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노조를 만들면 바로 해고투쟁 파업투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노조, 임단협 한번 체결하기 위해 3~4년을 투쟁해야하는 비정규직노조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의 임단협도 지금 현재진행형이다. 정규직 임단투처럼 일년에 한번씩 정례화해서 진행하기도 어렵고, 시기집중 투쟁은 더더욱 가능하지 않고, 힘들게 맺은 단체협약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어버리기도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들은 힘든 가운데에서도 투쟁을 일구어 가고 있다.
정규직과 함께 하는 공동임단투는 앞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기에, 이 글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독자 임단투의 현황과 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비정규직 임단투 현황
비정규직 노조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임단협하기
비정규직 노조에게는 매년의 임금투쟁과 2년마다 단협체결이라는 패턴이 그닥 가능하지 않다. 학습지산업노조, 방송사 비정규직 노조, 보험모집인노조 등 2000년에 결성된 많은 노동조합들에게는 노조결성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단체협약은 먼나라 이야기다. 많은 사내하청 노조들이 건설되었지만, 역시 노조결성과 동시에 간부 전원의 해고로 일상적인 노조활동이 가능하지 못하다. 광양제철 사내하청인 금속노조 삼화산업지회는 2002년 단협투쟁을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고, 같은 광양제철 사내하청인 태금산업지회는 노조결성 이후 1년이 넘는 투쟁 끝에서야 5월 말 비로소 임단협을 맺을 수 있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있어 이렇게 힘들게 맺은 단협 역시 업체가 바뀌면 휴지조각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서울대 시설관리노조는 용역업체가 바뀌는 바람에 투쟁이 끝나고 얼마 안 있어 다시 새로운 용역업체를 대상으로 단협인정투쟁을 벌여야만했다. 재능교육교사노조와 삼화산업노조처럼 초기 힘으로 단협을 체결했다 해도 2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단협은 수십가지 개악안을 들고 나온 사측과 2∼3년씩 이어지는 투쟁으로 연결된다.
학습지, 골프장, 건설운송, 시설관리노조의 작은 지부들, 건설일용노조, 사내하청노조 할 것 없이 사측의 노조탄압은 더욱 극심해져 간다. 지속적인 계약해지는 가장 큰 협박이다. 해마다 재계약 시점이 되면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사측은 탄압에 못 이겨 줄어든 조합원수를 핑계삼아 이제는 노동조합의 대표성마저 부정한다. 심지어는 원청에 대한 단체협약, 전임자 임금지급 요구에 공갈 협박 금품갈취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법원은 또한 이를 유죄로 인정하는 지경이다.
열사투쟁을 힘차게 진행하면서 임단협을 체결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의 예는 비정규직노조의 상황 상 극히 드문 사례다.
< 시설관리 >
시설관리노조 중 절반 정도는 2,3년을 넘기지 못하고 깨져나갔다. 해마다의 재계약으로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려야만 하는 시설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라도 만들면, 원청회사는 용역회사를 최저 덤핑 경쟁 입찰을 통해 업체를 바꿈으로써 손쉽게 노동조합을 정리했다. 임단협도 제대로 못해보고 하루아침에 시설노동자들은 해고노동자로 전락하고, 단지 인력을 공급해주는 심부름 센타에 다름 아닌 용역회사는 문제해결의 주체일 수 없었다.
그래서 용역업체를 상대로 민주노조 사수, 용역해지, 임금문제 등을 중심으로 단협을 체결하고 안정적으로 조직을 유지한 시설관리노조의 사례가 많다. 그러나 노조 결성 초기에는 가시적인 물질적 성과를 따낼 수 있더라도 간접고용이라는 구조 속에선 몇 년이 지나면 더 이상 용역업체로부터 따낼 것이 없는 상황이 돼버리기고 만다. 영세한 지부는 노조유지 자체가 불가능하고, 그나마 안정적인 규모있는 지부는 용역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한계적 임단협 상황 속에서 정체된다. 그래서 전국시설관리노조는 2003년부터 임단협 시기를 맞추고 7월 16일 결의대회를 통하여 불법용역철폐, 위장도급철폐, 근기법적용 제외철폐, 사용사업주(원청)와 직접교섭 법적 제도화, 사용사업주고용승계의무 법적 제도화 등 시설 노동자들의 사회적 요구를 내걸고 투쟁을 선포했다.
