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8년 정세 전망
2008년 노동 및 비정규직 관련 정세에서 다음 두 가지는 특히 핵심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첫 번째는 물론 이명박 정권의 출범이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 캠프가 친기업-신자유주의의 노골화를 표방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명박은 수많은 비리에도 불구하고 “뭐든 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압도적인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런 만큼 신정권은 정권 초기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노골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비정규법의 후속조치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간제법의 적용은 2007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되었지만, 전체 비정규직 중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율은 6.3%에 불과하다. 즉 2008년 7월 적용대상이 7.9%, 2009년 7월 적용대상이 85.9%에 달한다. 따라서 2008년 동안 기업들은 비정규직의 재편을 꾀할 것이며, 이는 기간제 노동자의 대량 계약해지 및 외주화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2008년은 크게 보아 신자유주의 정책의 급속한 노골화와 비정규직의 재편이라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자본과 정부는 어떤 전략으로 공세를 할 것인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어떤 대응을 보일 것인지, 그리고 비정규운동이 이러한 정세에서 해야 할 것이 무언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것이 철폐연대의 2008년 사업 기조의 기반이 될 것이다.
2. 신정부의 정책방향
신정부의 경제·노동 정책은 전(前)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접근을 계승하면서도 훨씬 노골화할 전망이다. 시장주의적 정향을 분명히 내세우고 있는 반면,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서는 접근 방식 자체가 불투명하거나 언급하고 있지 않다. 지금까지 당선자 및 인수위의 행보를 보건대, 적어도 집권 초기인 2008년에는 스스로 표방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정책들을 과감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1) 유연화와 성장 중심
신정부의 후보 시절 구호는 “7% 성장, 일자리 300만개 창출”였다. 이것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차치하고, 문제는 이러한 ‘목표(!)’를 위해서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가이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친기업 정책과 노동 유연화로 가능하다는 것이 신정부의 핵심적인 접근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이러한 ‘경제 성장’ 속에서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한 국정과제 중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핵심·중점 과제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 이는 2003년 노정권의 출범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 등에 대한 적극적인 차별 시정 조치” 등을 중심적인 국정과제로 열거했던 것과 차이가 난다. 그만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고, 비정규직 확산 및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를 노동유연화로 휩싸서 접근하려는 태도다. 이명박 당선자는 후보 시절 그런 생각들을 밝힌 바 있다. 즉, 대기업 노조에서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것이 노동시장을 경직화하고 높은 해고비용을 야기하며, 이것이 비정규직 문제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시정제도가 마련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은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하고, 그를 지원하기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비정규직 문제를 빌미로 노동시장 유연화와 임금 유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전(前)정권과 마찬가지로 신정부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노동유연화 공세를 계속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2) 공공부문의 시장화
인수위는 연일 중앙정부 통폐합, 공기업 민영화, 의료·복지·교육·방송 등 시장화 강화 등을 발표하고 있다. 이로써 사회공공성이 더욱 취약해질 것은 물론이요, 공공부문 구조조정으로 인해 정규직의 고용불안정과 외주화 등에 따른 비정규직의 대량 양산이 예상된다.
