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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4|01|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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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4|01|2004
2003 임단협 투쟁평가 : 비정규직노동자의 투쟁주체화가 승패의 핵심이다

:: 2004-02-11   조회: 7945

1. 들어가며

비정규직 투쟁이 사회화되기 시작한지 5년째. 2003년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임단협 투쟁속에 반영하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 올해는 민주노총 지침 뿐 아니라 단위연맹의 임단협 방침, 공동요구안에도 비정규직 관련 요구가 핵심요구 중 하나로 상정되었고, 많은 단위노조가 임단협 시기 비정규직 관련 요구를 내걸고 투쟁을 전개했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공장 임단협 투쟁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원하청 공동투쟁이 진행되었고, 레고코리아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체로 나섰다. 정규직과의 임금격차가 일정부분 해소되고, 노동조건에서 정규직와의 차별적 요소들을 하나씩 없애고, 또한 정규직화 합의로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등 각 사업장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두었다.
올 금속연맹 임단협 방침에서 보여졌듯이 2004년에는 공공연맹에서도 연맹의 비정규직 관련 임단협 지침을 마련해 단위노조의 임단협 시기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독려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임단협이라는 투쟁의 시기를 활용한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개선과 정규직화 쟁취 투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노동자가 투쟁 속에서 노동자대 노동자로 동등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올해 임단협에서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이라는 비정규 투쟁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는 투쟁이었는지는 반성적 평가 속에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비정규직 노조 중에서도 임단협 투쟁을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노동조합이 있고 이에 대한 평가 역시 다루어져야 할 것이나, 이 글에서는 비정규직 노조의 임단협 투쟁은 일단 논외로 하고 정규직 노조의 임단협 투쟁 속에서 비정규직 관련 요구와 투쟁이 어떠한 양상을 띄었는지를 중심으로 서술하도록 하겠다.

2. 2003 임단협 요구의 경향

2003년 임단협 요구는 예년과 다름없이 크게 세 축으로 이루어졌다.
첫째 임금인상과 성과급 동일적용 등을 통한 임금격차 해소, 둘째 4대보험, 유급 휴일, 경조금 지금 등 노동조건의 차별 해소, 그리고 셋째로 비정규직 사용억제와 비정규직 우선채용, 조건에 해당하는 일부 임시계약직에 대한 정규직화 요구 등이었다.
사업장 타결 내용을 보면 가장 많은 진전을 보인 것은 정규-비정규직 노동자간의 임금격차 해소 요구였다. 금속산업연맹의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을 정규직 임금의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올해 사내하청노동자의 시급 5%∼10%인상과 성과급동일 적용을 지침을 냈고, 현자, 모비스, 기아, 쌍용차 등 대공장을 중심으로 한 실제 타결 결과는 이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은 4대보험적용, 경조유급휴가, 경조금지급, 작업복 명절선물 정규직과 동일하게 지급, 복지시설 공동이용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처우개선 문제와 비정규직 억제, 신규 채용시 비정규직 우선 채용 일부 정규직화 등에 있어 성과를 냈다.
예년에 몇 개 업종으로 국한되었던 것에 비해 다양한 업종과 산업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흐름이 나타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쟁 주체화시키는 방향으로는 나아가지 못했다

3. 임단협 진행 결과 개괄

○ 금속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노조 )
금속노조는 중앙교섭 합의를 통해 임시직 노동자의 고용기간을 3개월로 제한하고 인원보충시 해당부서 임시직을 우선 채용하는 조항에 합의했다. 또한 사내하청노동자의 노조가입을 이유로 한 불이익 금지조항을 비롯한 처우개선 요구에 합의했다. 금속 대전충북지부 교섭에서는 3개월 초과사용한 임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에 대한 합의도 이끌어냈다.
임금 관련해서는 현대자동차가 기본급 73,000원 인상에 성과급 300%를, 기아자동차 74,400원에 성과급 200% 에 합의하는 등 높은 임금인상율을 기록했다. 기아차, 대우정밀에서는 정규직 채용시 직접생산공정 계약직(또는 비정규직)을 채용규정에 의거 우선채용하고, 수산중공업, 금속노조 한국펠저지회의 경우 2명씩 정규직화 하는 등의 작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그 중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초석을 닦는 단협사항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자동차의 신규채용의 40%를 사내하청 중에서 채용한다 합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조직화 문제와 함께 가지 못함으로 인해 오히려 사내하청 노동자 내부의 경쟁을 격화시켰다.