< 학습지 >
2002년도에 시작된 재능교육교사노조의 임단협 투쟁은, 사측이 2000년 단체협약 내용의 삭제와 축소를 요구하면서 2년째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회사측 은 조합원의 자격 및 범위, 관리시간 중 조합활동, 조합전임, 정사원발탁, 월회비등록수수료, 성과수당, 전문수당, 공헌수당, 관리과목 수, 위탁계약서, 업무지침, 재택제도, 하기휴가, 조합/회사협의회, 유효기간, 사업부제팀장 등 25개 항목의 개악안을 준비해 놓고, 노동조합을 공격해오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전임자 축소 등 조합활동을 제약하는 내용과 여러 종류의 새로운 누계순증 제도를 만들어 이중 삼중의 성과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측은 공헌수당, 하기휴가비 마저도 성과와 연동하여 (+)순증이 났을 경우에만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단협 명칭에 있어서도 '업무지침'의 삭제, '휴가'를 '영업지원' 명목으로 바꿔 노동자성의 바탕이 되는 요소들마저 없애버리려 한다. 임협도 단협처럼 2년에 한번씩만 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학습지 노동자들에게 있어서는 기본급의 개념이었던 '기본관리과목 100과목 이상원칙' 역시 삭제를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성과수당문제인데, (+)순증시에는 순증수 (월회비+5,000원)을 지급하고, (-)순증시에는 순증수 월회비를 임금에서 제하겠다는 회사의 도발이 강경하다.
그나마 재능은 2000년에 체결한 단협을 바탕으로 투쟁이 가능하지만, 다른 학습지들은 노동조합 건설 이후 4년여의 지속적인 투쟁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을 아예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들은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신분이 아니라며 계속해서 교섭을 거부하고 있으며, 단체교섭응낙가처분 역시 노동자성을 이유로 기각된 상태다.
< 레미콘 >
전국건설운송노조는 2001년 파업투쟁 이후 조직을 추스르고 개별 분회별 단체교섭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각 단사별로 단체협약, 합의서, 각서 등 명목은 다양하지만, 1년에 한번 운송단가 인상, 유류비 지급, 일요일 휴무 등을 중심으로 한 임단협 투쟁을 전개해오고 있다.
노조건설 이후 첫 임단협은 대부분 해고투쟁, 파업투쟁을 수반한다. 서보분회 역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자마자, 회사는 노동조합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단체교섭을 거부하였고, 간부 7명에게 계약해지 통보서를 발부했다. 147일간의 파업투쟁 끝에서야 일방적 계약해지 금지, 차량 증감차 협의, 운반비 인상 등 소급적용 등의 10여개 조항의 합의서를 받아들 수 있었다.
17일에는 성진레미콘분회가 파업을 시작했다. 사측이 2004년 임단협을 거부하고 지난해 6월 유류가 인상에 대비, 사측이 인상분 지원을 합의해 놓고 이를 일방적으로 지키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사측은 일방적인 재계약을 통지해 놓고 3명의 간부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해왔다. 사업주의 합의사항 불이행, 노조불인정, 교섭거부, 부당해고에 맞서 파업투쟁이 진행중이다. 3여년 간 인정했던 노조를 '노동자가 아니다'며 하루아침에 노조의 실체를 부정하고 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은 물론, 19억원의 손배가압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순간도 양보할 수 없게 노동조합을 깨기 위한 사측의 도발은 때를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 금속노조 삼화, 태금 지회>
금속노조 삼화, 태금 지회는 포스코 광양제철 사내하청업체 노조이다. 2000년에 노동조합을 결성한 삼화산업지회의 경우 사측이 2001년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의 일환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투쟁과정 중에 업체는 '포스코에 노조의 5년 무쟁의 선언서를 갖다줘야 한다'며 억지주장을 폈고, 포스코는 '협력약관의 쟁의행위금지 조항'을 들어 노조에 협박을 일삼으며 사태를 악화시켜 왔다. 삼화산업은 2002년 단협, 2003년 임협을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광양제철 사내하청 업체인 태금산업지회의 경우에도 2003년 2월 노조를 설립하고 바로 돌입한 임단협이 1년을 넘기고 2004년 5월 말에야 체결되었다. 전임자, 조합활동, 15%임금 인상 및 복지등의 임단협 안이 5월 31일 조합원 총투표에서 통과되었다. 태금지회는 7월부터 다시 2004년 임협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며, 장기투쟁중인 삼화업지회와 공동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삼화 태금지회는 투쟁의 기간이 워낙 긴 관계로 공투가 필연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 지역건설노조 >
지역건설노조의 경우 공기가 끝나면 건설현장이 사라지기 때문에 지속적 임단협의 조건이 마련되어지지 않는다. 2000년 지역건설노조들이 시공업체(원청)들을 상대로 단체협약을 요구하고 일용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지역건설노조들은 이른바 '현장사업'을 강화하면서 산업안전법과 근로기준법 등의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조합원들의 고발장을 수집해서 원청 건설업체 책임자와의 직접 면담을 요청했다. 이것이 바로 일용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설일용 노조의 '교섭요청'이다.
