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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호 NO.4|04|2002
"불안정노동 철폐, 노동권 생활권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을 제안한다."

:: 2002-04-09   조회: 2910


1. 정세적 배경



김대중 정부의 집권말기에 이르러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은 더욱 고도화, 다면화하고 있다. 상품시장, M&A시장, 금융시장을 통해 기업경영을 규율하고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을 완비한다는 구상 하에 한국경제의 금융화, 개방화는 한단계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대중은 이미 장기적 불안정화의 국면으로 진입하였으며, 그 파괴적 양상은 내부의 경제적 격차 심화에도 불구하고 노동대중 전반의 삶에 걸쳐 더욱 심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IMF경제위기체제와 함께 등장한 김대중정권은 경제위기극복의 전략으로서 '노동유연화'와 '노사정합의주의'를 전면적으로 제기해왔다. 노동의 불안정화와 노동기본권의 후퇴는 1990년대 내내 지속된 공격이었지만 김대중정권에 이르러서는 개별 자본 차원에서의 전략을 국가의 노동정책으로 전면화시킨 특징을 보였다.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를 필두로 상시적 인력조정을 뒷받침하는 법제도가 완비되었으며 노동시간, 임금을 탄력화하려는 공세가 전면화되었다. 이러한 공격의 결과 노동대중 전반의 삶의 불안정성이 심화되었으며 빈곤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과정은 노동대중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었지만, 김대중 정권은 노사정합의주의를 매개로 투쟁하는 대오를 고립시키면서 폭력적으로 노동기본권을 침탈하는 한편, 소위 '생산적 복지 정책'을 통해 완충지대를 만들어 왔다.

김대중정권 들어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여성, 이주, 장애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의 파괴적 효과가 이들 불안정노동대중에게 더욱 집중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의 조직노동자가 이에 올바르게 대응하지 못함으로 인해 이들의 독자적 조직화가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민주노조진영의 대응은 단사별로 파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수세적인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그리고 불안정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의 경우도 그 격렬함과 긴급함과는 별개로 노동의 불안정화를 강요하는 구조조정 자체에 대한 반대로까지는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2. 2002년 상반기 불안정노동자의 투쟁요구




    (1) 비정규직 노동자



□ 간접고용 철폐, 파견법 철폐


파견, 용역, 사내하청, 외주, 분사 등 간접고용형태의 확산은 다중적 착취구조를 통해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할 뿐 아니라 사용자로서의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1998년 도입된 파견법은 파견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주기적 해고를 양산하고 간접고용의 확산을 부추기는 역할만을 하고 있다. 반인권적, 반사회적 간접고용은 철폐되고 노동자를 사용하는 자본에 대해 직접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학습지교사, 보험모집인, 골프장 경기보조원, 지입차운전수, AS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이 계속되자 국가와 자본은 이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는 이들의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판결을 내놓고 노사정위원회에서는 '준근로자' 개념을 도입해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법 전면적용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2) 이주 노동자



□ 미등록노동자에 대한 단속 추방 중단, 거주·노동의 권리 쟁취


불법체류는 정부가 10년이 넘도록 이주노동자들에게 강요한 노예노동의 결과이다. 강제추방의 위협 앞에서 노동조건 개선, 노동기본권 보장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2001년부터 한층더 광폭해진 단속·추방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기순환정책 및 연수제도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정책의 일환이다. 정부는 불법체류 미등록노동자를 전원사면하고 이들의 거주·노동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 현대판 노예제도, 연수제도 철폐


중소기업협동회 추천 또는 현지법인(해외투자기업) 연수생은 1년 또는 2년짜리 계약직 노동자로 절대적인 저임금에 착취당하고 있다. 이들이 단체행동을 하면 회사는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노동자들은 강제출국당한다. 2001년 12월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에서는 현행 연수제도를 변형·확대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저임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연수제도 및 연수제를 유지하기 위한 모든 이주노동자관련 정책은 철폐되어야 한다.

