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간접고용 실태 조사 결과 요약
1. 조사
이 글은 비없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과 함께, 간접고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설문조사를 하고 분석한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2010년 5~6월 동안 설문지 배포•회수가 이루어졌으며, 7~8월 간 이를 통계 처리하여 분석하였다.
이번 조사에서 전국적 범위에서 모든 산업•업종을 포괄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몇몇 부문에 대해서는 오히려 좀 더 구체적인 실태 파악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집중적으로 조사된 부문들은 다음과 같은데, 공단 지역, 금속 대공장, 인천공항, 파주 출판단지 등이다. 대공장과 공단 등 제조업 부문은 불법파견 문제가 쟁점이 되어왔으며, 인천공항은 이른바 공공부문 외주화를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곳이다. 또 파주 도서물류 노동자들의 실태는 특히 청년 고용이 많은 신산업부문의 상황을 보여줄 수 있다. 즉 이러한 쟁점들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데 이번 조사의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설문지는 총 768부가 회수되었으나, 실제 설문지 배포 과정에서 간접고용 조사임을 숙지하지 못하고 배포한 데가 많아, 원청 소속의 직접고용 비정규직에게 설문을 받은 것이 적지 않았다. 자료가 아깝기는 하지만 간접고용 실태 조사이므로, 소속업체가 원청이 아닌 파견이나 용역, 도급이라고 명확하게 응답한 설문지 561부를 주로 분석에 사용하였다.
다음 내용은 이 분석 결과를 요약한 것으로, 특히 자료가 되는 표들을 지면관계상 생략하였다. 더 구체적인 자료와 내용은 2010 간접고용 실태 결과보고서(비정규 없는 세상만들기)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2. 전체 분석 결과
우선, 이번 조사에서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기간제 고용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시고용 비율은 24.6%로 전체의 1/4도 되지 않았다. 임시•계약직이 66.5%로 2/3을 차지했고, 나머지는 소사장제•개인사업자나 파트타임 등인데 이 역시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이 간접고용노동자들을 통해 간접고용이라는 구조를 통해 일한 만큼 받지 못하는 저임금 중간착취의 기제 속에 들어갈 뿐 아니라, 기간제 고용으로 끊임없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특기할 만한 점은 상시고용이 아니라 하더라도 68.8%가 계약기간 만료 시 대개 자동연장이나 재계약한다고 응답하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상대적으로 고용불안이 덜하다고 느낄 수 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고용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연장이나 재계약 가능성이 높다고 할지라도 기업 측의 상황이나 의도에 따라 언제든지 해고(계약해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처럼 계약기간 만료 시 자동연장 또는 재계약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상 그 기업에서 항상 필요하고 필수적인 상시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간접고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응답자의 53.5%가 한 사업장에서 계속 일하면서도 업체 변경을 겪었다고 응답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업체 변경이란 그 사업장에서 계속 일을 하는 와중에 원청 기업과 파견이나 용역•도급 업체 간의 계약에 의해 자신의 소속업체가 바뀌는 것을 말한다.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황당한 일인데, 이는 원청 기업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소속업체를 바꿈으로써 정규직화 의무를 피하거나 임금을 저하시키려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역시 그 기업에서 상시적으로 필요한 일에 계속 고용을 하면서도 간접고용 방식을 취하여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간접고용 노동자들 중 57.2%가 직접고용 노동자들과 동일한 일을 하고 있다. 이것은 기업이 간접고용을 선택하는 이유가 사실상 업무의 성격과는 상관없다는 점을 드러내 준다. 또한 채용과정이나 업무지시, 근태관리 등에서 원청이 관여하여 원청 사용자성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약 1/4에 달했다. 즉 원청이 관리할 수밖에 없는 상시적이고 핵심적인 업무에도, 기업은 단지 해고의 자유와 임금 저하를 위해 간접고용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노동조건 즉 저임금•장시간노동으로 돌아온다. 이번 조사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주 노동시간은 48.7시간으로 주5일제는커녕 일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환산하였을 때 6일 이상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평균임금은 150만 원 이하가 51.3%로 절반 이상이었다.