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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7|05|2003
불안정노동자......그리고 이주노동자

:: 2003-06-12   조회: 2706

우리는 어느새 주변에서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사람들을 쉽게 마주 칠 수 있다. 피부색과 언어와 문화가 조금 다른 사람들, 바로 이주노동자이다. 이주노동자는 정부통계만 으로도 이제 35만은 넘어서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전체 노동자의 약2%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중 약 70%가 불법체류자라고 불리우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이다. 이상한 일이다. 국내실업률이 높다고 난리이고 젊은이들은 취업할 곳이 없다고 하는데 이렇게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이땅에 온것인가. 그리고 지금이 순간에도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한국으로 들여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이주민의 문제는 생산력 격차에 따른 노동력의 이동, 제국주의적 초과착취에 기초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러한 원인과 함께 한국정부의 외국인력 수입정책의 문제점도 있다. 산업연수제도를 명분으로 각 국에서 노동력을 수입해 들여왔고 연수생의 반노동자적이고 반인권적인 성격으로 많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주노동자의 발생원인에 대하여 살펴보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운동진영의 올바른 시각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1. 이주노동자의 발생원인

1) 불안정노동과 이주노동자

비정규 실업 이주 장애 산재노동자 등 불안정노동층이라고 불리는 이들을 맑스는 상대적 과잉인구의 다양한 존재형태로 설명한다. 자본주의는 산업예비군을 양산함으로써만이 자본축적을 보장받는다. 자본의 변동하는 증식욕구를 위해서 현실적 인구증가의 제한에 상관없이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서 노동력의 공급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공급을 과잉인구가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자본의 목적은 일정량의 노동을 보다 적은 노동자로부터 뽑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증가에 비해 사용노동자의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과잉인구를 만들어 낸다. 이 잉여노동인구가 산업예비군을 형성하고 산업예비군은 고용된 노동자의 장시간노동과 실질임금 하락을 가져오게 된다. 이것이 자본이 불안정노동을 만들어 내는 핵심이유이다.
필요할 때 쉽게 고용하고 넘쳐날 때 쉽게 해고하려면 거대한 산업예비군을 형성하는 것과 함께 이미 고용된 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도 자유로워야 한다. 이것이 유연화의 핵심이다. 자유롭게 노동자들을 교체하려면 다양한 영역에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어야 하며 이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법,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동유연화는 비정규, 산업예비군을 대량으로 양산하였으며 이 예비군에는 여성노동자, 청소년노동자, 장애노동자, 실업노동자 등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주노동자는 어디에 위치해 있는 것인가. 이주노동은 생산의 세계화, 자본의 세계화에 따른 필연적인 산물이다. 자본의 세계화는 노동력의 국제적이동을 자연스럽게 가져오게 되며 자본은 적절한 국제적 노동력이동의 통제로 자국의 노동시장을 전략적으로 관리한다. 대기업과 초국적 자본일수록 정규직남성노동자를 일차노동시장으로 확보하면서 해고와 채용이 용이한 이차시장을 확보하는데 이속에 이주노동자도 포함되어 있다. 불안정노동층의 가장 밑바닥에 이주노동자가 있는 것이다.


2) 한국의 이주노동자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노동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노동자 대투쟁을 통하여 노자 관계가 역전되는 경험을 가지게된다. 이제 노동자들은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하여 조직적인 활동을 하게된다. 이시기 자본의 전략적 특징 중 하나는 해외직접투자의 증대와 동시에 해외인력의 유입이다. 대기업중심으로 해외투자로 몰리고 중소기업은 외국인 노동력을 수입하여 억지로 경쟁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는 중소기업에게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내국노동자가 떠나간 자리를 이주노동자로 채워 이를 유지하게 된다. 1991년 11월부터 시행된 산업기술연수생제도는 해외진출 한국기업에 고용된 현지인력의 기능향상을 위해 한국에서 기술연수를 받는다는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기술연수생제도가 저임금 노동력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편법으로 사용되면서 중소영세사업장의 인력난 해소의 방안으로 이주노동자의 숫자는 급증하게 된다.
그러나 극한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연수생들의 사업장 이탈의 원인이 되고 이렇게 이탈한 연수생들은 조금 더 나은 조건의 사업장에 취업을 하게되고 이때부터 이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는 것이다.(불법체류자는 틀린 말이다. 이는 출입국 관리법 상 체류신분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불법적인 노동자가 아니라 다만 등록되지 않았을 뿐 노동법상 하자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취업할 수 있는 저임금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중소영세사업장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한국사회의 이주노동자는 40만이 넘어서고 있으며 이중 17만이 연수생으로 있으며 나머지가 모두 미등록이주노동자로 있다.