□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노동기본권 쟁취


연수제도와 불법체류라는 굴레 아래 주로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은 사문화되어 있다. 또한 정권과 자본은 강제퇴거(추방)를 미끼로 최소한의 노동의 권리를 위해 저항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억누르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은 이주노동자를 이땅 노동계급의 일원으로 보면서 함께 연대하고 엄호할 때에만 쟁취할 수 있다.


    (3) 장애노동자



□ 장애인 이동권·교육권 보장


2001년 8·29 버스 점거농성 이후 장애인이동권연대는 100만인 서명운동의 지속적 전개와 함께 매달 한번씩 정기적인 버스탑승투쟁을 벌이고 있다.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와 노동권의 보장을 위해 이동의 권리와 교육의 권리가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혁신과 장애인 수급권자 생존권 확보


2001년 12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자인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고 최옥란열사의 결의 속에 전개된 '생존권 쟁취와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단'의 활동은 정권의 '생산적 복지정책'이 강요하고 있는 노동빈민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역별·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 도입 등 장애인 수급권자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 장애인의무고용제도 확대·강화


장애인의무고용제도는 장애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현행 2%인 의무고용률, 적용대상사업장 확대, 강력한 강제조치 도입 등 장애인의무고용제도 확대 강화와 함께 모든 노동관계법상의 장애노동자와 비장애노동자의 분리조항이 철폐되어야 한다.


    (4) 실업 노동자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혁신을 위한 공동투쟁


2000년 10월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의 일차적 책임을 국가가 지고, 국가가 모든 국민의 최저생계를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수급자 선정 기준의 엄격함과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형식적인 자활사업 등으로 인하여 수급자의 대부분이 최저생계는커녕 생존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권은 2002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령 개정에서 오히려 대상자의 선정 기준을 더 엄격하고 까다롭게 개정하여 빈곤계층이 수급자가 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되었으며, 독소조항이라 지적해 왔던 부양비 및 추정소득 간주제, 의료보호의 비급여 부분 등을 폐지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이에 지역별·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 도입, 생계급여의 현실화 등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혁신을 위한 투쟁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 저소득 일용직 노동자 조직화와 고용보험 전면적용


2001년 정부는 실업정책의 일환으로 일용직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보험확대 적용을 2003년부터 실시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이후 계속 유보하고 있다. 2001년 정기국회에 일용노동자고용보험 적용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였으나 검토할 내용이 많다는 이유로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비정규직·일용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로서의 고용보험 전면적용투쟁과 함께 저소득 일용직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한 고민 중이다.


    (5) 산재 노동자



□ 산재보험제도·근로복지공단을 노동자중심으로 개혁


산재은폐와 산재노동자의 탈락을 제도화하고 있는 산재인정절차, 산재노동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제도화되어 있는 산재심사제도, 재활정책의 부재,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하여 실제적인 적용대상범위의 제한, 구태의연한 근로복지공단 등 산재보험체계의 개혁과제가 산적해 있다.

□ 중대 산재사고 사업주 처벌 강화


반복적으로 악질적으로 계속되는 산재사망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미 일어난 산재에 대해 사업주가 은폐한 건수가 적발된 것만도 2000년에 2,654건에 이른다. 또 2000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입건한 4,391개 사업장 8,124명의 사업주 중 구속수사 5개 사업장 10명에 불과하다. 안전에 대한 투자없이 기업활동을 하려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산재사고를 실질적으로 예방해야 한다.

□ 산재노동자의 일할 권리 보장 및 원직장 복귀 보장


산재노동자의 직업재활은 사회적 책임을 사실상 방기한 채 개인이 감당할 문제로 떠넘겨 왔다. 산재노동자의 사회복귀의 핵심은 직업을 통한 복귀이며, 원직장 복귀는 산재 이전 상태로 되돌려지는 재활의 목표에 비추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3. 불안정노동자 공동투쟁방향 정립을 위하여