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2009년 노동자들의 주 노동시간은 평균 39.7시간, 월평균임금은 262만 원인데, 이와 비교해 보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가장 큰 불만과 개선 요구도 무엇보다도 저임금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고용안정과 정규직화가 비슷한 정도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사회보험이나 법으로 규정된 수당이나 퇴직금 등은 약 70~80% 정도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기존 비정규직 노동조건 조사들의 결과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법적 보호가 향상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법적 규제를 받을만한 규모의 기업들에서도 간접고용이 확산되고 상시적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은 법으로 규정되지 않는 상여금 등의 적용 비율은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즉 기업은 간접고용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법적인 규정은 어쩔 수 없이 지키되, 가능한 한 노동비용을 절감하고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상태는 개선되기보다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짐작할 수 있다. 고용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자의든 타의든 이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전 직장과 현 직장을 비교해 보면 이러한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임금 변화는 측정하지 못했으나, 고용형태가 악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즉 이전 직장에서 현 직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상용직에서 비상용직으로 바뀌거나 계약기간이 더 짧아지는 비율이 상용직화되거나 계약기간이 늘어나는 비율보다 높았다. 이 조사에서 이전 직장에서 현 직장으로 이직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 그 한 번의 과정에서도 이처럼 고용 형태가 악화되는 비율이 좋아지는 비율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이직 경로를 좀 더 길게 추적한다면, 악화 경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조의 필요성을 크게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0.0%라는 절대다수가 노조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으며 66.1%는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노조가 존재함에도 미가입하는 이유로 많이 응답한 것은 회사의 반대나 불이익이 두려워서 또는 가입자격이 없어서라는 이유로, 57%가 자의적으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가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쉽게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원인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3. 대공장과 공단 지역(제조업)
이번 조사에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대우, 동희오토, 현대하이스코 등 대공장들과 더불어 인천 남동공단을 비롯하여 구로, 구미 등 공단 지역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지역의 조사 대상자들은 주로 제조업 생산직이며, 더불어 생산 부문을 보조하는 운반, 경비, 식당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대공장과 공단의 중소•영세업체는 같은 간접고용이고 비슷한 직종이라 하여도 노동조건의 차이가 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특히 대공장과 공단지역을 비교해 가며 분석해 보기로 한다.
우선 대공장과 공단 지역의 노동조건은 확실히 차이를 보였다. 조사 설문지에서 월평균임금은 구간별로 응답하도록 되어 있어 정확한 임금 평균을 낼 수는 없으나, 임금 구간 분포는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 공단 지역에서는 월평균 150만 원 이하가 80.6%로 대다수를 차지하였고, 100만 원 이하의 저임금도 32.4%에 달했다. 반면 대공장에서는 100~200만 원 사이에 79.3%가 분포되어 있었으며, 100만 원 이하의 저임금은 2.7%로 공단지역과는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하지만 그 대신 대공장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이 길었는데, 주 노동시간 평균이 52.4시간이었다. 이는 공단 지역의 49.1시간보다 3시간 이상 긴 것이다. 즉 대공장 간접고용의 노동자들은 임금 자체가 높다기보다는 장시간 노동을 감수함으로써 임금을 확보하는 것이며, 공단 지역에서는 그만큼 장시간 노동을 감수할 일감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또 대공장의 경우 간접고용이라 하더라도 상용직이 49.7%에 달하여 상용직 비율이 17.7%에 불과한 공단 지역보다 훨씬 높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대공장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이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로 대공장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현 사업장에서 소속업체 변경을 경험한 횟수가 평균 1.4번으로 업체 변경이 자주 이루어지고 있으며, 따라서 설사 상용직이라 하더라도 간접고용인 한 업체폐업이나 업체변경으로 인하여 고용이 보장될 수 없게 된다. 이는 상용직에서도 고용불안 지표가 높은 것(5점 척도에서 불만족에 가까운 2.6점)에서도 나타난다.