그러나 공공부문 재편은 계획 단계의 검토 및 여론 선점의 정도에 따라 각 부문별로 시간적 차이를 두고 행해질 것이다. 따라서 노동측이 총체적인 전선을 치는 데에는 투쟁주체들의 집결의 어려움, 부문별·의제별 분할 등 교란요인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3) 노동배제
노사관계에 관하여 신정부는 이른바 “법치화와 노사평화”를 내세우고 있다. 법치를 가장 처음에 내세움으로써, 투쟁사업장이나 정치·정책파업에 대해 이른바 불법 투쟁으로 간주하면서 탄압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한편, 노사평화를 얘기하면서도 법치가 전면에 나서고 사회적 타협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전(前)정부에 비해서 포섭보다 더 노골적인 노동 배제를 추구할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기에 신정부와 양대노총과의 관계는 매우 다르다. 신정권은 한국노총과 선거 전 정책 공조를 선언하였던 반면, 민주노총과는 면담을 취소한 것에서 드러나듯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른바 ‘사회적 협상’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민주노총을 배제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노총과의 이른바 ‘정책공조’는 어떻게 될 것인가. 비정규직 보완입법, 사회적 대화기구 창설 등 한국노총의 요구에 대하여 대선 전 공약으로 받아들인 바 있다. 그러나 당선 후에는 관련한 언급이 전혀 없거나 말을 바꾸는 등 이러한 공약이 실제로 추진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결국 신정부는 법치를 내세워 물리적 탄압과 이데올로기적 여론 공세를 강화하면서 노동을 배제하는 전략을 기본으로 하되, 이러한 공세에 기가 죽어 순치(馴致)되는 부문만 받아들이는 강경노선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3. 자본의 노동재편 전략
이러한 정부의 ‘지원(?)’을 발판으로 자본측의 노동자계급 재편과 통제가 2008년 동안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여기서 비정규직의 재편이 핵심적이다.
사실 비정규법과 그것을 전후한 조치들이야말로 자본에 의한 노동자계급 재편에 박차를 가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즉 비정규법에 따른 이른바 ‘정규직화’는 무기계약제와 직군제라는 형태로 노동자계급의 분할 및 차별의 고착화로 나아가고 있고, ‘차별시정’이라는 명목하에 성과형 직무급제를 통한 노동자간 경쟁구도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여기서는 자본의 노동재편 전략의 핵심방향을 짚어 보자.
(1) 비정규직의 정상화
비정규법은 정규직 고용 원칙을 폐기하고 비정규직 고용을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하는 이데올로기의 법적 표현이다. 기업은 어떠한 제한도 없이 이유 불문하고 기간제 노동자를 마음껏 쓸 수 있으며, 2년이라는 기간은 오히려 기간제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최대기간으로 작용함으로써 고용불안정을 심화할 따름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서 발표된 것과 같은 이른바 “합리적 외주화 원칙”은 (심지어 공공부문에서조차) 효율성이라는 자본 경영의 잣대를 승인한 것으로 간접고용의 길을 넓게 터놓았다.
물론 이 내용 자체는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을 법적으로 승인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동시에 자본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롭게’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이데올로기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효과는 어떠한가. 친노동이라고 불렸던 학자들이나 심지어 일부 노동계에서도 암묵적으로 정규직 고용이라는 원칙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니고 있다. 즉 비정규직 고용은 ‘어쩔 수 없는’ 것이므로 열악한 노동조건의 개선이나 사회적 안전망의 확대가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규직 고용이라는 원칙적 전제를 포기하는 순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고용이 정상적인 것이 되고, 그것이 바로 비정규법 등을 통해 자본이 노리는 방향이다.
(2) 분할의 강화, 차별의 고착화
비정규법과 그를 전후한 조처들에 따른 이른바 ‘정규직 전환’은, 하위직급의 신설, 분리직군, 무기계약직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다수가 무기계약직과 분리직군으로, 절대로 정규직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들의 출현은 오히려 노동자계급의 분할을 강화하고 차별을 고착화한다. 직무에 따른 직군분리, 이른바 ‘저숙련 노동’에 주로 적용되는 무기계약직, 이른바 ‘주변’ 업무에 대한 외주화. 이러한 분할은 마치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차이인 것처럼 정당화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직무, 업무, 숙련이라는 것은 모두 자본의 필요에 따른 구분일 뿐이다.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을 함으로써 버젓한 삶을 누릴 필요와 권리는 이러한 구분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분할이기 때문에 노동자들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다. 즉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결국, 직군제나 무기계약직과 같은 것을 단지 ‘완전한 정규직화’에 ‘미달하는 것’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노동자 분할 통제 정책의 일환인 것이다. 즉, 업종별·기업별 분할에 덧붙여서 직무에 따라 고용의 조건을 달리함으로써 더욱 세분화된 분리선을 설치하고 차별을 고착화하는 자본 전략의 일환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3) 경쟁구도를 통한 개별화
앞으로는 비정규직을 매개로 하여 고용관계와 임금체계를 다양화함으로써 노동자들간의 경쟁구도를 만들어내고 개별화하는 전략이 주요하게 진행될 것이다.