다양한 불안정노동자 조직들이 연대를 하게 된 배경에는 1> '불안정노동'을 강요당하는 조건의 유사함 2> 기존 대기업정규직중심의 노동운동으로부터의 배제라는 공통점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좀더 들어가서 살펴보면 현재 일차적인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단위들 사이에도 차이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여성,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는 고용되어 있지만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면서 기존 노동자조직에서도 구조적으로 배제되어 왔던 경우이다. 실업의 경우는 현재까지로서는 '실업자'를 주체로 조직한다기보다는 취업과 실업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혹은 실업의 위협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노동대중의 정치적 투쟁과제로 자리잡혀야 할 영역이다. 이주노동자의 경우는 불안정노동자의 고통에다가 이주노동자라는 민족적 모순이 결부되어 있는 경우이다. 장애노동자와 산재노동자의 경우는 노동권이 비장애노동자만이 아니라 장애노동자로까지 보편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가, 혹은 노동조건에 대한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는가의 질문을 던지고 있는 영역이다.

이처럼 다양한 불안정노동자조직이 공동투쟁의 전망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정치적 요구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기존 노동자조직이 지향과 구조를 개혁할 것을 요구해야만 한다. 불안정노동자의 공통 투쟁방향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수준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공통의 전선적 요구로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반대"를 제기해야 한다.



불안정노동자들이 겪게 되는 삶의 위기의 바탕에는 불안정·불완전한 일자리를 강요하는 구조조정 정책이 가로놓여 있다. 고용되지 않으면 최소한의 생존도 지탱할 수 없는, 그리고 고용되어 있어도 열악한 노동조건과 고용불안으로 끊임없이 생존의 위기를 경험하게 되는 사회에서 '고용의 위기'는 곧 '노동자 삶의 위기'라 할 수 있다.

김대중정권은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금융세계화로의 편입과 노동의 불안정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해 왔다. 특히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합법화를 통해 고용파괴를 정당화시켰으며, 상시적 기업구조조정을 뒷받침함으로써 고용불안을 일상화시키고 있다. 정권은 공공·금융부문에서의 인원감축을 주도하였고 이는 대기업의 인원감축으로 이어졌다.1) 이러한 대규모 인원감축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 자체가 그만큼 사라졌다는 면에서도 충격적인 것이다. 대부분 인원감축은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와 함께 추진되었고, 정규직·비정규직 가릴 것없이 노동조건은 더 악화되었다.2)


김대중정권은 '노동유연화'와 '생산적 복지'를 노동정책의 기조로서 강조하고 있다. "평생고용에서 평생직업으로"라는 허울좋은 구호 아래 고용파괴와 노동조건의 악화가 강요되면서도 노동자 삶의 위기는 노동자 개인의 능력과 책임탓으로 돌려진다. 소위 '생산적 복지'는 불안정한 노동이라도 수용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방식으로 열악한 노동을 강제한다. "노동의욕을 상실하지 않는 수준"을 운운하며 최소한의 생계마저 보장하지 않는 복지급여수준, 3D업종을 비롯한 불안정한 일자리를 거부하였을 때는 실업급여를 중단하겠다는 방침 등은 불안정한 노동을 강제하고 유인하려는 생산적 복지정책의 목표를 드러내주는 것이다.

불안정노동자들의 일차적 요구는 '안정적이고 떳떳한 일자리'를 갖는 것이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안정적이고 적정한 일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이다. 장애노동자이건 산재를 당한 노동자이건 장기실업상태의 노동자이건 마찬가지이다. 이주노동자의 경우도 우리사회의 필요에 따라 들어온 노동자인만큼 안정적이고 적정한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정책은 바로 이러한 안정적이고 적정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의 투쟁을 통해 분쇄되어야 한다. 노동유연화 정책의 중단을 요구할 뿐 아니라 국가에 대하여 '안정적이고 적정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이런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을 경우 현재 취업하고 있는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기본생활보장을 '권리'로서 요구할 수 있음을 부각시켜야 한다.