단, 대공장의 경우에는 사회보험을 비롯하여, 수당, 퇴직금, 상여금, 건강검진, 휴가 등의 항목에서 100% 가까이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간접고용이라 할지라도 이들이 실제로 일하는 곳이 대기업 사업장인 이상, 이러한 노동보호나 노동복지 항목들을 지키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공단 지역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이러한 수혜들을 받는 비율이 보통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근로기준법 등에서 법적으로 규정된 항목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법적 규제의 단속이 잘 미치지 않는 공단 지역에서는 광범위하게 탈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에는 파견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문에서는 불법파견이 중요한 쟁점이다. 특히 대공장에서는 2004~5년 금속노조의 불법파견 투쟁 이후 꼬투리를 잡히지 않게 몸을 사리고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이것이 잘 드러난다. 대공장은 간접고용을 할 때 대부분 파견이 아닌 용역•도급 형식을 취하고(80.5%), 간접고용 노동자를 관리하는 데에서 대개 원청이 직접 관여하기보다 소속업체를 통해서 관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럼으로써 불법파견 소지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을 진성도급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대공장 간접고용 노동자 중 원청의 직영 노동자와 같은 일을 하는 경우는 61.0%였으며 특히 함께 같은 일을 하는 경우도 42.4%였다. 이 비율만큼은 공단 지역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 또 간접고용 노동자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채용심사나 근태관리에 원청이 관여하는 경우는 10% 정도에 불과하였으나, 반면 직접 일을 시키는 업무지시에서는 53.5%가 관여하고 있었다. 실제로 직영과 다를 바 없는 핵심적이고 상시적인 업무에 간접고용을 하다 보니, 노동과정에 관여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형식적으로 용역•도급 형식을 갖추어도, 원청 기업이 관리하고 맡고 있는 일에 간접고용 노동자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위장도급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금번 7월 26일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공단 지역에서는 파견이 42.4%, 용역•도급이 57.6%였으나, 실제로 노동자 관리는 파견이나 용역•도급의 차이가 없이 원청이 관여하는 비율이 대공장보다 높았다. 공단 지역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이직이 잦다는 것이다. 대공장 노동자들은 5년간 이직 경험이 없는 경우가 62.8%이지만, 공단 지역에서는 계속 근무 비율이 13.7%에 불과하였고 2차례 이상 이직한 경우가 50%였다. 또 평균 직종 경력은 공단 지역과 대공장에서 각각 6년 6개월과 7년 10개월인데 비해, 현 직장 근속년수는 1년 8개월과 7년으로 매우 크게 차이가 벌어진다. 즉 공단 지역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여러 사업장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공단 지역 노동자들이 이처럼 여러 사업장을 떠돌면서 구직을 하는 경로를 보면, 공공직업알선기관 7.6%, 민간직업알선기관 16.0%, 광고 등이 31.3%였다. 지인 소개는 39.6%로, 대공장의 경우 69.8%가 지인의 소개로 일자리를 얻는 것에 비해 그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이를 보면, 소위 ‘고용서비스선진화 방안’ 등을 통해 민간직업알선기관과 노동력중개시장을 활성화시키려고 하는 현 정부 정책 방향은 공단 지역과 같은 중소•영세기업의 노동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공단의 중소•영세기업의 노동자들은 이렇게 이직을 하면서 노동조건이 향상되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 직장과 현 직장의 임금 구간 변화를 보면, 대공장은 이전 직장보다 구간 임금이 상승한 경우가 20.2%, 하락한 경우가 12.3%인데 비해, 반대로 공단 지역에서는 상승이 16.5%, 하락이 20.9%로 임금이 떨어진 경우가 더 많았다. 즉 대공장 같은 곳으로 이직을 하지 않는 이상, 공단 지역에서는 이직을 하더라도 임금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용형태 변화의 차이는 더 뚜렷한데, 대공장에서는 상용직에서 비상용직이 되는 경우가 9.5%에 불과하지만, 공단에서는 이직을 하면서 상용직에서 비상용직으로 떨어진 경우가 25.6%였으며, 반대로 비상용직에서 상용직이 된 것은 5.8% 극소수 경우였다.
결과적으로, 공단 지역에서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이 사업장 저 사업장 떠돌면서 이직을 할 수밖에 없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임금이나 고용 등 노동조건은 상승하기보다는 오히려 하락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동력중개시장의 활성화가 특히 공단 지역 노동자들에게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고려해 본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즉 현 정부 정책 방향대로 노동력중개시장이 활성화되고 간접고용이 확대되었을 때, 그 영향을 크게 받는 공단 지역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이 상승하기보다는 점점 하락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공단과 대공장의 비교 분석에서 특이한 점은, 공단 노동자들이 대공장 노동자들보다 노동조건 만족도가 현저하게 높았다는 점이다. 대공장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만족도 지수 평균을 보면, 업무 외 일과 인격적 대우 항목, 휴일 정도의 항목이 ‘보통’으로 나타났으며 고용안정, 임금, 노동강도, 차별대우, 복리후생 모든 항목에서 ‘불만족’ 쪽이었다. 공단에서는 고용안정, 휴일, 차별대우, 업무 외 일, 인격적 대우 항목에서 ‘보통’이나 그 이상의 점수를 보였으며, 불만족한 항목은 임금과 복리후생, 노동강도였다. 그리고 전 항목에서 공단 노동자들의 만족도 평균이 대공장 노동자들보다 높았다. 특히 고용안정과 차별대우 항목에서 만족도의 차이가 가장 컸다.
