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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2|11|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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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2|11|2003
비정규직 양산하고 차별은 유지하는 비정규직대책은 필요없다

:: 2003-12-30   조회: 3802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의 윤곽이 드러났다.
노동부는 지난 9월 4일 이른바 '노사관계 개혁방향'(이하 '보고서')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내용 중에는 "취약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강화"라는 이름 아래 몇 가지의 비정규직 대책안(이하 '노동부안'이라 함)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 5월 23일 노사정위원회 비정규특별위원회에서 공익위원안이 제시되고, 그 동안의 노사정위원회 논의 결과를 넘겨받은 노동부가 구체적인 입법작업을 준비한 끝에 마련한 것으로 이후 입법예고 될 법안의 윤곽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극한적인 노동운동 탄압과 비정규직 차별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생명을 건 투쟁이 잇따르면서 10월 29일 정부는 특별담화문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서 정부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법안이 실제 통과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지만 적어도 올해 안에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법안의 형태로 가시화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주5일제 법안의 예가 그러했듯이 일단 정부안이 발표가 되면 이후 몇 년이 걸리건 논의의 구도 자체는 정부가 주도하는 대로 굳어져 왔다. 이번에 발표된 노동부 안을 들여다보면 노무현 정권의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과 기본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근로자파견제의 자유화

노동부안

○ 모든 업무에 파견제 사용 가능 (금지업종을 제외하고는 파견제 사용 자유화 :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
○ 파견기간의 연장
-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사업완성에 일정한 기간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 필요한 기간만큼 파견기간 연장
- 고령자 등 재취업이 어려운 계층에 대하여 파견기간 연장
- 제조업이 파견허용 업무에서 제외되면, 일시적 필요에 따른 파견을 1년까지 허용
○ 특정 일자리에 파견근로자를 교체하여 계속 사용하는 것을 제한
- 파견기간 종료 후 일정기간 동안은 파견제 사용을 제한
- 이 제한기간 중 계약직으로 일시 전환 허용 검토

노동부의 파견법 개정 방향은 "파견범위 대폭확대로 노동시장에서의 요구 수용"으로서 불법파견의 원인이 파견노동의 사용을 지나치게 제한하는데 있다고 진단하면서 시장의 요구에 순응하여 파견의 범위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중간착취를 허용하고 파견용역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형해화시키는 현행 파견노동을 금지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대상업무의 확대 내지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의 전환 등 파견노동을 전면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정부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고 이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전면개악안이라 할만큼 심각한 내용이다.
첫째, 파견대상업무의 확대방안이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에서는 26개의 업무에 한해서는 최장 2년까지, 일시적·간헐적 인력확보의 필요가 있는 경우 최장 6개월까지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노동부안에서는 파견대상업무를 현행 26개에서 대폭 확대하거나, 아예 소수의 파견금지업무를 제외하고는 전면 자유화하는 방안(이른바 네거티브 리스트제)을 추진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파견법의 전면 개정이라 할만한 것인데 현행 파견법에서 기간제한이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그나마 업종제한이 파견제의 전면적 확산을 제어하는 유일한 조항이었기 때문이다. 즉 노동부가 2000년 행정해석을 통해 2년마다 파견노동자를 교체하여 동일한 업무에 계속 파견제를 사용하는 것을 합법화시켜 준 뒤로, 파견제에 대한 기간제한은 유명무실해져 버렸다. 여기에 만약 업무제한 마저 사라진다면 현행 파견법을 통해 파견제의 남용을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은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둘째, 동일한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교체하여 사용하는 경우, 완충기간을 두는 방안이다. 예를 들면 특정한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2년간 사용한 직후 6개월간은 파견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노동부는 6개월간 계약직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2년간 파견노동자 사용 → 6개월 계약직 전환 → 다시 파견제 전환』의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외에 이번 {개혁방안}에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지난 5월 23일 발표된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에는 불법파견 적발시 인허가 취소 및 사용사업주 적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노동부안대로 파견업종이 자유화된다면 사실상 '불법파견'의 상당부분이 이미 합법화 되어버리게 된다. 결국 노동부안은 파견제에 대한 법적 규제를 없애버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기간제 사용의 자유화와 주기적 해고의 양산

노동부안
  기간제근로자 : 2년까지는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고 2년을 초과한 경우에는 해고제한규정을 적용(예외 허용)
...............................................................................................................................