2001년은 다양한 불안정노동자들의 투쟁이 만들어졌던 한해였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2000년에 이어 "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 쟁취"를 내걸고 처절한 싸움을 벌여냈다. 장애운동단체들은 장애인 노동권의 기초가 되는 이동권 쟁취를 위해 열심히 투쟁했다. 또 최옥란열사 농성을 계기로 장애인 수급권의 실질화를 위한 공동투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들의 경우도 스스로 노동조합의 주체가 되어 한국 노동운동과의 연대를 모색해보는 첫해가 되었다. 이처럼 2001년은 다양한 불안정노동자들이 스스로를 당당한 '권리의 주체'로 선언해내고 연대를 모색하는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불안정노동자의 조직화와 연대는 아직 초보적 단계이다. 아직은 주체로서의 역량이 부족하고 산발적인 이슈 파이팅 이상의 대중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불안정노동자들이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인식되고 이들의 투쟁이 분명한 권리 요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내부적으로 운동으로서의 관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불안정노동자들이 당면하는 문제들은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일자리를 강요하는 구조적 요인이 놓여 있음을 직시하고, 이러한 불안정한 상태의 제거를 위한 사회적 투쟁이 요청됨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또한 불안정노동자 스스로를 단결과 투쟁의 주체로 세워내기 위한 정치적·조직적 시도들의 중요성이 충분히 부각되고 옹호되어야 한다. 불안정노동자들이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인식된다는 것은 노동권·생활권에 관한 자주적 결정의 원리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1년 '생존권 쟁취와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단'의 활동은 수급권자들이 주체가 되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혁신을 요구하는 투쟁의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다. 비정규직, 이주, 장애 등 불안정노동자 투쟁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들을 주체로 조직하고 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둘째, 공통의 투쟁요구로서 "노동조건에 대한 권리"를 부각시켜야 한다.



노동유연화론의 기저에는 고용과 노동조건의 분리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 즉 어떠한 일자리이건 고용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정책의 목표가 된다. 국가정책 자체가 고용을 파괴하는 효과를 가지면서도 일자리 창출은 전적으로 기업의 의사와 능력에 의존하게 된다. 당연히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일지라도 기업이 선호한다는 점에서 고용창출의 현실적 방안으로 선택된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과 노동조건을 유지하고 있는 정규직 일자리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로서 규제파괴가 이루어져야 하는 영역으로 치부된다. 이처럼 고용파괴 자체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게 만드는 가장 큰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열악한 노동조건의 확산 때문에 고용유지 자체에만 급급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고용에 대한 요구와 노동조건에 대한 요구가 분리되는 순간 노동대중 내부의 분할선이 더욱 공고화되는 결과를 맞이하게도 된다. 고용유지에 제한된 요구는 고용유지의 거래대상으로 노동조건의 삭감을 감수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일단 노동조건의 삭감이 이루어지면 역으로 고용축소의 위협에 시달리게 된다. 1990년대 이래로 각종 신경영전략의 이름으로 노동강도의 강화와 배치전환, 현장통제강화와 비정규직 도입이 추진되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정규직 조합원에 제한된 방어투쟁에 매몰된 경우 대부분 인력감축과 비정규직화가 전면화되었다. 1997년 경제위기를 경과하면서 고용과 노동조건을 맞바꾸는 교섭패턴이 전면화되었을 뿐 아니라, 일자리 방어의 명목으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우선적 해고와 노동조건 삭감을 용인하는 양상까지도 보이게 되었다.3)


그러기에 단순한 '고용유지'를 넘어서 '노동조건에 대한 권리'를 부각시킬 수 있는 풍부한 요구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초과노동없이 생활임금 쟁취"를 제시할 수 있다. 불안정노동자들의 저임금은 장시간노동을 강요하는 구조적 요인이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아예 근로계약 자체에 초과노동이 기준노동시간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주노동자의 경우도 2001년 노동부 조사결과 미등록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64.1시간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지법인연수생의 경우, 격주로 주야간 2교대제를 실시해 12시간씩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여성이주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0.5시간 일하며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여성도 40% 이상이 된다.4) 장애노동자의 경우도 2000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일 평균 13시간동안 노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 이런 장시간노동의 구조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비롯한 생존권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이다. 저임금장시간노동을 강제하는 일자리는 사회적으로 제거되어야 하는 상태로 낙인찍고, 초과노동없이 기본생활권을 지탱할 수 있는 생활임금쟁취를 노동대중 전체의 요구로 내걸어야 한다.

