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기관지 질라라비

NO.65|08|2008

전국사무연대노조 출범의 의미와 향후 활동 방향

:: 2009-08-21 조회: 3672

전국사무연대노조의 전신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동조합

1999년 4월10일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동조합(이하 서사노)이 출범했다. 서울 경인 지역에 있는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사무직, 서비스직, 금융직 등)의 이해와 요구를 담아 조직하기 위해서 지역노조를 만든 것이다. 처음 만들 당시 대부분의 동지들이 지역노조에 대해서 생소하게 느꼈다. 그 당시 조직된 노동조합 대부분이 기업별노조 형태로 조직되던 시절이었다.
서사노를 운영하고 조직하는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조직대상이 많다고 곧 바로 조직되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을 조직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 대부분 소규모 인원 구성, 재정여력 부실, 높은 이직률 등으로 노조 결성을 했다하더라도 지속적인 유지가 힘들고, 비정규직 경우 노조 결성 후 곧바로 고용 문제 등의 급박한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노조 조직화 승률이 높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면 경우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10군데 사업장을 조직해서 5군데 살리면 ‘정말 잘했다’, ‘대성공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노조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지역노조는 사람과 재정난에 매번 허덕인다. 정말 자기의 헌신적인 희생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과정에서 많은 동지들이 개인적인 전망과 재정의 어려움, 힘든 활동 등의 이유로 떠났다. 그래도 세월과 경험이 쌓이면서 동지들이 하나 둘 늘고, 지부도 늘면서 그럭저럭 유지해왔다.
서사노 활동을 돌이켜보면 비록 어렵고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유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깃발에 새겨진 ‘노동해방’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전국사무연대노조 출범의 의미

서사노 9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2008년 6월17일 임시대의원대회 규약개정을 통해서 ‘전국사무연대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출범을 앞두고 집행부에서 산별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다. 원래는 2007년 하반기에 전국적인 산별조직으로 출범하려고 했다. 그러나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되었다. 이유는 2008년 2월에 사무금융연맹 대산별노조(가칭 ‘전국사무금융노조’)가 건설 예정 때문이었다. 대산별노조가 출범하는데 서사노가 전국산별로 간다는 것이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즉 서사노가 대산별노조의 초기업단위노조로 인정되고 지역지부의 역할을 분명히 하다면, 안정적인 신규조직 사업과 재정, 인력 등의 지원을 통해서 지역사업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사무금융연맹은 2008년 2월에 출범하기로 한 대산별노조를 4월로 미루었고, 급기야 10월까지 미루는 상황이 되었다. 출범을 못한 이유는 지도부 구성, 소수의 전환사업장, 조합비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깊게 들어가면 대규모 사업장 기득권의 이해관계도 깊숙이 배어있었다.
2008년 연맹이 산별 건설을 논의 하고 있을 즈음해서 서사노에는 전국적인 규모의 비정규직 사업장이 가입했다. 농협중앙회, 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다. 덕분에 조합원 수도 대폭 늘었다. 그리고 사무금융연맹에 있는 다른 비정규직노조, 중소영세사업장 등이 함께 할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본격적으로 독자적인 산별 건설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출범 전에 논의 된 중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무금융연맹 비정규직 사업을 전국적인 차원에서 전개한다.
사무금융연맹에 소속된 비정규직 사업장은 우리 노조에 있는 사업을 장을 제외하고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 전국보험모집인노조, SG신용정보노조 등이다. 대부분의 비정규직은 정규직노조에 가입되어 있거나 아니면 배제되어 있는 상황이다.(실태조사는 안되어 있으나 많은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이 노조에서 배제 되어 있다.) 이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사업을 고립 분산적으로 하지 않고 집중해서 조직하고 사업하기 위해서 전국적인 조직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2. 현재 민주노총 차원에서 진행되는 업종 중심의 산별에 대한 문제의식에 출발한다.
이 문제는 심도 있게 논의된 내용은 아니다. 다만 민주노총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산별 사업이 업종중심으로 굳어지면서 전체적으로는 지역적인 문제(조직화, 단결, 투쟁 등)가 소외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우리 노조의 상급단체인 사무금융연맹의 산별도 제2금융권 중심의 대산별 건설이다. 말은 대산별이지만 확대된 업종 산별이다. 업종별 관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역 차원에서 중소영세비정규직 사업을 전개하자는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로 울릴 때가 많았다. 쉽게 말하면 서사노 차원에서 조직화 사업만 한 형국이었다. 민주노총의 산별 계획에 전면적인 수정이 없다면 당분간은 업종별 산별이 대세를 이룰 것 같다. 그렇다면 서사노라도 지역을 중심의 단결과 투쟁을 지향하는 전국적인 산별을 건설해보자는 취지이다.