기간제 노동자 보호의 핵심은 철저한 사유규제에 있다.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정규직)과 달리 근로계약이 정해진 기간동안만 보장되는 불안정한 고용형태 자체가 바로 차별을 양산해 내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이 일정기간마다 돌아오는 계약만료시기에 재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일상적인 저임금과 차별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있는 기본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채용 사유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노동부안은 "사유제한은 불가"라는 입장 위에서 근로관계가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지속되는 경우 해고를 제한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가장 주요한 기간제 노동자 보호방안으로 내놓았다. 상시적인 업무에 비정규직이 사용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보호조치라고 이야기하겠지만, 우리는 이러한 조항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용의 안정성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와 유사한 경험을 우리는 파견법을 통해 이미 혹독하게 겪어 왔다. 1998년 파견법이 통과 시행될 때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한답시고 만든 6조 3항 - 파견노동자 2년 이상 고용시 직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직접고용의제조항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기만했는지 돌아보자.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자본은 2000년 파견노동자들에 대한 대학살을 시작했고, 이후 계속해서 2년마다 무더기 대량해고가 자행되고 있다. 기간제노동자가 또다시 보호명목으로 파견노동자들처럼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기 직전의 주기적 해고를 당한다면 이를 무엇으로 막을 수 있다는 말인가.
뿐만 아니라 노동부의 기간제 고용대책은 오히려 기간제 고용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기간제 노동자를 2년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될 경우, 기간제 고용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과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 이전에도 판례 상 정리해고가 정당화되어 왔지만, 1998년 정리해고제의 입법화는 사회적으로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것으로 강제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지난 몇 년간의 임단협 투쟁을 통해 기간제 사용에 대한 규제나 일정 기간 후 정규직화를 쟁취한 사업장의 경우도 법이 개정되면 자본측이 무효화를 요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기업의 상시적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를 2년제 계약직으로 사용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계약직으로 전환하려는 공세도 한층 더 전면화될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법상 근로자성 부인

특수고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사정위원회에 특위가 만들어지면서 이번 노동부안에서는 명시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5월 23일 노사정위 공익안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대신 특별법 제정을 통한 보호로 의견을 모았다.

노사정위 공익위원안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보호의 골자
특별법('유사근로자의 단결활동 등에 관한 법률') 제정방안을 검토
-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해지로부터의 보호·성희롱으로부터의 보호·보수에 대한 보호방안을 조속히 강구하도록 한다.
-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조속히 적용하도록 한다.
- 단체조직권·교섭권·협약체결권을 부여한다.
- 교섭결렬시 분쟁조정을 위해 직권중재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유사근로자의 단결활동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특정 사업주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이로 얻은 수입으로 생활하는 자, △타인을 고용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자, △노무제공에 있어서 직간접적인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자 등과 같이 유사한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해서 단체조직권, 교섭권, 협약체결권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기존의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의 전면, 또는 일부 적용 문제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독립적인 특별법으로 특수고용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유사근로자 특별법에서의 단체조직권, 교섭권, 체결권은 전교조와 같이 노동3권의 일부를 제약하는 노동2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보호방안에서 특수고용이 노동자라는 기본규정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노동자가 아닌 자이지만 보호가 필요하기에 (예를 들면 학습지교사협회)등의 단체를 결성할 수 있게 하고 여기에 교섭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특별법이 없어도 가능한 것이며, 오히려 이미 적법한 절차를 거쳐 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설립신고필증을 받고 임단협에서 파업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서 이미 보장되고 있던 노동3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조를 해산하고 협회로 헤쳐 모여라. 이것이 공익위원 검토안의 실체인 것이다.

