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정규직 문제, 왜 갑자기 중요해졌나
98년 경제위기 이전만 해도 남한 노동운동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관심 밖의 문제였다. 여성노동 문제를 고민하는 여성단체들만이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에 대해 문제제기할 뿐이었다. 경제위기 직후인 98년, 99년도만 해도 양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주요 문제였다.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자들의 중요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2000년에 들어서이다. 민주노총 핵심요구안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떠오른 것도 2000년부터이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해졌을까. 비정규직의 비율이 58%를 넘어섰다고 하지만 사실 남한의 임시, 일용직 비율은 경제위기 이전에도 30% 이상을 유지했었다. 건설일용노동자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수십년 전부터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형태였다. 80년대 말부터 대부분의 금속사업장엔 하청이 존재했었다. 이전에도 상당히 많은 비정규직이 있었음에도 왜 지금 이 시기에 노동자의 핵심적인 문제로 등장한 것일까.
?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고 있다
우선 비정규직의 증가로 인해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고 파업의 효과도 떨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80년대 말부터 금속사업장에 하청이 도입된 것은 87년 대투쟁을 겪은 자본이 내놓은 대응방법이었다. 노동조합에 가입되지 않는, 그래서 싸게 부려먹고 반항도 못하는 노동자들을 계속해서 도입한 것이다.
인천제철 포항지부의 경우를 보자. 노조의 강력한 투쟁력을 자랑했던 이 노조는 99년 파업에 돌입했으나 하청노동자만으로도 공장이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고 하청노동자 조직화 사업에 나섰다고 한다.
이랜드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전체 직원의 단 5%에 불과했다. 생산공장이 100% 외부화되고 판매 또한 100% 대리점 위탁판매방식으로 외부화되면서 이랜드 노조의 조직률은 5%로 떨어져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과 계획이 없이는 노조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이 늘고 있다
아마도 기존 노조들에게 비정규직 문제가 절실하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면서부터일 것이다. 경제위기가 닥치고 금융권 구조조정을 하면서 많은 금융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되었다. 그런데 이 때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계약직, 촉탁직으로 재고용되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을 절반 수준으로 받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노조들은 이전에 조합원이었으나 현재는 비정규직인 노동자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에 부딪쳤다.
또는 사측이 '정리해고 당할래? 아니면 계약직 전환이나 용역전환에 동의할래?' 라고 선택을 강요하는 경우 노조가 정리해고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비정규직화에 동의하는 일도 많았다. 이 때 동의의 대상이 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대해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불만을 가졌음은 물론이다.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자 조합원 가입도 안시킨다는 불만도 많았다.
? 비정규직들의 조직과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하고 끈질긴 투쟁이 계속해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99년 한라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싸움을 시작으로 해서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로 조직되고 투쟁을 전개하였다. 학습지교사, 건설운송, 보험모집인 노조의 설립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문제를 부각시켰고, 방송사 비정규노조, SK인사이트코리아노조, 서울대 시설관리노조의 투쟁은 간접고용, 파견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화시켰다. 특히 2001년 한국통신계약직 노조의 전화국 점거 투쟁, 건설운송노조 투쟁, 캐리어사내하청 노조 문제등으로 인해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운동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였고, 2002년에도 한진관광 KAL면세점지부, 하나로테크놀로지노조, 대성산소 용역기사노조 등으로 투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99년 이후로 비정규직의 투쟁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원래부터 열악했던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이 경제위기 이후 우선적으로 악화되고, 구조조정 0순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 또는 용역전환으로 내몰리는 과정에서 이들이 자생적으로 노동조합 결성에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대 시설관리 노조의 경우 미화원의 임금이 매년 동결되거나 깎이더니 2000년에 39만원에 이르렀다. 이런 임금으론 살 수 없다는 노동자들의 분노가 평균연령 50대 후반인 노동자들을 노조결성과 파업에 이르게 했다. 한국통신은 2000년 구조조정 명목으로 1만여 명에 달하는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해고통보를 했고, 이에 노동자들은 한통계약직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517일에 달하는 선도적 투쟁을 감행했던 것이다.
이렇듯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은 너무나 열악한 상황을 바탕으로 일어났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다는 결의로 끈질기게 진행되어 왔으며,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필연적으로 정규직과의 관계 속에서 노동운동의 핵심문제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2.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
? 비정규직의 유형
? 비정규직의 노동조건
임금을 놓고 단순히 비교할 때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약 50%정도 수준을 받고 있다. 직접고용인 계약직은 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의 60~70%를 받는데, 간접고용인 파견, 용역노동자들은 정규직의 40%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파견, 용역회사가 중간에서 떼어먹는 중간착취에다, 이에 항의할 수조차 없는 불안정한 고용조건이기 때문에 직접고용 노동자보다 낮은 임금을 감수하고 노동을 한다. 반면 노동시간은 정규직보다도 더 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임금이 낮다보니 잔업, 야근을 해서라도 생활임금을 만들려는 열악한 상황 때문이기도 하고, 해고가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명령을 어길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종 보험 및 퇴직금을 비교해보자. 비정규직은 국민연금, 의료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과 같은 기초적인 제도로부터 대다수가 소외되어 있다. 특히 퇴직금을 주지않기 위해 1년 계약직에게 1달을 수습으로 일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도 많다. 퇴직금조차 제대로 못 받는 비정규직이 이렇게 많으니 연월차수당, 야근수당 같은 것을 제대로 받는 노동자도 역시 드물다.
