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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위한 이주노동자 농성투쟁단 |
지난 7월 31일 국회에서는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안(고용허가제)'이 통과되어 2004년 8월 실시를 앞두고 있다.
이미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기 전부터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사회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있었으므로, 이주노동자들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의 측면에서나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에서의 삶의 질을 노예와 다름없이 만들고 있는 산업연수생 제도에 대한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에 있었다. 여기에 덧붙여 참여정부에서 '차별'을 없애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공언을 치장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허가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시행을 앞두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기본적으로 산업연수생제와 병행실시하게 되면서 이미 그 유효성을 상실하게 되었고, 그 내용에서도 산업연수생제가 노예제라고 비난을 받았던 점들을 그대로 유지·강화했다는 측면에서, 반 노동자적 성격 또한 그대로 유지·강화되었으므로 노동자들의 저항을 피할 수 없다.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발생하는 경로를 살펴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어놓은 고용허가제가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 주고자 한다.
1. 이주노동자·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주노동자가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는 데에는 송출국의 사정이 먼저 전제된다. 대부분의 송출국은 높은 실업률과 저임금으로 인해 최소한의 삶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송출국 정부에서는 실업과 저임금으로 인한 국민의 불만을 무마시키고, 외화벌이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송출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게 된다. 대표적인 이주노동자 송출국인 필리핀에서 아로요 대통령이 국내 고용정책을 설명하면서 노동력 수출정책을 적극적으로 선전했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은 송출국의 사정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미 '이주노동'은 송출국의 사정에 의해 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타국으로 밀려나야 하는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이주노동자의 유입은 누가 뭐라고 해서 막 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밀려나와야 하는 3세계 노동자들의 현실이며, 사실이라는 것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거주, 취업하는 이주노동자는 합법취업 비자를 받은 전문직업 종사자들과 예술흥행 자격으로 사증을 발급 받은 필리핀, 러시아 국적의 여성들이 한 부류를 차지하고, 두 번째로는 91년부터 시행된 산업기술연수생제도를 통해 들어온 연수생이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등록노동자가 있다.
이들 미등록 노동자들은 산업기술연수생으로 연수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이유로 연수업체를 이탈하는 경우와, 관광, 방문 등의 각종 비자를 발급 받아 국내에 들어온 후 체류기간을 넘기고 취업한 경우이다.
그러나 연수생이던, 다른 종류의 비자를 발급을 받건, 어떤 경우가 되었건 간에 이주노동자들이 국내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브로커를 가운데 끼지 않으면 안 되는 부패의 고리가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일을 하기 위해 1인당 600만∼100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만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이 비용을 빚을 내서 마련하고 한국에서 돈을 벌어 다시 갚아야 하는 실정이다. 비용이 이렇게 만만치 않다 보니 한국에 연수생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이 빚을 감당할 수 없고, 연수업체의 연수수당만으로는 이 빚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높은 임금을 찾아 사업장을 이탈하게 되는 요인으로 이 송출비리가 자리 잡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연수생이라는 족쇄를 채워놓은 산업연수생제도를 이주노동자들이 거부하고 이탈하게 되면서 만들어지는 한 경로와 불법으로 비자를 발급해 이주노동자들을 한국으로 보내주는 거대 브로커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중소기업의 사정이 더해진다. 대부분이 하청인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는 단가인하 압력에 항상 직면해 있으며, 90년대 이후 소위 3D로 불리던 업종에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이주노동자들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높아졌다. 그러나 중소기업 중에서도 소위 빽 있고 돈이 좀 있는 업체의 경우는 연수생신청의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면서 연수생을 신청할 수 있으나, 여력이 되지 않는 업체들에서는 이마저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고, 이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기꺼이 고용하는 수요자가 된다.
이 두 가지의 측면이 상호 조응하면서 국내 이주노동자 그리고 그 중에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2. 불법체류를 양산하는 연수생제도
3D업체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개발도상국에 기술을 전해준다는 취지에서 91년 '해외투자기업 연수생 제도'에서 출발한 정부의 외국인인력정책은 94년 중기협을 통해 산업기술 연수생 제도를 도입했고, 2000년 4월부터 시행된 '취업연수제도: 2+1 제도: 2년간 연수 후 1년 취업', 이후 2001년 12월 '1+2제도: 1년간 연수 후 2년간 취업'제도로 변화되어 왔다.