○ 보건의료 (보건의료노조 동국대의료원/ 원광의대 군포병원지부/ 고대병원 지부 등)
보건의료노조 산하 지부들의 경우, 신규인력충원문제와 연동된 비정규직 우선채용을 통한 정규직화, 그리고 정규직화 과정의 비정규직 기간의 경력인정 문제로 접근해 들어가고 있다. 또한 40여개 노조가 주로 비정규직 4대 보험 적용, 진료비 감면, 경조사 유급휴가 적용, 경조비 지급 등의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중심으로 한 요구를 쟁취해 냈다.
동국대의료원은 '비정규직 채용시 노동조합과 합의한다'라는 단체협약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해왔고, '결원 발생시 비정규직 채용' '6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정규직화'란 단체협약을 무시한 채 비정규직을 확대시키면서 200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양산해 왔다. 이에 노동조합은 36일간의 파업투쟁을 거쳐 2003년 12월이내 19명 정규직화, 나머지 14명 2004년까지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원광의대 군포병원지부는 2003년 9월까지 30명, 2004년 50명 단계적 정규직화에 합의했고, 고대병원지부 비정규직 11명에 대한 정규직으로의 충원에 합의했다. 산재의료관리원은 2004년 전문 계약직제 폐지와 정규직 채용에 합의했다. 또한 영남대 병원지부는 비정규직에 대해서 단협을 적용하는 것에 합의했고, 정읍병원, 예수병원지부는 용역 파견업체 변경시 병원차원의 고용승계 협조 조항을 쟁취했다.

○ 대학노조 (안산공과대 지부, 서일대 지부, 충주대 지부, 숭의여대 지부, 외대지부 등)
안산공과대지부는 이번 단체협약안에서 5년의 고용을 1차적으로 보장하고, 이후 노사 동수 인사위원회를 거쳐 3년씩 2회 연장하며, 11년 이상 근무한 조교조합원에 대해서는 일반직과 동일한 정년을 적용함으로써 실질적 고용안정을 보장받았다. 또한 행정조교계약 만료일을 기준으로 행정조교 제도를 폐지할 것을 합의함에 따라 안산공과대의 비정규직을 없애나가는 의미있는 성과를 쟁취했다. 이는 직업상담원노조가 정년보장을 쟁취해냈던 것처럼,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속에서 이후 투쟁의 발판을 열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6개월간 천막농성을 벌이며 투쟁을 진행했던 서일대지부는 13명의 비정규직 전원을 9월8일자로 정규직화하였으며,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로 1년여의 교섭과 투쟁을 진행한 충주대지부는 올해 10월 1일자로 비정규직이었던 5명의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노조건설과 함께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쟁취한 숭의여대지부, 비정규직의 임금을 향후 4년간 정규직 대비 70%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한 한국외대지부 등 대학노조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있는 투쟁들이 이어졌다.