단체협약의 기간은 협약체결시점부터 현장의 준공검사 전까지 대략 1년 반 정도의 기간, 건설현장에서의 노조활동보장, 근로기준법준수, 근로계약서작성, 임금지급기일, 복지후생, 고용보험, 퇴직공제제도, 산업안전교육, 안전장구 지급 등 아주 기본적인 부분에서 원청의 책임을 강제하는 내용이다. 현장 크기에 따라 약 5일에서 10일 정도의 일급으로 전임비를 책정하고 전임자를 고용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켜 전임자를 확보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을 대상으로 교섭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건설노조는 원청인 건설사와 직접 단협을 체결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노동조합의 힘을 키워나갔다.
그런데 03년 10월부터 검찰과 경찰은 지역건설노조들이 시공업체들로부터 단체협약 체결과 전임비 지급을 명목으로 '공갈협박'과 '금품갈취'를 일삼고 있다며 조사에 나섰다. 대전, 천안, 경기지역에 걸쳐 많은 현장활동가들이 구속, 수배상태에 있다.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 위한 정권과 자본의 술수다.
업종노동자간 집단적 교섭과 투쟁
이번 타워크레인 노조가 보여준 집단적 힘은 전국의 동일업종 노동자들의 투쟁이 얼마나 강위력한 힘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동일한 업종이 비슷한 고용형태와 노동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단일업종노조를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 전국 건설운송노조,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전국보험모집인노조, 골프장단일노조준비위 등 특수고용 노조가 그러하고 전국시설관리노조, 전국타워크레인노조, 화물연대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조직형태상의 이점이 투쟁의 힘으로 드러나고 있지는 못하다. 아직 전국적 질서를 가동해 공동의 투쟁에 나선 예는 01년 전국건설운송노조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 그리고 04년 타워크레인 노조, 화물연대의 투쟁 정도이다.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의 공동임단투의 경우에는 보통 규모가 있는 사업장이 먼저 타결을 보고 그렇지 못한 중소영세사업장들이 남아 어려운 싸움을 하곤 하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오히려 대규모업체가 배짱을 튕기며 끝까지 버티고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때 유진기업, 쌍용, 한일등이 그러했고,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투쟁에는 흥화타워가 끝까지 버텼다. 학습지산업협회, 전국레미콘협동조합연합회,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 등 사용자 단체를 이끌고 있는 이들도 이런 대규모 사업장들이 보통이다. 이들이 주도권을 쥐면서 영세사업장들의 노동조합과의 합의마저 봉쇄한다. 결국 이런 상황 속에서는 단위사업장의 투쟁을 넘어서는 업종별 공동투쟁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타워의 경우, 현장을 마비시키는 강력한 파업투쟁과 대중적인 선도투로 산별협약을 쟁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학습지의 경우, 초기 집중투쟁의 시기를 놓친 이후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레미콘의 경우도, 2001년 공동투쟁으로 전개했지만 준비가 미흡한 상황 속에서 진행된 중앙투쟁과 교섭에서 그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각 단사의 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건설운송노조는 다시금 일어서고 있고 골프장 역시 개별 단위사업장의 크고작은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조직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2003년 타워노조는 단협안 등 총 75개조항과 부칙을 가지고 협동조합과 개별사를 상대로 교섭과 투쟁을 진행해, 협동조합 33개사 개별사 79개사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220만원 보장/ 연월차휴가/ 4대보험 가입/ 산업안전대책마련/ 일요일휴무정착/ 포괄임금방식을 저지하고 기본급, 시급, 연장근로수당, 기타 단협상의 근로조건이 명시된 표준근로계약서를 쟁취해, 산별교섭의 전형을 창출한 바 있다.
