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민중복지쟁취, 불안정노동철폐 연대한마당을 마무리하며
1. 2002년 민중복지한마당을 마무리하며
2002년 민중복지한마당(‘2002년 민중복지쟁취■불안정노동철폐 연대한마당’)이 마무리되었다. 사실 처음 준비 과정부터 여러 난관을 가졌던 행사였다. 그럼에도 참여동지들 특유의 ‘돌파력’으로 행사를 성사시켰다. 특히 곳곳에서 떨어져 투쟁하던 이주, 장애, 산재, 실업, 비정규, 빈민 노동자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만든 작년 한마당의 값진 성과를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크게 작용하였다.
이번 한마당을 준비하면서 참여동지들은 작년 한마당을 통해 한자리에 모였으니 이제 ‘함께 나아갈 내용’의 구체화를 올해 한마당의 과제로 설정했다. 우리는 공동토론회에서 이 과제를 ‘불안정노동 철폐를 향한 공동투쟁과 이를 통한 불안정노동자들의 정치적 주체화’로 정식화하였다. ‘공동투쟁’과 ‘정치적 주체화’가 다소 추상적인 수준에서 논의되긴 하였지만, 이 과제는 신자유주의시대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선 노동운동의 투쟁방향과 조직화전략을 분명하게 함축하고 있다.
한마당이 마무리된 이후 두 차례 평가회의를 갖고 조직위원회를 해산하였다. 몇몇 동지들은 올해 한마당이 힘있게 진행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사실 올해 불안정노동철폐를 위한 공동투쟁의 성과가 하반기에 집약되지 못했으며, 일부 조직들은 힘든 내홍을 겪는 상황이어서 한마당에 전력을 다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또한 작년의 커다란 성과가 계속 부담으로 다가온 것도 사실이었다. 올해는 한 걸음 나아간 자리에 서야 하는데 오히려 지난 자리에서 서성이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올해 민중복지한마당을 되돌아보면서 아쉬움보다는 기대에 더욱 주목하고 싶다. 이번 한마당에서 설정한 공동투쟁과 정치적 주체화가 꼭 올해만의 과제는 아니지 않는가? 이제 공동투쟁을 만들어내는 과제에 우리 모두 서 있을 뿐이다. 이를 위해 불안정노동자의 공동투쟁의 과제를 불안정노동자 내부의 공동투쟁과 정규직 조직노동자와의 공동투쟁으로 나누어 간략히 살펴보겠다.
2. 공동투쟁 1 : 불안정노동자 내부 공동투쟁
불안정노동의 영역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장애, 이주, 산재, 실업, 빈민 등 다양한 노동형태의 노동자가 함께 서 있다. 불안정노동자들은 동일한 노동자이면서 노동의 형태가 신체적, 민족적, 사회적 차별과 결합되어 있어 공동투쟁에 나서기에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토론회에서 한 장애인노동자는 토로했다. ‘우리는 연대투쟁의 지원을 받았지만 누구를 지원투쟁해 본 적은 없다고’. 이는 불안정노동자 대부분에게 해당될 수 있다. 실정법상의 문제를 안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다른 불안정노동자를 위한 지원투쟁에 나서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산재노동자들이 산재보험관련 외의 사안에 참여하는 것도 또한 그렇다.
하지만 공동투쟁은 이 벽을 넘어서야 한다. 토론에서 종종 품앗이투쟁을 이야기했다. 어려운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이 벌인 헌신적인 투쟁이다. 그러나 이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모두의 이야기였다. 즉 나와 다른 사안을 가진 동지를 위해 품앗이 투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공통의 사안을 가지고 함께 투쟁하자는 제안이다.
이러한 면에서 올해 불안정노동자의 투쟁은 적지 않은 성과를 낳았다. 그것은 올해 토론회자료집 목차를 보면 드러난다. 작년 토론회에서 우리는 비정규노동자, 장애인노동자, 이주노동자, 산재노동자의 실태와 요구를 한 곳에 모았다. 어쩌면 불안정노동자의 요구를 최초로 집대성했을 것이다. 올해 토론회에서 이러한 요구는 1부로 재정리되었다. 이어 새롭게 2부에서 근골격계, 기초생활보장제, 글리벡, 최저임금, 학생연대 등의 주제가 다루어졌다. 2001년 한마당토론회가 주체별 투쟁만을 다루었다면 2002년 한마당토론회는 주체별 투쟁에 기초하여 사안별 투쟁으로 나아갔다. 주체별 투쟁은 해당 주체의 이해관계에 직결되지만, 사안별투쟁은 그 사안에 이해관계를 지니는 여러 노동자들을 포괄한다. 물론 올해의 사안별투쟁도 실제는 ‘주체별’로 한정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제 이 사안별투쟁을 실제적인 공동투쟁으로 만들어나가는 일이 과제이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투쟁을 보자. 작년까지 이 투쟁은 최저임금교섭에 참여하는 민주노총 중앙에 의해 수행되었다. 대중과 함께 하는 ‘투쟁’보다는 더 실리를 얻기 위한 ‘교섭’으로 한정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지역에서 직접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참여하였고, 사회운동단체들도 적극적으로 결합하였다. 여전히 교섭과 투쟁이 엇갈려버린 한계가 노정되긴 했지만 최저임금노동자들이 직접 최저임금투쟁의 주체로 나섰다는 큰 의미를 남겼다. 사실 최저임금투쟁은 불안정노동자의 공동투쟁을 가능케하는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최저임금은 비단 지역노조에 속한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한마당에 참여한 불안정노동자 모두의 사안이다. 공통의 사안을 가졌을 때 실질적인 공동투쟁이 가능하다. 이러한 면에서 최저임금투쟁은 더욱 적극적으로 불안정노동자의 공동투쟁 의제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투쟁의제를 계발할 필요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거 문제이다. 불안정노동자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가 과도한 주거비 부담이다. 주거비용이 기초생활보장 수급노동자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초법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차상위계층의 수급권을 확보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노동자’의 투쟁은 수급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한 핵심적인 사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불안정노동자의 공동투쟁을 위해서 조금 더 요구의제가 격상되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주거권 투쟁은 불안정노동자의 공동투쟁을 활성화시키는 주요한 축이 될 것이다.
