격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그리고 사업장내 고정업무를 담당하는 형태가 아니라 당해 노동자 개인이 일정한 업무 처리를 맡아하는 업무형태의 특수성에 따른 효과적인 노동통제를 위하여, 업무형태의 특수성이나 전문성 등에 비추어 성과급이나 수당제의 지급이 노동자들에게 일정한 유인책이 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선택이 특수고용화로 귀결되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학습지 교사들이 정규직에서 위탁계약직으로 전환된 사례를 보자. 80년대 말까지는 계속된 사세확장으로 고정급 지급만으로도 충분했고 그것이 회사에게 이익이었으나, 89-91년에 걸쳐 과외금지 조치가 완전 해제되어 학습지의 독점력이 약해지고 90년대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급을 확대시킬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게 되어 실적에 따른 수당지급을 골자로 하는 위탁계약제를 도입했다. 이는 학습지 시장의 확대에 따라 증가하는 학습지 교사들을 기존의 방식으로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측면도 작용했다. 또한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학습지에도 노조가 생기고 처우개선과 승진적체 해소를 위한 몇 차례 파업 시도가 있음에 따라 이에 맞서기 위한 필요성도 컸다. 대교의 경우 88년 노조 설립 후 89년 위탁계약제를 도입했고, 재능은 89년 노조 설립 직후에, 구몬도 92년 노조 설립 직후 위탁계약제를 도입하여 노조를 와해시켰다.
건설운송의 경우 원래 건설회사 정규직 노동자였으나 레미콘 차량의 강제불하를 통해 이른바 ‘지입차주’의 형태로 특수고용으로 전환되었고, 이후 건설운송에 몸담게 된 노동자들의 경우도 이들 불하차량을 인수하거나 차량을 지입하는 방식으로 특수고용 형태로 편입되었다. 90년도부터 동양, 쌍용 같은 시멘트 회사, 대기업에서 먼저 일본의 쉐어(share)제의 모델을 도입하여 차량 불하 및 도급으로의 전화를 추진해나갔고, 레미콘연합회의 적극적인 권장에 따라 93년부터 일반 레미콘 업체에도 이 같은 경향이 보편화되었다. 사측으로서는 차량 운영에 따른 각종 세금, 공과금 등 비용과 위험 부담을 떠넘김에 따라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당시 사업장별로 건설되고 있던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급 전환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사측은 한편으로는 도급 전환시 수입 증대라는 당근과 한편으로는 도급 거부시 해고 위협이라는 채찍을 통해, 일방적으로 불하 및 도급을 확대시켜 나갔다.
애니메이션 노동자들의 경우도 80년대만 해도 정규직 사원으로, 기본급도 있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업계의 경우 25개 정도 되는 대규모 업체가 외국 주로 미국에서 직접 하청을 받고, 나머지 225개 정도의 소규모 업체가 재하청을 받는 구조인데, 미국 노동자들이 겨울 휴가를 가는 3개월 가량이 비수기로 그 때는 일을 쉬게 된다. 사측에서는 이런 비수기까지 고정적인 월급을 지불하는 것이 아까워서 감독들을 능력대로 받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설득하여 89년부터 개별 계약제도를 도입하여, 모든 애니메이션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화 했다. AS 기사들의 경우도 AS가 보조 업무에 머무를 당시만 해도 정규직이었으나 계절적 경기 변동에 따른 비용 전가를 위해 AS 실적에 따른 수당 지급으로 그 체계를 바꾸어 서비스대행계약제도를 도입했다. 최근 AS 업무 자체가 독자시장으로 개척됨에 따라 AS 업계도 경쟁이 늘어나고 있어 영업촉진과 효율적인 노무관리를 위해 이 같은 위탁계약제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3. 근로기준법 및 사회보험으로부터 완전 배제된 특수고용 노동자
1) 노동자 아닌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나 그에 대한 일체의 제한이 없으며, 초과근로에 대한 시간외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개별 사업장에서 취업규칙 등으로 휴일, 휴가를 부여받는 것 이외에는 주유급휴일, 월차휴가, 연차휴가, 생리휴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로부터 지급받는 급여가 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미지급시 임금체불 절차의 보호를 받을 수 없으며, 퇴직금은 꿈도 꾸지 못한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사용자의 계약 해지가 해고로 인정되지 않는 탓에 너무도 손쉽게 해고를 당하고 있으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제기해도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부분 각하 결정이 내려져왔다.
