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비정규직법의 시행일인 2007. 7. 1.을 전후하여 당장 비정규직법의 적용을 받는 300인 이상 기업들은 비정규직법의 적용, 그 중에서도 당장 문제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차별금지조항(법 제8조)의 적용을 피하기 위한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방법으로 기간제 노동자들을 ‘무기계약화’하되, 기존 정규직과는 다른 직군 또는 직종을 신설하여 해당 직군 또는 직종으로 편입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두고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닌 ‘중규직(中規職)’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이 글의 대상사례인 농업협동조합 중앙회의 사례에도 마찬가지로 농협중앙회는 소속 비정규직들의 직종 중 상당부분을 중규직으로 전환하여 비정규직법을 피해가려고 하였다.
농협중앙회에는 기존에 정규직들이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과 별도로 비정규직들을 가입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었고, 이 노동조합은 중규직 전환 이후 사용자가 임금이나 단체협약에 있어 중규직 대상자들을 차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농협중앙회의 직제규정을 변경하기 직전에 노동조합의 규약을 변경하여 중규직들을 노동조합 가입대상으로 하였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조치에 대해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규약변경이 복수노조 금지에 위배된다며 중규직 대상자들이 포함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나아가 중규직 전환 조합원들에게 단체협약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발생한 교섭상의 쟁점과 단체협약 이행 및 조합원 지위확인 가처분 사건(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 2007카합2458 사건)의 법률상의 쟁점이 이 글이 다루려고 하는 사안이다.
2. 본 사안의 당사자 관계
1) 농협중앙회에 존재하는 노동조합
농협중앙회노동조합은 2001. 7. 27. 기업별노동조합으로 설립․신고 되어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속 직원 중 3급 이상자, 별정직 등 무기계약직 및 계약직, 파트타이머 등의 노동자를 가입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농협중앙회 내에서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농협중앙회지부(정규직 대상, 한국노총), 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축협중앙회노동조합(축협근무 정규직 대상, 민주노총), 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농협중앙회노동조합(3급이상 및 비정규직 대상, 한국노총탈퇴 후 민주노총으로 상급변경, 이하 ‘비정규직노동조합’이라 함)3개의 노동조합이 있다.
2) 이 사안의 사용자
농협중앙회는 「농업협동조합법」에 의거 2000. 4. 17. 기존축산업협동조합 및 인삼업협동조합과 통합되어 설립 인가되었고, 농협중앙회는 중앙회장과 경제사업, 신용사업을 담당하는 각 임원이 대표이사를 중임하고 있다.
3.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의 중규직 전환 조치와 노동조합의 규약 변경
1) 농협중앙회 사측의 기간제법 대응
농협중앙회는 2007. 7. 1.부터 시행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법률」의 규정상 기간제 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채용하여야 하고, 또한 기간제법의 차별시정제도에 따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이 금지되는 것에 대비하여 2007. 7. 1.자로 직제 관련규정을 변경하였다. 그 주된 골자는 5년이었던 계약직 계약기간 상한을 2년으로 단축하는 것과, 대체인력의 확보가 어려운 일부 직종을 특수업무직 또는 별정직이라는 직제를 신설하여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 것이었다.
농협중앙회는 △비정규직보호법의 입법취지에 맞게 인력을 운용하고, △임금 및 복리후생을 합리적으로 재설계한다며 제도개편의 사유를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제도개편의 기본원칙으로 △5년의 최대계약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고, △업무숙달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대체인력확보가 어려운 업무로 2년 초과 사용이 불가피한 직종을 별정직 또는 특수업무직(중규직)으로 전환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를 구분하여 핵심 중요업무는 정규직이,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비정규직이 담당하도록 하고, △직무급제와 업적성과급제를 도입하여 중규직에게 이를 적용하되 불합리한 복리후생제도(휴가, 경조금, 재해부조 등)은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발표하였다.
2) 중규직 전환 조치와 관련한 노동조합의 규약 개정
농협중앙회가 위와 같은 직제개편을 함으로써 비정규직노동조합의 주된 구성원이었던 계약직 조합원들 중 일부가 ‘별정직’ 직제로 편입되게 되었고, 이에 비정규직노동조합은 기존 조합원 가입범위와 관련한 규약을 변경하게 되었다.