주목해야 할 것은 94년 중기협을 통해 산업기술연수생이 들어온 이후 이주노동자의 지위는 합법적으로 한번도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했으며, 연수생이라는 이름아래 저임금 착취의 대상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와 이주노동자들이 하고 있는 일은 소위 3D(Dirty: 더럽고, Dangerous: 위험하고, Difficult:어렵고)업종의 단순반복작업에 불과한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이다.
① 열악한 작업환경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집중되어 있는 업종은 도금 등의 화학공장, 목재, 가구, 프레스 사출 또는 조립 등의 금속업종, 섬유제조업, 인쇄업 등에 종사하며 중국동포의 경우는 의사소통의 용이함으로 건설현장과 식당 여관 등의 서비스 업종에 주로 분포해 있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영세사업장이므로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는 권리는커녕 안전장치 하나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며 절단사고가 빈번하고 분진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있기가 다반사다.
② 착취 : 저임금 장시간 노동
한국에 산업기술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한국에 들어오게 되는 연수생 신분의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한국에 기술을 배우러 왔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학생)'의 신분을 부여한다. 따라서 이들이 받게 되는 것은 '임금'이 아닌 '연수수당'이다. 이 연수수당은 최저임금 수준에서 결정되며, 대부분 12시간 맞교대 형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연장근로 수당을 제대로 준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78만원 정도가 되며, 이 수당을 받지 못하는 연수생의 경우 최저임금 수준에서 임금을 받게 된다. 이마저도 주지 않고 떼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연수생에게 당연히 주어져야 할 숙식비용을 공제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③ 강력한 현장통제
인권침해는 이미 한국사회 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으니, 이 글에서는 상세히 다룰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만 공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자기 이름이 아닌 "야·임마·새끼"로 불리고, 망치로 맞으면서 '망치'라는 단어를 배우는 현실은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의 이탈을 막는다는 구실로 현장에서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무전기를 들고 기숙사를 돌거나 규율을 만든다며 구타를 일삼는 경우는 꽤 많이 보고되고 있는 내용이다. 강도 높은 현장에서의 병영적 통제를 통해 저임금인 이주노동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제한하고 이로부터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려고 했던 것이 산업연수생제도에서 나타난 인권침해의 본질이다.
④ 중기협의 사람장사
노예제도인 산업연수생제도가 온존하게 되는 데에는 중기협의 반발이 컸다. 연수생을 공급하는 일을 전담하는 곳이 중기협인데, 국내 업체들이 연수생을 신청하면 해외 44개 송출기관을 통해 연수생을 데려온 뒤 배정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 중기협은 연수생을 보내주는 대가로 연수업체로부터 한 사람당 28만 6천원씩 받아왔고, 연수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준 후는 사람당 19만 6천원씩을 받아왔다. 이를 통해 한 해 중기협이 거둬들인 수익은 35억원이 넘는다. 중기협이 사람장사를 해서 챙기는 돈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중기협은 연수생을 데려올 때 해외 송출기관으로부터 이행보증금이라는 일종의 공탁금으로 1인당 300달러씩을 받는다. 만약 연수생이 사업장을 이탈하면 보증금은 고스란히 중기협의 돈이 된다. 달아나는 연수생이 많으면 많을수록 중기협의 이윤이 늘어나는 기형적인 시스템이다. 이탈할 시뿐만 아니라 연수를 다 못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에도 보증금은 중기협의 몫이 된다. 이 돈은 한해 40억원을 넘고 있다. 이것이 고용허가제 도입을 중기협에서 반대했던 이유이다.
3. 사각지대에 있는 현지 법인 연수생
현지법인연수생 제도의 경우에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 현지법인연수생은 현지에 투자한 기업들이 현지법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초청해서 한국에서 일을 시키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통해 연수생을 도입할 수 있는 기업은 현지에 투자를 한 기업으로 이들은 산업연수생들보다도 훨씬 더 낮은 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현지법인연수생의 임금은 현지 통화가치로 환산한 임금과 국내 임금을 적절한 비율로 조합해서 결정되게 되는데, 임금 결정시 대부분의 기준이 현지통화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산업연수생제도를 중기협에서 관리하는 것과는 달리 개별기업수준에서 연수생들을 관리하게 되므로, 일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감시·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11월 현재까지 들어온 현지법인 연수생 30,000명 가운데 17,000여명이 이탈했다고 하는 것은 이들의 현실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이들 연수생은 노동자이지만, 현장에서 노동자로서 일을 할 수 없고, 오히려 일상적인 감시 통제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이탈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 바로 소위 '불법체류'로 불리고 있는 미등록 노동자이다.