여성보호 및 모성보호조항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생리휴가는 물론 산전․산후 휴가의 적용도 없어, 학습지 교사들의 경우 출산을 하려면 회사를 그만두고 출산 후 재입사해야 한다. 그 때문에 출산 직전까지 업무를 계속하는 바람에 유산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대부분 여성인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의 경우 골프장측은 정규직과는 달리 40세나 43세의 차별 정년을 적용해, 물의를 빚어왔다.
뿐만 아니라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의 적용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 등록을 내놓기 때문에 노동자로서 관련법령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보험, 국민연금을 일반 사업자로서 납부하는 탓에 그 비용을 전적으로 노동자가 부담하고 있고, 고용보험은 아예 해당사항이 없다. 산재보험 또한 마찬가지인데 골프장의 경우 타구사고가 잦아 사측에서 상해보험 가입을 강제하고 있는 실정이고, 그나마 재능교사노조의 경우 단체협약으로 관련법 개정전까지는 사측에서 상해보험을 들어주는 것으로 해놓았다.
결국 이 같은 문제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간 노동자성 인정 문제는 주로 법적 대응을 통한 제도적인 인정 여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나, 최근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이 이어지면서 사업장 단위에서 대중 투쟁을 통해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측은 협상 파트너로서의 노조는 몰라도 개별적 노사관계의 지위는 완강히 부정하고 있고, 특히 근로기준법이나 4대보험의 적용 문제에 있어서는 사업장 단위의 해결 불가 입장을 고수하여 정체되어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 최초로 재능교사노조는 2000년 단체협약에 이어 2001년 임금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사측은 여전히 임금을 인정하지 않고 수수료라는 명칭을 고집하여 이를 병행키로 하였고 그 과정에서 노조가 임금협약이란 명칭을 고수한다는 핑계를 내세워 합의 후 협약체결을 부당 지연하는 처사를 보였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임금 부분을 제외한 휴일․휴가․노동시간 등의 근로기준법상의 기준 적용이나 4대보험의 적용은 여전히 협약에서 빠져 있는 상태이다. 골프장 경기보조원 최초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88CC의 경우도 “노사가 합의하여 경기보조원 근무규정을 마련한다. 현행 자치회 및 자치규정, 조장제도는 폐지하되, 단 경기보조원의 배치, 근태, 제재에 관한 사항은 회사에서 주관한다, 노조와 회사는 12월까지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는 협약안을 체결했으나 “노조단협안 중 근로기준법과 관련된 사항은 근로기준법 개정 후 2개월 이내에 합의한다”고 되어 있다.
2) 노동자성 인정 기준에 대하여
법원 판례에 나타난 노동자성 인정 기준을 보면, 기준 그 자체가 협소한 사용종속관계에 기반하면서 경제적․인적 종속관계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있고 또한 사용자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형식적․외양적 징표를 지나치게 고려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나아가 그 기준들을 현실의 사례에 적용함에 있어서도 사용자가 설치하여 놓은 표지에 집착하여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고 최근의 행정법원 판결처럼 일관성마저 결여된 채 일방적인 결론을 전제한 판결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 판례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사용종속성의 입장에 서 있다.