농협중앙회의 직제규정변경일(2007. 7. 1.) 이전인 2007. 6. 30.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농협중앙회의 직제변경에도 불구하고 기존 비정규직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규약개정안을 투표에 붙이게 되었으며, 그 결과 가결되어 같은 날부터 시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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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농협중앙회에는 비정규직노동조합 이외에도 2개의 노동조합이 별도로 존재하고 있었고, 이 2개의 노동조합은 모두 농협중앙회 소속 노동자들 중 정규직 직원들을 가입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들이었다.
따라서 농협중앙회가 고안한 신설 직제인 별정직 또는 특수업무직(이 두 직군 모두 무기계약직임)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의 조합원 자격 범위 문제가 대두되었다.
4. 사안의 발생 경위
1) 조합원 대다수의 사직서 제출과 근로계약서 작성 및 정규직 노조 가입
사용자는 2007. 7. 1.이후 조합원들 중 별정직 전환 대상자들에게 사직서, 퇴직금청구서, 근로계약서, 서약서를 보내 각각 서명하도록 하였고,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대부분 이에 서명하였다.
그리고 2007. 8. 14.경,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는 규약을 변경하고 별정직 조합원들에게 조합가입을 허용하였다. 이에 전환대상자 중 약 91%가량이 정규직 노조에 가입서를 제출하였고, 간부들을 중심으로 하는 9%가량의 조합원들이 기존 비정규직노동조합에 잔존하기를 희망하였다.
2) 교섭위원의 조합원자격을 이유로 한 교섭거부의 문제
비정규직노동조합은 사용자에게 임단협을 요구하였고,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서울본부장을 단체교섭위원으로 선임하였다. 이 중 노동조합 위원장은 사직서를 쓰지 않아 계약직의 신분으로 남아있었지만 수석부위원장과 서울본부장은 별정직으로 전환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후 사용자는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과 서울본부장에 대해 교섭위원으로서의 자격을 문제 삼아 교섭을 거부하였고, 한편으로는 단체협약에 근거하여 교섭위원에 대한 근태처리협조조항을 적용하지 않아 교섭에 참가할 경우 근무지 이탈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3) 단체협약 미적용의 문제
2007. 1. 17. 비정규직노동조합은 사용자 중앙회와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협약은 당사자인 중앙회와 노동조합 및 조합원에게 적용한다”(단체협약 제2조),“중앙회는 매월 임금지급일에 조합원의 임금에서 조합비를 징수하는데 협조한다.”(단체협약 제19조)라는 기존 조항을 갱신하는데 합의하였다. 그리고 사용자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래 위와 같이 이른바 조합비일괄공제협약(Check-Off)을 유지해 오면서 매월 임금지급일에 노동조합이 정한 조합비 공제율에 따라 조합비를 공제하여 노동조합에게 인계하여 왔다.
그러던 중 2007. 7. 21.경 중앙회는 전체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였는데, 이 때 단체협약 제19조에 의거하여 2007. 7. 20.까지 탈퇴서를 제출한 65명의 조합원을 제외한 나머지 1,000여명의 조합원에 대해 임금지급일인 다음날인 22.경 조합비 1,000여 만 원을 일괄 공제하여 노동조합 계좌로 이체하는 방법으로 노동조합에게 조합비를 인계하였어야 하나, 중앙회는 조합탈퇴여부와 관계없이 별정직으로 전환된 367명 조합원 전부에 대하여 조합비를 전혀 공제하지 않았다.
이에 비정규직노동조합은 ‘중앙회가 단체협약 제19조에 의한 조합비 일괄공제협약을 위반한 것은 노동조합및노동쟁의조정법 제92조 제1호 마목의 규정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사용자의 조합비 일괄공제협약 위반으로 인해 노동조합은 최소한의 노동조합 운영을 위한 운영비조차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여 노동조합의 현저한 손해가 예상됨은 물론, 수석부위원장과 서울본부장이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이후 일상적인 조합 활동은 물론 노동조합의 교섭과 같은 필수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어’ 사용자의 단체협약을 이행할 의무와, 위 노동조합 간부들의 조합원의 지위 확인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였다.