2. 이주노동자와 노동시장

1) 노동시장의 분할

앞에서 자본의 축적이 고도화되면서 자본은 일차 노동시장과 이차 노동시장으로 분할한다고 했다. 이는 고용의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핵심 노동과 주변노동의 분할이라는 질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계속해서 주변부 노동의 확대화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동력의 국제적 이동도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분할을 통하여 저임금노동시장(저임금구조)이 한국에 유지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제조업종에서의 원하청 수직계열화 속에서 하청단가인하 압력이나,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시장축소는 저임금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열악한 환경 때문에 한국국적의 노동자들이 떠나고 이 자리를 채운다.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이 분할되어 있다는 지적은 이주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시장에서 대체효과를 가지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주노동자의 진입지점은 제한적이며, 노동시장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실질적 대체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시장의 재구조화는 산업재편과 함께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업부문에 이주노동자가 유입된다고 하지만, 실제 유입되는 것은 축산업 등 대규모의 자본이 집적되어 중소자본의 규모가 형성된 경우이다. 즉, 이주노동자의 유입은 산업재편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 대체는 시장 그 자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재편과 연관되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노동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자본의 통제

정부와 자본이 이주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몇몇 소수가 아닌 커다란 저임금노동자군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세한 제조업사업장에서, 요식업여성노동자로, 건설현장의 단순노무직까지 이주노동자들은 이제 한국사회 저임금노동자군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낮은 경쟁력으로 저임금을 유지해야 하는 한국의 중소영세사업장들은 이주노동자만을 고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악한 노동조건인 산업연수생에서 이탈하여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의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바로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나은 조건을 찾아 이동하게 되고 저임금장시간의 생산현장은 또다시 공백이 생긴다.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들여온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정규노동시장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키면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방지 하기 위한 정부와 자본의 계획이 바로 고용허가제이다. 정부와 자본은 내국인의 고용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영세한 생산현장의 공백을 방지하고 저임금불안정노동자군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파악하기도 힘들어 관리가 되지 않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점차적으로 출국시키고 관리가 가능한 고용허가제를 통하여 이주노동자들이 저임금불안정노동자군을 이탈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이다. 궁극적으로 외국인력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정책은 외국인력만이 아니라 분할과 경쟁을 통한 내국의 노동시장 전체를 관리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인 것이다.

3) 내국인 정규시장중심! 더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자들의 확산은 노동자내부의 위계와 서열을 만들고 경쟁을 조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부경쟁의 결과는 모든 노동시장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모든 일자리의 노동조건의 하락이다. 즉 불안정노동의 기간화, 고착화이다. 이는 자본주의 노동시장의 새로운 국면이다. 자본은 자신에게 매우 필요한 두터운 불안정노동층과 정규직노동시장의 축소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불안정노동층의 확대는 자본의 유연화를 가능하게 만들고 유연화는 불안정노동층을 확산시키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불안정노동자층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비켜갈 수 없는 이야기이다. 가구공단, 봉제공단 중심으로 분포했던 이주노동자들은 이제 요식업과 건설현장을 비롯하여 제조업 대공장의 하청노동자로 노동시장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그동안 이주노동자들만의 일거리로 인식되어 온 가구, 봉제 등 표면적으로 별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이제 건설현장과 제조업현장 서비스현장에서 내국노동자들과 일자리 경쟁을 하게 되었다. 이주노동자들과 내구노동자들의 경쟁은 실질적인 노동조건의 하락으로 돌아온다. 단지 내국인과 외국인의 경쟁이지 우리가 지금껏 주장해온 노동자 내부의 경쟁인 것이다.
3. 이주노동자의 정치적 주체형성과 노동권확보 이것이 살 길이다.

위계화와 경쟁의 내면화라는 자본의 신자유주의전략 속에서 이주노동자들과 내국노동자들은 제살 깎아 먹기 경쟁을 수용할 것이며 내국노동자들은 마치 이 모든 것이 이주노동자들이 많아 진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아니 이것은 생산현장에서 지금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고 노동권이 확보되면 내국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우리도 힘든데 이주노동자까지 어떻게 신경을 쓰나" "어차피 몇 년 있다가 떠날 사람들인데 우리가 같이 할 필요가 있는가" 이건 우리 내부의 목소리일 수 있다. 바로 자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우리가 의도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조응하는 것이다. 파멸하는 길이다!!
해법은 단 하나이다. 모든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이 그러하듯이 전체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하여 단결하고 투쟁하여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정치적, 경제적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에 함께 해야 한다.

우선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신자유주의전략에 파열구를 내기위한 투쟁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각종 정책은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의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이므로 결코 이주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합법화와 노동권확보를 위해 노동허가제를 쟁취하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이 이땅에서 노동하고 살아가기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지켜내는 것이 바로 내국노동자을 비롯한 전체노동자의 생존권을 사수하는 투쟁이다.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생활권을 적들에게 방치하는 만큼 내국노동자들에게 칼날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주노동자투쟁의 주체를 세워내는 것이다.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는 누가 선물로 던져주는 것이 아닌 노동자 스스로가 쟁취해야 하는 것임을 우린 잘 알고 있다. 이 땅에서 노동하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를 반자본 투쟁으로 조직하기 위한 정치적 주체를 형성하는 모든 노력에 함께 하여야 한다.
지금 이주노동자들은 곳곳에서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한 작지만 결의 높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동조합으로 또는 집단이나 개인으로 투쟁하고자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고 계급적이고 전투적인 남한 노동자들의 투쟁의 역사를 다시금 만들어 내야한다.
전장호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조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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