사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상황도 임금의 수준에서 '연수생'과 차이가 조금 날 뿐 열악한 작업환경이나 강력한 현장통제에서 숨죽이며 일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여기에 단속추방 때마다 피 말리는 숨바꼭질을 반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삶이 연수생보다 더 나을 것은 없다. 이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수는 2003년에 이르러 40만에 이르게 된다.
4. 고용허가제가 대안인가?
정부에서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외국인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원활한 인력수급으로 중소기업 등의 인력부족을 해소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관리와 근로자로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법안의 제안이유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이유의 이면에는 엄청나게 늘어나 40만에 육박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관리·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노동력 관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해야할 적극적인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40만 명의 관리되지 않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또 이를 통해 그 동안의 인권유린이라든가 실제 노동자로 일을 시키면서도 노동자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면해보고자 하는 것이 노무현 정권이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게 된 기본의도이다.
이렇게 고용허가제가 그 동안 정부에서 관리되지 못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정부의 관리하에 두겠다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을 때, 현재 국내에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어떻게든 보낼 사람은 보내고 남겨야 할 사람은 남겨야 하는 과제가 떨어진다. 이래서 만들어지는 기준이 '5년을 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최장 2년간'이라는 기준이다. 정부는 이 것을 기준으로 지난 10월 31일까지 고용확인서가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등록하도록 유도하였고, 11월 17일부터는 합법화 대상이 아닌데도 여전히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했다.
1) 또 다른 노비문서 고용허가제
①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는 노비문서
그 취지에서 '근로자로서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이름을 무색하게 하는 내용들을 살펴보자. 우선 그 이름인 '고용'허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 사업장을 이동을 제약하는 것은 좀 더 자세히 보게 되면 이 조항 하나로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모든 여지들을 줄일 뿐만 아니라, 저임금에 저항할 수 없는 족쇄를 채워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용'의 여부에 따라 한국의 체류여부가 결정되는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사장이 무슨 짓을 하건 간에 저항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해고시켜 나라로 보내버리겠다'는 협박에 대해 저항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해고가 되어서 다른 업체에 취직을 할 수 있겠지만 미등록 상태를 해결하려면 그 업체에서 고용확인서를 받아야 하고 이것을 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장의 요구를 맞추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경우는 저임금을 주면서도 사장이 고용을 계속 고집하고 있으면 어쩔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옮기는 순간 바로 미등록(불법)이 된다.
고용허가제가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해야 하는 노비문서라는 사실은 지난 10월 31일까지 등록을 통해 합법화된 이주노동자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였을 때 약 180만원(연장근로수당까지를 포함)을 받았던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고용확인서를 주지 않겠다는 사장의 협박으로 임금이 60만원으로 낮아졌으나, 어쩔 수 없이 그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이 아직 고용허가제가 실시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벌써 50%이상의 삭감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② 1년 짜리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7월에 통과된 법안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은 3년간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있지만 매년 고용계약을 갱신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고 있다. 매년 고용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의 개선 혹은 임금향상을 요구할 수 없으며, 오히려 고용계약을 갱신할 때 임금삭감을 수용해야 고용을 연장할 수 있다는 사장의 협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제 이주노동자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어야만 한다.
③ 결국 또, 노동자다 아니다.
고용허가제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것은 사업장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거나,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신분으로 전락한 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 이주노동자들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지만, 노동부 홍보 홈페이지에서 사업주들에게 버젓이 '이주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하게 되면 출입국 관리법에 의거 출국조치를 할 수 있다'며 절대로 안심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이미 사업주들에게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은 고용허가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노동부 스스로가 홍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체류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막대한 송출비용을 감안했을 때 이주노동자들이 빚을 완전히 갚고, 타국에서 고생한 만큼의 벌어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제기 또한 되고 있다. 따라서 올바른 제도라고 한다면 체류기간을 5년 이상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주노동자들의 요구이다.
5. 반노동자적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 고용허가제의 파산
고용허가제의 반노동자성과 이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한 정부의 폭력적 단속추방 정책은 이제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되고 저항에 나서도록 했다. 11월 17일 정부의 단속이 시작되기 전부터 노무현 정부는 이번의 단속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며 내년까지 6개월 동안 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여기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한 사업주는 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초강수를 두었고, 합동단속반을 구성했다.
