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철폐연대 회원이며, 미등록이주노동자 강제단속에 항의하다 구속된 김헌주 동지가 대구지역 동지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8월 17일부터 시행되는 '고용허가제'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에 맞서는 투쟁을 절절하게 호소하는 글입니다. 동지 여러분들과 김헌주 동지의 편지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 동지들께
투쟁으로 인사 드립니다.
"강제추방반대,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전면합법화 쟁취"
저는 현재 대구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성서공단 노동조합 이주노동자 사업부 김헌주입니다.
지난 3월10일 성서공단에서 있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일제 단속시 불법적인 이주노동자 연행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습니다.
오늘 8월17일 소위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는 날입니다. 그러나 이미 고용허가제는 시행자체가 불투명한 제도가 되고말 조짐입니다. 우선 사업주들이 고용허가제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고용허가제의 시행으로 "연수제도"가 폐지되는 것이 아니고 그대로 존속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임금도 싸고 노동자들의 통제도 용이한 "연수제도"를 두고 고용허가제를 택할 사업주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주노동자들의 입장, 아니 땀흘려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 입장에서 볼 때도 고용허가제는 더더욱 시행되어서는 안되는 제도 입니다.
첫째, 사업장 선택과 이동자유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제도입니다. 이주노동자를 노예처럼 묶어 두려는 의도인 것입니다.
둘째, 1년짜리 단기계약입니다.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노동유연화를 통해 자본의 입맛대로 노동자들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음모를 관철시키기 위해 그 물적 토대로 이주노동자들을 이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셋째, 3년되면 무조건 이땅을 떠나야 합니다. 3년차가 되면 이미 현장에서 생산라인을 파악하고 숙련이 되어 생산력이 올라가는 시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후엔 무조건 내보내겠다는 의도는 이주노동자들을 관리가 가능한 통제대상으로 삼겠다는 불순한 의도임에 틀림없습니다. 기계나 다름없이 언제나 통제가 가능한 영역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고용허가제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악랄한 제도라는 것은 이 제도를 빌미로 이땅의 20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강제로 추방하겠다는 정부의 의도 입니다. 제가 바로 이정부의 반인도적, 반노동자적 조치에 항의하다가 여기에 갇힌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대로 이주노동자들은 가족의 행복과 생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가며 머나먼 이곳 한국을 찾은 우리와 같은 노동자입니다. 신자유주의가 횡횡하는 세계에서이주노동은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필연적으로 강요되는 현상입니다. 제 몸뚱아리를 팔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우리 노동자들처럼, 그들도 자기 몸뚱아리 외에는 내놓을게 없어 이땅을 찾은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인격을 사장에게 맡길수 없듯이 이주노동자들 역시 그들의 인격을 한국정부와 사장에게 맡길수 없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국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전면 추방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언론을 통해 10만명이라느 숫자를 흘리고 있습니다. 10만명의 미등록 노동자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강제추방정책”이 파산에 이르렀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정부의 “강제추방정책”을 완전히 무력회 시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래서 땀 흘러 일하는 노동자의 권리는 어떠한 이유로도 침해할 수 없음을 우리 스스로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동지들의 연대를 호소합니다. 지금 성서공단, 3공단, 이현공단, 논공공단 등 이주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는 단속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른바, 인간사냥이 횡횡하고 있습니다. 동지들의 아름다운 연대가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바리케이트를 쳐 주십시요, 동지들의 연대의 바리케이트를 쳐 주신다면 이 광란의 인간사냥을 저지 할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자랑은 대의에 기반한 아름다운 연대라고 생각 합니다.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노동자와 함께 싸우고 민주노총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권리를 침해당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투쟁을 북돋우는 아름다운 연대는 우리의 자랑 입니다.
저는 꿈을 꿉니다. 8월17일 정부가 고용허가제의 포기를 선언하고, 모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전면 합법화 조치와 함께 모든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비자를 발급하겠다는 발표을 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제의 꿈이 헛되지 않게 동지들의 연대를 다시 한번 호소 합니다.
무더운 여름 모두들 건강하시길 바라며서.....
2004년 8월 6일
대구구치소에서 김헌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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