○ 사무금융연맹
기은신용정보노조, 한국전자금융노조, 한빛은행노조등 사무금융연맹 산하 노동조합들은 1년 6개월 내지 2년이 경과한 계약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사측과 합의하고 있다. 공기업과 사기업을 불문하고 사무직종에서는 이와 같이 승급심사를 통한 정규직화 통로를 여는 방식으로 비정규직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으나 이러한 방식이 비정규직 노동자 주체화에 도움이 될 것인가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내부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 깊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투쟁시기에 비정규직 관련 요구안을 쟁취한 예도 있다. 전국농협노조 전주분회는 지점장의 노조원 폭언에 대한 처벌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40여 일간 천막 농성 등을 전개해 비정규직 폭언책임자와 비호세력에 대한 징계뿐 아니라 10명에 대한 정규직화 합의를 이끌어냈다. 전국축협노동조합 서울경인양계축협지부는 98일에 걸친 파업투쟁 끝에 계약 해지된 10명의 비정규직을 재계약하고 2005년까지 계약직 노동자 고용 보장 등을 포함한 임단협 성과를 쟁취했다. KGI증권의 경우도 48일에 걸친 장기파업을 통해 투기자본에 의한 일방적 구조조정에 제동을 걸고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성과를 거두었다.

○ 공공연맹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관우회노조)
전국연구전문노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지부는 3년 이상 근속 비정규직 2명의 정규직화와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처우개선, 비정규직 연구원 28명에 대한 일방적 계약해지 철회를 요구하며 한달 여의 투쟁을 진행한 끝에 비정규직 4명의 정규직화, 공채시 내부근속자 가점 부여, 11개월 이상 연장발령 불가방침 철회 등에 합의하였다. 노조는 3년 이상 근속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올해 단협의 주요 요구사항으로 결의하고 적극적으로 비정규직 연구원의 전원의 노조 가입을 받고있다.
관우회노조는 '9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데 합의했다. 노조는 이미 3년 전에 순차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는 데 노사합의한 바대로 노사협의회를 통한 추가협의를 통해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온 바 있다.

○ 화학섬유연맹 (레고코리아, 엘지정유, 금호타이어)
레고코리아노조는 노동조합을 만들 때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였다. 그러나 회사는 노조에 가입한 비정규직에 대해 일을 주지 않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강경태세로 노동조합을 탄압해 나갔다. 이에 노조는 천막농성을 거쳐 1월 21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쉽지 않은 투쟁이었으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투쟁을 진행한 결과 2004년 7월1일까지 단계적 정규직화에 합의할 수 있었다.
엘지정유노조는 대일운수 6명에 대해 정규직화를 비롯한 처우개선 임금인상율 상회적용 등에 합의했고, 금호타이어노조 임협 때 사내하청 및 비정규직의 기본급 인상율을 금호타이어 조합원의 기본급 인상율과 동일하게 적용하는데 합의했다. 비정규직 관련 안을 제기한 20개 단위노조 중 10개 노조가 비정규직 처우개선, 정규직화 등에 합의했다.

○ 서비스연맹 (뉴코아)
서비스업의 경우 비정규직의 기간노동력화가 진행된 지 이미 오래된 사업장들이 대부분이다. 뉴코아 역시 대부분의 백화점 할인마트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의 사용이 계속해서 확대되었고, 법정관리신청이 들어간 2001년 대거 비정규직이 유입되었다. 노동조합은 올 임단협 교섭을 통해 더 이상 비정규직의 유입을 막고 이미 채용된 계약직에게 정규직 전환의 길을 열도록 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고, 결국 비정규직 채용제한 문제에 대해 10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 언론노조 (iTV / 부산일보/ 경향)
iTV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시직, 파견직 등 2년 이상 근무한 자를 일반계약직으로 하고 이를 포함한 계약직 근속자 중 만 2년 이상 근무한 자에 대해 전환심사를 거쳐 호봉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내규에 합의했다.
경향신문의 경우 동일업무의 결원시 3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사원을 우선적으로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하고, 부산일보지부는 전체 사원 중 18%(파견직 포함 29%)에 해당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올해 중점사업으로 잡고 계약직원 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4. 2003 임단협 투쟁의 평가지점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문제를 내걸고 투쟁하면서 쟁취하려는 목표는 무엇인가? 또한 노동조합이 임단협 투쟁을 통해 쟁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무엇이 이 두 투쟁을 하나로 만나게 하는 것인가? 우리의 논의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어떠한 관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되짚어보는데서 출발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노동자는 하나라는 단결의 정신을 획득하는 것, 바로 그곳에서 만난다. 임단협 투쟁이 노동자들의 노동자적 계급적 의식을 자각시키고 노동자 단결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공간이라면,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물들어버린 노동자들의 의식을 더욱 건강하고 계급적으로 강화시켜내는 것이 바로 비정규직 투쟁이었다. .
우리가 비정규직 투쟁을 주요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유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세우는 작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내부 의식수준을 높이는 작업을 통해 자본이 그어놓은 분할선을 극복하고 단결과 연대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실천하는 데 있다. 결국 정규직 노동조합이 기여해야하는 비정규직 해결의 방향은 궁극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이 득이 될 것이냐 아니냐, 정규직 노동자들의 의식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냐 아니냐의 기준점을 향해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몇 가지 반성적 평가를 요구한다.