사회보험의 확대강화도 검토해 볼만 한 예이다. 아무리 국민연금, 건강보험이 5인 이하 사업장으로 적용되더라도 현재의 노동행정체계에서 실효성은 미약하다. 영세사업장 사용자나 노동자가 현재와 같이 가난한 상황에서 보험료를 납부하기는 힘들며, 불안정한 고용으로 보험료 납부의 연속성도 보장되지 않는다. 사회보험의 확대강화는 취약노동자, 영세사업장에 대한 정부 지원, 강력한 사회보험관리망 구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불안정노동자 사회보험 실질적용을 위한 ‘사회적 지원방안’ 역시 공동의 투쟁과제로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통의 사안을 가진 공동투쟁은 직접적으로 ‘정치적’ 성격을 지닌다. 모두 정부를 상대로 정치적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사안들이다. 이 정치적 투쟁을 위해선 당연히 공동의 투쟁전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투쟁의 공동기획도 요구된다. 이렇게 공동투쟁은 불안정노동자들이 정치적으로 주체화되고 나아가 조직화되는 주요한 길목이 될 것이다.
3. 공동투쟁 2 : 정규직 조직노동자와의 공동투쟁
한편 불안정노동자의 공동투쟁이 정규직 조직노동자와 별개로 이루어질 수 없다. 양자의 공동투쟁, 나아가 계급적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노동운동의 정체성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정규직 노동운동이 자신의 기득권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모두가 지적하는 바이다. 조직노동자들이 피나는 투쟁으로 쟁취한 노동권이 어느새 기득권으로 전화해 버린 상황이다. 다행히 이제 노동운동이 이 문제를 심각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가질만 하다.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민주노동운동을 대표해 왔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급격한 불안정화가 진행됨에 따라 그 역할이 정규직 조직노동자의 이해대변자로 축소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민주노총이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새로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주노총도 98년부터 비정규직 사업을 준비하였고 99년부터 실제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00년에는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요구를 정식화하였고, 올해에는 100만 서명운동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가 중심사업과제로 설정되어 있으나 당위와 원칙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노총의 활동은 주도적으로 비정규직 사업을 전개하기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자발적인 투쟁을 지원하는 정도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연맹과 지역본부에서 비정규 사업전담자와 재정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민주노총은 향후 5년 중장기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미조직, 비정규사업이 조직적, 재정적으로 대폭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실업, 이주, 장애, 산재노동자 등 다양한 불안정노동에 대한 사업도 지원의 수준을 넘어 확장될 것이다. 민주노총이 이러한 자기혁신적 노력이 실질화된다면 지난 ‘한계’를 넘어서는 불안정노동자와 정규직 조직노동자와의 공동투쟁은 기대해 볼 만 하다.
불안정노동자와 정규직 조직노동자의 공동투쟁이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적합한 사업의 기획이 필수적이다. 우선 최저임금투쟁은 정규직 조직노동자와의 공동투쟁에서도 핵심적 사안이다. 예를 들어, 내년부터 원청기업 노동조합은 임단투 준비항목 중에서 산하 하청계열사의 고용조건, 특히 최저임금 실태를 조사하는 것을 필수사항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위반사업장 고발사업에도 원청기업 노동조합이 의식적으로 힘을 기울여야 한다.
사내하청노동자와의 공동사업도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우선은 사내하청노동자의 고용조건에 대한 실태조사를 꼼꼼히 실시하고, 그 내용을 원청노동자에게 교육해야 한다. 이어 원청기업 노동조합은 임단협 시 사내하청 노동자의 고용조건 00% 확보를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거쳐 한 공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더욱 야속하고 갈등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 한 공장에서 일하므로 함께 나아가는 전형을 만들어내야 한다. 한편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자 역시 일종의 사내하청노동자이다.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정규직노동자와 일용노동자 역시 동일한 관계이다. 이들 모두 원청노동자와 함께 긍극적으로 공동교섭으로 전진해야 한다. 이는 계급통일적인 산별건설운동과도 맥을 같이한다.
정규직 조직노동자가 직접 연관을 지니지 않는 불안정노동자도 많이 있다. 아직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특수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노동권 쟁취를 위해선 조직노동자의 ‘의식적’ 공동투쟁이 우선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더욱 목적의식적으로 특수노동자, 이주노동자를 위한 법개정투쟁을 전개해야하며, 이들이 의사결정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4. 맺으며
두 번에 걸쳐 민중복지한마당 행사를 치뤘다. 여전히 많은 과제를 남겼지만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는 의미있는 한마당이었다. 불안정노동자들의 작지만 역사적인 주체선언이었다. 이제 공통의 의제를 가진 불안정노동자의 공동투쟁, 정규직 조직노동자와의 공동투쟁을 준비하며 2003년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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