전태일 열사가 부르짖던 ‘근로기준법 준수’가 현재에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원천봉쇄된 노동3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하는 것이 현실적, 제도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계약직, 임시직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면 곧장 계약해지 당하고 만다.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재계약을 거부하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고할 수도 있다. 대표적 악법인 복수노조 금지조항 때문에 노조결성을 금지당하기도 한다. 정규직 노조와 조합가입대상이 겹친다는 이유로 독자노조 설립이 불허되는 것이다. 정규직 노조가 계약직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계약직들은 법외노조로써 힘겨운 싸움을 해야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더욱 어렵다. 파견, 하청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면 파견, 용역회사가 해고할 뿐만 아니라 소속된 파견용역회사조차 원청으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하고 자진폐업하기도 한다. 아예 부당해고 구제신청 자체를 못하게 막는 것이다. 원청회사를 상대로 투쟁을 하지만, 원청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업무방해를 내세워 집회금지가처분 신청을 통해 집회투쟁조차 원천봉쇄한다. KBS가, 대한항공이, 대성산소가 또한 그러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조 결성조차 가로막힌다. 노동부와 법원, 검찰의 잘못된 법해석 때문에 많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을 할 자격이 없다’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얼마전 검찰은 노조설립신고필중을 받고 3년째 활동하고 있는 재능교사노조에 대해 노조와 단협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고, 대법원은 레미콘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했다.
사용자에 비해 훨씬 사회적으로 약자인 노동자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노조라는 집단적 방식에 의한 것임은 기본상식이다. 그러나 이런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 비정규직의 현실이다.
3. 자본은 비정규직을 원한다!
이렇게 임금차가 크고 사용자 맘대로 부려먹을 수 있다보니 사용자는 당연히 비정규직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임단협 시기에 경총은 특별히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단협지침을 발표하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된 단협을 체결하지 말 것이며 특히 특수고용직, 간접고용노동자의 교섭 자체를 받아들여선 안될 것이라고 못박아 놓았다. 또한 건설운송노조가 파업투쟁에 돌입하자 친히 성명서를 내고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지 알리는 자료를 뿌려댔다. 이런 경총의 모습은 사용자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준다. 80년대 말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고 90년대 초 신경영 전략을 도입하면서부터 자본은 비정규직을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어찌보면 경제위기 전까진 기존 노조의 별다른 저항없이 비정규직을 도입해왔다면 이제서야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노동-자본간 한 판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은 사활을 걸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나서고 있다.
? 사용자성을 회피하면서 노동기본권을 박탈한다.
분사, 외주, 아웃소싱... 이제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그리고 그 누구도 피해가기 힘들고 언제든 나에게 화살이 돌아올 수 있는 너무나 일반화된 구조조정의 양태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기본적인 본질은 하나이다. 고용을 외부화함으로써, 직접고용 노동자들을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전환하는 것, 그럼으로 인해 사용자 책임을 자회사에, 용역회사에 떠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원청회사는 노동자들을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부려먹으면서도 그 불만은 안전판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용역회사로 넘겨버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회사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은 여전히 원청회사가 독식한다.
최저낙찰단가로 인해 점점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 분사 이후 3년이면 여지없이 노동조건은 형편없이 열악해진다. 노동기본권은 박탈당한 노동자들은 힘없다고 징징대는 하청업체와 사용자가 아니라고 우기는 원청업체 사이에서 빼앗긴 권리를 찾기 위한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밖에 없다.
? 노동자를 분열시킨다
쉽게 비정규직 하면 ‘식당아줌마’‘경비’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에서 비정규직은 60%이상이 정규직과 함께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반면 전혀 다른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는 20%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규직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보다 하나 낮은 급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비정규직이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비정규직이니 어쩔 수 없다고 넘어간다.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를 자신에 대한 “관리자”, “감시자” 라고 생각하기 쉽다. 노동자 투쟁의 가장 큰 기초는 단결이다. 그러나 정규직 비정규직의 분할된 구조는 노동자들간의 분열과 경쟁만을 낳을 뿐이다. 원청노조가 파업할 때 하청노동자는 나와서 공장을 돌린다. 원청노동자들은 하청노동자 때문에 파업도 못한다고 화를 내지만 함께 싸울 노조도 없는 하청노동자로선 일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정규직 비정규직간의 골은 더 깊어질 뿐이다.
