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은 필요악이다” 자본가들로부터가 아니라 민주노총의 위원장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리 노동법 개악이 통과되고 유연화가 대세라지만, 우리 힘이 미약하여 투쟁으로 돌파하기 어렵다지만 자본가 집단인 경총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충격입니다. 투쟁하는 동지들의 한숨과 절규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버려두고 “나쁜 것이긴 하지만 필요한 것이다”고 말해야 했습니까?
언제부터인가 똑같이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하면서도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서도 어떤 이들은 ‘유연안정성’을 이야기하면서 이제 유연화를 받아들이고,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인정하고, 차별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이야기하자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의 힘이 약해도 노예제도를 인정할 수 없고, 아무리 힘들어도 노동자가 노동자를 팔아먹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받아들이고 아니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다면, 비정규직을 만들어내려는 자본의 시도에 끝까지 맞서고자 하는 노동자가 있다면, 우리는 바로 그 동지들과 연대하고, 그것을 우리의 과제로 삼아서 함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논평하는 자들이 아닙니다. 전문가인양 정책을 내놓는 자들도 아닙니다. 무엇이 좋으니 나쁘니 하고 객관적인 척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위치에 서서, 그리고 바로 스스로가 비정규직으로서 투쟁하는 자들입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만약 민주노조운동이 그렇지 못하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민주’노조라고 이름을 붙인단 말입니까? 투쟁하는 동지들의 자리에 서 있지 않다면 도대체 어떻게 ‘계급’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우리의 투쟁은 더더욱 포기할 수 없습니다.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현실의 문제입니다. 논평하려는 자들은 결코 알 수 없습니다. 결의하고 투쟁하는 자만이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7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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