이 같은 종속관계의 판단 기준으로는 1)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는지 2)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는지 3) 사용자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4) 사용자에 의해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구속을 받는지 5) 근로자가 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할 수 있는지 6)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7)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기본급 내지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8)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 9) 사회보장제도 등 다른 법령에 의한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10)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 같은 대법원의 기준은 전통적인 사용종속성의 요소에 집착하고, 특히 사용자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형식적인 징표들, 위 기준 중 2), 7), 9)등을 지나치게 고려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노동․고용 형태의 다양화에 따라 종속성의 측면은 사용종속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인적․경제적 종속까지 확대해서 보아야 하며, 사용자의 지휘명령권 또한 직접적․구체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간접적․포괄적인 경우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건설운송노조에 대한 부천지원 결정이 형식적 징표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부수적으로만 고려해야 하고 실질적 징표를 보았을 때 종속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의미가 크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인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골프장 캐디가 시설운영자와 근로계약, 고용계약 등의 노무공급계약을 전혀 체결하고 있지 않고, 내장객의 경기보조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내장객으로부터 직접 봉사료만을 수령하고 있을 뿐 시설운영자로부터는 어떠한 금품도 지급받지 아니하고, 골프장에서 용역을 제공함에 있어 그 순번의 정함은 있으나 근로시간의 정함이 없으며, 시설운영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 감독을 받지 않는 경우에는 노동자성을 부인하였으며, 반면에 시설운영자가 봉사료 금액을 결정하고 월단위 등으로 봉사료를 회비에 가산하여 시설이용료와 함께 그 총액을 일괄하여 납부 받은 경우에는 동 봉사료가 근로제공에 대한 급여라고 해석함으로써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던 중 최근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의 노조 설립이 활성화되고 그에 따른 법적 분쟁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으로 여러 차례 제기되었는데, 경기지노위가 2000년 12월 26일 한양 CC 사건에서, 12월 27일 한성 CC 사건에서 경기보조원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여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내리면서 이후 노동위원회 차원에서는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정이 잇달아 내려졌다. 경기지노위는 한성CC 사건에서 경기보조원들이 채용과정이 일반직원들과 다르지 않고, 업무수행시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출퇴근․휴일 사용 등에 회사의 통제를 받고, 조장회의 등 자치기구는 회사 목적을 위한 의사전달기구에 불과하며, 회사가 캐디 피 책정 및 지급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고, 회사는 골프장 경기보조원을 선발, 채용할 때에 회사가 임의로 지정하는 내장객에게 노무제공을 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회사가 일정한 금액의 캐디 피를 지급하는 것으로 하는 묵시적인 근로계약이 있다고 볼 수 있고, 임금체계나 보험적용 여부만으로 노동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이유로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였다.
한편 노조법상 노동자성에 관하여, 대법원은 유성 CC 사건에서 골프장 경기보조원이 사용자의 일정한 노무지휘를 받고 있고 전속적 관계에 있으며 경기보조원이 받는 캐디피는 내장객에 제공하는 용역에 대한 대가로 사용자가 그 지급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이상 임금이라고 단정하긴 어려워도 이에 준하는 수입이라고는 못 볼 바가 아니고 또한 고객이 이를 지급한다 하더라도 이는 사용자가 그 지급을 위임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노조법상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행정법원은, 관악 CC 사건에서 구체적인 업무 지휘감독이 없고, 캐디 업무가 골프장 운영에 있어 필요불가결한 것이 아니고, 캐디피를 골프장 운영자가 지급하고 그 액수를 정했다 하더라도 골프장 운영자에게 캐디피 지급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캐디 업무시 순번의 정함이 있다 하더라도 퇴근 시간에 정함이 없고, 휴업수당이나 근로소득세 등이 없고, 업무 해태시 순번이 맨 끝으로 배정되는 불이익이 있더라도 달리 징계처분은 없었던 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나아가 2001년 8월 21일 프라자 CC(한화 개발) 사건에서는, 행정법원은 위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를 달리 볼 이유가 없다면서 노조법상의 노동자성마저 부정하여 사측의 단체교섭거부해태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레미콘 기사의 노동자성과 관련하여 서울지노위는 노조 설립을 이유로 분회장 등 노조 간부를 해고한 미화콘크리트 사건에서, 서울지노위는 