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을 위해 모였던 우리는 지난 4월 26일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설립하자 곧바로 지부장이 해고되고, 6월 27일 파업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7차례 임·단협에 집중하느라 조합원간의 결속력을 높이지도 못했다. 이 날 우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 파업가, 철의 노동자 이렇게 3곡의 노동가요를 배웠고, 3일만 힘있게 투쟁하면 해결되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기대와는 무관하게 10월 5일(토) 현재 파업 100일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19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다람쥐바퀴처럼 제자리를 맴돌았을 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오히려 교섭을 통해 대화하는 척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조합원들을 집단폭행 협의로 고소하고, 지난 3달 동안 터무니없게 임금을 삭감했다. 그리고 2명의 조합원에 대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원직복직 판정과 노동부 복직 명령도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추석연휴를 앞두고 "9월 21일부로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 "다시 재계약하지 않겠다"며 조합원을 해고했다. 이는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한 술책이라고 판단하여,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노무상담을 했다. 그 결과 우리가 들은 대답은 "법적으로 아무런 승산이 없다", "부당해고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 최근 판례의 흐름이다" 는 얘기였다. 회사는 이런 점을 악용하기 위해 입사하는 모든 직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기간을 1년으로 명시하도록 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추석연휴를 보내고 사업장에 나와보니,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탈퇴서를 제출했다. 이런걸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해야 하는 걸까? 탈퇴한 조합원들은 대부분 "미안하다", "지난 90일 동안 노조에서 열심히 했지만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 같다", "법원이나 회사는 아무것도 기대할 가치가 없는 놈들이다" 는 얘기를 하며 절망감을 표현했다.
이러한 절망감은 단순히 조합원들의 미약한 결속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계약직(?)인 우리가 성모병원 조합원들처럼 싸우기는 힘든 것 아니야!"라고 말했던 한 조합원의 말처럼, '도급용역' 형태로 '불법파견'되어 일하는 우리 시설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는 법으로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이러한 현실에서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다.
며칠전 내가 근무하는 대법원에 학생 2명이 52만원을 받기로 하고 들어왔었다. 7년째 근무하고 있는 50대 직원의 급여가 80만원 수준이다. 7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회사에서 어떻게 희망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암담함 현실 때문에 우리는 노동조합을 결성해서 희망을 찾으려고 했다.(대법원의 경우 4월 26일 노동조합을 결성할 당시 거의 모든 직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었다.) 하지만 투쟁이 장기화되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하나둘씩 회사를 그만두거나 조합을 탈퇴했다. 이제는 겨우 4명만이 남아있고 이중 2명은 한달 안으로 그만둔다. 법원과 회사는 노조가 무력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경원인원을 보충하지도 않으면서 다시금 비정상적인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희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노동부 취업사이트에 있는 명호개발의 취업광고란을 보면 "※이 회사는 지급하기로 약속한 급여와 실제 지급 받는 급여가 다른 회사입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법조타운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입사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시설관리분야에 첫발을 딛거나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회사의 실상을 알게되면 대부분 그만둔다. 간혹 자격증 취득을 목적으로 공부하려는 사람이나 야간대학에 다니는 사람들과 막장인생처럼 내몰려진 고령자들만이 한시적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것은 회사가 이런 정황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이런 점을 악용해서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과의 계약 당시에만 정원을 채우지만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장기적인 결원을 초래한다. 그런데 회사는 출근부를 비롯한 서류조작을 통해 조작된 인원수만큼 결원에 따른 감액을 당하지 않는다. 가령 고등법원의 경우 현재 결원인원이 40%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10% 결원인 것으로 조작되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고등법원 관리과장도 알고있는데,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전면파업에 돌입하자 곧바로 "20% 이상 결원이 발생하면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말하며 계약해지 경고 공문을 수 차례 보냈던 법원이 한달이 넘게 40% 결원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결원인원에 대한 서류조작으로 회사가 부당하게 챙긴 수익은 엄홍장 사장 혼자서 꿀꺽 먹어치우는 걸까? 우리 노동조합은 절대로 그렇게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서류조작은 법원의 담당공무원이 비호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까지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류조작을 방조해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등법원 관리과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현재 조사중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런 점이 명백하게 조사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명호 같은 악덕기업이 어떻게 지난 7년 동안 법원과의 수의계약으로 시설관리도급용역을 지속할 수 있었는지도 밝혀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노동조합을 만들어 '최소한의 임금인상과 합법적인 조합활동의 보장'을 요구했다. 이렇게 소박한 요구가 실현되지 않고, 100일이 넘게 장기화되며, 해결되지 못한 것은 모두 법원 때문이다. 이 나라 법과 질서를 상징하며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는 법원은 '자유, 평등, 정의'를 외치지만 실상은 우리 노동자들의 '자유, 평등, 정의'를 짓밟고 불평등한 사회구조을 유지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반노동자적인 국가기관일 뿐이다.
이러한 본질은 지난 100일간의 투쟁을 통해 명백해졌다.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한 첫날부터 이제까지 우리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해왔던 법원은 아무런 근거 없이 "불법"이라고 매도하며, "법원은 여러분 사업장이 아니니까 퇴거하라!"고 협박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더니 파업출정식을 진행하는데 폭력경찰을 동원하여 우리 시설노동자들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을 자신들의 높은(?) 권위로 짓밟은 법원은 그것도 모자라 "계속 쟁의하면 도급계약을 해지하겠다", "계약을 해지하면 노동조합 활동했던 놈들은 아무도 고용승계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법원은 우리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투쟁을 철저하게 짓밟았지만,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는 사용주가 아니므로 아무것도 책임질 수 없다"고 말하며 이중적이고 기만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10월 4일 '부당해고'된 안경호지회장과 '부당전직'된 정재율 실장과 함께 노동청을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노동청 담당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자신은 "사건을 검찰에 기소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회사가 검찰에 기소되면, 아마 벌금을 내게될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벌금을 어느 정도 내는지 물어보니 "10~50만원쯤 됩니다"라는 답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근로감독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노동부는 유명무실한 것 아닌가? 합법적으로 파업하는 노동자를 "현행범"으로 내몰아 폭력경찰을 투입해서 짓밟고 불법적으로 연행하는 이 나라, 하지만 기업주가 잘못하면 "10∼50만원" 벌금 정도만 때리는 이 나라는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나라란 말인가? 우리 노동자는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800만 명의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그들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외면한다면 이 나라는 결코 우리 노동자를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가진자만을 국민으로 인정하는 가진자의 나라일 뿐이다.
가진자들의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내몰리고 있는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인가? 우리에게 희망을 잃어버리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법과 제도이며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자본과 권력이다. 자본과 권력은 우리가 희망을 잃어버리고 묵묵히 일하는 자신들의 노에가 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이들이 강요하는 대로 우리들이 휩쓸린다면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아무리 강요하더라도 우리들이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 지신이 희망인 것이다. 우리 노동자는 우리사회의 압도적 다수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하나다. 800만 비정규직 하나되어 세상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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