노동조건이 더 열악한데도 만족도는 높은, 이러한 역설적 결과의 원인으로는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공단 지역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아예 노동조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자체를 포기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체념 상태인 것이다. 고용안정 부분이 전형적인 예로, 공단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어차피 한 직장에서 계속 근속할 의도나 기대가 없으므로, 고용안정에 대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이에 대한 불만이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비교 대상의 문제다. 대공장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원청 정규직과 비교하여 노동조건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으므로 만족도가 낮다. 차별대우 항목이 정확히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공단에 밀집된 중소•영세업체에서는 사실상 직영 노동자들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나 크게 다름없이 노동조건이 열악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더 좋은 노동조건과 비교할 기회 자체가 없기 때문에 만족도가 오히려 높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공단 지역 노동자들은 더 나은 노동조건에 대해서 비교할 대상도 없고 기대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결국 이것이 보여주는 현실이란 노동자들의 희망 자체가 사라진 삶이다.
4. 인천공항(공공부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공부문 외주화’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공항이 2001년에 개항하면서 공사가 설립되어 운영을 시작하였는데, 이미 신자유주의 정책이 일반화된 시기인 2001년에 설립된 만큼, 처음부터 업무 부문을 가리지 않고 외주를 광범위하게 사용하였다. 사실 1998년 이후 공공부문의 외주화가 급속히 진행되었지만, 아무래도 원래 직접고용하던 부분을 외주화하는 것은 반발이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신중히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외주화가 기본적인 방침인 시기에 설립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처음부터 눈치 볼 것 없이 거의 대부분의 업무를 외주화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공공부문 중에서 가장 높으며, 마찬가지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에서는 아직 외주화가 되지 않은 업무 부분에서도 외주가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인천공항에서 간접고용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전체 인력의 80%가 넘는 7,000여 명에 달한다. 즉 말 그대로 정규직 없이 비정규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도 더 이상 정규직을 고용하지 않겠다는 신자유주의 정부의 굳센 의지(?)가 드러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간접고용은 97%가 도급•용역 형식을 취하고 있다. 상용직 없이 임시•계약직이 98.2%이며, 계약기간은 보통 1년이나 보안•경비 직종은 2년 이상의 장기계약도 드물지 않다. 계약기간 만료 시 78.5% 가까이가 자동연장이나 재계약된다고 응답하였다. 인천공항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맡고 있는 업무들은 상시적이고 핵심적인 업무로서, 계속 근무를 하게 함에도 불구하고 간접고용 및 임시 계약직이라는 비정규직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대신 이렇게 계속 근무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업체 변경을 통해서 관리하고 있다. 인천공항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59.9%가 업체변경을 경험했으며, 3회 이상 경험한 경우도 거의 16.3%로 업체변경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용역•도급 형식을 취하고 업체변경을 통해 간접고용 노동자를 관리하는 것은, 대기업 사업장의 특성으로서 앞서 본 대공장들도 마찬가지이다.
공항의 업무들은 비교적 숙련도가 높고 직종이 다양한 편으로, 이에 따라 임금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보안•경비 직종이 월평균임금 150~200만 원 구간, 설비의 관리나 유지•보수 직종이 150~200만 원, 토목 유지•보수 직종 100~150만 원, 청소 직종은 100만 원 미만 구간에 주로 분포되어 있었다. 보안•경비 직종이 가장 월평균임금이 높긴 하지만, 주 평균노동시간이 51.8시간에 주휴일도 잘 없어서, 사실상 임금 자체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 전체 평균 노동시간은 44.7시간이었다. 그 외 4대 사회보험을 비롯하여, 퇴직금, 연월차, 경조휴가, 건강검진 등 대기업에서 주로 주어지는 혜택은 거의 적용되고 있다.