이번에 실시되었던 단속은 고용허가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사전정치작업으로 지금까지 진행되어왔던 단속추방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고용허가제가 제대로 실시되기 위해서는 국내에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수가 현격히 줄어들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단속추방의 성패가 노무현 정부의 '고용허가제'의 성패를 가늠하는 주요 잣대가 된다. 즉 고용허가제가 안착화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40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중 합법화되지 못한 12만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국내에 없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애초 목적했던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리라든가, 이주노동자들이 관리되지 못하면서 뛰어오른(?)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다시 발목을 잡아 최저임금수준에서 관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단속이 시작되기 전부터 중소기업들이 몰려있는 공단에서는 단속을 피해 숨어든 이주노동자들이 숨어들면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고, 정부에게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사면해 줄 것을 요구하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17일부터 시작된 합동단속에서 매일 100여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출입국 관리소의 단속에 걸려 추방을 기다리는 형편에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은 전국 곳곳에서 완강히 정부의 정책에 저항하고 있다.
현재 약 100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전국 곳곳의 농성장에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단속추방분쇄와 노동비자쟁취에서부터 단속추방 중단의 요구까지 그 정도는 다르지만, 이제는 개별적인 대응이 아니라 집단적 대응을 통해 조직되고 있다. 한국의 정부와 자본이 필요할 때에는 불법인줄 뻔히 알면서도 입국 때 스탬프를 버젓이 찍어주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이주노동자들이 죽어갈 때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착취해온 방관한 한국정부가, 이제야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매도하면서 나가라고 설치는 이런 정부의 태도에 대해 이주노동자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제 이주노동자들은 우리가 '기계 부품이 아니라 노동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뭔가 죄를 지은 '불법'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벗어나 노동자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이번 단속추방분쇄투쟁과 고용허가제 반대 투쟁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저항의 형태뿐만 아니라 소극적 저항도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2∼3개월 치 식량을 짊어지고 숨어든 이주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이대로 나갈 수는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과 정부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
 | 출처: 참세상방송국 |
따라서 지금의 사정은 고용허가제 연착륙의 전제조건인 국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일부 합법화하고 나머지는 모두 출국시켜 국내 이주노동자 시장을 한판 정리하고 싶은 정부의 의도가 전혀 관철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진행된 단속추방정책이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국내에는 쫓겨나가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10만 명이나 존재한다. 이들이 있는 한에서 고용허가제가 연착륙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미 고용허가제를 밀어왔던 노동부에서는 볼멘소리를 하면서 고용허가제를 안착시키기 위한 조급증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합법화 대상을 2003년 3월 31일까지 발생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제한함으로써 이후에 발생한 이주노동자들은 3년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합법화할 수 있는 길이 막혀 미등록 상태로 남아있다. 지난 25일 자살한 우즈베키스탄 안드레이씨의 경우에도 합법화를 위한 등록을 하러갔으나, 3월 31일 이후라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상실감에 자살을 선택한 경우이다. 이들도 여전히 미등록이다.
여기에 합법화를 위한 등록신청이 고용확인서를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등록률이 낮아지자 정부에서는 고용확인서 없이 비자를 발급해 주었는데, 이들에게 10월 25일까지 고용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다시 미등록 상태가 된다고 정부에서 고지했으므로 이때까지 고용확인서를 제출하지 못한 이주노동자들도 마찬가지로 미등록 상태에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산업연수생제와 현지 법인 연수생 제도가 존속하는 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높은 송출비용과 '연수수당' 명목의 낮은 임금으로 이주노동자들은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탈은 필연이다. 따라서 산업연수생제를 그대로 둔 고용허가제는 그 자체로 내부에서 정책 실패 요인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산업연수생제도가 있는 한 연수업체에서 이탈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계속 발생할 것이고, 출국을 거부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수를 고려하면 고용허가제 실시를 위한 정지작업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궁지에 몰린 정부가 고용허가제의 실시와 이를 위한 단속추방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이거나 더욱 강력한 단속으로 이주노동자들의 피를 말리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이 이대로 나갈 수 없다고 완강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에 이 반노동자적 정책은 더 이상의 실효를 거둘 수가 없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는 노동비자를 통해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합법화시키는 것이다.
이번 고용허가제의 실패는 반노동자적인 정부의 정책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저항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모이고 조직화되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다. 적극적으로 농성장이나 쉼터에 나타나지는 못했지만, 숨어있는 이주노동자들 또한 정부의 고용허가제에 반발하고, 이를 폭력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한 단속추방에 제동을 거는 소극적 저항을 하고 있는 셈이다.
노무현 정부는 '반노동자적 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이번 고용허가제의 실패를 통해 겸허히 배우고, 노동비자를 통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전면합법화만이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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