5. 사용자의 태도
이 가처분 신청에 대하여 사용자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부칙 제5조 제1항에서 노동조합 설립에 관한 경과조치로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에는 제5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2009년 12월 31일까지는 그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복수노조를 금지하고 있음을 이유로 비정규직노동조합의 주장을 부인하였다.
즉, 금융산업노동조합 농협중앙회지부가 비록 형식상으로는 산업별노동조합의 지부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독자적인 교섭체결권(보충교섭), 기관(대의원대회나 선거관리위원회 등), 규약(운영규정)등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금융산업노동조합 농협중앙회지부의 가입자격을 지니고 있는 별정직 직원을 가입대상으로 추가하고 있는 내용을 결정한 비정규직노동조합의 2007. 6. 30.자 규약개정은 복수노조금지에 위배되어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6. 사안의 검토
1) 복수노조금지의 원칙과 관련하여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부칙 제5조 제1항에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에는 제5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2009년 12월 31일까지는 그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2006. 12. 30. 법률 제8158호로 개정)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위 규정이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의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주축이 된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복수노조의 설립을 즉시 허용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단체교섭상의 혼란, 노노간의 갈등 등의 문제를 예상하여 교섭창구의 단일화를 위한 방법과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이 강구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이를 금지하려는 것이므로, 부칙 제5조 제1항의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는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고, 다만 위와 같은 입법취지에 비추어 독립한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한, 초기업적인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단위노동조합의 지부 또는 분회로서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을 하면서 당해 조직이나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하여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가지고 있어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에 준하여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5361 판결).
따라서 위 판례의 취지에 따를 경우 그 설립이 금지되는 새로운 노동조합은 기존의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노동조합이므로, 역시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어야 할 것이다. 즉, 기존 노조가 기업별 단위노조인데 새로 설립되는 노조가 기업별 단위 노조가 아닌 산업별ㆍ직업별ㆍ지역별 단위노조인 경우 및 그 반대의 경우 모두 복수노조 금지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의정부지방법원 2006. 6. 27. 선고 2005구합3771 결정, 대구지방법원 2005. 3. 31. 선고 2004카합910 결정, 인천지방법원 2003. 8. 28. 선고 2002가합9543 결정, 부산지방법원 1999. 7. 7. 선고 98가합15852 결정 등 다수).
이 사안의 경우 비정규직노동조합의 조직형태는 기업별 단위노조이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농협중앙회지부는 산업별노동조합이다. 이는 각 노조의 단체협약서 및 규약 등에 비추어 보아 명백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비정규직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농협중앙회지부는 금지되는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여 진다(같은 취지 위 대구지방법원 2005. 3. 31. 선고 2004카합910 결정. 이 결정은 사업장 내에 의결 및 집행기관을 가진 지부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도 그 지부가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기업별 노조에 준하는 조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음).
또한 현행 노조법은 구법과는 달리 노동조합의 설립에 대한 제한을 삭제하고, 사업장 단위에서의 복수노조 병존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잠정적․예외적으로’부칙에 의해 2009년 12월 31일까지 기존의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노동조합의 설립을 금지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취지에서 보면 부칙의 제한은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일 뿐만 아니라 “부칙에서 금지하는 복수노조 병존”의 형태는 새로운 노동조합의 ‘설립’이지 기존의 노동조합이 ‘유지 내지 존속’함으로써 발생하는 병존 현상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사업변동의 법적 형태와 관계없이 노동조합 내지 근로자가 사업변동에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근로자측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사업변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복수노조 병존에 대하여도 조직대상의 중복을 인정함으로써 이를 금지한다면 사실상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노동조합의 운명이 결정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되므로 “사업변동으로 인한 복수노조의 병존 현상은 예외 없이 허용된다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복수노조 병존의 쟁점과 과제, 이승욱, 한국노동연구원, 2001, 제19 내지 20쪽 이하 별첨 참고자료 참조).
