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조교들의 투쟁?
사실 그동안 대학은 투쟁의 공간이기는 했다. 학생운동이 있었기에 학생들의 투쟁도 끊이지 않았거니와, 뭐 온갖 노조들의 파업이 있을 때마다 집결장소로 대학이 많이 쓰이기도 해서 대학에서 투쟁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근데, 대학의 구성원이 투쟁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뭘 떠올릴까? 그동안 서울대 시설관리 투쟁이나 경원대 시설관리 투쟁, 고려대 시설관리 투쟁 등의 흐름으로 대학 내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투쟁을 한다는 건 알고 있을 테지만, 그들말고 비정규직 문제로 누가 또 투쟁하고 있을까를 떠올렸을 때 바로 생각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던 중 대학의 행정조교들이 투쟁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처음엔 조금 의아했다. 조교? 조교라 함은 대학원생들이 교수들을 돕기 위해 기타 업무를 보조하고 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왜 그들이 투쟁을 했을까가 정말 의문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이 지면을 빌어 얘기하려는 것이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대림대학. 대림대학은 지금 투쟁 중이다. 여기뿐 아니라 수도권에 위치한 유한대학, 동양공전, 인하공전, 평택대학 등에서도 투쟁을 진행했었다. 그리고 그 투쟁이 조교들의 투쟁이라고 한다. 그러면 일단 조교에 대한 인식부터 시작을 해야겠다.
조교에 대한 인식
현재 조교라 함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교수의 연구활동을 보조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4년제 대학의 경우다. 전문대학 중심의 조교역할을 살펴보면 일반인은 물론 학내 일부 구성원의 생각을 초월하는 업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학사행정, 학생지도, 취업지도, 실습강의, 기자재 관리, 심한 경우에는 강의까지 하기도 한다. 대학의 모든 교육과 행정이 조교의 손과 머리를 거치지 않고는 진행될 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에 방학기간 중 몇 일을 제외한 매일 아침 9시 출근, 밤 10시 퇴근이 현 대학사회의 조교의 모습이다. 조교 연령의 경우 젊은 층이 대부분일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연령층도 다양하다. 평균 30대 초 중반이고, 일부 대학의 경우 20대 후반에서 20년 정도 근속한 50대 정도까지 실로 다양하고, 대부분이 80%정도는 남성이다. 즉, 단순히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전문대학에서는 '조교'가 고용된 노동자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한다. 다른 사업장보다도 쉽게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학교라는 점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한다. 그래서 비정규직이 교묘하게 활용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투쟁의 쟁점
- 제도적 모순
현재 대학사회에서는 고등교육법 등 각종 제도들을 악용하여 대학의 행정공백을 조교라는 허울로 신구채용하고 과거 교원의 신분에서 기간제 및 계약제로 전락 등 정부와 대학 측의 제도개선의지 부족과 제도적 후퇴가 계속되면서 고용불안, 책임행정의 결여, 구성원간 위화감 조성의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97년 이전에는 정년이 보장된 교원으로 임용되었다. 그러던 것이 IMF이후 구조조정의 여파로 98년 이후에는 5년 제한 기간제 임용으로, 2001년 이후에는 3년 기간제 임용으로, 2003년 이후에는 2년 단임제 임용으로 점점 그 기간에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 재임용 탈락
대학 내에서 교수들의 재임용 신사의 파장이 논란이 된 적은 종종 있어 왔고, 최근에도 붉어져 나왔다. 대학내 행정조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구조조정 이후 계약직, 기간제로 전락한 행정조교들은 매번 재임용을 할 때마다 골머리를 앓는다.
조교의 경우 교원 개념에서 직원 개념으로 신분 변화에도 불구하고 재임용제도가 없어진 97년 이후에도 많은 조교노동자들은 재임용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대학과 사립재단 들은 매년 재임용을 통해 고용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전문대학의 경우 대림대학, 동양공전, 용인송담대학, 유한대학, 인하공전 등 많게는 20년이상 근속한 조교들은 물론 다수(50%이상)의 조교 노동자는 해고로 바로 이어지는 재임용탈락만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재임용의 평가 기준이라는 것도 학과 교수에게 달려있고, 학과 교수에게 잘못 보이면 자연히 재임용 탈락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대학에서 시키는 온갖 궂은 일들을 묵묵히 해올 수밖에 없었다.
- 투쟁의 방향과 요구안
가장 중요한 투쟁의 요구는 고용안정(제도개선을 통한)과 인식의 변화이다.
노조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조교노동자를 대학사회의 직업인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의 경우 노조가 수차례 신분의 분명함(교원으로의 인정)을 제시할 것은 요구하였으나 대학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등의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고, 대학측에서도 제도의 개선이 있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이끌어낸 조교투쟁의 의의
업무의 차이는 벌로 없으면서 대학 구성원간 근로조건의 차이는 지나치게 크다. 조교노동자를 포함한 대학사회의 계약직, 임시직, 용역직 등 자칫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데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것을 우려해 비정규직의 조직화는 물론 노동자간의 연대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정규직의 결합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각 대학별 수준에 맞춰 공동의 노력을 모색한다면 대림대학의 사례에서처럼 좋은 면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림대학의 경우 노조가 비정규직의 문제, 이 조교들의 투쟁을 중심적으로 받아앉고 투쟁해온 본받을 만한 사례다. 전체 조합원이 76명인데, 정규직 비정규직의 잣대를 구분하지 말고 노조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간부들이 조합원 하나하나를 만나 개별면담을 진행했었고, 자칫 정규직의 밥그릇을 빼앗는 문제로 왜곡될 수 있는 문제를 2∼3개월간의 꾸준한 노력으로 고쳐나갔다. 일의 양이나 노동조건 등의 업무상의 특성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다를 것이 없고, 그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설득하고, 대학내의 고용불안의 문제를 중심적인 과제로 제기하면서 투쟁을 만들었던 것이다.
마치며
대학은 그동안 많은 비정규직 투쟁을 해왔다. 용역직으로 있는 대학의 시설관리노동자들의 투쟁도 그러했고, 앞서 본 수도권 전문대학들의 조교들의 투쟁도 비정규직 투쟁의 한 면을 보여준다. 물론 이런 한계들은 존재한다. 한 대학의 문제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다른 대학과의 공동투쟁의 모색이나 대교육부 투쟁이 될 수 있는 공동요구가 필요하기도 하고, 여타의 투쟁들도 그러했지만 대학에서 일어나는 투쟁들이 외부로 확산되어가지 못하는 점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는 차차로 고민되어야 할 과제이고, 중요하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되어 투쟁을 했다는 점, 비정규직의 문제가 다른 어떤 곳보다 나름대로 활발하게 투쟁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대학내에서 일어나는 비정규직 투쟁을 의미있게 바라봐야 하고 더불어 인식의 전환도 필요한 것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