3. 지역 차원 연대를 더욱 강화한다.
현재 서울지역에서는 지역/일반노조가 우리노조 포함해서 6개 정도 있다. 서울일반노조, 서울의류노조, 서울인쇄노조, 서울지역통신노조, IT산업노조 등이다. 2년 동안 지역/일반노조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모임’을 구성하여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등의 내용으로 공동 사업과 투쟁을 전개했다. 이런 공동사업의 성과를 모아서 단일한 노조를 결성을 위한 동기를 마련하려고 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각 노조별로 상황과 조건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곧바로 단일 노조 결성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모두들 단일한 노조 결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우리 노조도 서울지역의 지역운동을 전면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이들 노조와 함께 단일한 조직 결성과 공동의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지역 차원에서의 지역 연대의 실천적 강화는 전국사무연대노조의 중요한 사업의방향이다.
출범의 의미는 출범 전에 논의 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실천을 통해서 현실화해야 한다.

전국사무연대노조의 활동방향

전국사무연대노조의 중심 활동 방향은 중소영세 비정규 노동자의 적극적인 조직화를 통한 지역운동 활성화에 있다. 서울지역 운동의 활성화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타 지역에 대한 조직화와 지역운동 결합은 점진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서울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일반노조들과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서 단일한 조직 결성을 목표로 지역 차원의 공동 사업을 적극 전개할 것이다. 지역운동이 활성화 되고 지역 노동자의 대표성을 분명히 할 정도로 조직된다면 지역협약 체결을 통해서 서울지역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협약은 ‘서울시’ 또는 ‘(가칭)서울지역 사용자 단체’등과 맺을 것이고 담길 내용은 최저임금, 노동시간, 기본적인 노동복지 등의 내용일 것이다. 먼 미래의 일일 것처럼 들릴지라도 이러한 지향을 가지고 지역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현재는 서사노의 관성대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전국적인 체계를 갖춰 나가야 한다. 각 지역별로 지역본부를 구성할 것이다. 현재 조직으로는 지역 체계를 갖추기는 어렵다. 당분간은 주체를 세워내는 정도의 사업을 전개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미조직된 노동자들이 많이 산재하여 있다. 특히 사무직, 서비스직, 금융직, 특고노동자(텔레마케터 등)등이다. 이들 노동자들이 전국적으로 결집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형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직화를 시도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운영 틀은 유지하면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조직 활동을 펼칠 것이다. 2007년 7월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의 부작용으로 인해서 2인 이내 계약해지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단시간 노동자(호출, 파트 시간제노동자 등), 용역, 파견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조직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지역사업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력과 재정이다. 이점이 서사노 9년의 세월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이다. 현재 지역/일반 노조의 현실은 인력과 재정을 자력으로 해결하는 구조이다. 물론 자력으로 해야 한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각 산별노조가 지역운동을 활성화 하는 취지에서 적극적인 보급선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영세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 중요하다면서도 실제 조직화 사업을 하고 있는 지역/일반노조에는 어떠한 지원도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최소한 인력과 재정지원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조합운동의 밝은 전망이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운동의 활성화을 위해서는 민주노총 차원의 산별 추진 방향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미 상당수의 연맹이 각 업종 중심으로 산별이 전환되었거나 추진 중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노조의 상급 단체는 사무금융연맹이다. 현재 산별을 추진 중에 있지만 매우 더디 가고 있다. 향후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그렇지만 우리 노조는 사무금융연맹 산별노조로 간다면 현 조직 구도 상 함께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사무금융연맹이 추진하는 산별이 업종 중심이 아니라 지역 중심의 산별이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특히 서울지역 차원에서라도 지역 중심의 산별 구도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속에서 지역/일반노조와 연대와 단일 노조 건설도 도모할 것이다. 지금당장 세부적인 계획서를 제출할 수 없지만 말이다. 산별 전환이 구체화 되면서 세부적인 계획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한다.
앞으로 더욱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의 사각 지대에서 고통 받을 것이다. 지금도 하루에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소리 소문 없이 일자리 떠나거나 일자리 찾아 헤맬 것이고, 자포자기로 자기 생을 절망의 구덩이로 내몰고 있다. 전국사무연대노조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중소영세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할 것이다. 항상 마음속으로 되새기는 말이 있다. ‘우리의 희망은 발끝에서 나온다’라는 말이다.