따라서 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 중 별정직으로 전환된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탈퇴하거나 하여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중앙회의 일방적인 직제변경을 원인으로 조합원 자격이 부인된다면 이는 오히려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노동조합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된다(노동조합 규약 제18조 제2항 제1호에 의하면 조합해산은 총회 의결로 결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논리대로라면 만일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 전부가 별정직으로 전환되는 경우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이 한명도 남아 있지 않는 관계로 노동조합은 총회결의가 없음에도 사용자측의 사정에 의하여 해산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이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대단히 부당한 결론이 아닐 수 없음). 즉, 사용자측의 사정에 의하여 노동조합 조직의 동요와 약화를 불러오는 대표적인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는 것이다.
2) 노동조합의 존속 중에 그 조합원의 범위를 변경하는 조직변경의 허용범위
(1) 관련한 판례의 입장
노동조합이 존속 중에 그 조합원의 범위를 변경하는 조직변경은 변경 후의 조합이 변경 전 조합의 재산관계 및 단체협약의 주체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한다는 조직변경의 효과에 비추어 볼 때 변경 전후의 조합의 실질적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인정되고, 노동조합은 구성원인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므로, 어느 사업장의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다른 사업장의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그 조직형태 등을 결정할 수는 없다. 여기에서 말하는 노동조합에는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독립된 사업 또는 사업장에 조직된 산업별 지역별 직종별 단위노동조합의 지부 또는 분회도 포함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5361 판결, 대법원 1997. 7. 25. 선고 95누4377판결)(서울행정법원 2001. 6. 13. 선고 2000구26520판결).
(2) 이 사안의 경우 동일성 여부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의할 때,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 범위와 관련한 노동조합 결의는 인적 구성의 면에서 전혀 변함이 없어 조합전후의 실질적 동일성이 인정되며(조합원 자격범위를 확장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조합원의 인적구성에 있어서는 종래부터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었으므로 조합결의를 전후하여 전혀 변함이 없음), 게다가 위와 같은 노동조합 결의가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독립한 사업장 또는 별개의 독립된 법인 소속 노동자를 대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조합전후의 실질적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7. 향후의 과제
1) 이후 현장의 동향
이 사건이 제기된 것이 2007. 8. 1.인데 안타깝게도 이글이 발표되는 2008. 1. 18.까지 법원은 가처분신청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지 않고, 따라서 노동조합은 현재까지 교섭다운 교섭을 하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데 최근 정규직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보충교섭을 통해 체결한 단체협약이 발표되었는데, 정규직노동조합이 새로 가입한 별정직에 대해 차등적인 교섭을 체결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기본 급여인상율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지만 기준급여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질인상폭이 차등화 되었고(참고로 금융노조는 지난해까지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 대비 2배의 임금인상율을 적용하기로 노사합의 하였지만 올해 이 조항을 삭제하였다), 그 외의 복리후생적 조치들에서 차별적 처우가 발생하였다.
현재 노동조합은 교섭요구안을 재정비 하여 별정직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실제 정규직 노동자들의 수준에 달하도록 조정하기로 하였다. 노동조합이 노리는 점은 이를 통해 별정직 전환자들의 가입을 되돌리거나 최소한 쟁점화 하는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동조합의 요구가 효과를 보이려면 법원의 가처분 인용이 절실한 상황이다.
2) 이 사안이 시사하는 바
이 사안은 기존에 비정규직들이 별도의 노동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그 대상인 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반적 조건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2008. 7. 1. 이후 계속될 비정규직의 중규직화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판단된다. 즉, 기존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규직 노동조합들에 의해 비정규직의 단체교섭대상 사안들이 대리로 교섭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매번 비정규직들의 독자적인 노동조합활동이 잠식된 상황에서 타협적으로 종결된 경우가 적지 않고, 이러한 현상은 비정규직들이 중규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동일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때 노동부는 비정규직법을 입법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무기계약화로 한정하고 근로조건의 개선을 노사합의사항이라고 보았다. 즉, 정규직노조가 새로 가입한 가존 비정규직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농협사례를 보면, 정규직 노동조합이 중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에 열정을 가지고 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향후 비정규직의 중규직 전환을 대비한 노동조합 설립·독자교섭권 확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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