개인사업주에 불과하다는 사용자 주장에 대해 개인 사업자로 인정받기 위해 필수적인 경쟁시장이 존재하지 않으며 경쟁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영업의 자유도 전혀 없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레미콘기사는 회사의 사업장에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이어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이순산업 등 사측이 건설운송노조 이순분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활동금지가처분사건에서 레미콘 기사들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된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은 노동자성 인정에 관한 형식적 징표는 노동자로 부인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는 점에서 부수적으로만 고려해야 할 것이고 실질적인 징표를 보았을 때 사용자에게 종속된 상태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나아가 노무공급관계의 성립과 종료는 오로지 신청인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운송차주들이 담당하는 레미콘운반업무를 신청인의 사업에 필수적 내지 본질적인 것이며, 운송차주들이 사업자로서의 독립성 및 전문성을 가지지 못하여 독자적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봉쇄되어 있으며, 보수의 액에 있어서도 운송차주들의 실수입이 신청인 회사의 정규직원의 보수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아도, 신청인 회사의 운송차주들은 신청인에게 종속된 상태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노조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한편 보험모집인과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례는 보험모집인에 대하여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고, 위 규정에 따라 위임 또는 위촉계약으로 업무를 받으며, 실적에 따라 일정비율의 제수당을 지급받을 뿐이고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아니하며, 출퇴근 사항이나 활동구역 등에 특별한 제한을 받지 않는 등 구체적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어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전국보험모집인노조 위원장 등이 교보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에서 이례적으로 공익위원회 전원회의까지 소집한 끝에 결국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신청을 각하한 초심결정을 유지해, 강한 반발을 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판정서에서 출퇴근에 강제성이 없고,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기본수당이 중개수수료의 성격을 띠고 있고, 겸업이 금지되어 있지 않고, 타인이 보험모집업무를 대체할 수 있고, 근무시간이나 근로장소가 지정되어 있지 않고, 사회보험관련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자유직업 소득자로 분류되어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등 8가지 이유를 들어 보험모집인의 노동자성을 부인했다.
4. 노조설립 및 단체교섭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자성 시비로 인해 행정관청으로부터 노조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는 일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같은 우려로 인해 처음에는 프레아 CC 경우처럼 기존 노조의 조합원 가입이나 88CC 경우처럼 지부 형태로 설립하는 형태를 취했다. 이후 독자로 단위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경우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에 의해 설립신고 과정에서 노동자성에 대한 별 시비 없이 넘어갈 수 있었고, 전국애니메이션노조의 경우 개인사업자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 문제없이 구청에서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기도 했다. 그리고 99년 12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단위 노조로서의 설립신고필증 교부 문제가 불거졌던 재능교사노조의 경우 한달여에 걸친 파업투쟁 끝에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을 수 있었고, 건설운송노조의 경우는 행정관청과의 실랑이 끝에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았다.
그러나 보험모집인노조는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의 반발을 우려한 노동부가 보험모집인은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설립신고필증을 반려했다. 영등포구청과 강남구청은 2000. 10. 30. ‘전국보험모집인노동조합’과 ‘한국보험산업노동조합’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였다. 그 이유인즉, 출퇴근 및 활동구역에 있어서 특별한 제한을 받지 않고, 보험모집, 수금업무 등에 있어서도 각자의 재량과 능력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회사로부터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보기 어려우며, 보험모집실적에 따라 수당을 지급받고 있으며, 실적 미달시 수당감소, 당사자간 약정에 의한 해촉 이외에 별도의 징계 등 제재조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보험모집활동 이외에 겸업이 가능하여 회사에 전속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보험모집인은 회사에 대하여 종속적 노동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어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학습지노조 대교지부의 경우는 노동자성 인정 문제 외에도 복수노조라는 암초에 걸려 