노동조건에서 법으로 정해진 사항들은 대체로 지키고 있었는데, 공공기관 사업장이니만큼 법적 규제 자체를 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법적 규제를 위배하지 않는 한, 간접고용을 통해 노동자들의 고용 및 노동조건을 저하시키려는 의도는 여전히 뚜렷하다. 상시고용 없이 대다수가 임시•계약직이며, 다른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 달리 상여금 혜택도 적다. 임금은 직종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많아 봤자 대부분 200만 원 이하로 한국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보다 낮다. 공공기관의 대사업장에서 근무함에도 그러한 것이다. 예전이라면 비교적 안정된 직장으로 여겨졌을 이러한 곳에서조차 상황이 이러하다는 것은, 신자유주의로 말미암은 노동의 불안정화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그리고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적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불만도 상당히 높았다. 고용안정, 임금, 노동강도, 복리후생 등 주요 항목에서 만족도는 ‘불만’에 해당하는 2점에 가까웠다.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인천공항 운영이 갖고 있는 공공성과 특수성이다. 공항에서 전기나 통신, 소방 시설 등을 관리하는 일, 보안과 경비를 하는 일, 토목을 유지•보수하는 일, 이런 일들은 비교적 숙련을 요하는 핵심업무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공항의 대형사고를 방지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을 모두 정규직 없이 간접고용이자 임시계약직인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면서, 노동자들을 불안정하고 불만이 가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인천공항의 사례에서 보듯이, 결국 ‘공공부문 외주화’는 공공부문의 공공성 그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또 노동조합에 관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앞서 전체 분석 결과에서 이야기했듯이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90%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굳이 부문별로 나누어 분석할 필요가 별로 없다. 또 사업장의 노동조합 유무와 가입 유무를 묻는 질문도 설문에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 이 조사가 노동자 조직에 의해 주로 이루어진 것이라 노동조합 가입자가 과대대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흥미를 끄는 것은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있어도 가입하지 않은 이유인데, 이에 대해서는 공단 지역, 대공장, 인천공항 등 세 부문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각각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응답을 보면, 공단 지역에서는 가입자격이 없어서(85.7%), 대공장에서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불만족(32.1%), 인천공항에서는 회사의 반대나 불이익(34.6%)이었다. 즉 인천공항에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에 대한 탄압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공공부문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사기업보다 더 심한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그러한 씁쓸한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5. 파주 도서물류 노동자
파주 도서물류 노동자를 대상으로 회수된 설문지 중에서, 소속된 곳이 원청이라고 대답한 설문지는 앞서 전체 분석에서는 제외하였지만, 여기서는 포함시켜 분석해 보았다. 이를 제외하면 표본 수가 지나치게 적어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특히 반드시 간접고용이 아니더라도 파주출판단지의 도서물류 부문을 사례로 하여, 신산업부문의 노동 불안정화 양상을 파악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물류, 판매, 외식, 관광•레저, IT 등의 부문은 근래 10여 년 동안 급속히 성장한 신산업부문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선, 이러한 부문의 고용 비중이 전통적인 제조업 부문의 생산직이나 사무직 업종에 비해 급속히 팽창하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 이중 상당부문은 예전에는 주로 소자본 형태로 존재해 왔으나, 근래 들어 대자본 영역으로 포섭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신산업부문이라고 불릴 만하다. 그리하여 물류단지, 유통단지, 관광단지, IT단지 등의 이름으로 이 부문들을 중심으로 한 신산업단지들도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산업부문들은 또한 불안정노동이 가장 일반화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이 부문 노동 그 자체의 성격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러한 산업 부문들이 급속히 성장하고 대자본에 포섭된 시기가 바로 신자유주의와 노동유연화가 일반화되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 급속한 팽창에 따라 전통적인 산업 부문과 달리 노동조합의 전통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파주 출판단지에서 도서물류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곳의 조사를 통해 이러한 부문 노동자들의 일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파주 도서물류 노동자들은 낮은 연령대, 짧은 경력과 근속년수, 단기 계약 등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평균 연령은 29.9세였으며, 평균 직종경력은 21.9개월, 근속 경력은 12.5개월이었다. 또 6개월 이하 단기계약이 48.9%이고 평균 계약기간이 1년도 채 되지 않는 9.3개월로 단기계약 비율이 높다. 이러한 특성들은 이곳이 청년기에 임시적으로 거쳐 가는 소위 ‘아르바이트’ 일자리로 간주되고 그렇게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중요한 특징은, 소속업체 형태나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노동조건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소속업체 형태와 고용 형태 사이에는 관계가 있어서, 파견이나 용역•도급보다는 원청에서 상용직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월평균임금은 100~150만 원 구간에 70.2%로 대다수가 몰려 있고, 이것은 원청이든 아니든 상용직이든 아니든 별 차이가 없었다. 평균 주 노동시간은 46.0시간으로, 노동시간 역시 소속업체 형태나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비슷하였다. 노동시간 외의 기타 노동복지 항목들에서도 소속업체 형태나 고용 형태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는 편이었다.