- 비정규요구를 정규직요구와 맞바꾸지는 않았는가.
-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생산라인과 비생산라인 비정규 노동자를 분리사고하지 않았는가
- 투쟁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객체화시키지는 않았는가.
- 임단협 이후 후속사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 계획을 입안, 실행하고 있는가.

1)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비정규직 / 생산라인과 비생산라인 비정규직의 분리사고

2003년 임답협 요구에 있어서 여전히 발견되는 현상은 정규직 노조에서 파견, 용역노동자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무하거나 그 요구 수위가 매우 낮다는 점에 있다. 직접고용 비정규직에 있어서는 비정규직 사용제한 정규직화 / 처우개선의 문제 등에 있어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반면, 그 적용범위를 용역, 파견 등 간접고용을 제외한 직접고용 계약직, 일용직 등으로 한정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금속노조에서 체결한 공동단협에 있어서 3개월 이상 사용금지와 그 이상 사용시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직접고용 임시직 노동자에 한한 것이었다. 제조업이든, 사무직이든 산업과 업종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비정규직 사용금지 확산금지 조항, 정규직 전환의 대상자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이었다. 이 속에서 우리는 비정규직 투쟁을 한다고 하면서 간접고용이라는 또 다른 비정규직 양산에 눈감고 있는 것이다. 계약직이 정규직화 된 자리는 파견 용역노동자들이 대체하게 되고 곧 이들은 나와 관계없는 다른 업체의 문제로 치부해버리고 만다.

또 한가지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가 생산라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민으로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기아차, 대우정밀 등에서 합의한 정규직 충원시 비정규직 우선채용합의의 대상자들은 직접생산공정에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로 제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서브업무, 식장, 청소, 경비 등 최초로 용역화된 간접고용 업무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거의 전무한 사업장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렇게 핵심업무와 주변업무를 계속해서 쪼개고 있는 자본의 분열전략에 맞설 수 있는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2) 근속년수라는 명확한 정규직 전환기준 마련에 실패

업무에 대한 정규직화냐 사람에 대한 정규직화냐. 2002년 임단협 시기 기아차노조에서 쟁취한 생산라인 업무에 속한 66개 업무의 정규직화 합의안에 대한 해석의 차이였다. 사측에서는 정규직화에 합의한 것이 업무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정규직 노동자로 대체하겠다고 했고, 이에 노동조합은 현재 해당업무에 고용되어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이때 또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정규직 전환기준의 문제였다.

당시 철폐연대는 성별이나 연령, 선별 등 그 어떠한 것도 합당한 기준일 수 없으며, 유일하게 근속년수만이 정규직 전환기준일 수 있음을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는 2003년 철도노조의 계약직 여성 승무원들의 정규직화 문제에 있어서도 유사하게 드러났다.