특수고용, 간접고용, 기간제 계약직, 무기계약직, 층층이 분리된 직군들... 이처럼 세분화되고 위계화된 구조는 경쟁시스템과 동시에 작용한다. 일단 진입을 해도 계속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곁의 동료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지본이 추진하고 있는 직무성과급은 노동자들의 개별화를 더욱 촉진시킬 것이다. 노동조건은 집단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간 경쟁과 그에 대한 자본의 평가에 의해 개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비정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른바 정규직 전환 조건과 차별금지 조항은 자본이 바로 이러한 과정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4. 노동계 전망
2008년 노동계의 전망은 어떠할까. 노동측의 활동은 정부·자본의 공세에 따라 변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지만, 몇가지 상황을 예상해 볼 수는 있다.
(1) 사회공공성 투쟁
신정부의 적극적인 시장화 정책으로 인해 공공부문 투쟁이 주요하게 떠오를 가능성이 많다. 지금까지 공공부문 투쟁은 양면적인 여론에 부딪쳤다. 즉 한편으로는 이른바 ‘철밥그릇 지키기’라는 이데올로기적 공세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단지 부문종사자들의 이익이 아닌 ‘사회공공성의 수호’로 표현될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어떤 식의 담론이 우세하게 될 것인가는 물론 당시의 정세에 달려 있다.
현재 신정부가 사회 전부문에 대해 급진적인 시장화를 표방하면서 사회적인 우려와 반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신정부가 이러한 시장화를 급속하게 밀어붙일 경우 공공부문 투쟁의 명분을 살릴 호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즉, 공공부문 구조조정 반대와 사회공공성 문제가 연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 투쟁이 사회공공성이라는 사회적 의제와 더불어 정규직 중심의 고용안정 문제로 좁혀질 가능성도 적지 않으며, 이 경우 비정규직의 문제는 묻혀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투쟁 과정이 조직된 정규직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이후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이 쉽지 않게 될 것이다.
(2) 산별노조와 산별교섭
정부·자본의 공세에 의해 형성되는 정세와 별도로, 2008년 노동계는 산별노조 건설과 산별교섭의 추진을 계속 중요한 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다. 산별노조 건설에서 비정규직 조직화는 중심적인 과제다. 그러나 현재 비정규직과 관련한 산별노조의 조직발전 전망은 여전히 구체화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며, 비정규운동 주체들의 각고의 노력과 개입이 있지 않는 한 이러한 상황이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다른 한편, 산별교섭은 노동계가 원하는 만큼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산별교섭에서 비정규직 관련한 의제는 명분에서나 현실적 문제로나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실제로 2007년 금속과 보건 산별노조는 비정규직 관련 협약을 맺고, 미약하나마 임금·노동조건·고용안정 등의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것은 2007년 보건의료 노조의 교섭 사례처럼 정규직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확보하여 비정규직 문제 해결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결코 모범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책임을 자본이 아닌 정규직에게 지우는 정부·자본의 이데올로기를 인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면 정규직-비정규직의 연대를 해칠 가능성조차 있다. 즉, 정규직 양보를 통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방식은 구조조정 등 자본의 공세가 강화되는 정세에서는 불가능해지고 오히려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갈등을 격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별노조 건설과 교섭 및 투쟁 과정에서부터 비정규직의 조직화와 참여가 핵심적이다.
(3) 순치(馴致)의 가능성?