2004년 역시 교섭 대상업체는 총 164개사였고, 전국건설현장을 멈추는 강위력한 투쟁을 통해 146개 교섭 대상업체들을 두개의 사용자 단체에 교섭권을 일임하게 만들었다. 결국 파업투쟁과 500여명의 타워점거라는 대중적 선도투를 통해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 위임사 (108개업체)/ 사단법인 타워크레인 안전관리경영자협회 위임사 (38개업체)/ 기타 개별사 (4개업체) 등 총 150개업체와 표준근로계약 체결 불법용역 소사장제 폐지 파주교육원 폐지 최저임금 12만5천원 인상 등에 대해 합의했다. 특히 불법용역 및 소사장제 폐지 문제에 있어서의 합의가 의미가 큰데, 협동조합과 협회가 소사장제 금지를 지도·권고 하고, 이행하지 않는 해당 타워회사에 대해 자체 징계조치하고 노조는 노동부 고소고발을 하는 방식의 다각도의 방식을 노사가 합의했다는 데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각 현장에서 단체협약을 사수하는 투쟁일 것이다.
원청을 대상으로 한 비정규직 노조들의 공동투쟁
하나의 사업장 안에 노조가 3개, 4개씩 존재하기도 한다. 정규직노조, 생산라인의 하청노조, 시설관리· 식당·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시설관리노조나 여성연맹이나 일반노조, 운전직 노동자들은 화물연대. 이렇게 조직질서로 보면 업무별로 다른 노조를 구성하고 있고, 또 여러조직별 조직대상이 겹치는 문제로 대단히 복잡한 구조를 가지게 된다. 게다가 용역업체별로 노조가 하나하나 따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각각의 상급단체가 다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간의 공동투쟁은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현재 포스코라는 거대원청을 상대로 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 모색되고 있다. 포항에서는 포스코 노동조합정상화추진위원회가 만들어져, 정규직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함께 노조민주화를 위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고, 광양에서 포스코를 대상으로 하는 제조업, 화물업, 건설업의 노동자(포스코 광양제철 사내협력업체인 삼화산업 태금산업 / 화물연대/ 동부건설)들이 공동의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각업체별로 노동조합도 다르고 상급단체도 다르지만 포스코라는 자본에 대한 공동대응의 필요성은 공히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아직은 시기집중 투쟁을 논의하는 정도의 수준이고, 시작은 미약하고 더딜 수 있지만, 이 시도가 비정규투쟁의 또하나의 전형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2. 비정규직 임단투에 관한 몇가지 제언
1) 임단투의 본래적 의미를 살리자.
액수문제를 넘어서 임금체계에 개입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를 보면 포괄임금제, 직시급제, 건당제나 수당제 등의 100% 성과급 등 왜곡된 임금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노동현장에서는 수당조차 없는 야간노동, 휴일노동이 당연스레 받아들여지고, 이는 필연적으로 장시간 노동과 노동조건의 악화를 낳는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왜곡된 임금체계는 결국 저임금의 안착화로 귀결되어진다.
시설관리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포괄임금제가 적용되고 있다. 포괄역산제로 임금총액을 정해 놓은 후 임금구성학목을 역산한 경우가 있고, 임금구성항목의 구분 없이 '기본급 및 제수당 포함'이라고 명시해 놓은 경우도 있다. 호봉도, 직제도 없기에 근속년수에 따른 임금인상은 꿈도 못 꾼다. 심지어 퇴직금까지도 월급여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수고용 노동자, 그리고 도급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100%성과급 하에서 일하고 있다. 회사는 끊임없이 노동자의 노동의 대가를 성과와 연동시켜 노동자들을 무한경쟁으로 밀어 넣고, 노동자의 영업실적, 회사의 경영실적을 통해 노동자들을 통제한다. 노동자들은 이러한 성과위주의 임금체계를 내면화하게 되면서 임금수준을 개인의 능력의 차이로 규정짓게 되고, 이렇게 벌어진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협상과 같이 몇% 인상 등의 액수문제를 넘어서 임금체계를 변화시켜내는 투쟁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타워크레인 노조의 경우, 2003년 투쟁을 통해 대부분의 현장에서 포괄임금정산방식으로 인해 빼앗겨왔던 연월차 수당, 시간외 근로수당 등을 되찾았다. 15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기본급과 시급, 시간외 수당 등 임금구성항목을 명확히 한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할 것을 합의했다. 시설관리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하면서 임금구성항목을 되찾아왔다. 물론 쉬운 투쟁은 아니다. 회사측에서는 끝까지 양보하려 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협상은 반드시 왜곡된 임금체계를 바로 세우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성과급적 요소를 반드시 저지하고 기본급 확충을 통한 생활임금을 쟁취하자.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재능에는 영업성과가 마이너스일 경우 월급에서 마이너스된 과목의 액수만큼 까나가는'마이너스성과수당 월별정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심지어 하계휴가비마저도 성과와 연동시키려하고 있다. KT전화국의 모하청업체는 전화국내 업체별 순위에 따라 임금인상여부를 결정짓겠다고 노동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급이 가져올 극심한 내부 경쟁과 노동자간 분열을 가져올 성과급적 요소는 기필코 막아내고 바꿔내야 할 과제이다.