사무금융연맹 산하 단위노조의 단협 등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정규직화의 경로는, 합의한 시점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승급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시험이나 인사고과 등에 따라 선별적 정규직화되는 경로를 밟는다. 합리적 절차라는 베일 뒤에는 승급시험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통제하려는 자본의 노동통제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이 사무직에서만 국한 된 경향은  물론 아니다. 롯데호텔에서는 3년 이상 계약직의 정규직화 합의이후 계약직 채용이 중단되었고, 파트타임이나 용역이 그 자리를 대체해 들어갔다. 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되기 위해 움직이지 않았고,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 양산은 묵인되었다. 현대자동차에서 정규직이 되려면 돈 오천만원과 이사급의 빽이 있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곱씹어보아야 한다. 이는 정규직화 전환, 또는 신규채용시 비정규직 우선채용 안을 따냈다 하더라도 정규직화나 신규채용 기준이 사측에 의해 마련될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현장장악력은 사측으로 완전히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규직화의 기준을 사측이 쥐게 되면서 오히려 투쟁의 성과를 노동조합이 아닌 사측에게 내어주게 되는 꼴이다.
체신청은 산별적 정규직화로 집노협의 주체들을 와해시킬 수 있었고, 울산 현대자동차 역시 신규채용시 사내하청비율 40% 조항의 실행 과정에서 정규직 전환의 기대를 가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내부경쟁과 내적통제의 강화로 비정규직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었다.

3) 최우선이어야 할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관점의 부재

대중투쟁 없는 정규직화는 비정규직 투쟁의 목표를 설정했던 초기문제의식을 삭감시킨다. 투쟁의 성과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세워내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았다면, 투쟁과정에서 비정규직들이 오히려 수동화되어 정규직노조에 대리투쟁을 바라게 된다면 화려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투쟁은 실패한 투쟁이다. 노동조건개선과 일부 정규직화 라는 방식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통로를 열었다는 큰 성과에도 불구하고 조직화에 대한 관점 속에 배치되지 않으면 그것은 필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보다 정규직 노조의 입김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느끼는 순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수동화되고 더 보수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단계적 정규직화의 성과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사내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고용승계 책임 등을 강제해 내는 것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주체로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길이다. 신호제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투쟁을 시작했을 때 가장 힘이 되었던 단협조항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자. 그것은 바로 단협에서 도급사의 고용안정에 관한 사항을 집어넣은 것이었다. 진정한 정규직 노동조합의 자기역할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주체로 설 수있도록 조직

화가 가능한 기본 조건을 만드는 것임을 기억하자.

5. 2002년 투쟁 제언

- 비정규직 차별철폐가 아닌 철폐의 전망을 열어야 한다.

2002년에 이어 2003년도에 진행된 정규직 노동자들에 의한 비정규직 문제의 고민과 실천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임단협 기간에 비정규직 사용제한이나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처우개선문제를 쟁취하고, 또 비정규직노동자 중 일부를 정규직화하는 성과에까지 나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비정규직 고용형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로 나아가지 못해 또다른 비정규직의 양산을 묵인하게 되고, 정규직화의 성과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묶어 세우는 것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앞에서 지적했다.

이제 2003년에 진행된 투쟁의 평가 속에서 2001∼2002년에 제기 되었던 차별해소냐 정규직화냐의 초기 논의를 넘어서는 비정규직 철폐의 새로운 쟁점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현재 진행되는 직접고용, 생산라인 비정규직 억제 합의가 간접고용과 같은 새로운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몇몇 사업장에서 드러나듯이 비정규직 조직화에 대한 고민없는 '일부 정규직화 + 노동조건 개선'의 요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내부경쟁을 격화시키고 자본에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현장장악력을 내어주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는데서부터 출발한다. 이는 지금까지의 투쟁의 방식을 큰 틀에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관점속에서 노동자간 위계를 해소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세워내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임금 근절투쟁과 같은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아우르는 투쟁 속에서, 자본의 주요전략인 빈곤화로 인해 투쟁에 나서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끌어낼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1) 비정규직 일부 정규직화와 노동조건 개선을 넘어선 비정규직 조직화의 전망을 가져야 한다.