사무연대노조소속 비정규 투쟁사업장

농협중앙회(비정규)지부

농협중앙회(비정규)지부(지부장 : 배삼영)는 9년 전에 결성되었다. 원래 한국노총 공공서비스연맹 소속이었다. 작년 말에 조직전환을 통해서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으로 가입했고 올해 5월에 서사노로 조직 전환했다. 1금융권에서는 유일하게 비정규직 노조가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사측의 눈엣가시가 되고 지속적인 노조 탄압에 시달려 왔다. 최근에 와서는 2007년 7월1일 실시된 비정규직 보호법을 염두에 두고 사측에서는 비정규직(전체 비정규직은 1만여 명)중 2000여명을 무기계약직(별정직) 전환을 실시했다. 그러나 사측은 조합원 중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사람에 대해서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합비도 공제하지 않고 정규직노조 가입을 강제했다. 또한 배삼영 지부장을 올해 2월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까지 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한때 2천여 명에 달하던 조합원 수가 급감하여 현재 2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에 지부 차원에서 투쟁을 전개하다 7월11일 배삼영 지부장이 농협중앙회 30미터 외벽에 목숨을 걸고 매달렸다. 이런 과정에서 사측과 해고자 복직, 노조탄압 중단, 조합원 지위 인정 등의 합의서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07년 임금/단협이 타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교섭을 통해서 임/단협이 끝나지 않으면 투쟁 돌입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신용, 경제 사업장에 있는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신용보증기금비정규지부

신용보증기금비정규지부(지부장 : 손병일)는 올해 5월18일에 결성되었다. 신용보증기금은 중소기업이 창업할 경우 자금을 지원해주는 곳이다. 정규직 노조는 한국노총 금융노조 소속이다. 전체 직원 2,000여명 중 비정규직이 270여명이며 현재 조직된 비정규직은 채권추심직 중심으로 110명이다. 현재는 출납, 서무 여성 동지들이 가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가 만들어진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07년 7월1일부터 시행된 비정직보호법을 피해가기 위해서 11개월씩 2번, 총 22개월이 되면 계약해지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시행이 예고되는 2년 전부터 신용보증기금은 신규 비정규직 채용 시에 2년 미만으로 계약을 했다. 그 이유로 현재 매월 계약해지자가 발생하고 있다. 둘째는 정부에서 07년 하반기에 실시한 공공부문 비정규 1차 종합대책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보증기금은 공기업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당시 신용보증기금도 무기계약직 전환예정자를 81명이라고 정부에 보고하였고, 정부에서 발표한 ‘공기업 무기계약 전환 규모’에서도 신용보증기금 81명의 대상자가 있다고 확인되었다. 하지만 신용보증기금은 정규직노조와 협의 중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았다. 이런 두가지 이유로 인해서 노조가 만들어졌고 현재 교섭과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비정규지부

한국주택금융공사비정규지부(지부장 : 오세길)는 올해 6월6일 노조가 만들어졌다. 이유는 신용보증기금과 똑같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서민들이 집을 마련할 때 자금을 지원해주는 정부 공기업이다. 전체 직원은 400여명이고 비정규직은 200여명이다. 현재 조직된 비정규직은 채권추심 노동자 35여명이다. 정규직노조는 한국노총 금융노조 소속이다. 공사 측은 무기계약직 전환 예정자 18명의 채권추심노동자들을 올해 6월30일자로 특별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 했다. 이들 18명은 원래 ‘공공부문 비정규직 1차 종합대책’에 의해서 정규직으로 전환 했어야 하는 인원이었다. 그러나 공사 측은 정부의 추가적인 지침도 없는 상태에서 자의적인 판단으로 해고한 것이다. 올해 7월에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2차 종합대책’에 따르면 올해 6월30일자로 2년 이상 된 비정규직은 정규직화 하라고 지침이 내려졌다. 2년 미만 된 비정규직도 매달 계약해지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공사 측과 교섭과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김호정 | 전국사무연대노조 위원장

△이전글: 공공부문 선진화 계획과 비정규직

▽다음글: 욕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