레미콘 노동자들 역시 초기 전환 과정에서는 성과가 곧 임금액수의 차이로 드러났기 때문에 무리한 경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잦은 사고, 부당배차, 그리고 노동자간의 갈등이 심화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월 배차횟수를 맞추는 과정을 통해 노동자간 갈등을 극복하고 노동자적 단결, 그리고 사측으로 넘어간 현장 권력을 다시금 되찾아왔던 경험을 상기하자.
특수고용노동자, 그리고 도급노동자들의 경우 장기적으로 기본급 쟁취를 위한 투쟁을 준비해 들어가야 한다. 기본급적 요소에 해당되는 비수기의 생계비 문제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노동자가 부당하게 부담하고 있는 제반비용을 회사의 책임으로 다시 되돌리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내부격차를 없애자
자본은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차별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에도 위계를 만들고, 경쟁을 시킴으로써 여전히 통제력을 유지하려고 한다. 계약직, 일용직, 파견직 등 다양한 위계를 만들고 임금과 노동조건, 복리후생 등에서 다양한 차별의 기제를 만들어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처지의 비정규직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일용직 노동자들이나 파견직 노동자들을 짓밟고 올라설 것을 강요받고 있다. 그러면서 자본 종속적인 태도를 내면화하게 되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발표된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을 내놓았다. 시험을 통해 570명을 3년에 걸쳐 정규직화 한다는 안을 내놓았는데, 여기서 일용직(150여명)은 제외시킨다는 것이 공단의 방침이다. 이러한 자본의 차별적인 방침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내야 한다. 사내하청노조의 경우에도 1차하청 뿐 아니라 2, 3차 하청노동자들의 문제를 받아안고 함께 투쟁해야 한다. 아직은 무리라고 말하지 말자. 지금 못하는 것은 나중에 노조안정화 이후에도 똑같이 불가능한 문제로 남고 만다. 시설관리노조나 일반노조의 경우에도 기술직과 경비, 미화직이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묶여있지만 그 사이에는 업무의 종류, 임금 수준, 노동조건 등에 있어 차이가 많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기술직들은 대부분 무관심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한통산업개발 비정정규직지부는 노조설립과 함께 가장 핵심적으로 내건 방침이 계약직과 일용직 노동자간의 격차 줄이기였던 것을 기억한다.
열악한 노동조합의 상황 속에서 더 열악한 노동조건의 노동자들과 함께 나아간다는 것이 부담이라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외면했던 정규직 노동자들의 행동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고 감히 이야기한다. 자본이 갈라놓은 분열의 벽을 깨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
2) 단위사업장 투쟁을 넘어 사회적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6개월이 넘게 투쟁해서 쟁취한 단협이 업체 변경으로 인해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 상황,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4년이 넘게 단체협약 체결을 부정하고 있는 강경한 자본의 벽 앞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무엇으로 맞설 것인가? 오랜 기간 투쟁해서 만든 성과가 물거품이 되어도 개의치 않고 다시 투쟁을 진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영세한 용역업체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기는 노동조합으로서도 대단히 힘든 일이다. 노동자성 문제로 딴지를 거는 사측 앞에 단위사업장만의 투쟁으로 대적하기에 너무나 큰 한계에 부닥친다.
이제 단위사업장의 임단투를 뛰어넘는 사회적 투쟁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전면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임금인상을 가로막고 있는, 고용안정을 가로막고 있는 구조, 제도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회적 투쟁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시설관리노조는 용역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투쟁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감시단속적업무, 포괄임금제 등 제도적으로 시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제도적 문제의 해결을 대사회적 요구로 내걸고 공동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과 노동3권 보장을 내걸고 공동투쟁의 흐름을 이어온 지 벌써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중간착취로 인한 저임금의 고통은 중간착취를 근절하는 파견법 철폐 투쟁으로 발전되어야 하고,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투쟁으로 이어가야 한다. 단위사업장의 투쟁으로 넘어서 사회적 투쟁을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업종별, 고용형태별,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동요구를 내걸고 투쟁하자. 정부를 대상으로 당당히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하자. 이것이 개별 사업장 임단투를 넘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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