새로 조성된 신산업단지답게 법정근로시간이나 수당, 퇴직금 등 법으로 정해진 사항은 공단 지역과 같은 구산업단지보다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 편이지만, 상여금 등의 혜택 비율은 낮다. 또한 특히 사회보험 적용률이 낮은 편인데, 4대 사회보험이 모두 적용되는 비율이 45.6%에 불과하여 다른 곳보다 현저하게 낮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상황은 노동자 의식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인 노동조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조건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임금을 제외한 다른 모든 항목에서 ‘보통’ 이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 또 노동조합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항목을 보면, 물론 이곳에서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3.2%로 다수였으나,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다른 곳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비율인 30.2%였다. 즉 상대적으로 노동조합에 소극적인 편이다. 노동조건 만족도와 노동조합에 대한 견해의 응답 결과가 이렇게 나온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한편으로는 고정적인 ‘직장’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임시적 ‘아르바이트’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단지 내 노동조건이 평준화되어 더 나은 노동조건에 대해 기대하거나 비교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아르바이트 의식’과 ‘하향평준화된 노동조건’을 무기로 노동조건의 개선 요구를 가로막고 있는 반면, 주관적 의식과 달리 이곳이 안정적이거나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점은 지금까지 살펴본바 분명하다. 근래 떠오른 이른바 신산업 부문이란, 바로 이러한 열악한 일자리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신산업 부문이 활성화되고 이러한 일자리가 확산될수록, 일자리의 질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6. 부문별 쟁점
이번 조사의 주요 결과들을 앞서 서술하였으므로, 부문별 주요 쟁점에 관한 조사 결과를 다시 정리하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우선, 대공장 간접고용에서는 기업들이 용역•도급 형식을 갖추고 노동자 관리에 원청이 가급적 개입하지 않고 하청업체에 맡기는 등 불법파견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직영 노동자와 같이 핵심적이고 상시적인 업무에 간접고용을 사용하며 그런 만큼 원청이 사용자성을 갖고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결국 대공장 간접고용은 위장도급에 다름 아니며 이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일 뿐이다.
공단 지역의 노동자들은 극도의 저임금 등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 상태에 처해 있다. 공단 지역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이 사업장 저 사업장을 떠돌며 일하고 있는데, 더욱 문제는 이렇게 이직을 할 때마다 임금이나 고용형태 등 노동조건은 오히려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직업소개소나 파견업체 등 노동력 중개기관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아서, 이른바 고용서비스선진화 방안 등으로 대표되는 노동력중개시장 활성화 정책에 가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력 중 이직을 해가면서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났다. 따라서 노동력 중개가 확대되면 노동조건 악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단 지역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마저 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공부문 외주화 정책에서 궁극적인 모델은 정규직이 거의 없이 간접고용으로만 운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살펴본 인천공항 사례가 그러한 모델을 보여준다. 비교적 숙련이 필요한 업무가 많고 대기업 공사(公社)이지만, 예전이라면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자리였을 이러한 곳에서조차 비정규직이 일반화되어 있는 상태다. 그리하여 이곳에서는 노동자의 불만족도가 매우 높았는데, 이는 중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성의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공공부문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여전히 심하게 자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물류, 판매, 외식, 관광•레저, IT 등 이른바 신산업부문은 근래 고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부문들로서, 청년 고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또한 불안정노동이 만연하여 완전히 ‘정상적인’ 것으로 정착한 부문들이기도 하다. 파주 출판단지의 도서물류 노동자 조사에서도 이러한 특성들이 드러났다.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연령대가 낮고 근속년수가 매우 짧으며 단기계약 비중이 높았다. 또 소속업체 형태나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노동조건이 평준화되어 있다는 특징을 보였다.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는 오히려 높고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비교적 소극적인 태도를 나타냈는데, 이는 청년기 아르바이트로 간주하는 생각과 평준화된 노동조건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고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신산업부문에서 이처럼 불안정한 일자리의 성격이 지속된다면 노동의 불안정화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