2000년 노동3권 보장과 임금, 해고 등의 근로기준법 일부적용을 골자로 한 준근로자 보호방안 때와 비교해 보았을 때도 특수고용직 관련 보호안은 지속적인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사업자등록증의 강제발부를 통해 자본의 입맛대로 멀쩡한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특수고용직으로 만들어버리는 현실 속에서 노사정위는 또다시 자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행법상으로도 충분히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재차 인정하기는커녕 유사근로자 특별법 운운하며 오히려 노동자성을 부정했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또다시 노동자냐 유사근로자냐 사업주냐의 경계에 서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현재 비공식부문에서 노동법의 적용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당연히도 유사근로자로 분류되어 노동기본권은 여지없이 박탈되어버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파견법이 통과된 이후 파견노동이 급속히 확산되었듯이, 유사근로자 특별법의 통과 이후에는 정규직 노동에 대한 특수고용직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다. 유사근로자의 범위를 새롭게 규정하게 되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자본의 특수고용직 선호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권의 노동법 개악공세의 성격

한편 비정규직 관련 법개악 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빼앗기 위한 전면적인 노동법 개악이 준비되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노사관계 개혁방안]에는, "파업 등 노사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최소화", "노동의 유연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노동법 개악의 전체상이 담겨져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나열해 보아도
▷ 정리해고에 대한 절차적 제한규정의 완화
▷ 성과급 임금체계 도입
▷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사업양도시 고용승계 배제 허용
▷ 사용자의 직장폐쇄 확대
▷ 긴급조정시 쟁의금지기간을 60일로 확대
▷ 공익사업장의 경우 파업시 신규채용·하도급 등 방식으로 대체근로 허용
▷ 복수노조 허용시 교섭창구 단일화
등 노동기본권을 전면적으로 제약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결국 노무현 정권의 노동법 개악의 전체적 방향은, 첫째 동북아중심국가가 되기 위하여 노동기본권의 제한 및 사용자의 대항력 강화, 둘째 노동유연성 제고를 위하여 비정규직 사용의 자유화, 셋째 '정규직 이기주의'라는 마녀사냥을 통해,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의 전면화 등에 맞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무현 정권의 노동법 개악구상은 1996년 김영삼 정권의 노동법 개악안 날치기 통과, 1998년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의 합법화, 2001년 복수노조 금지조항 5년 추가유예, 2001년 모성보호를 빌미로 한 근로기준법 개악,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 제정, 2003년 주5일제 시행을 빌미로 한 근로기준법 개악 등, 정권에서 정권으로 이어지는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 공세와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한편 김대중 정권 이후 노동법 개악의 방식은 노동운동의 요구에서는 명분을 취하고, 자본의 요구에서는 실리를 취하는 방식으로 허구적인 맞바꾸기를 강요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올해 통과된 주5일제 입법안은 그동안의 노동조합운동의 요구에서 '주5일제'라는 껍데기만을 취하고, 그 실내용은 변형근로시간제의 확대,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차별의 확대 등 자본의 요구를 전면 수용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권은 노동법 개악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하나씩 나누어 관철시키면서 노동조합운동이 단결하여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예를 들면 2002년 하반기에 주5일제·공무원조합법·경제자유구역법이 함께 제기되면서 민주노조진영의 투쟁이 집결되는 양상을 보이자,  두 가지는 유보하고 저항주체가 미약한 경제자유구역법만을 통과시키는 식이다.
게다가 노무현 정권 들어 더욱 심각해진 상황은, '정규직 이기주의'라는 마녀사냥으로 노동조합운동 전체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면서 노동대중 내부에서의 분열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에 대한 해고가 쉬워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삭감해야 한다"는 식의 공세가 바로 그것이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을 유지하는 대책