연관하여 불안정노동자의 저임금장시간노동을 제도적으로 정당화해주는 차별적 임금-노동시간체계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불안정노동자들의 거의 대부분 법정 노동시간이나 초과노동수당 등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것은 시설관리노동자나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의 사례처럼 아예 근기법 적용제외대상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포괄임금제 등의 방식으로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임금총액을 정해놓고 법위반을 피해가기 위해 임금항목을 적당히 맞추는 식으로 임금을 지급한다. 2001년에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것은 불안정노동자의 저임금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하나의 접근방식으로서 긍적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02년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임금체계의 개선, 최저임금 적용대상의 확대 등을 요구하고 불안정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조직하려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자 건강권 쟁취"도 중요한 공통의 투쟁요구가 될 수 있다.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존권으로서의 건강권을 보장하는데에는 근로계약의 법적 형식이나 대상이 제약조건이 될 수 없다. 위험하고 유해한 업무에 불안정노동자를 투입하거나 3D업종에 취업을 강요하는 것은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부분이 장시간노동이나 충분한 안전조치없는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는 성과급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스스로 노동강도를 강화해야 하거나, 산재가 발생해도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작업장이나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는 자를 대상으로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각종 사회보험의 적용확대만이 아니라 사회보험의 구조 자체를 개혁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흔히 불안정노동자의 최소한의 안전망으로서 사회보험의 적용확대가 중요한 과제로 거론된다. 일부에서는 김대중 정권들어 각종 사회보험의 적용대상 및 지급액이 크게 확대된 것을 들어 복지확대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제도적인 적용대상이 확대되었다고 하여 불안정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혜택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국가의 재정부담 없이 기업과 노동자 개인의 기여에 따라 지급하는 현행 사회보험의 구조상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는 불안정노동자들에게는 애초에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또한 고용보험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사회보험의 기능 자체가 사회구성원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노동유연화를 지탱하고 불안정한 노동을 유인·강제하기 위한 것으로 설계된 것도 문제이다. 한 사회 구성원이 어떠한 지위에 있건 기본적 생활보장이 될 수 있도록 사회보험의 성격 자체를 재편하기 위한 투쟁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여기에 "자주적 단결을 통한 노동조건·생활조건의 결정권"을 덧붙일 수 있다. 이는 불안정노동자의 공동투쟁전선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것이지만, 그 자체가 실제적인 권리로서 충분히 부각될 필요가 있다. 노동조건·생활조건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로서 자주적 단결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은 지금까지의 노동3권보다 더욱 보편화된 단결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셋째, 공통의 실천프로그램으로서 근기법 완전적용, 근로감독 강화, 근기법위반 및 산재발생 사업주 처벌강화 등을 요구하며 노동부, 보건복지부, 근로복지공단, 경총 등을 집중적으로 타격해야 한다.



한편 민주노총은 2002년 사업계획 중 하나로 명예근로감독관을 대대적으로 조직하여 중소영세사업장에 대한 노동조건 감시와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고민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차원의 명예근로감독관은 이미 법상 보장되어 있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과 함께 노동운동진영 전체에서 대대적으로 조직되어 지역차원에서 노동조건에 대한 투쟁을 벌여내는 기획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1990년대 초 지역노조들의 투쟁사례처럼 지역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투쟁을 공세적으로 벌여내고,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이주노동자, 불법파견노동자처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조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4. 2002년 불안정노동철폐,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을 제안한다