노조활동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사측이 사용자가 노동자성 시비와 더불어 복수노조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단체교섭을 거부하면서 노조를 탄압하자, 이에 노조는 법원에 단체교섭응낙가처분신청을 하였으나 법원은 노동자로 단정하기 어렵고 법률상 단체교섭응낙가처분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가처분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형식적인 이유를 내세워 기각을 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노조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아 노조로서의 첫걸음을 디뎠다 하더라도, 건설운송노조의 경우에서 보듯 사측이 노동자성 시비를 빌미로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교섭거부, 노조탄압 등을 자행하는 것이 사실 가장 큰 문제이다. 노동부의 적법한 설립신고필증 교부도, 법원의 노동자성 인정 판결도 대법원의 확정 판결 때까지는 절대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 레미콘연합회의 말 한 마디로 현실에서는 무력화되고 있다. 골프장의 경우도 노조 설립신고필증 교부와 무관하게 노동자도 아니고 우리와 어떤 계약도 체결한 바 없다는 것을 빌미로 노조를 무조건 인정하지 않고, 노캐디 선언 등을 통한 집단해고와 직장폐쇄를 단행하기도 하였다. 학습지 교사의 경우는 재능교사의 파업 투쟁으로 노조의 실체를 인정받고 단체교섭 및 2000년 단협, 2001년 임협 타결에 이르기까진 했으나, 최근 임협 과정에서도 사측은 노동자성 시비를 문제삼아 조인식을 미루면서 결국 노사화합선언문을 유도해냈다. 린나이의 경우도 조합원 자격 및 해고자라는 점을 문제삼아 계속 교섭을 해태하고 있으며, 전국애니메이션 노조의 경우도 사측과의 교섭은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결성된 전국여성노조 방송국 지부도 마산 MBC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청했으나 사측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노조의 요구를 일축했고, 이에 대해 경남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제기했으나 각하된 상태다.
한편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쟁의행위에 들어가는 경우도 역시 노동자성 시비로 인해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부인될 소지를 안고 있다. 올해 건설운송노조의 파업과 관련, 노조가 낸 조정신청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적법하게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은 노조를 사용자가 전면 부정하고 있고 쟁의행위에 이르게 된 과정에 사용자의 잘못이 큰 만큼, 행정지도를 하지 않고 조정종료결정을 내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노위는 결정서에서 피신청인 회사들은 노동조합의 거듭된 단체교섭 요청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노동조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단체교섭을 회피하고 있고, 적법하게 노동조합설립신고증이 교부된 만큼 권한 있는 기관으로부터 최종적인 판단이 있기까지는 그 실체를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의 자세로 자주적․자율적인 해결노력을 보여야 함에도 그리하지 않고 있는 것은 회사의 잘못이 크다고 설시했다.
5. 소결 - 전면적인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기본권 보장이 필요하다.
노동자성의 개념은 어떻게 재정립되고, 전면 확대되어야 하는가. 일단 노동자란 사용자에게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이므로, 노무공급이 사용자의 사업을 위한 것으로 그 사업에 밀접하게 결합된 것이라면 노동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특수고용의 경우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나듯 여전히 노동자는 사용자의 사업을 위하여 노동을 제공하지만, 사용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전형적인 사용종속관계를 변화시켜왔다. 따라서 전형적인 사용종속관계만을 고집하는 것은 전혀 현실에 맞지 않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외에도 노무공급의 사업에서의 중요성 내지 필요성, 그 사업의 다른 노무와의 관련성, 사용자에 대한 계속성 내지 전속성, 손익의 귀속 주체, 제3의 노동력 이용 여부, 동일 직종의 통상 노동자 취업 여부 등의 기준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사용자의 지휘감독권이 존재하고 그 노무가 사업에 필요하며 노무이용에 따른 이익이 사용자에 귀속된다면, 노동법상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극히 부당하다고 보여지는 이번 골프장경기보조원에 대한 행정법원 판결이 불행히도 일회적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건설운송노조 투쟁에 대한 대응에서 보듯 기업들은 어떻게든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 또한 삼미특수강 대법원 판결에서 보듯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에 대해 법원 판결로 사후 승인이 이뤄지는 경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판결들이 계속될 가능성도 많고, 법원 판결 직후 이뤄진 대영CC의 노조탄압 및 부당해고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를 빌미로 한 사용자의 탄압과 노동자성 인정을 탈피하기 위한 시도들이 계속될 것이다. 어찌 보면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미는 법 제도적인 부분에 대한 기대로는 얻을 것이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동자성의 전면적 인정과 노동기본권 보장의 쟁취를 향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대중적이고 사회적인 투쟁의 조직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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