신정부는 이전 정권에 비해 노동배제적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포섭이 아닌 적극적 공세로써 노동측을 길들이려고 할 것이다. 즉 이러한 공세에 기죽어 순치(馴致)되는 노동측의 일부가 있다면 이에 한정하여 포섭의 제스쳐를 쓸 것이다.
노동측의 일부라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을까. 이명박 후보 시절부터 지지를 선언한 한국노총은 이후 신정부가 노동측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더라도 쉽게 발을 빼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정부의 친기업-노동배제적 성향으로 보아, 한국노총은 투항할 것인가 적대적 관계로 돌아설 것인가 양단간 결단을 내려야 할 기로에 설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의 경우 한국노총보다 자유로운 입장이고 신정부 자체가 민주노총에 적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괴멸에 가까운 타격이 있지 않는 한 쉽게 포섭되거나 순치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특히 구조조정 공세에서 계속 패배한다면, 타협적인 양보교섭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5. 비정규운동의 임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자본의 노동재편 전략을 위한 핵심적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운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일환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에서 비정규운동은 2008년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1) 비정규악법 폐기 투쟁
비정규악법 폐기 투쟁은 유효하다. 그 이유는 비정규법 자체가 앞서 말한 대로 비정규직의 정상화라는 효과를 노리고 있고 그 이데올로기적 효과가 노동계의 일부를 비롯하여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악법 폐기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고용이 결코 정상적인 형태가 아니라는 원칙을 사회적으로 환기시켜야 한다.
신정부는 후보 시절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와 관련하여 한국노총의 요구에 따라 2008년 내 비정규직 보완입법을 약속한 바 있다. 반면 사용자단체는 비정규직 규제 완화와 비정규법 시행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법이 다시 쟁점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때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 진영이 이를 전국적 쟁점으로 만들고 투쟁으로 가시화시키지 못할 경우, 단지 법 개정을 둘러싼 논의로 좁혀질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힘관계를 들어 민주노총은 비정규법 시행령 관련 대응 전술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의 법 수정이나 보완을 위한 개입전술로 급선회할 수도 있다.
비정규운동은 이러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비정규법의 문제는 일부 수정이나 보완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비정규법과 관련한 투쟁은 신자유주의 원칙에 대한 반대 투쟁의 일환이다.
(2) 분할에 맞서는 노동권·생활권 투쟁
앞서 말한 것처럼 자본은 비정규법을 계기로 하고 비정규직화를 매개로 하여 노동자계급의 분할적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다. 이에 맞서서 비정규운동은 이러한 분할이 자본의 필요와 기준에 따른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자본의 효율성 기준이 아니라 노동자가 버젓하게 노동하고 생활할 권리라는 측면을 부각하여야 한다.
간접고용의 원청사용자성 인정, 특수고용의 노동자성 인정, 무기계약직·직군분리제의 차별성 폭로, 노동복지라는 미명으로 양산되는 열악한 일자리와 빈곤화에 대한 타격... 이러한 모든 투쟁은 단지 그 부문에 속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아니라, 노동자가 제대로 노동하고 생활할 수 있는 권리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3) 비정규직 주체화에 의한 정규직과의 연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는 끊임없이 얘기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정규직이 주체가 되어 비정규직을 ‘돕거나’ 연대하는 것으로 접근하거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노조의 산별교섭 사례에서도 지적하였듯이, 비정규직이 주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것은 정규직 양보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많고, 결국은 정규직-비정규직의 연대를 저해할 수조차 있는 것이다.
정규직 노조-노동자들의 노력도 물론 중요한 것이지만, 비정규직-정규직 연대가 온전하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주체화가 결정적이다. 특히 2008년에 진전될 산별노조 와 관련하여 비정규운동 주체들의 적극적인 전망 없이는 산별노조의 미래도 암담할 뿐이다. 물론 이것은 산별노조 건설 및 산별교섭 과정에 대한 ‘개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 투쟁의 쟁점을 전체적인 노동운동과 사회적 쟁점으로 형성하는 능력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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