노무현 정권이 내놓은 비정규직 대책이란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정상적인 것"으로 전제한 위에서 비정규직 사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취약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혹은 "비정규직 보호입법"이라는 제목으로 마치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인 것처럼 포장되어 알려져 있다.
또한 지금까지의 노동법 개악의 방식대로 비정규직 관련 법개정을 순차적으로 진행시킬 가능성도 있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노조의 투쟁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환기된 상황에서, '차별시정기구 설치', '근로감독 강화' 등 실효성 없는 방안을 내놓거나 "2년 이상 기간제 고용시 해고제한"이라는 식으로 기만적인 비정규직 대책을 선전할 수도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포괄적인 균등처우 원칙 선언, 기간제 고용에 대한 해고제한 등 명목뿐인 비정규직 대책을 통해 당장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무마시키면서, 내용적으로는 파견업무 확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립·분산시킬 가능성이다.
이미 정부는 작년 경제자유구역법 통과를 통해 파견허용업무의 확대라는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지난 10월 15일에는 재경부에서 [지역특화발전특구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이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지역특화발전특구 지정을 신청하고 재경부장관이 지정할 경우, 경제자유구역법상의 규제완화 조치들의 일부를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법 상의 수백 가지 규제완화 조치 중 어떤 내용이 지역특구법에 포함될 것인가에 관해서는 재경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파견허용업무 확대 조항이 포함될 경우 사실상 모든 지자체가 파견법 상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현행 파견법을 굳이 개악하지 않고서도 이미 다른 특별법을 통해 파견허용업무를 자유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노무현 정권의 취약근로자 보호대책은 사실상 비정규직 고용과 차별을 확산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동의 유연성 제고'를 핵심 정책목표로 밝히고 있는 노동부의 [노사관계 개혁방안]이나, "근로자의 보호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을 유연화 한다고 밝히고 있는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방안] 등 정권의 법제도 개정의 방향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이다. 비정규직 고용형태 자체를 정상적 고용으로 인정한 전제 위에서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비정규직은 계속 양산하면서 이들에 대하여 제한적으로나마 보호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때의 '보호'라는 것도 결코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같은 차별의 폐지나 노동기본권을 전면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임의에 따라 비정규직 일부가 정규직이 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주고 동시에 사용자가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 일자리는 계속 양산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비정규직 내부에서 사용자가 상호경쟁과 위계화를 부추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노동유연화 분쇄·비정규직 철폐의 지향을 분명히 하자

2000년 이래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진영은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요구안을 견지해 왔다.
이 요구안의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불안정노동이 확산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규제하고, 법적 형식이 어떠하든 간에 노동자에게는 권리를, 사용자에게는 책임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었다.
즉 기업이 상시적으로 필요로 하는 업무에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사용할 수 없도록 기간제 고용형태를 사용할 수 있는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자는 것.
간접고용 형태는 반노동적·반인권적 고용으로서 철폐되어야 하므로, 파견법을 철폐하고 직접고용의 원칙을 분명히 하는 직업안정법을 강화하자는 것.
특수고용노동자는 자본이 노동자를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이므로 노동법 상 노동자라는 점을 입법적으로 분명히 함으로써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
법적 형식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을 지배하는 사용자에게 그에 합당한 노동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것 등으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이것은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정상적 고용으로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출발하는 정부의 입장과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의 불안정화를 철폐하고 법적 형식에 상관없이 노동자라면 온전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을 밑바탕으로 하여 '비정규직 보호입법'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정부·자본과 분명한 전선을 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취약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노동정책의 주요내용으로 내걸고 있는 노무현 정권 하에서는 "어떠한 비정규직 법제도 개선안인가"가를 분명히 쟁점으로 만들어 내지 못하면, 주5일제 입법논의와 마찬가지로 칼자루를 정부 쪽에 빼앗기게 되고 말 것이다.
지난 5년간의 힘든 투쟁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일부는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파업투쟁도 전개하여 자신의 권리를 되찾아 가고 있다. 많은 민주노조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낸 경험이 있다. 간접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파견법 철폐의 요구가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비정규직 보호입법은 이러한 투쟁의 성과와 경험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유연화·비정규직 철폐의 지향을 분명히 세운 위에서, 정부의 노동법 개악공세의 본질을 대중적으로 폭로해 내는 투쟁을 조직하자. 사업장의 이해와 요구에 제한되지 않는,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맞서는 전선을 칠 수 있는 정치적 투쟁을 조직해야 할 시점이다.
정책국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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