자본에게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반정도 임금으로 쉽게 부려먹을 뿐만 아니라 기존 노조를 약화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이렇게 맘에 드는 비정규직을 쉽게 포기하려하겠는가. 더욱이 경제위기 이후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에 이미 맛이 들은 자본이니 말이다.
4. 비정규직에 대한 오해들
?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 임금인상에 영향을 준다”,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되면 내 일자리를 뺏긴다”
매년 임단협 투쟁을 진행하면서 매번 부딪치는 것이 “경기가 어렵다” 또 “지급여력이 안된다” 따위의 얘기들이다. 자본가들의 얘기를 빌리자면 임금인상은 고사하고 매년 기업은 적자투성이로 임금을 삭감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임■단협 및 고용안정 투쟁을 진행해오면서 결국 노조의 힘이 얼마나 강한가에 따라 임금도 올리고, 고용도 지켜지는 것이지 지불능력이니 경영상태니 하는 것들은 한낱 자본의 변명에 지나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자본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윤이 작아지길 바라지 않는다. 아니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윤을 챙겨갈 수 있을까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을 내 일자리의 경쟁자로 생각하지 말고 함께 싸워서 고용안정을 쟁취할 동지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규직이라고 해서 고용안정이 보장돼있다” 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노동조합이 힘이 있을 때 얘기다. 노동조합의 힘이 약해지는 그 순간 누구라도 비정규직, 실업자로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본의 욕심이다. 계약직 노조를 용역화 하는 것에 ‘ 정규직이 살려면 어쩔 수 없다’라는 논리로 밀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전체 조합원이 살려면 특정 공장 또는 라인이 매각되도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이어질 것임은 뻔하다.
? “조직해봤자 깨지는 싸움이다”
원래부터 깨지는 싸움이란 없다. 승리의 가능성은 조직력을 탄탄히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그 주체동력을 바로 세우기가 만만치 않다. 계약해지라는 불법해고가 판치고, 애써 사내하청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치더라도 하청계약을 해지해버리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 앉게 된다. 또한 파업이라도 할라치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대부분이 노동조합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과 조직력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조건들만 확립된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이다. 결국 “어떻게 준비해서 싸울 것인가”가 중요하다.
혹시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래부터 단결이란 것조차 모르는, 파업투쟁시에도 버젓이 나와 근무를 하는 근본이 안된 사람들이라고 오인하고 있는가. 그러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간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무엇을 했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믿고 투쟁에 나서겠는가. 과연 그간 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할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같이 일손을 놓는다고 해서, 노조에서 이들의 고용을 책임지겠다고 장담할 수 있었나 돌이켜보자.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을 믿고 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때 승리할 수 있다는 신뢰와 믿음을 심어주는 것, 그것이 정규직 노동자들이 지금 해야할 일이다.
? “ 비정규직 투쟁은 비정규직만의 문제이다”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투쟁을 옆에서 지원해주고 비정규직 관련 제도개선에 압력을 넣어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투쟁은 정규직의 사안이 해결 된 이후에야 눈을 돌릴 수 있는 부차적인 문제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틀렸다. 이미 비정규직은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는 노동자 전체의 문제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유통 서비스업의 경우 이미 비정규직이 70%를 넘어섰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고용을 추월하면서부터 현장권력은 자연스레 사측으로 넘어갔다. 소수로 남은 정규직들에게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파업이라는 무기조차 헛발질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속사업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으로의 전환, 비정규직 도입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현장의 권력을 자본에게 내어주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 자본의 속성상 앞으로도 비정규직 도입을 증가할 것임은 자명하다. 이 속에서 정규직의 안정적인 노동조건과 고용조건도 이미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구조조정이라 하면 정리해고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정리해고가 양적인 구조조정이라면 고용■임금■노동시간의 유연화의 형태로 들어오고 있는 질적 구조조정을 더욱 눈여겨 살펴야 할 것이다. 경제위기가 심화되자 김대중은 ‘상시적 구조조정 체제’를 갖추겠다고 공언하였다. 상시적 구조조정 체제란 무엇인가. 97년 경제위기가 터지자 2년만 정리해고 참으면 극복할 것처럼 말한 것이 사기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말이다. 상시적 구조조정이란 굳이 정리해고 같은 충격과 반발이 큰 방법말고 외주, 용역화, 비정규직화 등의 방법으로 상시적으로 인원을 감축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비정규직 문제는 단지 비정규직의 처지를 어떻게 개선할까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까, 이를 위해 정규직, 비정규직간의 연대투쟁을 어떻게 만들어낼까,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에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정규직 노동자들부터 시작해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양적, 질적 구조조정이 상시화된 신자유주의 시대에 더 이상 비정규직만의 문제란 없다.
자본의 소망은 정규직을 비정규직처럼 부리는 것, 정규직 아래서 비정규직을 더욱 가혹하게 부리는 것이라는 점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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