    (1) 공동투쟁 제안의 취지



김대중정권 들어 진행된 '노동유연화'와 '생산적 복지' 정책은 노동자·민중에게 고용파괴와 불안정노동만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지난 몇 년간 분출하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 이주, 장애노동자들의 투쟁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반민중성을 폭로하고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연대를 모색하는 가운데 전진하고 있다. 2001년 민주노총을 비롯한 여러 노동·사회·정치단체가 함께 마련한 [민중의 복지,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연대한마당]은 다양한 불안정노동자들이 스스로를 권리의 주체로 선언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불안정노동자 투쟁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 열악한 처지에 대한 공유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운동진영 전체의 과제로 자리매김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여성, 이주, 장애, 산재, 실업 노동자를 조직하고 투쟁의 주체로 세워내려는 노력들은 불균등하게 진행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제외하면 아직까지는 불안정노동자의 대중적 조직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불안정노동자들이 조직되고 스스로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이고 선도적인 투쟁을 통해 조직화를 위한 사회적 조건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불안정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부각시키고 조직화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공동투쟁을 제안한다.


    (2) 2002년 공동투쟁의 기조와 요구



가. 공동투쟁의 기조 ; 노동유연화·생산적 복지 반대/ 안정적이고 건강한 일자리·모든 사회구성원의 기본생활 보장


불안정노동자들의 일차적 요구는 '안정적이고 떳떳한 일자리'를 갖는 것이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안정적이고 적정한 일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이다. 장애노동자이건 산재를 당한 노동자이건 장기실업상태의 노동자이건 마찬가지이다. 이주노동자의 경우도 우리사회의 필요에 따라 들어온 노동자인만큼 안정적이고 적정한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정책은 바로 이러한 안정적이고 적정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의 투쟁을 통해 분쇄되어야 한다. 노동유연화 정책의 중단을 요구할 뿐 아니라 국가에 대하여 '안정적이고 적정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이런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을 경우 현재 취업하고 있는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기본생활보장을 '권리'로서 요구할 수 있음을 부각시켜야 한다.

노동유연화론의 기저에는 고용과 노동조건의 분리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 즉 어떠한 일자리이건 고용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정책의 목표가 된다. 국가정책 자체가 고용을 파괴하는 효과를 가지면서도 일자리 창출은 전적으로 기업의 의사와 능력에 의존하게 된다. 당연히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일지라도 기업이 선호한다는 점에서 고용창출의 현실적 방안으로 선택된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과 노동조건을 유지하고 있는 정규직 일자리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로서 규제파괴가 이루어져야 하는 영역으로 치부된다. 그런데 고용에 대한 요구와 노동조건에 대한 요구가 분리되는 순간 노동대중 내부의 분할선이 더욱 공고화되는 결과를 맞이하게도 된다. 고용유지에 제한된 요구는 고용유지의 거래대상으로 노동조건의 삭감을 감수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일단 노동조건의 삭감이 이루어지면 역으로 고용축소의 위협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기에 단순한 '고용유지'를 넘어서 '노동조건에 대한 권리'를 중심으로 투쟁을 새롭게 벌여내야 한다.

나. 공동투쟁의 요구


비정규직 철폐, 노동법 개악 저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완전 적용
최저임금제 확대, 차별적 임금체계 폐지
장시간노동 철폐, 노동강도 강화 저지, 적정인력 확보
사회보장급여의 현실화, 강제적 조건부과 폐지
노동조건·생활조건에 대한 자주적 결정권/자주적 단결권 쟁취


    (3) 「2002년 불안정노동철폐,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계획(안)



가. 기획사업


① 불안정노동 철폐와 기본생활권 쟁취를 위한 1000인 선언
- 일정 : 4. 17까지 선언자 조직
- 방식 : 제반 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에 제안

② "2002년 실업·불안정노동자의 노동·생활지표" 발표
- 방식 : 비정규직, 실업, 이주, 장애, 노동자 건강권 관련 통계, 실태조사를 종합하여 2002년 지표로 재구성
- 일정 : 4월 넷째주

③ 불안정노동철폐,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공동토론회
- 주관 : 공동토론회 준비팀
- 일정 : 4월 27일(토)
- 내용 : 불안정노동자 투쟁의 요구와 방향성에 대한 토론회

나. 불안정노동 철폐를 위한 실천단


시기집중 투쟁 결합 (장애인차별 철폐 공동투쟁 (4. 20), 노동건강권 쟁취투쟁, 빈민생존권 투쟁, 비정규직 철폐투쟁, 집노협 투쟁, 이주노동자 투쟁, 불안정노동자 총궐기의 날 투쟁 등)

다. 시기집중 투쟁


중앙기획단 산하 실천단을 구성하여 개별 투쟁에 적극 결합한다.