임금인상, 후생복지 등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가 일정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 문제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비정규직의 일부 정규직화가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기주의에 빠뜨리고 비정규직에 대한 사측의 통제권을 강화시키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의 목표를 분명히 한 가운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노동조건 개선은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과 맞물려 진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나가 되어 대중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속에서 쟁취되어야 하고, 투쟁의 성과를 노동조합 즉 조직화로 귀결시킬 수 있도록 그 기준은 근속년수로 명확히 정리되어야 하며, 노사교섭에 있어서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가 당당한 하나의 투쟁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2) 비정규직 투쟁은 자본이 쳐놓은 노동자 위계화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이 이어지면서 자본은 비정규직 내부에서도 다시 서열과 위계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분열을 꾀하고 있다. 직접고용-특수고용-간접고용간의 위계화가 이루어지고, 간접고용 내부에서도 다시 1차 하청-2차 하청…등의 방식으로 서열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조직된 비정규직 일부가 투쟁의 성과를 얻어도 그 투쟁의 성과는 투쟁한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로 국한되고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로 이어지지 못한다. 사측은 더 열악한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투쟁의 성과를 무력화시키고 있지만, 투쟁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되어도 여타 다른 비정규직의 문제를 가지고 투쟁하려하지 않는다.
전국시설관리 한통산업개발 비정규직지부는 노동조합의 1차적 과제로 계약직과 일용직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이것이 노동자의 정신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은, 우선적으로 비정규직 내부에서의 위계화와 분열을 해소하는 방향성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

3) 임단협 공동요구안으로 간접고용 철폐를 제기해야 한다.

임단협 투쟁은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철폐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계기로 배치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형태의 비정규노동을 철폐하는 운동의 자기목표를 세우고 그 관점 속에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2004년에는 간접고용 철폐를 제기하고 투쟁을 조직하자. 파견·용역·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간접고용 구조로 인해 노동기본권을 구조적으로 봉쇄 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 노동조합으로 함께 조직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건강한 노동조합에서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규직 노동자 내부를 설득해 내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자본의 흐름은 고용의 외부화를 통한 고용불안과 내부경쟁을 목표로 하고있는 바, 자본의 구조조정에 정면으로 맞서는 투쟁이 바로 간접고용 철폐투쟁임을 기억하자. 간접고용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현장은 각기 다른 업체 소속의 간접고용 노동자들 로 찢기어진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노동권 보장을 위한 우선적 과제로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화를 임단협 공동요구안으로 내걸고 전국적 투쟁을 조직하자.

4) 일회성 투쟁이 아닌 지속적인 고민과 실천이 요구된다.

이랜드노조의 경우 2000년 265일간의 투쟁을 마무리하면서 1년 이상 된 비정규직에 대해 특별한 사유 없는 계약해지 금지, 3년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화를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사측은 이제 3개월~9개월의 초단기 계약직노동자를 3~9개월 단위로 해고하고 교체사용하면서 정규직화 단협 합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많은 노동조합이 3개월부터 3년에 이르기까지 그 기간은 달라도 '비정규직 일정기간 이상 사용시 정규직화 조항'에 합의했다.  물론 그것이 성과이고 진전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 3개월 이상 사용금지조항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3개월마다 일터에서 쫓아내는 것으로 등장했을 때, 우리는 여기서 또 하나의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된다.
동일업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교체사용한다면 그것이 바로 상시적 업무임을 뜻하는 바, 원칙적으로 상시업무에 대한 즉각적인 정규직화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것은 지금 현재 고용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투쟁은 한번 힘 몰아 빡세게 투쟁하면 해결되는 투쟁이 아닌 지난한 투쟁의 과정이다. 지속적인 자본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노동조합의 건강함과 지속적인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집논의팀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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