① "2002년 불안정노동 철폐와 기본생활권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 선포식"
- 일정 : 4월 17일 (수) 12:00
- 내용 : 참가단체 전체가 결집하여 선포식 및 실천단 발대식 진행

② 장애인 차별 철폐 공동투쟁 주간 (4. 15~20)
-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쟁취 및 시설비리 척결 투쟁
- 4월 17일 장애인노동권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 전개/ 4월 20일 전체집결 투쟁

③ 민중복지 쟁취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독소조항 폐지를 위한 투쟁
- 최옥란 열사 죽음을 계기로 생산적 복지의 반민중성을 폭로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개혁을 비롯한 모든 사회구성원의 기초생활보장을 요구하는 투쟁
- 최옥란 열사추모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에 대한 헌법소원, 토론회 등

④ 구조조정 분쇄, 노동자건강권 쟁취 투쟁
- 대우조선노조 근골격계 관련 투쟁 (4월말 서울 상경투쟁)
- 집배원노동자협의회 장시간 노동 철폐, 적정인력 확보를 위한 투쟁 (4월말 서울 상경투쟁)

⑤ 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
- 민주노총 비정규직 철폐투쟁 주간 (4. 23~30)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준)의 간접고용철폐,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

⑥ 이주노동자 노동권 쟁취 투쟁
- 불법체류 자진 신고기간(3. 25~5. 25) 대응투쟁 (4. 7 집회예정)

⑦ 빈민 생존권 쟁취 투쟁
- 월드컵을 빌미로 한 노점상 단속에 대응한 빈민 생존권 투쟁

라. 불안정노동 철폐를 위한 전국 순회투쟁


- 방식 : 전주, 광주, 대전, 대구, 부산, 울산 등 버스투어
- 일정 : 4. 23~29 (민주노총 비정규직 투쟁주간과 함께 진행하는 것 협의중)
- 내용 : 거리문화제, 투쟁사업장 공동집회, 지역 공동토론회

마. 불안정노동 철폐의 날


- 일정 : 5월 1일 메이데이
- 내용 : 공동투쟁 총화지점으로 비정규, 이주, 장애, 실업, 여성 등 불안정노동자 총궐기의 날
- 방식 : 권역별 노동절 집회시 사전결의대회와 가두행진시 공동행동






1) 정부 주도의 고용조정에서 감축된 인력은 공공부문(1998-2001년) 14만 3천여명, 금융부문 4만 6천여명(1998-1999년)에 달했으며, 이러한 정부 주도의 인원감축은 민간대기업 고용조정으로 이어져 20%에서 40%의 인원감축으로 나타났다. (권혜자, "김대중정부의 고용정책 평가", {2001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대토론회 자료집}, 2001.10.24, p.97)

2) 한국통신, SK의 예

3) 정규직 노동자들이 불안정노동자에 대해 가지는 차별의식·배제의식은 자본의 일상적인 분할통제전략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정규직 조합원의 고용방어를 위해 이들 불안정노동자를 안전판으로 삼으려는 의식에 의해 한층 악화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사내하청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려는 시도가 좌절되거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을 정규직 노동자의 지위를 위협하는 것으로 보는 의식, 이주 노동자를 한국 노동자의 고용기회를 빼앗는 존재로 보는 의식 등이 그것이다.

4) 송수진, "이주노동자의 상태와 투쟁과제", {민중의 복지,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연대한마당 공동토론회 자료집}, 2001.10.26, p.87

5) 엄태근, "장애인노동자의 삶과 현실", {민중의 복지,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연대한마당 공동토론회 자료집}, 2001.10.26, p.63
사무국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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